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6화 (6/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006화

4. 4살, 천재 작곡가(1)

사촌형 배영빈으로부터 보컬라이드를 조작하는 법을 배운 뒤로 1년.

나는 틈만 나면 배영빈의 컴퓨터 앞에서 곡을 쓰는 데 집중했다.

컴퓨터를 만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보컬라이드’라는 것마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다루진 못했다.

그러나 나의 창작 욕구를 막아설 순 없었다.

그렇게 1년 동안 작곡한 곡이 모 두 87였다.

그 와중에 클래식 장르가 86(자유 단계)에서 91(자유 단계)로 점수가 올랐다.

‘클래식’이라 함이 이전에 나와 그 리고 수많은 천재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지칭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나는, 그동안 어머니의 클래식 콜렉 션을 반복해서 듣는 데 주력했다.

프란츠 리스트, 쇼팽, 슈만, 요한

스트라우스, 바그너, 안토닌 드보르 자크 등 수많은 천재가 남긴 곡을 들으며.

나는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었다.

그간 ‘적막 속’에서 내 심연을 탐 구하며 적었던 곡들과는 다르게, 나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 행복하구나.’

비록 직접 연주를 한다든가 하는 일은 요원했지만 타는 갈증이 조금 은 해소되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내 음악을 듣는 사람이 적다는 것.

내 곡을 듣는 사람은 배영빈을 제외하곤 없었는데, 사촌형은 자꾸만 ‘인터넷’이라는 알 수 없는 무엇인 가에서 내가 작곡한 곡들이 100만 번 조회되었다며 난리도 그런 난리 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말은 차치하고.

요즘에는 조금 쉬고 있는데, 그것 은 새롭게 알게 된 클로드 드뷔시라는 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말로 ‘목신의 오후 전주 곡’이라고 번역된 제목의 관현악곡 은 정말이지 내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획기적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곡이 아닐 수 없었다.

“헉!”

“••••••형아, 쉿!”

한창 음악을 음미하고 있는 와중, 배영빈이 큰 소리를 내며 놀랐다.

내 말은 무시하는 건지 배영빈은 모니터를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신음을 내 고 있다.

‘쟤 왜 저래?’

조용히만 해준다면 좋겠건만, 아무 래도 드뷔시를 감상하는 일은 ‘우리 방’에서 해야 할 듯싶다.

“도, 도빈아. 크, 큰일. 큰일 났어. 엄청 큰일 났다고!”

“큰일?”

“이, 일본에서 너랑 계약하고 싶대!”

일본은 또 뭔가.

배영빈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며 인상을 썼다.

“사기 아닐까?”

“그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우리 도빈이가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다곤 해도, 어린아이가 재 미 삼아 만든 곡을 듣고 일본에 서……

“아니에요! 작은엄마, 진짜 아니에 요! 이거 진짜 엄청난 거예요! 진짜 라니까요? 엑스톤 모르세요?”

‘저 새끼가 우리 어머니께 말버릇 하곤.’

배영빈 덕분에 그나마 피아노가 없는 와중 곡을 쓰고 음을 듣곤 있지만.

어머니께 저렇게 성을 내며 달려들 다니.

언젠가 한번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부모님과 배영빈이 하는 들 어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린애에 불과한 내 말을 들을 리도 없기에 나는 어머니께서 사주신 오선지 공책에다가 음표를 적어나가고 있었다.

“보세요! 엑스톤 레이블이 있잖아요!”

“엑스톤이야 알지만……. 그렇게 유 명한 곳에서 우리 도빈이는 어떻게 알고 연락했는지 모르잖니.”

“제가 도빈이가 만든 곡 인터넷에 올렸는데 조회 수가 엄청났어요. 그 거 보고 연락한 게 틀림없어요.”

“설마.”

“아! 답답해! 도빈이 진짜 천재라 니까요?”

‘암. 천재지.’

배영빈도 가끔 맞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조금은 봐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래도……. 어쩌죠, 여보?”

“글쎄……

두 분 부모님은 고민하시는 중.

일본인지 뭔지에서 온 계약 요청이 마음에 걸리시는 듯했다.

사실 예전에야 출판사에서 내 악보를 얻고자 수도 없이 많이 왔던 걸 생각해 보면 익숙한 일이지만.

‘내 곡도 안 들어보고?’

그때야 내 이름이 알려져 있어서 신곡을 쓰기도 전에 계약을 해달라 고 하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지만.

지금은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아들 배도빈일 뿐이다.

4살짜리 아이에게 계약을 하러 온다니.

내가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부모님이 망설이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보다 사기는 아닐지에 대 해 잘 생각해 보는 것이 맞다.

“이이익! 그럼 들어보세요! 도빈이 가 만든 거 들어보시고 말해요.”

뭐가 그리도 분한지.

배영빈이 자기 방으로 뛰쳐 들어가 더니 MP3라는 작은 오디오와 스피 커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내가 작곡한 곡을 틀기 시 작했는데,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고.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세상에……

많이 놀라셨다.

‘자기 자식이 천재라는 걸 알면 놀 랄 수도 있지. 그래도 좋아하시니 다행이네.’

분명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나를 끌어다 앉혀놓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어 보셨다.

다그치듯 묻는 그 모습에서 얼핏, ‘요한 반 베트호펜’의 모습이 비치는 듯하여 순간 걱정이 되었다.

‘이분들도 나를 이용하려 들면 어 쩌지.’

그러나 그것은 잠시간의 기우에 불 과했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께 서 나를 와락 끌어안으셨다.

“우리 도빈이가 이렇게나 기특하다 니. 엄마는 네가 계속 컴퓨터 앞에 만 앉아 있어서 벌써부터 그러면 어 쩌나 걱정했잖니.”

이제 보니 뭔가 기쁜 것보다는 안 도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반면 아버지께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참. 아빠 잘못 만나서 이렇게 재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끝을 흐리셨는데 아마도 음악을 하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일 터.

예나 지금이나 그런 것은 비슷해 보였다.

배영빈을 통해 컴퓨터 사용법을 조 금 익힌 나는 이곳,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법에 대해 찾아봤는데 역시 나 대학이 있었다.

아무래도 현대 음악을 배우려면 그 쪽 관련 학교로 진학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또 변화해 온 음악을 알고 싶단 마음이 컸는데.

우리 집 형편으로는 말도 안 될 듯하여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던 중 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를 후원해 주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잔뜩 받아내 어 머니, 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다.

조금 나이를 먹은 뒤에는 내 악보를 팔아도 우리 가족이 먹고사는 데 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과는 별개로 다행히,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정말 로 나를 ‘자식’으로 생각하시는 듯 했다.

어머니가 나를 꼭 끌어안으시는 것 에서 그리 느꼈고.

나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할 거 란 생각에 벌써부터 자책하는 아버 지를 보며 나는 다짐했다.

“……여보, 아무래도 나는 반대야. 우리 도빈이가 지금 몇 살인데 벌써 부터 이런 일을 해. 설사 잘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이르다고 봐.”

“아니라고요! 진짜라고요! 작은아 빠, 이거 듣고도 그러시는 거예요? 아, 진짜 답답해!”

“씁. 영빈아, 가만있어.”

그나마 인자한 큰아버지가 드물게 배영빈을 혼내 자리에 앉혔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게다가 일본이면 우리도 따라가야 할 텐데 아무래도……

“……후우. 도빈아, 미안하다. 이게 다 아빠 잘못이야. 아빠 잘못.”

막 이야기가 마무리되려던 차에 배 영빈이 큰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

“아이 참! 작은아빠, 작은엄마! 이 거 안 보이세요? 도빈이가 만든 8 개 노래 계약금만 천만 엔이에요! 1 억이라고요! 돈 걱정은 대체 왜 하시는데요!”

뭐라?

“할래!”

“도빈아?”

“할 거야! 엄마, 나 할래요!”

1억? 1억?

비싸서 사달라는 말은 못 하고 배영빈이 가끔씩 줄 때만 먹는 허쉬 초콜릿이 천 원인데 1억?

“돈 좋아!”

아직 어휘력이 부족해서 정확한 뜻

전달은 못 하지만, 나는 돈이 필요 하다.

현재의 음악을 보다 잘 알고 싶어 서라도.

힘겹게 사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1 억이라니.

완전 좋은 계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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