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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82화 (82/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082화

    19. 8살, 입학(5)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천재의 비밀]

    [유명 음악가 배도빈과 WH그룹의 관계 밝혀지다!

    [재벌가의 숨은 자식. 왜 지금에서 야 알려졌나]

    배도빈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배도빈이 과연 어떤 학교로 진학할 지에 대해 조사하던 한 기자가 밝혀 낸 이 사실은 한 일간지를 통해 알려 졌고.

    배도빈 본인과 가족 그리고 유장혁 회장이 이에 긍정하면서 관련 일화는 일파만파 퍼져갔다.

    이러한 내용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능력만으로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한 줄로만 알았던 배도빈이 사실은 재벌가, 그것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WH그 룹 유장혁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손 자라는 데에서 여러 말이 나올 수밖 에 없었다.

    사실 여부가 어떠하든.

    지금까지 전 국민이 배도빈을 열렬히 응원하던 분위기였던데 반해 그를 시기하는 부류가 생긴 것이다.

    ㄴ 와 놀랐다.

    ㄴ 내 이럴 줄 알았어. 천재는 무슨. 대여섯 살짜리가 마에스트로는 무 슨. 지금까지 전부 다 언플이었네.

    ㄴ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 자제 좀. 배도빈에 대한 평 좀 찾아보고 말해라.

    ㄴ 그러니까 그게 다 돈 쥐어주고 하는 거 아니냐고. 상식적으로 중학 생 고등학생도 아니고 학교도 안 들 어간 애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천재는 개뿔. 100 % 주작.

    ㄴ 배도빈 연주회 가보긴 했냐? 그 냥 잘하는 게 아니라 세계 톱 수준 이다. 지금 우리나라 음악가들도 배도빈에 대한 인터뷰에선 전부 함께 하고 싶다는데 주작이라니.

    ㄴ 푸르트벵글러 그 꼬장 쩌는 할배 가 인정한 배도빈이다. 그 아저씨도 WH가 매수했다고? 그 아저씨 다른 곳에서 수십억씩 준다 해도 베를린 필에 남은 사람이야.

    ㄴ 베를린 필처럼 자존심 강한 곳이 지휘를 맡길 정도면 이미 끝난 이야 기임. 여기서 헛소리하는 애들 죄다 클래식이라곤 듣지도 않는 놈들이겠지.

    ㄴ 니가 뭔데 톱이래. 연주회 몇 번 다닌 걸로 아는 척 돋네.

    ㄴ 도빈이 사진 넘 귀엽게 나왔다

    ㄴ 지휰 ㅋㅋㅋㅋㅋ 고작 한 번 했다

    ㄴ 과대평가 쩌넼ㅋㅋ

    ㄴ 이 와중에 얼빠 극혐.

    ㄴ 애초에 작곡을 스스로 했는지 대 리 작성을 했는지 어태 아는데? 활 동 보면 거진 다 작곡이잖아.

    ㄴ그런 곡 만들어서 자기 이름 파는 사람 있으면 빡대가리지 븅신아. 저작권료만 해도 평생 놀고먹을 텐 데.

    ㄴ 그러니까 유장혁이면 그런 거 사 줄 수 있을 거 아니야. 돈 충분히 주고.

    ㄴ 이거 캡쳐함. 인생은 실전이야.

    ㄴ 도빈이 곧 학교 가네. 가방 멘 모습 보고 싶다아.

    유장혁 회장과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배도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 워진 것은 사실이나.

    그로 인한 반작용은 꽤 심했다.

    관련이 없는 사람부터 WH그룹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까 지 배도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달았다.

    이것을 예측하지 못한 유장혁이 아니었으나 기사를 막지 않은 데에는 배도빈의 반응이 한몫했다.

    근거 없는 헛소리가 난무했음에도.

    샛별 엔터테인먼트가 관리했음에도 스마트폰을 다루기 시작한 배도빈은 자연스럽게 그 악플들을 접했다.

    “……엄마 없다? 이건 뭔 말이지. 누나, 이게 무슨 뜻이에요?”

    “뭔데? 헐.”

    ‘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도빈아, 이런 거 보면 안 돼.”

    히무라와 박선영의 만류에 배도빈 은 사촌형 배영빈에게 연락해 댓글 중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 물었다.

    “도빈이가 상처 받으면 어쩌죠?”

    “어쩌긴. 많이 사랑해 줘야지.”

    유장혁과 유진희 배영준 부부.

    그리고 히무라 등 많은 사람이 배도빈의 정신 건강을 걱정했는데.

    배도빈은 너무도 태연했다.

    “할 짓 없는 인간들이네.”

    “……도빈아, 괜찮은 거냐. 할아버 지가 이 못된 놈들을.”

    “신경 쓰지 마세요. 저러고 살다 죽겠죠.”

    “그리고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 하 지 뭐라 하겠어요. 그냥 두세요. 괜찮아요.”

    “흐음.”

    “아, 근데 엄마 아빠랑 할아버지 욕한 사람들은 좀 잡아주세요. 걔들 은 좀 심하더라고요.”

    “녀석. 할아버지 생각해 주는 게냐.”

    할아버지가 기특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예로부터 부모자식 욕은 목 내밀 고 하는 거지.’

    외할아버지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뭔가 조금 시끄러워졌는데 굳이 상 관할 일은 아니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듯.

    인터넷에 망상이나 헛소리를 써대는 신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 니지만 예전엔 더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내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기 싫었다.

    바쁜 할아버지가 그쪽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렇고.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굳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실 필요는 없다.

    더욱이.

    귀국 후에는 매일같이 채은이에게 잡혀 살다시피 해서 힘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도 내 예상과 달리 채은이는 악보 보는 법을 전부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간 내가 가르쳐 준 것도 까먹고 오직 내가 연주해 녹음한 것만 듣고 연습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분명 실력은 껑충 뛴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좋아졌다.

    덕분에 ‘차채은을 위한 연습곡’의 열 곡 모두를 함께 연주하는 데 석 달을 꼬박 보내고 말았다.

    내가 인정하는 천재는 그 재능을 노력으로 개화한 사람인데 채은이는 너무도 편중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도리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록 악보도 못 보고 음악적 지식을 쌓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뛰어난 음감과 박자 감각으로 내 연주를 따라한다.

    정말 큰 문제는 단순히 내 연주를 따라한다는 건데, 치고 싶은 대로 연주하라 해도 고개를 저을 뿐이다.

    “오빠 피아노가 좋아.”

    라는 말로 답하니 어쩔 수 없을 뿐.

    저 재능이 어떻게 꽃피울지, 언제 그 아름다운 잎을 만개할지 기다려 진다.

    2월 둘째 주 일요일.

    여독을 풀자마자 히무라와 박선영 과 함께 또다시 미국으로 와버렸다.

    미국에서의 일정이 너무도 길었기 때문에 다들 깜빡하고 있었는데 그 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채은이가 또 미국에 간다고 하니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솔직 히 나도 오고 싶지 않았다.

    음식도 맛없고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이니까.

    “이제 싫어어!”

    “나도 싫어요.”

    “……그러게. 나도 조금 지치네.”

    아무튼 이번에는 일정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일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다.

    입학도 얼마 남지 않았고 말이다.

    “최소한 숙소에서 쉬다가 시상식만 끝내고 돌아가요, 히무라.”

    “그래. 그러도록 하자.”

    히무라와 이야기해서 최대한 일정을 줄였지만 어쩔 수 없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시상식 전 날, 사카모토 료이치와 합류했다.

    “금방 다시 보게 되었구만.”

    “그러게요.”

    “뭔가 지친 모양인데, 어디 안 좋은가?”

    본가가 미국에 있다는 사카모토 료이치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나는 죽을 맛이다.

    “사카모토 선생님, 건강하시네요.”

    “오. 블레하츠. 자네도 왔구만.”

    “친한 친구가 노미네이트되어서 말이죠. 놀러왔습니다.”

    “하하하. 그렇구만. 아, 이쪽은.”

    “알고 있습니다. 천재 배도빈. 베를린 필에서는 꼬마 악마라 부른다지요?”

    “하하하하! 도빈 군이 워낙 깐깐해 야지. 사실 이번 작업 함께할 때 나도 고생깨나 했다네.”

    “하하하!”

    ‘뭐라는 거야.’

    두 사람이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조금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도빈 군, 인사하게. 이쪽은 미카엘 블레하츠. 내가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지.”

    “반가워, 도빈 군.”

    미카엘 블레하츠라는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사카모토 료이치가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라니.

    어떤 연주를 하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반가워요, 블레하츠.”

    악수를 나누었다.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였다고 소개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요즘 보니 가장 총애하는 사람은 도빈 군 같던데.”

    “짐! 자네 괜찮은가!”

    ‘ 짐?’

    블레하츠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서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웃으며 다가왔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인데 그 인자한 얼굴에 눈만큼 은 강렬히 빛났다.

    “처음이지? 정말 반갑다. 한스 짐이라고 해.”

    “아!”

    본래 블랙 나이트 트릴로지의 음악 감독이었던 사람.

    3편인 인크리즈도 내정되어 있었지만 건강이 나빠져 나를 추천했다던 한스 짐이다.

    블랙 나이트의 1편과 2편을 보면서 그의 음악에 크게 감격했기 때문 에 이렇게 보게 된 것에 감격했다.

    “반가워요, 짐. 정말 반가워요.”

    “하하하하! 이거 이렇게나 기뻐해 줄 줄이야.”

    건강이 많이 안 좋았다고 들었는 데, 다행히 완쾌한 모양인지 겉으로 봐서는 정말 멀쩡해 보였다.

    “블랙 나이트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최고였어요.”

    진심이었다.

    “나는 인크리즈가 최고라 생각했는

    데 이거 생각이 갈리는군. 하하하!”

    유쾌한 사람이다.

    그러나 음악을 이야기할 때는 눈빛 과 자세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사카모토 료이치는 한스 짐과 블레 하츠 그리고 나를 LA에 있는 자신의 본가로 초대했다.

    내일 일정이 있지만.

    사카모토 료이치, 블레하츠 그리고 내가 피아노를 돌아가며 연주했다.

    밤새도록 음악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서로의 곡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데, 너무도 날카로운 눈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나조차 칭찬에 인색하지만.

    서로의 단점을 꼬집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진심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

    특히 나는 블레하츠의 쇼팽을 듣고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다지도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기뻤다.

    빈틈없는 연주를 기반으로 한 그의 피아노는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그 깊이를 잘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 본 현대인 중 피아노를 가장 잘 치는 사카모토 료이치가 가장 사랑한다고 할 만했다.

    더불어 한스 짐의 음악적 철학관은 그가 독일어를 할 줄 알아서 너무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거 일곱 살짜리한테 한 수 배울 줄은 몰랐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40대 젊은이에게 이렇게나 감명 받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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