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25)

"의문을 가지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조선과 일본은 개국이래 수백년간 국교를 이어왔었습니다. 조선과 일본 조정의 통교를 가장 바라는 것은 저희 상인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나는 번주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희는 쇼군께서 조선 국왕께 정식으로 사죄하는 국서를 보낸 것에 무척 놀랐습니다. 게다가 임진년에 왕릉을 도굴한 범인까지 직접 잡아서 보내주신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뭣이?"

나의 폭탄발언에 번주  '구로다 나가마사'의 얼굴색은 급변하였다. 여기에 쐐기를 박아야하니 상처엔 후시딘, 아니 고춧가루를.

"하하하! 사실 대마도주인 소 요시토시님께서 조선과 일본의 통교에 이런 큰 공을 세웠다고 조선 조정에 칭송이 자자합니다. 쇼군의 사과는 물론이고, 도굴범죄자의 송환을 이루어내셨으니 말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쟁 당시 조선인 포로를 송환하는 것 뿐입니다. 조선 국왕께서는 대마도주의 헌신에 감복하여 향후 일본과의 모든 교역은 대마도주에게 세세토록 독점할 수 있게 하도록 명했다 합니다."

후쿠오카 번주 '구로다 나가마사'는 경악했다.

쇼군이 조선과의 화해와 통교를 원하는 것은 일본의 번주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방적으로 일으킨 전쟁일 뿐이었다. 쇼군은 전쟁을 반대했었고 참전도 하지 않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세키가하라 전투를 통해 새로운 막부를 세운 쇼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잘못을 대신 사과를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천황의 방계가 아니기에 막부를 열 수 없었고 쇼군도 아니었다. 그래서 태합이란 직책을 가지고 있었던 천황의 신하였을 뿐이다. 

쇼군의 잘못이 아닌, 권력구조상 쇼군의 아래에 위치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잘못된 판단을 쇼군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쇼군은 이전 막부를 계승한 것이 아닌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계승한 것이 되어 쇼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멸한 것이 하극상을 일으킨 반란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만약 이것이 에도 막부에 전해진다면....'

번주는 고심했다. 

이건 막부 쇼군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체면을 땅에 떨어뜨린 국서조작사건이다. 

쇼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신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사위인 소 요시토시를 아무 처벌도 하지않고 대마도주로 인정해 준 것은 조선과의 외교재개를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번주 자신도 중간에 쇼군을 지지하는 것으로 갈아타서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아직 막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어 숨을 죽이며 막부 내부에 인맥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었는데... 대마도주인 소 요시토시는 목이 열개라도 살아남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다니. 

만약 사실이라면 이걸 알고도 숨긴 나도 죽는다. 저 녀석들을 모두 죽이더라도 저 녀석들을 보낸 자들이 남아있어서 그것도 어렵다.  번주 '구로다 나가마사'는 일단 표정관리를 하고 가신들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벌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내 급하게 처리할 것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으니 편히 쉬고 계시오.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며 남은 이야기를 합시다."

"흘흘, 대..."

"쉿!"

나는 돌쇠할아버지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내자마자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귀엣말을 했다.

"지금 주위에 듣는 귀가 많아요."

"끄응"

아마도 지루한 시간이 저녁까지 이어질 듯 했다.

후쿠오카 번주의 집무실.

쾅!

"가신이라는 것들이 이런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번주! 고정하시지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3가지 방법 뿐입니다."

"방법은?"

"첫째, 당장 막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당장 쇼군의 분노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하책입니다."

"하책?"

"대마도주는 지난 수년간 일본과 조선을 중개하며 후쿠오카와 시모노세키 해협을 수없이 지나다녔습니다. 조선과의 국교회복은 쇼군의 권위와 정통성을 확립하는데 필요한 중대한 일인데 대마도주가 처형된 이후에 그 연대책임을 지게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대마도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끝까지 모셨는데 조선과의 통교를 위해 살아남았습니다. 번주께서는 마지막에 쇼군을 지지하셨으나 아직 의심이 풀리지 않았고 실제로 돌아가신 태합(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세력과 아직도 연줄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걸 빌미삼아 쇼군의 실추된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모든 책임을 대마도주와 돌아가신 태합의 잔존 세력에게 물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책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흐음...그럼 두번째는?"

"명과 조선의 상단주를 죽이고 배를 불태운 다음 모른 척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이건 중책입니다."

"이유는?"

"어찌되었건 조선과의 통교가 되면 쇼군의 권위는 올라갑니다. 쇼군은 목표를 이루게 됩니다. 저희에게 향한 의심은 그대로이고, 대마도주는 크게 공을 세워 큰 이익을 보게 됩니다. 쇼군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버리고 의심은 그대로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니 중책입니다. 뜨거운 물에 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가지만, 찬물에 넣은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져도 괜찮겠지 하며 나가지 않아 결국 삶아져 죽는다고 합니다. 사실상 하책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당장은 편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은 번주께서도 대마도주와 같이 충성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에도에 인맥을 만들면 무얼 하겠습니까? 쇼군의 눈밖에 나서 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느니 제대로 공을 세워 인정받고 의심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대마도주는 조선과의 통교를 마무리지으면 저 상인들의 말마따나 조선과의 교역을 세세토록 독점할 것이 아닙니까? 우리 번의 석고가 60만석이 채 되지 않는데 석고 1만인 대마도주가 그 많은 것을 독점합니다."

"음..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사실, 조선과의 통교는 명과의 통교를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합니다. 조선에서 우리가 들여올 물건은 기껏해야 인삼과 소량의 비단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조선이 우리에게 파는 물건의 8할은 명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조선은 명에서 들여온 물건을 많은 이문을 붙여 우리에게 팝니다. 대마도주는 본토의 우리에게 또 이문을 붙여서 팝니다. 명에서 은4냥짜리 비단 한필이 에도에서는 은20냥이 됩니다. 그럼 16냥은 어디로 가느냐. 명과 조선의 상인, 대마도주가 에도의 중신들과 나눠먹는 겁니다. 오우치 가문이 망하기 전에는 오우치 가문을 통해서 명과도 교역을 했습니다. 우리가 명과의 통교를 위한 노력을 해서 쇼군의 환심을 사고, 명에서 직접 물건을 들여와서 돈도 벌어야 합니다. 거기서 번 돈으로 에도의 중신들에게 기름칠하면 쇼군은 권위를 살려서 좋고, 에도의 중신들은 이익이 생기니 좋고, 우리도 마음편히 영화를 누릴 수 있으니 좋습니다. 이것이 상책입니다."

"명과의 정식 통교가 아닌데 가능할까?"

"전쟁 중에도 상인 간의 무역은 존재했습니다. 지금 명과 조선의 상인이 대마도주가 아닌 본토를 찾아온 것도 이문을 보기 위해섭니다. 조선과의 통교를 위해 대마도주가 국서까지 위조하는 등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십시오. 통교 이전에 상인들과 교역을 진행하면 우리도 명과 조선에 연줄을 만들어놓고 오늘처럼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교역을 통한 이익은 덤입니다."

"그럼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것이지?"

"네 그렇습니다. 장기적인 접근으로 명과의 통교를 이뤄낸다면 번주께서는 베게를 높이하고 주무실 수 있습니다. 오우치 가문이 이와미 은광을 가지고 명과 직접 무역하던 때의 성세를 떠올려 보소서."

"그대야말로 나의 장자방이로구나!"

'구로다 나가마사'는 결심했다.

첫 결실

"...생사 3천근은 근당 왜은7냥, 인삼 10근은 근당 왜은500냥에 넘겼습니다. 판매한 모든 물목을 합산하여 판매가는 왜은 2만8천냥이옵고, 후쿠오카 번의 상세(商稅) 일할을 감하여 최종 2만5천2백냥입니다."

2등 항해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이어갔다.

"구매한 물목을 보고하겠습니다. 지시하신 항해용 망원경, 태엽시계, 나침반 등은 각각 3개씩 왜은 2천1백냥에 포르투갈 상인에게 구입하였습니다. 후쿠오카번에서 조총300정과 부싯돌, 부시깃, 납탄20개씩 한 정당 왜은 2냥으로 왜은 600냥, 추가로 화약 1000근에 왜은 2000냥. 현자총통과 황자총통 14문을 왜은 1000냥. 합계 6천7백냥입니다. 거기에 식량과 식수, 수리용 선재 구입에 왜은 100냥을 지출했습니다. 총 지출액은 6천8백냥입니다."

2등 항해사는 잠시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더니 마무리 발언을 이어갔다.

"모든 판매, 구매, 비용은 장부에 아라비아 숫자와 한글로 기입하였습니다. 대차대조표에 수입과 지출로 구분하여 정확하게 분개하였습니다. 수입 2만5천2백냥에서 지출 6천8백냥을 감하여 이번 항해의 수입은 별도의 추가지출이 없는 이상 1만8천4백냥입니다. 이상입니다."

똑!똑!

내가 말없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2등 항해사는 긴장한 듯 눈을 크게 뜨고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아랫사람 갈구는 취미가 없는 나는 더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앞으로 수입과 지출을 결산할 때는 첫째, 매입가를 계산하여 장부상 이익과 실제 순이익을 나누어 기재하라. 그에 따라 지금 발표한 수입에서 판매물목을 구입한 비용, 이익을 배분하여야 할 금액을 별도로 대차대조표에 기재하고 계산에 착오가 없도록 하라. 둘째, 모든 선원들의 월급과 성과급을 비용에 추가한다. 그리고 월급과 성과급은 배의 수리와 생존에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이번 결산보고에서도 선원의 월급이 비용에 포함되어 보고되었어야 했다. 셋째, 이번 항해에서 발생한 순이익의 5할은 기존 약조대로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이를 종합하여 다시 보고하도록 하라."

"네 알겠습니다." 

2등 항해사관을 비롯한 모든 선원이 복창했다.

후쿠오카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는 모두의 마음은 첫 결실의 흥분과 앞으로의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첫 항해에서 모든 비용을 제하고 왜은 6천냥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조선의 땅을 다시 밟을 수 없는 나를 대신해서 돌쇠할아버지와 2등 항해사관이 내상 행수를 만나 생사 구입대금을 완납하고 3할의 가산금도 지불했다. 물론 내가 수결한 경상의 어음도 찾아왔다. 

남해안의 무인도 근처에 닻을 내리고 단정을 이용해서 선원들을 뭍으로 올려 2주간의 휴가를 명령했다. 왜은 6천냥에 달하는 성과급을 선원들에게 골고루 지급했으니 선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김씨 아저씨와 돌쇠할아버지는 너무 많이 주면 이미 면천이 된 선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물욕을 믿는다. 없었던 자의 욕망은 바로 눈에 보이는 희망을 포기하기 어렵다.

선원들의 휴가는 그들에게 나와의 항해를 계속해야할 이유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

나도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다음 항해를 위해.

"이번 거래로 번의 순수익은 세수를 제외하고 총 2만냥입니다. 임진년부터 남아 처치곤란했던 조총과 조선에서 노획해서 사용할 일이 없어진 총통도 일부 처분했습니다. 나머지도 분할로 매입할 것이라 했으니 골치아픈 일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따로 말씀드린 에도의 중신들께 이번 거래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쇼군께서도 만족하셨다는 전언입니다. 인사는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익도 중요하나 쇼군의 의심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익보다는 교역이 계속 유지되는 것에 신경써라."

"알겠습니다."

"대마도주는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하군. 조선과의 교역으로 거둔 이익을 풀어 구명한 셈이야. 대마도주의 공은 나머지 도요토미 히데요시 파벌의 죄가 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쇼군은 우리들의 충성경쟁을 요구한 것이었다. 우리 중 대마도주의 죄가 가장 큰데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영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의심조차 못했다. 전국시대를 끝낸 쇼군을 우리가 너무 몰랐어."

조선 영남 어느 곳.

"오라버니! 흑흑흑."

"이 좋은 날에 어찌 우는 것이냐? 그만 울거라."

2등 항해사관은 휴가를 받자마자 친우에게 시집보낸 여동생을 만나러 왔다. 여동생은 자신을 위해 상투를 내리고 바다 건너 상행을 간다는 오라버니를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찾아온 오라버니가 혹여나 고생끝에 하릴없이 귀향한 것으로 생각되어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다시 오라버니를 살펴보니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얼굴로,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소 마음이 놓인 여동생이 그간의 사정을 물었다.

"여기 은200냥이다. 친우에게 너를 맡기면서 아무것도 주질 못했구나. 내 직접 만나서 전해주고 싶으나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게는 친우이고 너에겐 지아비다. 그가 사내로써 큰 뜻을 펼치려 했으나 호구지책이 마땅치 않으니 세월만 죽이고 있던 것을 내가 잘 안다. 이것은 너를 위한 것이다. 친우가 큰 뜻을 세워 잘 된다면 그것이 너의 호사 아니겠느냐. 그에게는 내가 줬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말거라."

"오라버니!"

2등 항해사관은 울고 있는 여동생을 가만히 안고 울음이 그치길 기다리며 본인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을.

"휴가 복귀 인원보고하라!"

"총원 30명 현재원 30명 전원 복귀 완료했습니다. 이상 보고 끝!"

"모두 푹 쉬었나?"

"네!"

"소리가 우렁찬 것을 보니 충분히 쉬었나보군.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배를 정비하고 총기와 화포에 대해 교육하도록 하겠다. 화포의 설치는 별도의 포가(砲架)를 설계했으니 포가의 제작 후에 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내일부터 배의 정비와 총기교육을 먼저 실시한다. 총기와 화포에 능숙해지는대로 해상에서 실전훈련을 한다. 이상!"

"충!"

내 예상대로 전원이 복귀했다. 

대부분 피곤에 쩔어서 도착했다. 아마도 잦은 음주가무가 원인일 것이다. 갑자기 생긴 많은 돈은 그들에게 새희망을 주었다. 대부분 선원이 원래 양인이었거나 굶주림을 버티지 못해 스스로 노비를 자청했다. 그들의 가족들도 양인으로 어렵게 살거나 노비로 신음하고 있었다. 

선원들은 월급과 성과급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노비가 된 가족을 속량시키고 가족의 호구지책을 마련해주고 왔다. 그들 입장에서는 상전벽해가 아닌가? 현대의 어떤 기업인 관련 자서전에 '돈은 사람이 벌어다 준다'는 문구를 본 기억이 난다. 내가 선원들로 하여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모두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첫 항해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선원들에게 개인화기인 조총, 환도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 해상전투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화포의 활용과 조총, 선상에서의 집단전투로 나뉘어 능숙해져야 한다. 

대항해시대의 선상전투는 

첫째, 접근하여 화포로 공격한다. 이때 적선이 침몰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나포해서 내 배로 써먹는 것이 이익이니 침몰은 금물이다. 오히려 나포해야 한다. 

둘째, 화포로 기선제압을 한 적에게 조총으로 화력투사를 한다. 그 화력투사는 적의 전력을 순간적으로 괴멸시키기 위해 적 수뇌부 내지는 화망을 구성하여 난전의 우위를 선점하는 데에 집중한다. 

셋째, 선상전투로 적선을 나포한다. 적선의 갑판에 진출하여 가급적 최소한의 피해로 적을 제압하고 적선을 빼앗는다. 

위의 3가지를 교범화해서 선원들 모두 훌륭한 전투원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이번 교육기간의 목표다. 실전에 앞서 최소한 기본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첫 항해는 초심자의 행운이 너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

"악이다! 깡이다!"

나는 해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절로 미소지었다. 언제 들어도 좋다. 타인의 고통은 나의 기쁨이라 했던가? 사관학교 생도시절, 선배들이 왜 1학년 생도를 바텀(Bottom : 해사1학년 생도를 배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의미로 바텀이라 부름.)이라 불렀는지 알 것 같다. 고학년때도 알았지만 지금처럼 절실히 느끼진 못했다. 

지금 저들은 초심자의 행운으로, 너무 심할 정도로 단맛을 봤다. 평균적으로 왜은 170냥씩 벌었다. 조선에서 왜은 1냥의 값어치는 평균적으로 쌀2석에 해당한다. 내상에서 구매한 생사 3천근을 구매가격인 쌀7000석(왜은 3500냥)의 7배 가격으로 판매했다. 실제 역사에서 명 초기 영락제는 일본이 왜구를 통해 남쪽 해안을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조공을 열어준 적이 있었다. 그때 다른 물품들은 조공무역의 특성상 손해를 보았지만 생사만큼은 5배가 넘는 이문을 남겼다는 기록이 있다. 

저들이 월급과 성과급으로 지급받은 왜은 170냥은 쌀340석의 가치다. 선원들이 평생 꿈꾸지도 못했던 대박인 것이다. 이럴 때는 본인들의 현실을 스스로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 나중을 위한 담금질이란 핑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난 절대 새디스트가 아니다.

"스물!"

캬~ 목소리 한번 우렁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2등 항해사관이다. 참 똑똑한 친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돈다. '앞으로 가'라는 구령에 오른 손과 오른 발이 동시에 나가는 사람이다. 방금 팔벌려뛰기 20회를 시켰었다. 당연히 마지막 구호는 없다. 

"팔벌려뛰기 40회 준비. 시~작!"

선원들의 살기어린 시선이 2등 항해사관을 향한다. 나에게는 애처로운 시선이 쏠린다. 훈련은 계속 되어야 한다. 지금은 제식훈련과 체력단련이지만 체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면 바다수영, 해난훈련, 화기교육 등이 필요하다. 지금 흘린 땀 1리터가 나중에 피흘릴 일이 없게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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