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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살로 피사로는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이복동생으로, 프란시스코 피사로를 따라 잉카제국을 정복하는 것에 커다란 공과(功過)를 남겼다. 비록 엄청난 과오가 있었지만 나름의 큰 공도 있었다.
그래서 곤살로는 물론이고 그의 부하들도 대거 엔코미엔다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수많은 과오들이 발목을 잡았다. 또한 곤살로 무리들의 망나니 같은 행보는 그칠 줄을 몰랐다.
카를로스 1세는 아메리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엔코멘데로들에 대한 권한을 박탈하고 자신이 직접 임명한 부왕을 본국에서 보내어 통치하게 하였다. 이는 곤살로와 그의 부하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이었다.
페루의 부왕으로 임명된 블라스코 누녜스 벨라가 왕명을 선포하고, 엔코미엔다를 회수하기 시작하자, 그들은 곤살로 피사로에게 반란을 일으켜 달라고 요청했다. 곤살로는 카를로스 1세가 자신에게 줄 페루 총독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소식에 화가 난 상태였다.
곤살로는 즉시 엔코멘데로들의 요청을 승낙하고 페루 부왕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에 나선 곤살로는 초기엔 페루 부왕을 처치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약 2년 동안 스스로 페루 총독에 올라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카를로스 1세는 페루에서 일어난 반란을 해결하기 위해, 엔코멘데로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했던 엔코미엔다 권한박탈을 일부 철회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곤살로의 부하들을 회유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곤살로는 고립되었고 이후 전투에서 대패, 1548년 반란죄로 참수당했다.
곤살로 피사로의 반란은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그의 반란으로 인해 인디아스 신법의 적용은 실질적으로 유예 내지는 철회된 셈 이었다. 다시 말해 엔코미엔다 제도는 곤살로의 뜻대로 살아남았다.
그런데, 곤살로 피사로의 후손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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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로 후작은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페루 부왕 산티아고가 아주 거슬리는구나!”
페드로는 비릿하게 웃으며 침묵했다. 피사로 후작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기다렸다. 그럼에도 페드로는 말이 없었다. 피사로 후작은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산티아고가 콘셉시온 후작을 암살한 것 같다. 얼마 전, 나와 함께 산티아고를 찾아갔었는데 콘셉시온 후작이 좀 험한 말을 했어. 고매하신 본토 귀족께서는 그걸 참지 못한 모양이다. 선전포고를 했으니 마땅히 응해야지. 흥! 아마 우릴 상대할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네가 산티아고를 처리해. 섣불리 건드렸다간 과거의 사례(곤살로 피사로의 반란을 뜻함)가 있으니 아주 은밀하게... 엔코미엔다, 아니 우리 영지가 국왕에게 회수되는 선례를 만들어선 절대 안 되니까.”
피사로 후작은 말을 마치고는 가만히 페드로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페드로의 입이 열렸다.
“대가는요?”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거래는 아쉬운 사람이 먼저 말하는 법입니다. 후작님께서 합당한 대가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섭니다.”
피사로 후작은 훗!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 결심한 듯 말했다.
“이번에 콘셉시온 후작의 영지가 비었다. 에콰도르에 위치한 대농장과 재산들이 한 가득이지. 우리가 너를 보증한다면... 네가 페드로 콘셉시온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거다.”
페드로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후작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그럼 이만.”
피사로 후작은 집무실을 나서는 페드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선 꺼내지 않았던 말을 마쳤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이윽고 피사로 후작의 집무실은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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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페루 리마.
페루 부왕 산티아고가 갑자기 사라졌다!
산티아고의 실종은 부관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그렇게 산티아고가 돌연 실종되고 곧바로 시작된 수색작업은, 점차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부왕이 사라진 마지막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수색의 원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넓은 페루 전역은 불가능했기에 리마 시내와 인근 지역만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산타아고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자연히 리마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에 부왕령 관리들은 스페인 본토와 누에바에스퍄냐 부왕령에 긴급보고를 올렸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도 보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였다.
따라서 스페인 본토에서 새로운 부왕이 올 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리마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거기엔 피사로 후작과 엔코멘데로들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피사로 후작은 산티아고 부왕의 실종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수색작전에 적극 참가했다. 또한 페루 부왕령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모든 엔코멘데로들이 힘껏 도울 것이라고 지지를 약속했다.
페루 부왕령은 엔코멘데로들의 헌신적 노력에 감동했다.
그 혼란의 와중에 크리욜 출신 부관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살했다. 또 에콰도르 콘셉시온 후작의 상속자 중 하나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생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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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리마 인근 피사로 후작의 대저택.
대저택의 밀실에서 피사로 후작의 심복으로 알려진 집사가 목을 움켜쥐며 꺽꺽거렸다. 그러길 잠시, 집사는 집무실 바닥에 쓰러졌고 이내 숨을 거두었다. 곧이어 몇몇 사람들이 집사의 시체를 어디론가 옮겼다.
“후우!”
피사로 후작은 집사를 끝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페드로는 부관을 설득해서 부왕을 유인했고 집사와 함께 처리했다. 부관은 페드로와 집사가 자살로 위장해서 죽였고, 집사는 페드로를 암매장했다.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마지막으로, 피사로 후작은 충직한 집사마저 독이 든 술로 처리했다. 정말 아까운 자였지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어쩔 수 없었다. 엔코멘데로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
피사로 후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무실로 향했다. 그와 엔코멘데로들은 모두가 원하는 대로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콘셉시온 후작을 살해한 진짜 흑막은 산티아고가 아니었으니까...
사실 봉건영주의 영지(?)를 회수한다는 것은 전쟁 외엔 답이 없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절대적인 패권국가였다. 따라서 피사로 후작은 곤살로 피사로의 전례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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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남아메리카 잉굴다이의 막사.
잉굴다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최근 하는 일마다 정말 술술 잘 풀렸다. 거기에 한국 정보국의 첩보와 오이라의 보고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럼 리마 요새(레알 펠리페 요새)는 당장 들이칠 수 없겠군.”
“그렇습니다 한!”
“결국 원주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부왕령 군대가 리마 요새를 비우도록 유도해야 하겠어. 리마 요새는 화포의 지원이 없으면 정면 공격이 불가능하겠다. 참! 원주민 군사교육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한국 정보국에서 주요부족들에게 연통을 돌렸답니다. 군사교육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쿠스코 인근 4대 부족들은 모두 참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잉굴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어쩔 수 없지. 당분간 정보국과 협의한 다음, 한적한 곳에 위치한 엔코멘데로를 목표물로 삼아서 처단해! 가급적 우리 야영지에서 먼 곳으로. 아주 은밀하게.”
“네 알겠습니다!”
오이라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는 막사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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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리마 시내 한국 정보국 안가(安家).
춘복은 이만복 과장에게 먼저 보고했다.
“과장님! 산티아고 부왕 실종은...”
“그래서 누구라고 생각하지?”
“솔직히 산티아고 부왕의 평판이 워낙 나빠서 말이 많습니다. 크리욜, 부왕령 관리, 엔코멘데로 등등 불만을 가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사설이 길다. 가장 유력하게 용의선상에 오른 자는 누구야?”
“물론 크리욜 출신 부관입니다. 평소 산티아고 부왕이 부관을 홀대, 아니 학대했거든요. 많은 부왕령 사람들이 목격한 것입니다. 게다가 부관이 죄책감에 자살했다고 하니... 부왕령 관리들 대다수는 부관이 앙심을 품고 부왕을 살해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춘복이 네 판단도 부관이냐?”
춘복은 이만복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제 생각에 부관은 절대 범인이 아닙니다! 부관의 가족은 리마에 거주하고 있는데 아내가 현재 임신 중입니다. 그가 제정신이라면 임신한 아내를 놔두고 부왕을 죽이진 않았겠지요. 또 자살이라니요? 최근에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녔다는 소문이 있어서 확인해 봤는데... 거기서 단서를 잡았습니다.”
“그럼...누구?”
“부관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과 피사로 후작의 집사가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부관, 돈을 빌려준 사람, 피사로 후작의 집사가 동시에 사라졌거든요. 부왕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지 않습니까? 이건 살인멸구(殺人滅口)가 분명합니다.”
이만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증거는?”
춘복이 역시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그건 찾고 있습니다. 아마 새로 부임한 에콰도르 총독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콘셉시온 후작의 상속자가 피사로 후작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만복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뭐? 이런... 목격자, 아니 증인은 확보했나?”
춘복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목격자나 증인이 따로 필요합니까? 우리야 소문만 내면 되는데요? 그러면 둘이 알아서 상잔(相殘)할 터이니 우린 편히 구경만 하면 됩니다.”
"크하핫!"
정보국 안가 내실은 오랜 만에 커다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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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호주 서울.
내각 대회의실.
내각은 격론 끝에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수상이 말문을 열었다.
“그럼 먼저 후금에는 정식으로 국서(國書)를 보내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합시다. 남아메리카에서 도르곤과 아이신기오로 씨족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록 본의는 아니었으나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각에서는 이에 대해 보상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세요. 또 금빈(후궁 화석공주 송고도)께서 병세가 심각한 것도 이번 참사가 그 이유일 겁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후금에 심심한 유감을 전하는 바입니다.”
수상은 잠시 고개를 숙이며 묵념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각은 다각도의 검토를 통해, 내각 명의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또한 내각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수상 명의로 보상 방안을 이행하겠습니다. 폐하께서 이토록 애통해 하시는 것을 안다면 후금에서도 감히 반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웅성웅성.
나는 후금에 대한 유감표명을 국왕의 명의로 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런데 내각은 수상 명의로 유감표명을 격하했다. 수상은 후금과의 외교적 위계문제를 우려했던 것이다. 나는 내각의 최종합의를 존중했다.
“수상의 우려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각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혹시나 후금에게 다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니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폐하!”
나는 다이샨을 떠올리며 그가 크게 기뻐하리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통성 문제 때문에 쫓아낸 형제들이었다. 도르곤, 아지거 등이 모두 죽었으니 오히려 좋아할 일이었다.
반면 화석공주 송고도(금빈)는 도르곤의 사망 소식에 식음을 전폐했다. 왕궁이 떠들썩하게 간병했지만 마음의 병은 쉽게 낫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둘이서 자주 만나는 것 같더니만... 도르곤과 금빈도 다이샨과의 밀약만 아니었다면 행복한 결말을 맞았을지도 몰랐다.
안타까운 여인... 나는 마음속으로 금빈이 어서 쾌차하기를 기원했다.
남아메리카 대학살 : 역사는 피를 먹고 자란다
[나는 스페인 사람이 있는 천국에는 절대 가지 않겠습니다.]
우앙카족 ‘앙아키나’는 스페인 신부의 개종 권유를 거절했다.
앙아키나는 1년 전 포토시 은광에 미타요로 끌려왔다. 하지만 가혹한 중노동을 견디다 못해 도주했다. 그리고 도주 중에 스페인 대농장주인 엔코멘데로의 토지를 침범했다는 죄목 등으로 화형이 선고됐다.
스페인 신부는 화형당하기 전 그에게 세례를 받고 카톨릭 신자가 되기를 권했던 것이다.
앙아키나는 의아했다. 그래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