다시 태어난 베토벤 161화
36. 악마가 돌아왔다(2)
[4년 만에 활동 재개! 천재 배도빈, 베를린 필하모닉과 정식 계약 체결!]
[배도빈. 베를린 필하모닉 제2바이올린 부수석 주자로!】
[카밀라 앤더슨, -제2바이올린 부수 석 자리는 지난 10년간 배도빈의 자리였습니다. 베를린 필로서는 이 제야 의자의 주인이 돌아온 겁니다.”]
【마에스트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늙어 죽는 줄 알았다.”라며 배도빈 의 합류를 격하게 환영】
【배도빈 4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이주 안에 기자회견]
【베일에 감춰진 천재의 지난 4년]
2021년 12월 2일.
베를린 필하모닉 공식 홈페이지에
배도빈의 사진이 메인을 장식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팬들은 여행 나 간 자식이 돌아왔단 소식에 열광했고 해당 소식은 단 한 시간 만에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17년 10월 11일 서울 리사이틀 이후 모든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했던 배도빈의 귀한은 2021년 하반기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모든 이가 바라는 형태는 아니었다.
ㄴ 배도빈의 바이올린을 다시 들을 수 있다니 꿈만 같아.
ㄴ 와 존잘;;
ㄴ 언제 저렇게 컸대?
ㄴ 배도빈이 진짜 대단하긴 하네. 베를린 필하모닉이라 해도 고작 단원으로 들어간 건데 이렇게나 관심 받고.
ㄴ 베를린 필 공홈 메인 도배 뭔데?
ㄴ 엉엉 도빈아, 날 가져
ㄴ 다시 활동하는 건 좋은데 왜 하필 이제 와서 오케스트라지?
ㄴ ㅇㅇ.
ㄴ 난 도빈이 피아노 치는 게 더 좋은데.
ㄴ 아니 빨리 새 곡이나 만들지 저길 왜 들어가;;
ㄴ 베를린 필하모닉이 동네 개집인 줄 아냐? 지금은 빈 필이랑 런던에 좀 밀려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임. 16살이 정식 단원으로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ㄴ 쟤가 그걸 몰라서 말하겠냐? 대 단한 일이긴 한데 배도빈이니까 문 제지.
ㄴ 문제지.
ㄴ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할 거면 개인으로 활동하는 게 배도빈 팬 입장에선 더 좋아. 예전 처럼 세계 투어도 좀 하고.
ㄴ 배도빈이 세계 투어 안 좋아 한 다고 예전에 인터뷰했었음.
ㄴ 도빈이 하고 싶은 거 다 해ㅠㅠ
ㄴ 왜?
ㄴ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컨디션 조 절이 잘 안 된대. 그래서 연주회 질 이 떨어지는 게 싫어서 안 한다고 하던데.
ㄴ 그래도 잘하던데.
ㄴ 도빈이처럼 완벽한 애한테는 좀 거슬리겠지.
ㄴ 아니 피아노고 바이올린이고 다 좋은데 신곡 좀 내라고오.
베를린 필하모닉 팬을 포함한 클래식 음악 팬과 일부 콩깍지는 배도빈 이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만으로도 반가웠으나.
문제는 배도빈의 팬들도 세분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기 배도빈의 바이올린에 이끌려 찾았던 팬과 1집과 2집 앨범을 통 해 작곡가로서의 면모에 매료된 팬.
그리고 가우왕과의 경연을 시작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후 세계 투어를 할 시기의 피아노까지.
배도빈이 활동하기엔 개인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는 것이 팬들의 생각 이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히무라 쇼우와 사카모토 료이치 등 배도빈의 지 지자는 물론.
배도빈 본인마저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와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명 확했다.
배도빈에게 꿈이 있기 때문.
배도빈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대 교향곡을 연주할 오케스트라를 직접 구성하고 지휘하기 위해.
베를린 필하모닉만 한 환경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중을 모르는 팬들과 언론은 안달이 났고 베를린 필하모닉과 배도빈의 합동 기자회견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12월 4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 마련 된 강당에 전 세계 언론사가 모였다.
비록 공백이 길긴 했어도 배도빈은 여전히 언론의 중심에 있었다.
17년 10월 공연 이후 한 달이 흘렀을 무렵부터 배도빈의 음악 생명 이 끝이라는 어그로성 기사가 나왔고.
지난 4년간 2,000여 개의 추측성 기사와 파파라치가 도촬한 사생활 사진이 수백 장 나온 것으로 그 인 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봐, 맥스.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지금 와서 미스터 배가 베를린 필하모닉에 단원으로 활동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그거야 배가 판단할 일이지. 신경 끄고 카메라 배터리나 확인해.”
각국에서 파견되어 나온 기자들도 배도빈의 거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기를 얼마간.
약속된 시간에 오늘 기자회견의 주 인공이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임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와 단원 배도빈.
사회는 사무국장 카밀라 앤더슨이 직접 맡았다.
그 면면만 봐도 베를린 필하모닉이 일개 단원에게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었다.
배도빈이 마이크를 잡았다.
“배도빈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사드립니다. ”
잠시 간격을 둔 뒤 배도빈이 말을 이었다.
“그간 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 왔고 팬들 사이에서 어떤 말이 나오 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필하모닉에서의 활동은 10년 전 객 원 연주자로 있을 때부터 꿈꿔온 일 입니다. 세계 최고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배도빈이 차분히 자신의 입장을 표 명했고 그에 뒤이어 푸르트벵글러가 입을 열었다.
“긴 여행을 떠났던 단원이 돌아왔을 뿐. 지난 10년간 배도빈은 베를린 필의 바이올리니스트였고 앞으로 도 우리와 함께할 거다.”
두 사람의 간단한 인사 뒤에 기자 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미스터 배에게 묻습니다. 지난 4 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말씀해 주십쇼.”
“한동안 지쳤던 탓에 휴식을 취했습니다. 독일 유학을 위한 준비도 했고요.”
“휴식이라 하시면?”
“여러 악기를 다뤘죠.”
“그게 무슨 휴식이야? 그럴 시간이 있었으면 곧장 왔어야지.”
질의문답 도중 푸르트벵글러가 끼어들었다.
“검정고시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잖아요.”
“흥. 그깟 학위 따위가 베를린 필 보다 중요하다는 거냐?”
“그래서. 삐져가지고 죽은 척했고요? 유치해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배도빈이 투덕거리자 잠깐 당황했던 기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미스터 배, 새로운 곡 발표에 대한 팬들의 기다림이 너무나 커졌습니다. 곡 발표는 예정에 없습니까?”
“쉬면서 만든 피아노 협주곡이 있어요. 적당한 시기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건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입니까?”
“네, 물론이죠.”
“난 들은 게 없다만.”
“꿍시렁대지 좀 마요. 경박해 보이잖아요.”
기자회견장에 다시 한번 작게 웃음 이 피었고 이번에는 푸르트벵글러를 향한 질문이 나왔다.
“마에스트로, 미스터 배의 바이올린은 이미 세계적 무대를 통해 사랑 받고 있습니다. 부수석 자리를 격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라 생각하는지 여쭙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푸르트벵글러의 얼 굴이 굳어졌다.
질문한 기자의 눈을 노려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해두지, 기자 양반. 당신은 나와 베를린 필하모닉이 배도빈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난 그렇게 생각해.”
푸르트벵글러가 주변을 둘러본 뒤 말했다.
“세계 그 어떤 오케스트라도 이 빛나는 천재를 담기엔 부족할 거라 장 담하지.”
클래식 음악계의 최고 거장.
폭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웃음과 여유가 있던 기자회장이 분주해지기 시작했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발언을 몰랐던 카밀라 앤더슨은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배도빈은 다르지.”
푸르트벵글러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배도빈은 그 어떤 오케스트라에 있어도 그곳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낼 수 있어. 감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을 이 친구는 여섯 살 때부터 갖추고 있었네.”
“마에스트로, 지금 그 발언은 미스 터 배를 후계자로 생각하신다는 뜻 입니까?”
“말 끊지 마.”
푸르트벵글러가 중간에 기습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보았다. 기자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말을 이어갔다.
“중요한 것은 그런 배도빈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선택했고. 나와 단원 들은 이 친구 덕을 볼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어. 베를린 필이 배도빈을 담지 못하듯. 우리도 만만치 않거든 ”
‘대체 뭔 말을 하는 거야?’
푸르트벵글러의 말을 듣던 배도빈 의 눈썹이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빠른 시일 안에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려고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 나누지 않은 상태.
그런데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장에서 본인을 ‘후임자’로 말하는 듯한 푸르트벵글러의 발언에 배도빈도 조금은 당황했다.
“중요한 건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는 거. 기자 양반들도 그리고 지금 이 기자회견을 보고 있는 팬분들도 기대하길 바라지. 배도빈이 베를린 필과 만나 아쉽다는 생각 따위 잊게 해줄 테니까.”
푸르트벵글러의 긴 연설의 반응은 뜨거웠다.
ㄴ 할배 박력 CC
ㄴ 역시 푸르트벵글러옹이네. 자신감 좋다.
ㄴ 푸르트벵글러도 눈이 있는데 많이 보겠지. 말은 안 했지만 그 콧대 높은 베를린 필하모닉도 자존심 엄 청 상했을 듯. 배도빈이 베를린 필 들어가니까 재능 낭비라고 했던 인 간들이 오죽 많았냐.
ㄴ 중간에 배도빈 후계자로 낙점된 거 아니냐?
ㄴ 글쎄.
ㄴ 배도빈 지휘하는 것도 좋겠다.
ㄴ 피아노 듣고 싶다고오 ㅠㅠ
ㄴ 피아노 한대잖아 빡대가리야. 피아노 협주곡 베를린 필에서 발표한 다고 한 거 뭘로 들었냐?
“아까 그거 무슨 말이었어요?”
기자회견을 마치고 저녁을 먹는 자 리에서 푸르트벵글러에게 물었다.
“뭐 말이냐?”
“감독 어쩌고
“아아. 뭐, 별말 아니다.”
별말 아니긴.
이 고집스러운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할 것 같다.
“은퇴할 생각이에요?”
“뭐?”
“그렇잖아요. 집무실도 비워놓고. 뜬금없이 음악 감독 이야기 꺼내고. 그런 적 없었잖아요.”
나를 놀라게 하려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푸르트벵글러의 집무실은 1 년 전에 정리된 상태였다.
본인은 집무실이 좁아서 방으로 옮긴 거라고 하지만.
푸르트벵글러가 옆으로 치운 아스 파라거스를 다시 그 앞에 놓아 주는 카밀라의 말에 따르면 확실히 건강 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리고. 뭐,
네가 당장 내 뒤를 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 아직은 아니니까 그런 생각하 지 말라고요.”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가 싫어.”
사카모토 료이치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나 모두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오래 살아야 해요, 세프.”
“아니. 이 녀석이 왜 자꾸 멀쩡한 사람을 죽이려고 해?”
신고식 몰래카메라를 당했을 때 카 밀라에게 푸르트벵글러가 죽었냐고 물었는데.
뒤풀이 자리에서 카밀라가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고 말한 걸 아직도 써 먹는다.
“오래 살아요.”
“•…”그래.”
“세상에 없던 음악을 들려줄 테니까.”
베를린 필로 시작해.
내 오케스트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