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03/225)

도르곤이 그 소리를 듣고 씨익 웃으며 잉굴다이에게 말했다.

“연장챙겨! 전쟁이다.”

잉굴다이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도르곤의 눈치를 보다 힘겹게 일어섰다. 그도 만주의 용맹한 전사였다. 잠시 후, 도르곤과 잉굴다이는 여진족 전사들과 합세했다. 도르곤은 전사들 앞에서 진두지휘하며 소리높이 외쳤다.

“돈 될 만한 것들은 단 하나도 빼놓지 말고 전부 챙겨! 약탈은 우리 전문분야잖아? 자 움직여라... 여진의 전사들아!”

와아아!

명나라 안해(安海),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쾅쾅쾅.

퍽퍽퍽.

탕탕탕.

으아악.

천연의 좋은 항구에 위치한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그 포르모사 요새는 명나라 해적의 집중포격을 받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작은 섬에 급조된 목조요새였지만, 치밀한 구조로 단단하게 만들어졌기에 해적의 거센 포격에도 큰 이상이 없었다.

정지룡은 기함에 올라 망원경으로 포르모사 요새 곳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포르모사 요새의 앞에는 스페인의 보물선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화물선, 플류트 함 6척이 억류되어 있었다. 그 플류트 함의 돛대에는 스페인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아마도 저 플류트 함에 스페인의 은이 가득 실려져 있었을 것이다. 그 스페인의 은은 요새 혹은 배에 그대로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배가 나포된 것은 불과 이틀 전이니까 말이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그것은 승리의 미소였다. 간신히 조직을 추스르던 중이라 걱정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위치를 흔들 수 없을 것이었다. 이번에 얻게 될 엄청난 은으로 수하들은 완전히 복종하게 될 것이니까.

정지룡의 작전은 간단했다. 

그냥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면에서 들이치는 것이다. 

이전에는 내부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한 두 척의 배로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를 위협사격하는 정도로 끝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어차피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빼앗을 것이기에. 그래서 상단, 아니 해적단원 모두를 끌고 왔다. 복건성의 본진은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낼만한 세력이 따로 없었다.

그때, 해적선 몇 척이 상륙하기 위해 뭍에 배를 대었다. 그러자 거의 동시에 포르모사 요새의 첨탑 가장 높은 곳에서 빨간 연기 세 줄기가 하늘 높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요새의 맞은 편 높은 곳에서 하얀 연기 세 줄기가 하늘 높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정지룡은 그 신호연기들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리 걱정하진 않았다. 전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 전투에서 전력의 차이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물론 기묘한 전략과 전술로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차이가 나야만 뒤집기가 가능했다. 그가 보기에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의 전력은 정지룡 해적단의 1/10 수준이었다.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요새의 대포가 연신 불을 뿜었고, 요새의 성벽 위에서는 수시로 조총소리가 들려왔다. 요새의 외벽 근처에는 해적단원 수백 명이 사다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다리 수십 개가 동시에 벽에 붙으면, 몇 분 안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정지룡은 그렇게 승리를 확신했다. 

네덜란드 포르모사 인근의 안해(安海) 해상.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는 길쭉한 삼각형의 호리병처럼 생긴 좁은 만(灣)의 안쪽, 작은 섬에 위치했다. 그래서 천연의 좋은 항구였다. 설령 태풍이 불어와도 그 만 안쪽에 들어가 있으면 안전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좁은 만은 1백 척이 넘는 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곳은 평소, 많아봐야 10여척 수준의 상선들이 드나들었던 작은 만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배를 들이고 싶어도 들일 수 없을 만큼, 만이 가득 차버렸다. 그 만 안에서는 배가 쉬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놀랍게도 그 작은 만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포르모사 요새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운명에 처해 있었다. 수많은 배들이 요새가 위치한 섬을 둘러싸고 포탄을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사다리를 외벽에 걸치려 접근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공화국이 공을 들여 만든 포르모사 요새는 곧 주인이 바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좁은 만의 바깥에서 거대한 전열함 6척을 선두로 50척에 가까운 대규모 함대가 접근하고 있었다. 그 함대는 104문의 대포를 가진 전열함이 그 선두에서 남십자성을 상징하는 4개의 별을 아로새긴 깃발을 당당하게 나부끼고 있었다. 

잠시 후, 대함대는 좁은 만의 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그 누구든 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함대의 집중 포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 만의 안쪽 요새에서 격변이 일어났다.

쾅쾅쾅!

으아악!

그림 - 안해 해전은 정상적인 지휘관이었다면 절대로 전 병력을 만의 안쪽에 진입시키지 않았을 곳입니다.

안해(安海) 해전 3

명나라 안해(安海),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의 외벽 앞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끔찍한 시체 밭, 말 그대로였다. 

요새를 공격하던 지상의 해적들은 갑작스런 대규모 폭발에 대부분 희생되었다. 얼핏 보아도 반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도 헐레벌떡 일어나 요새 외벽에서 떨어져,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요새 외벽 근처는 죽었거나 죽어가는 해적들로 가득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는 정지룡의 해적들에 의해, 곧 함락될 듯 보였었다. 

정지룡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혹시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오죽하면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눈에 뭔가 끼었는지 비벼대기까지 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이 괴이한 변화는, 요새 첨탑의 빨간 연기와 요새 맞은 편 산의 하얀 연기가 오르고 난 후부터 일어났다. 요새의 외벽을 둘러싼 해적들은 순식간에 일소되었다. 

정지룡의 당혹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명령했다.

“당장 지상병력을 철수해. 전부 섬을 포위하고 포격한다. 요새를 깡그리 부숴버리고 난 후에 상륙한다. 어서!”

“존명!”

정지룡은 바삐 움직이는 수하들을 보고 나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번 전투는 더 이상의 이변이 없을 것이다. 그래 반드시 그래야 했다.

정지룡, 그의 눈에선 시뻘건 광망이 번뜩였다.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앞의 작은 만(灣) 입구.

오후의 바다는 잔잔했다.

하지만 바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낮에 바다에서 육지를 향해 불어가는 해풍(海風)이 오늘따라 유난히 거칠었던 것이다. 

함대 사령관은 고개를 들어 바람의 방향을 살폈다. 깃발의 움직임을 다시 확인해도 역시 해풍이었다. 좁은 만의 외측 바다에서 만의 안쪽 육지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것도 유난히 거칠게 말이다. 그는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기함의 조타수 옆에서, 망원경을 들어 만의 안쪽을 다시 살폈다. 프리깃 전함 30척으로 만의 출구를 완전히 봉쇄한 이후였다. 이미 빨갛고 하얀 신호연기가 오른 것을 확인한 이후였기에 마음이 더욱 가벼웠다. 이제 그의 함대가 만에 진입할 차례였다.

모든 작전은 계획대로 순조로웠다.

사령관과 참모들은 처음 작전계획을 세울 때부터, 일부 적함이 좁은 만의 출구에서 철저히 경계임무를 수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적함을 빠르게 격멸하고 난 후, 만의 출구를 장악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적의 경계가 전혀 없었다.

만약 적의 경계가 있었다면, 최초의 전투가 있는 시점에서 적이 아군 함대의 존재를 빠르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러면 적도 도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뿐인가? 만의 안에서부터 단종진을 형성하고 아군함대를 위협하는 동시에, 또 다른 공격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었다.

그런 사령관과 참모들의 걱정은 그저 기우로 끝나고 말았다.

사령관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신호수를 보며 오른 손을 들었다.

기함의 신호수는 사령관의 수신호에 따라 즉시 붉은 깃발을 높이 올렸다. 그 옆에는 파란 깃발이 반쯤 접혀 함께 올라갔다. 이는 기함을 비롯한 전열함 6척을 선두로 단종진을 펼치라는 신호였다. 순식간에 전열함 6척이 기함을 선두로 단종진을 형성했다. 중기병의 역할을 하는 전열함들의 뒤에는 프리깃함들이 화살촉, 두 줄의 쐐기대형으로 늘어섰다. 

사령관은 대형의 전환이 완성된 것을 확인하고 다시 왼손을 들어 손가락을 교차했다.

그리고, 두 개의 깃발이 신호수에 의해 교차되어 나부꼈다.

“함대 돌격!”

“함대 돌격!”

“함대 돌격!”

기함의 갑판에 있던 모든 함대원들이 소리 높여 복명복창했다.

그 순간 기함의 대포가 3연속 포성을 울리며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그 뒤로 전열함들과 프리깃함들이 매섭게 따라붙었다. 함대는 전속력으로 돌진하면서도 그 대형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마치 단 한발의 날카로운 화살처럼 말이다.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앞의 작은 만(灣).

기함의 104문 대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좌우 양현에서 적을 포격했다. 

기함의 신형 대포는 최신 수석식 격발장치를 장착했다. 그래서 4명의 인원으로 편리하게 사격이 가능했다. 간단하게 줄만 당기면 격발이 되었기에 너무나도 편리했다. 함대의 전함들이 일렬로 쭉 늘어선 단종진의 특성상 포격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정지룡의 해적선은 일명 ‘정크’라 불린 융극선(戎克船)이었다. 

선체 대부분이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는 융극선들은 보통 배의 길이가 약33미터, 넓이가 약7미터, 높이가 5미터 정도였다. 융극선에는 대포가 4문에서 6문이 각각 배치되어 있었다. 그 대포는 명에서 제조한 철화총(鐵火銃)이란 이름으로, 최대 사정거리는 1.5킬로미터, 유효사거리는 5백미터에 달했다. 융극선은 네덜란드나 스페인의 전함에 비해 대포의 숫자가 적고, 속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정지룡은 그 낮은 화력과 속도를 숫자로 극복하려했다.

실제 정지룡이 정찰한 바에 의하면, 스페인의 세부에는 많아야 서너 척, 네덜란드 포르모사에는 보통 다섯 척이 눈에 띄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전함에는 적어도 수십 문의 대포가 있었다. 그러니 그들과 맞서 싸우려면 더 많은 융극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지룡은 1백척이 넘는 융극선을 만들었던 것이다. 

정지룡의 융극선 1백여 척은 지금 좁은 만의 안쪽에서 북적대고 있었다. 

이런 정지룡에게 한국 기동함대의 돌격은 거대한 절망, 그 자체였다.

평소 정지룡의 작전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적 함선이 돌격하면 수십 척의 융극선이 한데 뭉쳐서, 빠르게 노를 저어 적 함선의 사방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화약으로 뭉친 화석탄을 적 함선에 투척한다. 화석탄의 불에 놀란 적 함선에 해적들이 올라탄다. 그 다음 적 함선을 나포한다. 이는 정지룡의 융극선이 노를 장비한 것과 선체가 아주 단단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치명적 단점이 되었다.

융극선 수십 척은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가 위치한 작은 섬에 붙어 있었다. 나머지 배들도 비슷한 처지였다. 배의 속도는 그 자체가 무기였다. 속도를 잃은 배를 본 적이 있는가? 해상전투에 있어서 특별한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가만히 서 있는 배는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금 정지룡의 해적들이 그 상황이었다.

한국 기동함대는 전열함을 선두로 해풍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거친 해풍을 이용해 전속력으로 작은 만에 진입한 기동함대는 포르모사 요새가 위치한 작은 섬을 돌며 연신 집중포격했다. 돛을 다루는 함대원들은 조타수와 갑판장의 신호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횡범(가로 돛)과 종범(세로 돛)을 신묘하게 조절하며, 기함은 선두를 유지했다. 그런 전열함의 포격은 정지룡에게 충격이고 재앙, 그 자체였다. 이미 속도를 잃은 정지룡에게, 한국 기동함대에 반격할 그 어떤 묘수 따윈 없었다. 

얼마 후, 한국 기동함대의 기함이 정지룡 해적선들의 중심를 완전히 가로질렀다. 그렇게 정지룡의 함대는 양단되었다. 그 후엔 곳곳에서 포격과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전열함이 지나간 곳은 융극선의 잔해만이 흉측하게 남았다. 그 전열함의 뒤를 이어 프리깃함들이 마무리 공격을 가했다. 

몇몇 해적선은 다시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가 위치한 섬에 올랐다. 또 다른 몇몇 해적선은 요새가 아닌 다른 곳에 배를 대고 뭍에 올랐다. 그들의 움직임은 비참한 패주(敗走)였다. 정지룡은 눈을 감았다. 그의 융극선도 점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도망칠 곳이 없었다.

정지룡은 문득 일본에 두고 온 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여자까지 말이다. 당시 일본여자 ‘다가와 마쓰’는 젊은 정지룡을 매료시켰었다. 그래서 불같은 사랑에 빠졌고, 아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자신의 야망 때문에 아들을 두고 떠났는데... 갑자기 그녀와 아들이 떠오른 것이다. 정지룡은 이 순간이 자신의 최후임을 직감했다. 이제야 뭔가 이룬 듯 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지룡은 자신의 최후만큼은 그 누구에게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스스로 처리하기로...

탕!

풍덩.

잠시 후, 작은 만의 물결에 작은 일렁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작은 일렁임은 일순간, 영원히 사라졌다.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외벽 위.

얀(실존인물 박연)은 요새의 외벽에서 2시간에 걸친, 너무나 일방적인 해전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 누가 보기에도 가망이 없었다. 그 누가 보기에도 완벽한 승리였다. 얀의 생각에 이런 대담한 작전을 구상한 사람이라면, 분명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대단한 명장이었다.

우선, 적을 유인할 정말 먹음직한 미끼를 흘렸다.

스페인의 보물선이란 미끼, 그리고 평소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네덜란드 포르모사 요새, 거기에 그 보물선의 소식을 알려줄 거짓항복까지... 너무나 완벽한 미끼였다. 얀 자신도 그런 미끼를 거부할 수 있을까? 

그 다음, 정말 무서운 신무기였다.

포르모사 요새의 외벽 바깥은 현세의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요새의 외벽 바닥에 설치한 폭탄, 화염병, 다른 투척용 폭탄 등이 있었다. 그 중에 백미는 시간차로 한꺼번에 터지는 폭탄이었다. 요새 외벽에 사다리를 가지고 접근한 해적들은 그 폭탄에 속절없이 당했다.

마지막으로, 대담하고도 완벽한 해상기동이었다.

기껏해야 초보 사관인 그였다. 하지만 한국 기동함대의 전열함을 선두로 과감한 돌격이 진행되자, 자칫 오줌을 지릴 뻔 했다. 또한 한국 기동함대의 포격은 마치 자로 잰 듯 일정한 화망을 구성했다. 그 화망에 포착된 해적선은 단 한 번의 일제포격에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거기에 전열함이 해적선단을 중심에서 양단해버렸다. 그 후는 프리깃함들이 달려들어 포위와 동시에 집중사격했다. 이 모든 기동이 일사불란했다.

얀은 한국 기동함대에 전율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동안 한국의 해상검문검색을 비난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대체 어떤 나라기에 저런 강력한 해군을 육성할 수 있었는지.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얀은 엥겔이 그리웠다. 미치도록 그녀가 보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일확천금 따윈 그의 머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물론 그가 한국을 알아보고 난 후에 말이다.

얀의 뇌리엔 한국과 그 해군이 깊이 각인되었다.

같은 시각, 명나라 복건성 정지룡의 저택.

도르곤과 그의 일행들은 본연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목민족인 그들에게 약탈은 생활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아버지 한, 누르하치의 최전성기에도 이 정도로 엄청난 재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금 여진족 전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금은보화를 긁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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