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상선, 아니 해적선들이 가득해야할 항구에는 유럽식 갈레온들이 가득했다. 정확히는 정크인 융극선이 아니라 한국의 상선들이 가득했다. 정지룡의 저택과 항구의 창고들은 수백 명의 짐꾼들이 짐을 배에 옮겨 싣느라 정신이 없었다. 금과 은, 비단과 면포, 기타 진기한 물건들이 산더미 같았다.
그 한 가운데에서 도르곤은 피식 웃었다.
도르곤은 이번 작전에 앞서 사항계(詐降計)와 고육계(苦肉計)를 건의하면서, 만약 작전이 성공하면 한 가지 특혜를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
도르곤은 그와 여진족 전사들이 한국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전투에도 우선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고도 했다. 국왕은 시원하게 약속했다. 그것은 도르곤 자신이 목숨을 걸고 요청한다는 마음가짐을 허무하게 만들 정도였다.
국왕은 정말 아무런 주저함 없이 시원하게 약속했다.
혹시라도 ‘송고도의 미색에 푹 빠진 것이 아닐까?’ 도르곤 자신이 의심할 정도였다.
그의 눈에 저 멀리 복건성 앞 바다가 보였다.
'저 바다를 건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
도르곤은 다짐했다.
자신의 운명은 그 스스로 개척하겠다고 말이다.
과거 그는 중원을 차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제 바뀌었다.
더 큰 세상을 눈에 담기로 말이다.
거기엔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니까.
그림 - 넬슨과 나폴레옹의 나일해전을 염두에 둔 전투였습니다. 단종진으로 돌격해서 적을 양단하고 집중포격하며 선회하는 작전입니다.
북아메리카 동부 진입
대항해시대의 바다에서는 정규 군함은 물론이고 평범한 상선도 갑자기 사략선, 해적선이 되곤 했다. 유럽의 왕이나 동인도, 서인도회사 등이 사략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명령하거나 용인하기도 했다. 거기에 선장과 선원들까지 사략행위를 희망했다. 더 많은 금과 은, 더 많은 물건들을 약탈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항해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꿈이었다. 그래서 대양에서는 단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런 해상에서의 사략행위, 해적행위는 사략면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다. 국왕의 허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였다. 하지만 그 차이가 얼마나 중요할까? 선원들에게 있어서는 하품이 날 정도로 진부한 헛소리였다.
스페인의 국부(國富)는 대서양 등 세계의 바다를 건너 들어오는 금은보화, 값비싼 향신료 등 다양한 물건들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니 사략선, 해적선들은 스페인의 상선, 아니 보물선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과거엔 영국의 드레이크, 현재는 네덜란드의 피트 헤인 등이 그 악명을 떨쳤다. 스페인이 이를 눈엣가시로 여긴 것은 당연했다. 스페인 군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사략선과 해적선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들을 잡아 그대로 바닷물 속에 장사지내곤 했다. 결국 사략선의 선원들에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세계 해상패권을 한 손에 거머쥔, 그 강대한 해상제국 스페인도 세계의 모든 해역을 완전히 지배하진 못했다. 이는 스페인의 국부가 어디선가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해상패권에 도전했다. 스페인은 그 누구보다 해상의 완전한 지배를 원했다. 하지만 대서양을 넘어 다른 바다까지 그 해상력이 미치지 못했다. 유럽의 전쟁에 정신없는 와중에는 더욱 그랬다.
만약, 유럽의 전쟁, 특히 네덜란드의 독립전쟁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한국에 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상검문검색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그 어느 나라도 대양에서의 해상검문검색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스페인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네덜란드 사략함대를 단순히 견제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한국해군이 해낸 것이다.
안해(安海) 해전은 최소한 동아시아 해역의 해상패권이 한국과 조선해군에게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재확인시켜준 일대 쾌거였다.
1628년 3월 어느 날.
영국 런던, 영국 의회.
1628년 1월 하원의원이 된 올리버 크롬웰은 잉글랜드 동부의 헌팅턴에서 독실한 청교도이자 젠트리 계급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다니면서 교황주의의 잔재를 없애는 종교개혁을 주장했고 아울러 신교도의 보호를 열망했다.
그렇게 케임브리지를 졸업하자마자 신입 하원의원이 된 그에겐 최근 공포된 ‘영국-한국 런던조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커다란 문제였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찰스 1세는 장기간 의회를 열지 않아 의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한국이었다. 선왕 제임스 1세는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의회를 열어 의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돈을 빌려주기 시작하면서 의회가 개회되는 기간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스 1세가 즉위한 이후에는 그런 행위가 더욱 심해졌다. 찰스 1세는 의회의 개회와 승인을 피하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특별세를 거두며 재정을 충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회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왕의 특별세는 한계가 있고, 한국의 차관을 빌리면 언젠가 갚아야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회를 열어야만 했다. 그래야 세금을 거둬 국가를 운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또 한국이 막대한 차관을 제공했다.
다음으로는 런던조약의 내용과 그 전제조건이 문제였다. 런던조약 그 자체는 양국을 대등한 관계로 둔 평등조약이었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 속 내용은 전혀 달랐다. 아니 그 전제조건이 큰 문제였다.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 조항을 통해 영국의 시장이 한국에 한해 완전히 개방된 것이다. 영국의 무역은 네덜란드, 북아메리카 식민지, 인도 무술제국을 제외하면 별 볼일 없었다. 그런데 한국이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절반을 가지며,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지분 51%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무역을 한국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 조항을 이용해 영국 내의 무역에 있어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또한 인도무술제국과의 교역에도 한국이 끼어들 수 있는 명분이 생겨버렸다.
런던조약은 겉으로 보기엔 완전한 평등조약이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이 지나면 북아메리카 식민지는 모조리 한국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 뻔했다. 북아메리카 식민지는 소수의 영국인들이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인두권제도(Headright System), 식민지의회(General Assembly) 등 여러 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찰스 1세의 왕령 식민지라고 하지만 그것은 허울뿐이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른 법이니까.
올리버 크롬웰은 고심했다.
한국 문제는 아주 단기간에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심각한 문제를 미리 경고하는 것은 하원의원이자 영국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였다. 그래서 그는 의회와 왕실을 설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죄송하오나 공작각하께서는 워낙 바쁘신 분이십니다. 아무리 하원의원님이라고 하셔도 선약 없이는 면담하실 수 없습니다.”
버킹엄 공작의 집사는 올리버 크롬웰의 면담 요청에 대해 완곡하게 거절했다.
“초선 하원의원인 자네가 고민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 우리 법률가들이 심층적으로 검토한 내용들이야. 그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네. 오히려 우리에게 큰 이득이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어. 나는 자네의 열정을 높이 사지만...그뿐이야. 자중하도록 하게.”
의회의 지도자들도 올리버 크롬웰의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전쟁은 영국에게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먼저, 스페인이 승리하면 네덜란드 때문에 가만히 놔둔 영국을 손 봐줄 것이 뻔했다. 반면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네덜란드는 그렇지 않아도 무역과 산업에서 영국을 크게 압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동의 적인 스페인과의 전쟁 때문에 동맹을 유지했다. 거기에 영국의 양모를 네덜란드로 수출해서 얻는 이득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넘어야할 이웃나라가 강적 네덜란드였다. 그러기 위해선 네덜란드의 해상력(주:무역+해군력)을 압도해야했다. 현재는 동맹관계인 네덜란드 상선들이 자유롭게 영국을 드나들었다. 네덜란드의 선박은 영국이 보유한 선박보다 크기와 기동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했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의 상선들이 영국의 무역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었다. 올리버 크롬웰은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선 보호무역과 중상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네덜란드 상선에 1540년 항해조례를 보다 강화하는 등 법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 네덜란드와 전쟁을 하게 되더라도 이는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이 여기에 끼어든 것이다.
올리버 크롬웰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졌다.
같은 시각, 북아메리카 제임스타운.
1622년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습으로 시작되었던 전쟁은 제임스타운과 버지니아가 극도로 침체된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그동안 버지니아의 담배재배는 포카혼타스 등 인디언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전적으로 의지했었다. 결국 인디언과의 전쟁으로 담배사업이 끝장난 버지니아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게 되었고, 이에 제임스 1세는 1624년에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특허장을 회수한 후 왕령 식민지로 선포했다.
제임스타운은 버지니아 식민지의 수도역할을 하는 중요 정착지였고,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북아메리카 지사가 위치한 곳이었다. 불과 4년 전, 1624년 인디언 전쟁 이후 제임스타운 정착지는 인구의 극심한 감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제임스타운의 요새 내부는 오늘 오전에 도착한 여러 척의 배에서 하선한 사람들과 하역한 물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여기가 런던 버지니아 회사 건물인가?”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안내인에게 물었다.
“네 여깁니다. 건물 회의실은 식민지 의회와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내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내가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북아메리카 지사장이네. 여기 찰스국왕폐하의 특허장을 확인하면 될 거야.”
동양인은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서류철을 꺼내 안내인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안내인은 서류철을 열어 특허장을 확인하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동양인은 놀랍게도 개노미(김희두)였다. 개노미는 오늘 오전 배편으로 체사피크 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방금 체사피크 만의 안쪽, 제임스 강 하류에 위치한 제임스타운 요새에 들어온 것이다.
개노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제임스타운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군. 참 자네 이름이 스캇이라고 했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네 미스터?”
“아아, 내 성은 김이야. 미스터 킴이라고 부르게. 그냥 편하게 개노미라고 불러도 되네.”
“네 미스터 킴! 곧 준비하겠습니다.”
개노미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스캇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특사님! 사령관께서 곧 네덜란드로 출발한다고 전해오셨습니다.”
개노미는 수하의 보고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린 우리 일을 해야지. 유럽계 한국인들에게 즉시 인두권제도(Headright System)에 따른 토지증서를 나누어주고, 식민지 의회(General Assembly)에 등록하도록 하게. 그리고 정착지 재건에 박차를 가해. 여기에 우리가 가져온 자재를 아낌없이 풀어. 다음 차수에도 2천명 이상이 올 예정이니까 택지 구역은 특히 넉넉하게 나누도록 하고. 즉시!”
같은 시각, 체사피크 만.
해군기동함대 기함의 선실.
제임스 강 하류는 체사피크 만을 통해 대서양과 만났다. 체사피크 만은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거대한 만으로 천연의 양항(良港) 그 자체였다. 그 만 안에는 한국의 해군기동함대와 해군수송선단이 정박중이었다.
함대 사령관은 탁자 위의 해도를 살피며 확인하는 차원으로 물었다.
“그럼 네덜란드까지 직접 운송해달라는 건가?”
“네 사령관님! 호위선단을 편성할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 운송을 요청했습니다.”
“운송비용으로 1할이 추가된다는 것은?”
“네 그것도 지불하겠다고 확인받았습니다. 기존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확실하게 배서했습니다.”
사령관은 부관의 답변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 ‘여명’을 실행한다. 다만 제1분함대는 기존 계획대로 세인트 어거스틴과 그 남방해역에 대한 순찰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네 알겠습니다.”
지도 1 - 북아메리카 식민지
지도 2 - 제임스타운과 체사피크 만
지도 3 - 세인트 어거스틴 (스페인 식민지 : 플로리다)
찰스1세의 욕심
1628년 3월 어느 날.
영국 런던 왕립증권거래소(Royal Stock Exchange).
런던 왕립증권거래소는 1571년 엘리자베스 여왕 재임 당시, 토머스 그레스햄에 의해 창설되었다. 왕은 물론이고 귀족과 일반인들도 왕립증권거래소를 통해 증권을 구입하거나 매각할 수 있었다. 이런 증권거래를 통해 개인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자신의 돈을 회사에 투자할 수 있었고 런던 버지니아 회사 등 많은 주식회사들은 무이자로 대규모의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왕립증권거래소에는 공식적으로 증권거래를 허락받은 주식중개인을 제외한 일반 주식중개인들이 무례하다는 이유로 증권거래 참가를 허락받지 못했다. 그래서 일반 주식중개인들은 왕립증권거래소 근처에 모여 개인적으로 증권거래를 할 수 있었다.
왕립 증권거래소 바로 맞은 편, 최근 개업한 ‘아메리카-버지니아 커피하우스’의 내부는 수많은 주식중개인과 투자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안에서는 주식중개인들이 몇몇 증권상품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 주식교환비율과 거래가격 등에 대한 것들을 투자자에게 설명했다. 그 후에 투자자들이 공공경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증권을 구매하기로 약정하면 그에 대한 증권거래증서를 교부했다. 왕립증권거래소는 주식중개인과 투자자들의 증권거래증서를 받아 증권거래를 최종 확정짓는 방식이었다.
‘아메리카-버지니아 커피하우스’의 2층 내실.
런던공사 신준묵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실소하며 말했다.
“하하하. 당신들 미쳤군? 버지니아의 개발을 위해서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주들에게 신규 발행주식을 각자의 지분비율에 맞게 구입하도록 요청한 것이고. 그런데 주식을 아예 발행하지 말라니... 그냥 망하자는 겁니까?”
그 말을 들은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여러 주주 중에 대표로 보이는 한 사람이 말했다.
“저는 주주로서 주식의 신규발행에 반대입니다. 신규발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니, 기존 주주에게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주주를 모집해서 유상증자하는 것도 반대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옆에 있던 다른 주주도 찬성의견을 냈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됩니다. 지금까지 손해 본 것만 수십만 파운드에요.”
웅성웅성.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주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주주의 말에 동의했다.
“아니 그럼 아예 회사를 청산하자는 겁니까? 버지니아 개발에 대한 특허권에 대해서, 상업적인 부분에 대해 인정해주는 찰스국왕폐하의 특허장을 발부받았습니다. 여기엔 기존의 회사권리가 살아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2백만 파운드의 신규자금을 수혈해서 나선다면 몇 년 안에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겁니다.”
런던공사 신준묵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주들 중에 한 사람이 다시 말했다.
“흥! 지금 버지니아 인구는 수백 명 남짓에 불과합니다. 인디언과의 전쟁으로 1천 명에 가깝던 인구가 대부분 꺾였고, 인디언들을 부려서 짓던 담배재배사업은 이미 망했습니다. 게다가 버지니아는 언제 또 다시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죽을지 모르는 곳입니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버지니아 이주민들이 최근 안 좋은 소문을 냈어요. 그래서 새로운 이주민을 모집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인두권제도(Headright System)를 통해서 땅을 기존 50에이커의 두 배인 100에이커를 준다고 해도 아예 없어요. 일단 그들이 살아있어야 넓은 땅이 의미가 있습니다. 왕실은 유럽의 전쟁에 정신이 팔려있어서 군대를 보낼 여유가 없는데 우리가 뭘 믿고 유상증자를 받아들입니까? 우린 단연코 거부합니다.”
“옳소!”
런던 버지니아 회사의 주주들은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그때, 신준묵이 나섰다.
“그럼 회사를 청산하고, 다 같이 죽자는 겁니까?”
이에 주주 한 명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보유한 주식 전량을 채권으로 전환해서 청산하기를 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