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143화 (143/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143화

33.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2)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기자 회견 요약 보도]

지난 11일.

쇼팽 콩쿠르에 관한 기자회견이 프 레데리크 쇼팽 뮤지엄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쇼팽 협회장 예르타냐 지게를 포함 해 앤드류 시잔스키(폴란드 제1라디 오 국장), 예제만 와치(폴란드 음악가), TVP Kultura 이사’, WBK 보도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 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폴란드의 유력 TV 채널 세 곳 과 제1라디오, 제2라디오에서 동시 생중계한다.

2. 쇼팽 협회는 전 세계의 클래식 음악 팬들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즐길 수 있도록 독자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현하는 중이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활용할 수 없지 만 그 대신 이번 콩쿠르는 뉴튜브에 서 생중계로 관람할 수 있다.

3. 주최는 프레데리크 쇼팽 협회로 서 다음과 같은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글, 리젠트 바르人h바, 렉서스, 폴란드 국립 필하모닉, 미시시피, WH, 티).

‘국경 없는 쇼팽’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쇼팽 협회는 뉴튜브 생중계 라는 결단으로 쇼팽의 음악을 사랑 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쇼팽 협회 의 방침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의 권위를 다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담으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예선 참가자 160명 중 76명이 동아시아에서 출전(일본 27 명, 중국 25명, 한국 24명)하면서 아시아 피아니스트들의 분발이 예상 되며.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할 사람은 대 한민국의 배도빈이다.

•한스 레넌(그래모폰)

4월 11일에 있었던 쇼팽 협회의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기자회견은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생중계로 보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쇼팽 콩쿠르 역사 상 최초로 뉴튜브를 통해 인터넷 생 중계가 된다고 하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예선 참가 자격을 획득한 사람도 동서양, 국가 사이의 치우침 이 적었는데.

쇼팽 협회가 내세운 슬로건과 부합하는 정책에 많은 사람이 10월에 있을 본선 중계를 기대하였고.

그만큼 예선에도 주목하게 되었는 데, 역시나 가장 주목 받는 사람은 지난 몇 년간 믿을 수 없는 퍼포먼 스를 보였던 배도빈이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조금 일찍 왔는데 하루 뒤, 박선영과 니나 케베 히리와 만날 수 있었다.

“야호! 도빈이잖아! 선영, 빨리. 빨 리!”

“난 짐이 많잖아! 뛸 거면 너 먼저 가. 좀!”

멀리서부터 뛰어온 니나는 여전히 활달했다.

머리카락은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짧아졌는데 옆머리를 아예 밀어버려 시원해 보였다.

어떻게 한 건지 윗머리가 찰랑이면 서도 위로 선 채 뿌리 부근은 고정 되어 있다.

“많이 컸네! 1호기!”

“2호기도 많이 컸네요.”

‘다행이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니나는 대학에서 청강할 당시 안 좋은 일이 있었단다.

히무라는 그 이상은 내게 말을 아 꼈는데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아 마 ‘어린’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을 테니 가벼운 일 은 아닌 듯.

물어볼 수야 있겠지만 니나의 사생 활을 침범하는 일이니 그러지 않고 걱정할 뿐이었는데.

잘 적응한 듯하여 안심했다.

“아하하! 그런 말 오랜만에 들어. 이상한 건 여전하네. 어? 도빈이 친구도 왔네?”

“아, 아, 안녕하세요.”

니나를 본 최지훈이 잔뜩 긴장한 채 인사했다.

그간 독일어를 조금 공부한 모양인 지 간단한 회화는 알아듣는다.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니나에 대해 가끔 물어보기는 했지 만 나이 차이도 여덟 살이나 나니 사춘기 소년의 한때 마음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아니. 독일어를 배운 게 설마.’

그래. 설마.

인터넷에서 본 말을 빌리자면 ‘이 커플 반댈세’다.

“선영, 선영. 나 배고파.”

“으으. 한 번만 더 말하면 스무 번 째야. 대표님 만났으니 이제 안 그 래도 먹으러 갈 거야.”

박선영의 말에 니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사장님,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하하. 그래요. 우리도 아직이니까. 찾아보니 바르샤바 필하모닉 홀 근 처에 괜찮은 곳이 있던데.”

“좋아요! 도빈, 빨리 가자.”

못 말린다.

숙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레스토 랑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아도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최지훈이나 집사 할아버지, 박선영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저는 이거랑 이거요.”

“그게 뭐예요?”

니나가 음식을 시켜 참고해 볼 겸 물어보았다.

“몰라.

“하하. 도빈아, 이건 어때?”

‘뭐 이런 애가 다 있어?’라고 생각 하는 와중에 히무라가 내게 메뉴판을 보이며 말했다.

“플라츠키라고 감자 부침이야. 오 즈즈펙이랑 같이 먹어도 맛있어.”

“그걸로 할게요.”

“그럼 저도.”

“그럼 저도요.”

모두 같은 메뉴를 주문하자 히무라 가 웃으면서 음식을 적당히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일행은 기다렸다는 듯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네. 플라츠키와 피에로기 두 접시 랑 오즈즈펙을 녹여서 주세요. 포크 커틀릿에는 무슨 소금이 나오나요?”

“지중해에서 조달한 바위 소금이 있습니다.”

“네. 그럼 그걸로 두 접시 부탁드 릴게요. 음료는 인원수대로 물과 레 몬에이드를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폴란드어까지 할 줄 안다니.

내 생각보다도 히무라가 더 유능하 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큰 고비를 넘겼으니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눌 차례.

니나에게 물었다.

“대학 생활은 어때요?”

“재밌어. 교수님이 나처럼 웃긴 사람은 처음이래.”

“웃긴 사람?”

“나 페달을 오른발로만 밟았거든. 어쩐지 엄청 힘들더라.”

한쪽 발로만 페달을 밟으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뿐더러 소리도 의 도했던 것과 달라지기 쉽다.

‘대학 보내길 잘했네.’

연주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 했는데 그런 문제가 있었다니, 아마 독학으로 익혔기 때문이리라.

대학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을 본 시간은 짧은데 연주에 혼을 빼앗겨 다리는 보지 않았는데.

소리를 못 들었던 예전 같았으면 여러 부분을 관찰했을 것이다.

귀를 찾아서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좋은 습관을 잊고 말았다.

“다른 건요?”

“이것저것 있었는데 다 고쳤지! 두 고 봐. 우승해서 3만 유로를 따서 네게 줄 테니까.”

“그건 제 돈이라서 그럴 필요 없어요.”

“뭐? 아하하! 쉽지 않을걸?”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종업원 이 음식을 내왔다.

만두처럼 생긴 음식이 나왔는데 이 게 피에로기인 듯. 한 입 베어 물자 진한 버섯향과 육즙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데.’

역시 히무라. 옳은 선택이다.

“이거 맛있다! 그쵸, 집사님?”

“허허. 감자전이군요. 간이 센 편이 아니라 좋네요.”

감자를 갈아서 기름에 부친 듯한 음식인 플라츠키는 걸쭉한 소스와 채소와 함께 나왔는데 이 또한 맛이 좋았다.

“히무라.”

“ 응?”

“항상 어딜 가든 말도 통하고 문화 도 아는 거 같아요.”

“아아. 엑스톤에서 일할 때는 엄청 돌아다녔으니까. 일 년에 두 달은 비행기에 있었을걸?”

세상 끔찍한 소리다.

고생한 히무라에게 피에로기 하나를 덜어주었다.

“도빈아.”

배를 적당히 채워가는 중, 최지훈 이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하니 녀석이 작은 목소리로 속 삭였다.

“니나 누나 몇 살이야?”

“안 돼.”

“어? 뭐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최지훈이 누군가를 만난다면 기특 한 녀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활달 하고 착한 사람이길 바란다.

“오! 이것도 맛있다. 선영, 먹어 봐. 아〜”

“혼자서 먹을 수 있어. 아이 참.”

“ 앙〜”

어쩔 수 없이 니나 케베히리에게 음식을 받아먹는 박선영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자, 사장님도!”

“나, 난 괜찮아요.”

“ 앙〜”

힘을 주는 활달한 사람이라••…

“도빈아아〜”

“재촉하지 마. 생각 중이니까.” 조금 마음이 복잡해졌다.

식사를 마친 뒤 거리로 나왔다.

쇼팽 콩쿠르가 열리는 바르샤바 필하모닉 홀이 근처에 있다고 하더니, 잠깐 구경하고 가자는 니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5분 정도 걸으니 곧, 상아색 외벽의 멋들어진 건물이 눈 에 들어왔다.

세계 각국의 국기가 2층 테라스에 걸려 있었고 그 사이에 석상이 있었다.

‘누구지.’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걷는데 니나가 히무라에게 물었다.

“사장님, 안에 들어가면 안 돼요?”

“오늘은 참아줘요. 내일 예선 때문에 바쁠 거예요.”

“아쉽다. 그치?”

니나 케베히리가 왜 이렇게 들떠 있나 싶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에게 이번 쇼팽 콩쿠르는 처음 참가하는 콩쿠르다.

자신의 실력을 처음으로 사람들에 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

관중도 있으니 그녀가 주인공으로 서 오르는 첫 무대에 얼마나 가슴 설렐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너무나 반짝이는 눈으로 바 르샤바 필하모닉 홀을 올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예선은 언제예요?”

“두 번째 날.”

“준비는 많이 했죠?”

“그럼!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을 정 도로만 했지. 조금만 더 했으면 부러졌을지도 몰라.”

조금의 과장도 들어 있지 않을 거 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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