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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74화 (74/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074화

    19. 7살, 불협화음(1)

    ‘괜찮으려나.’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걱정을 했다.

    나를 잘 따르던 만큼 놀랐을 텐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울면서 떼를 쓸 테니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역시 잘 달래주고 올 것을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느 순간 잠 들었는데 두 번 정도 깬 뒤에 미국 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루드 캣의 직원이 마중을 나와 있었고 그의 안내를 받아 루드 캣의 사옥에 도착했다.

    옅은 베이지색 건물과 그 앞에 자 리한 분수대를 햇빛이 찬란히 비추었다.

    생각보다 평범한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전혀 딴 판이다.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넓은 강당에 벽조차 없이 자리한 책상들 틈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에 집 중하거나.

    놀고 있다.

    ‘뭐지.’

    회사라는 곳은 일을 하는 곳이라 들었는데 게임을 한다든가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공항에서 미팅실까지 안내해준 사람이 방을 나섰다.

    “신기한 곳이네요.”

    “그러게. 나도 게임 회사는 처음이라. 꽤 자유로운 분위기 같아.”

    “게임하던 사람도 있던데. 그것도 일인가 봐요?”

    “그렇겠지?”

    히무라와 박선영도 신기한 모양이다.

    역시 일반적인 모습은 아닌 듯하다.

    이내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없고 턱이 크며 근육질 이다. 이런 곳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운동선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갑습니다. 더 퍼스트 오브 미의 기획자 제임스 터너입니다.”

    “안녕하세요, 배도빈이에요.”

    “반갑습니다, 터너. 히무라 쇼우입니다.”

    인사를 나눈 뒤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진행했다.

    “첫 미팅이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배, 당신의 역량을 신뢰합니다.”

    박선영이 열심히 통역해 주고 있다.

    “특히 인크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음악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함께하길 바랐던 거고요.”

    “네.”

    다른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작품을 듣고 초청을 한 거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슬며시 웃는 제임스 터너를 보며 나도 미소 지었다.

    “장담하건대 더 퍼스트 오브 미는 최고의 게임이 될 겁니다. 최고의 작가진이 모여 만든 스토리와 매력 적인 캐릭터가 있고 게임성을 갖추 기 위해 루드 캣의 모든 역량을 집 중하고 있습니다.”

    루드 캣이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는 히무라를 통해 익히 들었다.

    잘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1988년에 설립되어 플레이블록이 란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만든 모든 게임이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그쪽에서는 최고의 회사 중 하나라는 말로 이해했다.

    “게임을 해본 적 있습니까?”

    “ 없어요.”

    고개를 한 번 굳게 끄덕인 제임스 터너가 계속해 말을 해나갔다.

    “게임은 정말 여러 요소가 집합된 분야입니다. 당연히, 음악 역시 필수 적인 요소죠. 인크리즈에서 보여주셨던 것처럼 더 퍼스트 오브 미의 배경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터너. 저도 잘 부탁해요.”

    제임스 터너와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에 그는 게임이란 문화와 더 퍼 스트 오브 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때로는 내 질 문에 성실히 대답해 주었다.

    그 대화가 오리지널 스코어 작업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일.

    마찬가지로 하루 뒤에 도착한 사카모토 료이치도 이런저런 말을 해주었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정말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되지. 그래서 음악이 더욱 중요한 걸세. 소리가 없다면 얼마나 지겹겠는가.”

    옳은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자극적이라도 안 되네. 게임 몰입에 도리어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피로 감을 느끼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필요한 게야. 단순히 훌륭한 음악을 만든다고 해서 좋은 게임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다.

    이 부분에 대한 조절은 직접 작업을 해나가면서 사카모토와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자네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루드 캣은 이 게임에 사용될 음악에 대해 정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네. 분명 제법 큰돈을 받았겠지?”

    씩 하고 웃으니 사카모토 료이치도 함께 웃었다.

    “껄껄. 보통 게임 음악을 작곡하는데 받는 비용은 생각보다 낮은 편이 야. 30분 정도의 음악을 만드는 데 30,000달러. 유명한 사람이면 75,00 0달러 정도를 받지. 1분당 300에서 600달라 꼴이야. 나도 몇 년 전에 음악 감독으로 작업했을 때 10만 달러를 받았지.”

    그 말을 듣고, 내가 지금까지 지나 치게 많은 돈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나 차이가 나요?”

    “응”

    사카모토 료이치가 물어보는 걸 꺼 려하기에 선뜻 말을 해주었다.

    굳이 말하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친구에게 감출 이유도 없다.

    “이번에는 35만 달러에 계약했어요.”

    다음 작품도 같은 조건에 계약을 했지만 말이다.

    “하하하! 이거 밥이라도 얻어먹어 야겠는데. 음. 아무래도 단기간에 보 여준 게 큰 것도 있겠지만 아마 매 절 형태라 그럴 것이네. 패키지 거 래와는 조금 다르지.”

    “패키지 거래요?”

    “지금까지 지니위즈나 블랙 나이트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들어준 뒤에 추가 수입이 있었나?”

    고개를 젓자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카모토 료이치가 계속 말을 해주었다.

    통역을 해주는 히무라는 자기가 몰랐던 게임 음악의 페이에 대한 이야 기라 열심히 무엇인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저렇게 노력하니, 계속 계약을 믿 고 맡길 수 있다.

    “패키지 거래란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들어주는 비용을 지불하고 거기서 나오는 추가 수익, 저작권 사용료에 대해서 비율을 맞춘다네. 작곡가에 따라 비율이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

    에는 정산 비율이 45퍼센트 정도로 진행하고 있네만 보통은 이보다 훨 씬 못 미친다네.”

    “그럼 앨범처럼 판매도 하겠네요?”

    “그렇지. 보통은 온라인으로 판매 하지만 뛰어난 몇몇 OST 앨범은 시중에 판매하기도 한다네.”

    “아, 도빈아 이건 알려줬는데.”

    “미안해요, 히무라. 히무라를 믿고 대충 들었나 봐요.”

    “껄껄껄 ”

    잠시 웃고.

    “그래서 초기 계약금에 차이가 나게 되는 거지. 그렇게 따져도 대단한 금액이야. 이거 부럽구만. 하하!”

    예전에 나카무라가 말해준 적 있는데, 사카모토 료이치의 자산이 100 억 엔이 넘는다고 한다.

    1억 달러.

    아이의 코 묻은 돈을 탐내다니, 오늘도 시폰 케이크를 얻어먹을 생각을 했다.

    배도빈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루드 캣은 게임을 제작하는 와중에 도 더 퍼스트 오브 미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했는데.

    배도빈이 음악 감독으로서 함께하 게 되었다는 소식마저 마케팅 무기 로 활용하였다.

    【리빙 레전드 사카모토. 마에스트로 배, 더 퍼스트 오브 미에 합류】

    지난 16일, 루드 캣이 작곡가 배도빈, 사카모토 료이치와 함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약 200,000,000달러으I 제작비가 들어간 루드 캣의 최신 기대작 더 퍼스트 오브 미 (The first of me. 이하 FOM)으I 총괄 제작자 제임스 터너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Q. 더 퍼스트 오브 미는 어떤 게임 인가?

    A. 훌륭한 서사를 갖춘 고전적인 형태의 게임이다.

    그러나 AI의 움직임이나 자유도, 사실적인 요소 등으로 전혀 다른 게 임처럼 느낄 것이다.

    Q. 이번에도 플레이박스 독점작인가?

    A. 그렇다. 플레이박스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Q. 플레이박스3의 부진에 비해 제작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팬들에게 한마디 하 자면?

    A. 플레이박스3의 부흥을 이끌 작품으로 자신한다. 기대해 달라.

    Q. 2011년과 2012년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 배도빈과 함께한 다고 들었다.

    A. 그의 음악은 불과 1, 2년 만에 첫음을 듣는 순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와 함께 하게 된 것에 대해 기획자로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Q. 배도빈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A. 새로운 작업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본 그는 열성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특히 제인이란 캐릭터에 대한 이해 도가 깊어 개인적으로는 제인 테마 곡이 가장 기대된다.

    Q. 살아 있는 전설, 사카모토 료이치와 함께할 정도로 특별히 OST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마에스트로 사카모토 료이치의 합 류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배도빈이 함께 작업할 사람으로 그를 선택했을 때 우리는 성공할 수밖 에 없다며 기뻐했다.

    OST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중 요한 요소다.

    더 퍼스트 오브 미는 서사를 중심으로 한 게임으로 게임성과 더불어 게임 내 모든 요소가 유저가 몰입할 수 있게 최고의 환경을 갖추려 한다.

    인터뷰 내내 제임스 터너는 자신감을 보였다.

    언체인드 시리즈를 비롯하여 수많은 명작을 만든 전통의 명가 루드 캣과 거대 자본 그리고 두 명의 거 장이 함께하는 더 퍼스트 오브 미에 대해 기대해 본다.

    해당 기사를 접한 루드 캣의 팬들은 환호했다.

    자신감 넘치는 기획자 제임스 터너의 말에 다들 믿고 한번 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이 기사가 번역되어 대한민국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가 자 한국의 플레이박스 유저들도 반 가워하긴 마찬가지였다.

    ㄴ 아 쌌다. 제임스 아재 패기에 지렸고요.

    ㄴ 진짜 소름 돋넼ㅋㅋㅋ 퍼오미 제 작비 실화냐? OST부터 개올인이네 배도빈이랑 사카모토면ㅋㅋㅋ

    ㄴ 루드 캣이 진짜 제대로 맘먹은 듯함。。

    ㄴ 언체인드나 빨리 만들어라아!

    ㄴ 님들 이거 데모 영상 봄? 그렇게 재밌어 보이진 않던데.

    ㄴ 그래픽은 개좋아 보이더만. 스토 리에 신경 썼다고 했으니 플레이해봐야 알듯?

    ㄴ인크리즈 보고 쌌는데 배도빈 진 짜 대박이네. 진짜 한국에 리얼 천재 나온 거냐?

    ㄴ 애국 마케팅 오지죠. 근데 예약 구매 언제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하고 사카모토와 함께 무릎을 쳤다.

    “이거, 이런 방법이 있었구만. 껄껄.”

    “사카모토.”

    "휴우.."

    옆에 있던 히무라가 살았다는 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스트리아 억양이 짙긴 해도 빈 필하모닉에서 콘서트마스터이자 지 휘자로 오래 활동한 사카모토의 독 일어 실력을 훌륭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푸르트벵글러 와 대화를 나눌 때도 독어로 했는 데, 왜 지금에서야 깨달았는지.

    아무튼. 작업은 순조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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