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아즈텍과 잉카제국도 거대한 나라를 건국하고 유지한 경험이 있었다. 그들도 수십, 수백의 부족들. 수십 여개의 나라들을 정복하고 통합한 대제국임에 틀림없다. 그 후손들은... 특히 잉카 제국은 4개의 지역으로 크게 구분되며, 4개의 대부족들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스페인의 지배자들은 남아메리카에서 정말 소수만 존재했다.

설마 일거에 스페인 지배자들을 몰아낸다면... 원주민들이 그대로 복속될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도르곤은 진정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나는 도르곤이 남아메리카에 건국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제2의 스페인'이 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한 때 중원을 정복한 유목민족들이 불과 수백 년을 넘기지 못한 이유를... 도르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도르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다만 포토시 은광 쟁탈전의 결과가 문제였다.

'쯧쯧, 이제 도르곤에 대해선 손을 놔야겠지. 역시 잉카의 4개 대부족들을 지원해서 장기적으로 남아메리카의 독립을 추진하는 것이 낫겠군.'

나는 한숨을 쉬며 다음 안건에 몰두했다.

남아메리카 대격변의 시작

엔코미엔다(Encomienda, 스페인어 위탁, 위임)는 스페인 국왕이 식민지 정복자들에게 식민지 원주민을 위탁하는 제도였다. 이는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부여하는, 다시 말해 급부와 반대급부가 있는 오랜 스페인 봉건제도에서 유래했다.

스페인은 레콩키스타 과정에서 되찾은 이슬람교도들의 마을을 기사들에게 하사하고 그 통치를 위임했다. 그 기사들은 이슬람교도들을 보호(?)하고 종교적으로 교육시켜 그리스도의 어린 양으로 만들 의무가 부여됐다. 대신 그 이슬람교도 마을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1503년, 스페인 이사벨 여왕은 이 엔코미엔다 제도를 아메리카 대륙에 적용했다.

엔코미엔다 제도는 식민지 원주민의 보호와 종교적 교화를 통한 영혼의 구제를 명분으로 식민지 원주민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노예제도와 다를 바 없었다. 이를 통해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그에 맞는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이 제도는 스페인 봉건제도에서 유래한 만큼, 봉건제도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스페인 국왕의 충실한 신하(영주, 기사)인 정복자들이 각기 관할지역(영지)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스페인 정복자들은 엔코멘데로(엔코미엔다의 소유주를 뜻함)가 되어 식민지 원주민들 위에 군림했다. 엔코멘데로는 거대한 농지를 소유했고 크고 작은 도시의 책임자가 되었다. 이렇게 엔코멘데로는 스페인 본국을 위협할 만큼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가혹한 착취, 학대가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또한 천연두 등 아메리카에 없었던 신종 전염병들이 창궐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아메리카 식민지의 인구가 불과 수십 년 만에 반의 반 토막이 났다. 

스페인 국왕에게 식민지 원주민의 가혹한 착취는 별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식민지 운영에 있어서는 인구의 수 자체가 이익, 재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식민지 원주민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엔코멘데로 세력의 부상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위협이었다.

엔코멘데로 세력의 부상과 식민지 원주민 인구의 절멸이라는 심각한 문제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라스카사스 신부는 이 제도가 가족에 기반을 둔 사회를 파괴할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엔코미엔다 제도를 철폐하지 않으면 원주민 모두가 전멸하고 신이 무서운 징벌을 내려 스페인의 모든 것을 파멸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라스카사스 신부의 주장은 스페인 국왕의 이해관계와 일치했다. 그래서 카를로스 1세는 라스카사스 신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1542년 엔코미엔다를 폐지했다. 카를로스 1세는 엔코멘데로가 새로운 봉건귀족이 되어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이 되길 원치 않았다. 

그렇게 인디아스신법(Nueva Ley)이 공포되었다. 이 법은 원주민을 광산에 보내는 것, 진주 채취에 동원하는 것, 짐꾼으로 강제로 부리는 것 등 원주민 노예화와 강제노역을 금지했다. 또한 부득이하게 일을 시킬 경우에는 정당한 급료를 줘야했다.

인디아스신법에 의해서 식민지 원주민들은 최소한 법적으로 스페인 왕의 신민(臣民)이 되었으며 노예로 팔려가지 않고 고향에서 관습에 따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법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노동력 착취는 변함이 없었다. 페루 부왕령이 위치한 옛 잉카 제국의 곳곳에서는 엔코미엔다 제도 대신에 ‘미타(Mita)’라는 부역제도가 시행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디아스신법에 의해서도 식민지 원주민의 권익보호에 그 어떠한 실질적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해 인디아스신법은 유명무실했고 엔코미엔다 제도는 건재했다. 또한 식민지의 실질적 지배자는 여전히 엔코미엔다의 소유주인 엔코멘데로였다. 

엔코멘데로는 식민지에서 봉건귀족 영주와 같은 위치였다. 

그것은 페루 부왕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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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9년 7월 어느 날, 페루 리마.

페루 부왕의 집무실.

쾅!

“뭐라? 세금이 아직 절반도 걷히지 않았다니...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페루 부왕 산티아고는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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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부왕령은 책임지역이 넓은 만큼 부왕직할령, 그 외 하위 직책의 엔코멘데로들이 다스리는 행정단위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페루 부왕 산티아고는 부왕령의 수도인 리마와 인근지역을 직접 다스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행정단위 별 책임자인 엔코멘데로들이 책임지고 다스렸다.

식민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메리카의 금과 은을 스페인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식민지에서 거두어들이는 조세는 너무나 가혹했다. 교회에 내는 세금 디에시모(소득세 10%), 광산업에 부과되는 킨트(채굴광산물 총액의 20%), 기본 식량을 제외한 모든 물품에 부과되는 아르카바라(판매세 10%), 수출입상품에 걸린 아르모하리파스고(관세 10%), 특정상품에 대해 부과되는 전매세(소금, 담배, 술 등 모든 기호품) 등이 조세였다. 거기에 식민지 원주민 남자 모두에게 인두세가 부과되었다.

원주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타제도로 강제로 징발되었다. 그래서 미타요가 되어 교회, 귀족, 군대 등에 식량을 제공하는 농장에서 부역을 하거나 포토시 은광에서 일해야 했다. 여기에 엄청난 세금까지... 원주민들은 가혹한 식민통치에 신음했다.

이처럼 스페인의 막대한 국부(國富)는 혹독한 식민지 착취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식민지 착취의 최전선에는 엔코멘데로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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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 전하! 참으십시오. 지난 번, 마탄사스에서 수송선단을 약탈당한 이후로 엄청난 양을 새로 거두어들이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속히 세금을 거두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시지요.”

부관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부왕은 눈을 치켜뜨며 다시 고함을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본국에서 내려온 명령을 어기겠다는 것이냐? 본인들이 과연 누구 덕분에 식민지에서 영화를 누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단 것인가! 엔코미엔다 제도가 폐지된 것이 벌써 10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엔코미엔다를 회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본인이 알아서 내든지 빼앗아 내든지 할당량을 채우도록 명령해. 어서!”

“네... 알겠습니다...”

부관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간신히 대답했다. 그리고 부왕 집무실을 나섰다.

같은 시각, 리마 시내 한국 정보국 안가(安家).

정보국 이만복 과장은 한숨을 쉬었다.

“포토시 인구가 약15만으로 추산되고 절반가량이 원주민 미타요(미타제도로 강제노동 부역자)구나! 3년 간 동원된 미타요가 28만인데 남은 것이 8만이라... 후우, 이곳이야말로 인세의 지옥이구나. 축생도(畜生道)도 이보다 더하진 않을 것이다.”

이만복은 방안에 홀로 앉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포토시와 원주민의 이 같은 참상이 고민의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잉굴다이의 은밀한 제안이 고민의 근본적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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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와 동료들이 힘을 모아 도르곤을 죽이고 흐트러진 일들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폐하께서 저희들의 이 같은 행동을 용납해 주시고, 도르곤에게 약조한 것의 일부만이라도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를 받아주신다면 이 잉굴다이는 폐하의 충실한 번견(番犬)이 되겠습니다. 내일까지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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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곤이 기존 작전계획을 거부하고 엇나가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만복은 비밀지령에 따른 ‘비상작전계획’의 실행에 착수한 상태였다. ‘비상작전계획’은 단기와 장기계획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단기작전은 도르곤 세력과 스페인 페루 부왕령의 상잔(相殘)이었다.

만약 잉굴다이가 도르곤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기존 작전계획대로 행동한다면... 이만복으로서는 잉굴다이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본국의 수용 여부가 문제였다. 과연 이만복의 자체 판단으로 잉굴다이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을까? 

결국 이만복은 국왕의 평소 성정(性情)을 떠올리며 수용여부를 결단할 수 있었다.

이만복은 수하들을 불러 은밀히 여러 장의 서신을 어딘가로 보냈다.

다음 날 밤, 남아메리카 도르곤의 막사.

고산지대의 중턱 은밀한 곳에는 바람소리도 흉흉했다. 골짜기에서 타고 나오던 바람이 가시덤불에 걸려서 인지 귀로 듣는데도 손톱으로 긁는 소리처럼 소름이 돋았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이처럼 천변만화했다. 그래서 음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막사 앞에는 도르곤이 자리했다. 그 좌우에는 십여 명에 이르는 여진족 전사들이 삼엄하게 호위를 섰다. 도르곤이 자리한 단상 아래에는 잉굴다이를 비롯해서 후금 귀족들 여러 명이 묶여 널브러져 있었다. 

도르곤이 날카로운 눈으로 좌우를 쓸어보며 말했다.

“다 끌고 온 것이냐?”

수하 여진족 전사가 대답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포박해서 데려왔습니다.”

“흐음!”

도르곤이 한숨소리를 했다. 사뭇 분노한 얼굴이었다. 그가 잉굴다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잉굴다이! 네가 죽고 사는 건 오직 너의 행동에 달렸다. 알아듣겠느냐?”

잉굴다이는 말없이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도르곤이 잉굴다이 무리를 가리키며 크게 말했다.

“모두 들어라! 이들이 바로 반역자들이다. 잉굴다이는 내가 한국의 뜻을 거스르며 독단적으로 움직이려 한다고 정보국에 참소했다. 또한 감히 나를 죽이고자 했다. 하지만 정보국에선 잉굴다이의 이 같은 반역을 내게 소상히 알려주었다. 이것이 무얼 뜻하는지 알겠느냐? 나 도르곤이 여전히 한국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잉굴다이, 달리 할 말이 있느냐?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좋다!”

웅성웅성.

막사 앞에 모인 후금 왕족과 귀족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들 중 일부는 바쁘게 눈을 돌리며 세력의 유불리를 따졌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저 시키는 대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도르곤은 후금 귀족들이 적전(敵前)에서 분열(分裂)하는 것이 아닐까 조바심이 났다. 

후금을 떠나 먼 남아메리카로 온 이상, 누르하치의 옛 권위나 후금의 왕족이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원래 후금 자체가 여진족들의 연맹 또는 연합세력인 것과 마찬가지로, 도르곤의 세력도 후금출신 귀족들의 연합세력이었다. 

따라서 후금 귀족들마다 각자 독립된 부족세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도르곤이 보기에 이대로 가만 놔두면 거듭된 이합집산으로 세력자체가 깨질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후금 귀족들이 느슨하게나마 뭉쳐있었던 이유는 도르곤의 뛰어난 지휘능력과 한국의 각종 지원에 있었다. 

잉굴다이는 후금 귀족들이 가진 불안감을 아주 절묘하게 이용했다. 

도르곤이 아무리 뛰어난 지휘능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한국과 틀어져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이 먼 남아메리카에서... 후금 귀족들이 어찌 안심하고 도르곤을 따를 수 있겠는가! 

이것들은 도르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보국의 잉굴다이 서신을 드러내 보이면서 자신과 한국의 신뢰가 여전함을 과시했던 것이다.

그때 도르곤이 직접 등(燈)을 들고 후금 귀족들을 한 명 한 명을 비춰보며 물었다.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라! 이중에 정보국이 알려준 반역자가 또 있다, 알겠느냐? 딱 반 시간을 주겠다. 그 안에 자백하지 않으면 본인과 그 친족까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후금 귀족들은 서로 고개를 젓기만 했다. 대체 도르곤이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와들와들 떨고만 있었다. 그만큼 도르곤 주위로 감도는 살기가 대단했다. 

반대로 도르곤은 정보국이 알려준 반역자가 순순히 자백하지 않아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의 눈엔 핏발이 섰고 부아가 치밀어서 뜨거운 숨만 훅훅 뿜어댔다. 이때 도르곤은 분노 때문에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후금 귀족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반시간이 지나고 도르곤이 다시 말했다.

“이제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열을 셀 동안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죽일 것이다!”

그리고는 ‘하나, 둘, 셋...’하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도르곤이 막 아홉을 헤아렸을 때였다. 

“허허허! 이거 외인(外人)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한국 정보국 이만복 과장 일행이었다.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

1629년 7월 어느 날, 남아메리카 도르곤의 주둔지.

도르곤은 파안대소했다.

“하하하! 실례라니요? 남아메리카를 책임지는 한국 정보국 관리이시고, 또 우리 사이에 그리 예를 차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서 이리로 오시지요.” 

도르곤은 정보국 이만복 과장의 방문에 반색했다. 그래서 ‘한국’이라는 단어에 특히 힘을 주어 말했다.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며 한국과의 우의, 신뢰를 과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만복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다시 말했다.

“그럼 저도 잠시 이 자리에 서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따로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요.”

도르곤은 웃으면서 공손히 예를 갖추려는 이만복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말했다.

“귀빈이 오셨으니 반역자들의 처분은 잠시 미루겠다. 모두 각자의 막사에서 근신하라!”

이 같은 저자세, 또 중요한 내부 문제를 외부의 눈치를 보면서 즉시 처분하지 않는 것은... 도르곤의 오만불손했던 평소 성정(性情)을 보아,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후금 귀족들에게 치욕적인 행동이었다. 

하여간 도르곤과 이만복은 서로의 우의를 과시하며 함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막사에는 이만복 일행을 위로하기 위한 술상이 마련되었고 커다란 웃음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후금 귀족들은 도르곤의 이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정묘호란 당시, 주로 조선과의 주전파(主戰派)였다. 또한 홍타이지의 직계 또는 방계파벌들로 다이샨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래서 패전 후 호주로 밀려났으며, 곧이어 먼 남아메리카까지 반강제로 쫓겨났다. 

그들이 젊은 도르곤의 휘하에 들어가 남아메리카까지 온 가장 큰 이유는 여진족만의 자주독립국(自主獨立國)을 세우고자 함이었다. 그걸 이유로 안해(安海) 해전에 참전하고 한국군 기본군사훈련을 비롯한 온갖 치욕들을 감내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개국(開國)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역시 상호 평등하고 정당한 거래의 대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