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베토벤 134화
31. 10살, 부러진 의자(6)
추석.
음악의 전당에서 열린 ‘추석 특집 클래식 in 코리아’는 대한민국의 클래식 음악 팬들의 축제였다.
클래식 음악 관계자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로 인해 일대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대한국립교향의 상임 지휘자 최명운.
대한민국 피아노계의 선구자이자 거장 박건호.
특별히 오늘을 위해 귀국한 세계적 인 연주자이자 현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첼리스트 이승희.
그리고 작년, 국제 콩쿠르에서 우 승하고 올해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 입단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이승희의 동생 이승훈.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남궁예건과 최성신.
그리고 세계를 중격에 빠뜨린, 현 대 클래식 음악의 부흥을 이끈 배도빈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이만한 라인업을 보이는 단체 콘서트는 없었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팬들이었다.
그 놓칠 수 없는 공연을 놓친 사람들은 NBC 인터넷 생중계 댓글창 에 그 화를 쏟아냈다.
ㄴ 아니 쉬바. 어태 2,500석이 예 매 뜨자마자 팔리냐고.
ㄴ 대체 입석 왜 안 팜?
ㄴ 이걸 내 똥내 나는 스피커로 들어야 한다고?
ㄴ도빈아 TTTTTTTT
ㄴ 클협이 오랜만에 진짜 협회다운 일 했는데 너무 아쉽다.
ㄴ ㅋㅋㅋㅋ 님들 저 현장임. 사람 진짜 엄청 많음.
ㄴ 꺼져.
ㄴ 좋은 말할때 나가라. 렉 걸리 게 하지 말고.
ㄴ 안 나갈 건데? 렉은 무슨ㅋㅋㅋ
ㄴ 진짜 역대급 출연진이네. 순서 어떻게 됨?
ㄴ 아니 왜 TTTTTTTT
ㄴ 이승훈이랑 남궁예건이 맨 처음 임. 최성신이랑 이승희가 독주하고 그 뒤에 배도빈임.
ㄴ 그다음은?
ㄴ 박건호랑 대국향. 대국향 이번에 봄의 제전 한다는데 엄청 기대됨.
ㄴ 짬밥 순으로 가다가 도빈이 갑툭 튀하네. 차라리 젤 마지막에 하는 게 맞지 않나?
ㄴ 솔까 인기로 따지면 젤 마지막에 나오는 게 맞지. 예우 차원인 듯. 인 기는 배도빈이 제일 많아도 최명운 이랑 박건호는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을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님.
ㄴ 짬밥 순이면 남궁예건이랑 최성 신 위치도 달라져야 함. 그냥 적당 히 맞춘 거임.
ㄴ 이승희 진짜 엄청 오랜만이다. 진짜 솔로로 활동할 때 미친 듯이 찾아 들었는데.
ㄴ 첼리스트가 솔로도 함?
ㄴ ㅇㅇ. 이승희는 근데 좀 특별하긴 했음.
잠시 귀국한 유진희는 유장혁과 함께 차채은 가족을 초대했다.
“음? 자네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어머. 두 분 아는 사이셨어요?”
유진희는 이웃이 아버지와 구면인 사실에 조금 놀랐다.
“유능한 사람이었으니까. 예전에는 WH그룹도 꽤 도움을 받았지. 그래, 요즘은 교수로 있다고?”
“네. 현장에서 멀어지니 좀 살 것 같네요.”
“나도 있거늘. 자넨 너무 일찍 은 퇴했어. 아무튼 다시 봐서 반갑네. 그래, 네가 채은이구나.”
한편 홍승일과 그 가족도 오랜만에
다함께 외출을 나왔다.
“와, 엄청 왔구나.”
“이거 앞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하 는데. 어쩌죠, 아버지?”
“다 왔으니 걸어가마. 너흰 차 대고 천천히 오고.”
“괜찮으시겠어요?”
“ 괜찮다.”
그렇게 청중들이 음악의 전당 콘서트홀에 자리하였고.
아쉬움과 기대 속에서 시작된 무대는 과연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천재 들의 모임다웠다.
작년부터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드 러낸 이승훈 바이올리니스트와 여러 국제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해 ‘생계 형 우승자’란 타이틀을 얻은 남궁예 건이 준비한 첫 번째 곡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1068. 그중에서도 아우구스트 빌헬르미가 편곡한 2악장이었다.
두 사람의 G선상의 아리아는 그 구슬픈 분위기 속에서 그 우아함을 엄숙히, 심도 있게 연주되었다.
ㄴ 와. 진짜 세계에서 노는 애들은 다르네.
ㄴ 정말 좋은 연주네요. 직접 듣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읍니다. 므니다?
ㄴ 이거 브금으로 많이 들었는데 진 짜 좋다.
그 뒤 이어진 최성신의 독주 무대 역시 큰 반응을 이끌었다.
201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최성신은 그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들려주었다.
기존 클래식 팬들은 여전히 풍부한 감성을 지닌 그의 연주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배도빈으로 인해 클래식을 접 한 지 얼마 안 된 팬들은 최성신 특유의 표정 변화를 처음 보곤 재밌 다는 반응을 남겼다.
ㄴ 좋은데?
ㄴ 와, 나 클래식 도빈이가 하는 거 말곤 1도 안 들었는데 잘하는 사람 진짜 많네.
ㄴ ㅋㅋㅋㅋㅋㅋ 다 좋은데 표정 왜 저 랰ㅋㅋㅋ
ㄴ 저게 다 연주에 몰입하고 있단 증거임.
ㄴ 나도 보기 좋은데.
ㄴ ㅋㅋㅋㅋ 좀 웃기긴 함.
그 뒤.
사회자가 이승희를 호명하자 사람 들은 큰 박수로 그녀를 맞이했다.
클래식 음악 팬들이라면 그녀의 무 대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만 큼 그녀의 개인 연주를 기다렸던 탓 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어린 첼리스 트가 베를린 필하모닉에 입단한 지 벌써 7년.
그 기간 동안 대한민국는 물론 베를린 필 일정 이외에는 달리 연주회 가 없었기에, 그녀의 팬들은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 된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첼로’를 기대하였다.
곧 이승희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드레스가 아닌 흰 슈트를 입고 나온 그녀에게 관중들은 더 큰 환호를 보냈다.
ㄴ 진짜 기대된다.
ㄴ 뭐 연주하는지 아는 사람?
ㄴ 언니 넘 멋져요 ㅠㅠ
ㄴ 가스파르 카사도.
ㄴ ??
ㄴ 그런 사람이 있음.
ㄴ 근데 피아노는 왜 있지?
ㄴ 다음이 도빈이라서 미리 가져다 놨나?
ㄴ 어떤 미친놈이 다음 연주자 악기를 가져다놔. 진짜 예의 없는 짓임. 독주 한 곡 하고 다음에 협주곡 하나 보지.
ㄴ 몰라서 묻는 거 같은데 그렇게 답하는 너도 진짜 예의 없어 보인다.
ㄴ 저 피아노 뺐다 넣다 하는 게 얼마나 손 가는 일인지 아냐;; 피아노 가 들어가는 연주가 사이사이에 있으니까 두는 거지. 저런 경우 꽤 있어. 조금 안다고 사람 무시해.
잔뜩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이승희가 가스파르 카사도(바르셀 로나 출신의 첼리스트이자 작곡가) 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서곡, 판타지아.
사다나 (Danza: 춤)
인테르메초 단자 피날레까지.
그 대범한 연주에 사람들은 몰입하였다. 특히 사다나를 연주할 때는 알 수 없는 이국적 느낌에 흥이 달아올랐다.
연주가 끝나고.
다들 더욱 큰 박수를 보내는데.
턱시도 복장을 한 소년이 무대 위 에 올라왔다.
ㄴ 도빈이잖아.
ㄴ 도빈이네.
ㄴ 도주 아니었음?
ㄴ 몰라. 이벤트인가?
ㄴ 도빈이 옷 너무 잘 어울린다.
ㄴ 배도빈이 베를린 필 간 게 이승희가 설득해서 간 거라고 하던데. 그게 아니라도 베를린 필에서 친해 진 모양임.
한편 생중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 만큼이나 현장의 관객들도 배도빈의 등장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팜플렛에는 이승희의 독주라고만 소개되어 있었기에 그러했다.
그러나 명절을 기념하는 무대.
이런 이벤트가 있어야 흥이 더 사는 건 사실이다.
두 천재의 협연을 듣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고 말이다.
팬들은 가장 격렬한 피아니스트인 배도빈과 가장 힘 있는 첼리스트인 이승희가 어떤 곡을 연주할지.
너무나 기대되었다.
그런데 NBC 생중계 화면에 이해 할 수 없는 자막이 올라왔다.
[Train to the so니th with rain. D flat minor. Transcriptions by Do-bean]
ㄴ 뭐라는 거냐?
ㄴ 설맠ㅋㅋㅋㅋ
ㄴ 아니, 한국 사람들 보는 걸 왜 영어 자막을 달고 난리야?
ㄴ 일부러 그랬을걸ㅋㅋㅋㅋ
ㄴ NBC 약 빨았넼ㅋㅋㅋ
ㄴ D플랫단조 드립 뭐냨ㅋㅋ
첫 음부터.
배도빈의 화려한 연주가 시작되었다. 급격하게 고조되는 도입부 뒤에 따라 들어오는 첼로.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였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관중들과 시청자들도 그들이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그 멜로디가 귀에 꽂히자 웃 음을 지었다.
잔뜩 숙연했던 연주회장의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챈 이승희와 배도빈은 더욱 템포를 끌어올렸다.
그것을 본 한지석 한국 클래식 협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보다 권위 있고 품위 있는, 화려한 출연진은 없지만 그렇다고 뻣뻣하게 격식만 차릴 이유는 없었다.
도리어 한국 클래식 협회는 추석을 맞이한 이번 대규모 공연으로 한국 클래식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생기 길 바랐다.
그러기 위한 이런 작은 이벤트는 도리어 환영이었다.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세대를 아우르는 곡에 이만한 스탠 더드 넘버 (Standard number: 어느 시대에나 관계없이 오랫동안 늘 연주되어 온 곡)도 없으니까.
‘자꾸만 멀어지는데〜’
만약 클래식 음악 연주회가 아니었다면 절로 불렀을 노래.
한지석은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만 봐도 즐거운 이벤트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ㄴ 흥 봐랔ㅋㅋㅋㅋ
ㄴ 왘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편곡하넼ㅋㅋㅋ, 음 꽉 찬 거 봨ㅋㅋ
ㄴ 난 좀 그런데. 다른 좋은 곡 많은데 굳이 대중가요를 했어야 했나?
ㄴ 엌ㅋㅋㅋ 사람들 어깨 으쓱거리는 거 봨ㅋㅋㅋㅋ 속으론 이미 따라 부르고 있닼ㅋㅋ
ㄴ 어차피 단발성 이벤트임.
ㄴ 너 연주회 안 다녀봤지? 단독 콘서트 다니면 이런 경우 꽤 있다. 더군다나 명절 특집인데 저런 이벤트도 있어야지.
ㄴ 뽕삘 합격
이승희가 아이디어를 낸 배도빈, 이승희의 ‘남쪽기차’ 연주는 연주회 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심쩍어하던 배도빈도 연주를 끝 낸 뒤 앞선 그 어떤 연주보다도 큰 환호를 듣고선 안심했다.
배도빈이 대중음악을 전혀 안 듣는 것은 아니었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 으러 온 사람들이 좋아할지에 대해 서는 의문을 가졌는데.
‘다들 개인 콘서트에선 앙코르로 한다구.’
이승희의 말이 맞았던 모양이라 여 긴 배도빈은 이승희와 함께 인사를 하곤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추석 특집 클래식 in 코리아의 1부가 끝나고.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2부가 준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