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석은 내심 어떤 사내라도 이런 여자라면 만금을 들여서라도 측실로 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금은 귀한 것으로 대궐이나 사대부, 기녀들에게나 소용있는 물품이었다. 아무리 궐의 비자라 한들 가당키나 할까. 그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게 거절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나으리!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바느질과 옷을 만드는 것이옵니다."
밝게 미소지으며 대답하는 그 처자의 말에 김갑석은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영겁같은 일수유가 지났다.
"크흠... 그럼, 어이 자네! 내창(內倉)으로 가서 금 한필과 금사 한두름을 가져오게."
잠시 뜸을 들인 김갑석이 말을 이었다.
"다음 주까지 금사를 둘러 치마저고리를 만들어오게. 자세한 치수는 내 이르도록 하지."
"나으리. 감사합니다....."
그렇게 십년 가까이 이어진 인연은 이제 끝났다. 작년부터 그녀의 병구완을 위해 약값을 아끼지 않았고, 장례도 후히 치르도록 일러 부족함이 없게 도왔다. 이제 그녀의 아이를 잘 다독거려 보내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땐, 그녀의 자색이 안타까워 좋은 자리를 잡아주려 했었다. 아무리 사대부로 방귀깨나 뀐다는 자들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생각될 정도였으니. 허나 곧 그만두었다.
어이없는 역모에 휘말려 관비가 된 그녀를 조정에서 놔줄리가 없는 것이었다. 하물며 대역죄인의 직계이니 죽을때까지 관비로 있을 팔자였던 것이다. 혹시 다음 대의 왕에게 신원이 된다면 모를까?
김갑석의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만금을 들이더라도 그녀를 후실로 들일 생각도 했었다. 그만큼 욕심이 나는 사람이니. 이런 김갑석의 상념은 곧 깨어졌다.
◆ ◆ ◆
"...그리하여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그럼 부산으로 내려가선 무엇을 할 것인고?"
"배를 만들어 장사를 할 것입니다."
"사사로운 조선(造船)은 나라에서 엄히 금하는 것이다. 게다가 해금령은 나라의 국시다. 네 목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야."
"그건 잘 알고 있사옵니다. 배는 나라에서 허하는 것으로 만들 것이고, 해금령은 타국의 물산을 가져오거나, 아국의 물산을 타국으로 가져가는 것이니 타국에서만 거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질 않사옵니까?"
김갑석이 생각하기엔 우진의 생각이 너무나도 허무맹랑하였다. 김갑석도 홍모귀들이 커다란 갈래라는 배를 타고 다니며 교역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선의 배는 물론이고 대국의 배도 대양을 쉽사리 다닐 수 없었다.
김갑석도 처음 홍모귀들이 타고다닌다는 갈래라는 배 이야기를 듣고는 혹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해금령이 있고, 조선의 물산이 비루하니 교역을 통해 이익을 보기는 커녕 상권자체를 타국에 빼앗길 것이 분명하여 마음을 접었다.
조선의 영세한 경상(한양), 송상(개성), 내상(부산), 만상(의주)은 대국의 상회에 대적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해금령이 있으니 이 좁은 나라에서 이문을 취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우진도 곧 현실을 깨달을 것이니 그때를 기다리고자 운을 띄웠다.
"알겠다. 내가 내상 행수에게 미리 전해 놓으마. 혹여 잘 안된다하여도 실망하진 마라. 네 어미의 공덕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너를 박대하진 않을테니. 그럼 이만 가보거라."
"네 어르신 감사합니다."
한양 대궐 안의 어느 곳.
"... 대우가 부족했더냐? 내 양가집 규수를 중신할 터이니 쾌히 받들라."
"...아니옵니다. 소신의 기운이 위약하니 뉘와 혼인한들 사손이 끊길 것이 자명합니다. 이에 양자를 들여 대를 잇고자 합니다."
"...는 대역죄인의 직손이다. 허할 수 없다."
"....은 ...를 강계(江界)부터 뫼셨습니다. ..께서는 제가 이천현감 유대정을 불러 권토중래의 초석을 놓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그만!"
잘 치우긴 했으나 불에 타 무너졌던 흔적이 역력한 곳에서 두 장부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 장부의 지근거리에 몇몇이 있었지만 두 장부의 대화는 온전히 둘만의 것이었다. 하나는 안타까워 잡으려했고, 다른 하나는 미련없이 떠나려했다.
"내 약조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기다리거라. 아직 ...는 허할 수 없다."
"그 약조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청을 허락하신다면 지난 약조는 잊겠습니다."
"감히... 네가 나를..."
두 장부의 눈에서는 불꽃이 일었다.
"...이기 전에 장부의 약조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것으로 모두 잊겠습니다."
"너마저!"
그러나 한 장부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다른 장부는 말을 잊어버린 듯 석상처럼 제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한 식경쯤 지났을까.
약간의 저음이면서도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풍부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 앞에서의 날선 목소리가 아닌, 장부의 평소 그대로의 음성이 들렸다.
"허한다. 그녀는 편히 갔다고 들었다. 그녀의 일은 안타깝게 되었다. 전조의 우를 범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 내 허물이니 더 변명하진 않겠다. 그 아이는 네게 맡기마."
"이제 끝입니다."
"아니다. 내가 끝이라고 해야 끝이다. 너와 그 아이는 내 나라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나를 위함이 아니다. 너와 그 아이를 위함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그렇게 잠시 이어지던 대화는 점차 잦아들었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곧 떠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남고 말았다.
이제 부산이다.
내가 과거, 아니지.
현대인 우진임을 자각한 것은 조선에 태어나 5살이 된 어느 날이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앓아누웠었는데 지금이야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천연두. 바로 마마님이 오신 것이었다. 동리에서도 이미 여럿이 죽었고, 두창을 앓았었던 돌쇠할아버지와 엄마가 나를 정성들여 간호했었다.
당시 나는 마마로 인한 열병보다는 현대인의 기억이 내게 밀려드는 것이 너무도 신기해서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마마님은 나흘만에 떠났고, 현대인 우진의 기억은 조선노비 우진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기억도 없는 어린 나이부터 고아로 자란 기억, 학교생활, 해군사관학교 생도생활, 임관 후 장교로 복무하다 위탁교육을 갔던 것들까지. 그 후에 스타트업으로 대박을 터트려 내 이름을 딴 스쿠너를 만드는 돈지랄 등등.
그 시험항해에서 만난 신비한 귀신고래까지도.
아파서 누워있는 나의 눈에 이상한 빛이 감돌면서 그 귀신고래가 보였다.
옛날 영사기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린 속도로 그 녀석이 보였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다. 이제 잠에서 깨면 내가 사들인 카리브해의 풍광좋은 방갈로, 내 침대 위일 것이다.
그런데 그 귀신고래의 눈빛은 너무나 아련하게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아! 저 눈빛. 그것은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소망하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나는 내 기억을 스스로 깨쳤다.
마마님이 떠난 후, 나는 엄마는 물론이고 돌쇠할아버지, 김씨 아저씨 등 주위 모든 사람들과 어색했었다. 내가 조선인 우진인지, 현대인 우진인지.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오랜 시간을 고민해도 답은 없었다.
조선의 우진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비록 노비지만 엄마가 있고, 그 엄마의 사랑은 현대의 우진에게 없었던,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것! 현대의 우진이 가진 유일한 소망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에 만족했다.
짧은 방황 후에, 나는 다시 평소의 우진으로 돌아왔다. 5살 이전의 우진은 아니지만 절대 내색하진 않았다. 다만, 조금 일찍 철이 든 것처럼 행동했다. 엄마에게 글을 배웠고, 궐에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면서 곁눈질로 세상을 배우려 노력했다.
김씨 아저씨한테 무예를 배워보려 기웃거리기도 했다. 결국 돌쇠할아버지한테 끌려가서 이것저것 기예(?)를 배웠다. 글을 배우는 것도 무예도 중요한 배움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선의 현실과 명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배우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1600년 초반은 서세동점이 시작되는 중요한 기점이었다.
이미 일본과 중국, 필리핀 등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갈레온이 들어와 있다. 일본은 그들에게서 들여온 조총으로 임진년에 조선을 휩쓸었다. 가까스로 일본을 몰아낸 조선은 다시 그 문을 닫았다.
나는 조선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능력이 아예 없었다.
그런 건 임금이나 사대부처럼 능력있고 높은 신분에 있는 분들이 해야할 일이었다.
나는 노비였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엄마의 속량이었다.
노비라는 신분이라도 벗어나야 뭔가 해볼게 아닌가? 엄마도 지체높은 사대부집안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양인이 되고, 거기서 부를 일궈 성공하는 것이 먼저다. 십수년 후에 여진족의 청나라가 일어나고, 명이 망하는 것에 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조선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의 나는 몰랐는데 내 생각에 조선이란 나라는 빨리 망해야 하는 나라였다. 망해야한다고 해서 청나라나 일본에 망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조선이란 나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 신분제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나라였다. 고려도 그랬고, 고구려-백제-신라도 그랬다. 조선이란 나라의 국민 중에 양반은 일부고, 대부분이 중인, 양인, 노비다. 내가 현대인의 의식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도덕적인 문제만이 아니란 말이다.
조선이 잘살고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별 거 없다.
조선의 영토는 좁고, 자원이 부족하다. 유일하게 사람, 인적자원이 있을 뿐이다. 좁은 땅에 보릿고개는 항상 있을 정도로 식량은 부족하고, 구리는 항상 일본에서 수입한다. 나라를 지킬 화약의 재료도 모두 수입하고, 활을 만들 물소뿔도 조선에는 없었다.
이런 조선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살기 위해서는 바깥으로 나가야했다. 소수의 사대부들은 뼛속까지 성리학으로 단련된 분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내가 왕이어도 그건 안된다. 뭔가 내외부적으로 엄청난 충격(임진왜란, 병자호란같은)이 있어도 쉽지 않을거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주의가 딱 좋을거 같았다.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내 신분부터 최소 양인으로 바꾸고, 엄마를 잘 모실만큼 돈을 벌어야겠다. 10살까지만 은인자중하며 기다려야지. 10살정도면 내가 가진 지식으로 돈이 될만한 것들을 해서 종자돈을 모으고, 어느 정도 사업기반을 세운다면 속량할 돈을 모으는 것은 충분할 것이다.
내게 없었던 엄마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다. 괜히 내가 나서서 조선을 변화시킨다는 헛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내게 그런 소명이 주어져야할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노비고, 엄마도 노비야. 나의 소명은 나와 엄마의 행복 그것이 최우선이다. 그게 충족되면 그 이외의 것은 그때 생각하자.'
하지만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다.
이젠 내 인생을 위해 달려야할 때였다.
그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부산에서
"흘흘, 역시 바닷바람을 쏘이니 다리 저린 것이 싹 낫는 것 같누. 이래뵈도 내가 소싯적엔..."
한양에서 부산까지 스물일곱날 걸려서 왔다.
내려오는 길에 김씨 아저씨 고향을 들렀다 오느라 오래 걸렸다. 돌쇠할아버지의 동행을 찬성한 걸 후회한다. 할아버지 말씀은 그냥 브금(배경음악)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가끔은 도움이 되는 말씀도 있지만 대부분 할아버지 과거 무용담(?)을 이야기하신다. 예전에는 대부분 구라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쬐끔 믿는다. 문경새재를 넘는 길에 할아버지 덕을 톡톡히 봤거든.
조선의 민간에서는 호환마마를 두려워했다.
나도 마마를 앓았지만 호환은 남의 일이었다. 고갯길 직전에 작은 주막이 있었는데 호환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출발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 다섯명이 모여있었는데 보통 열다섯명이 모여서 출발한다고 했다. 김씨 아저씨는 아무 말이 없었고, 돌쇠할아버지는 '흘흘, 이거 무섭구나! 곶감하고 떡이나 준비해야할꼬?"라고 하셨다.
주막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늦은터라 어차피 하루 쉬고 가려고 했었는데 다음날이 되어도 사람은 그대로였다. 고갯길은 깊은 산속 60리 길이라 장정의 발걸음으로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밤의 초입에 도착하는 길이었다. 김씨 아저씨는 만류하는 주모를 뒤로하고 우리끼리 출발하자고 했고 돌쇠할아버지의 투덜거림과 함께 우리끼리 주막을 나섰다.
주막을 나서고 한식경 지나고 나서야 돌쇠할아버지가 등짐으로 가져온 물건의 정체를 알게되었는데...놀랍게도 그건 조총이었다!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조총을 꺼내들고는 납탄과 화약을 확인하더니 곱게 꼬아놓은 가느다란 삼줄을 조총의 총구 아래쪽과 개머리판으로 보이는 두툼한 나무판 사이로 묶어서 대각선으로 둘러맸다. 거기에 활도 있었다.
김씨 아저씨는 주막을 나서면서 길가에서 적당히 긴 나뭇가지를 환도로 베어내더니 잔가지를 대강 쳐내고 앞을 뾰족하게 깎아내었다. 간단히 목창을 2개 만들어 할아버지와 나눠들고 지팡이처럼 사용했다.
김씨 아저씨가 평소 애용하던 환도와 각궁은 떠나면서부터 가져왔는데, 각궁은 고갯길 전에는 봇짐에 넣어놓고 외부로 보이질 않았었다. 김씨 아저씨와 돌쇠할아버지가 저렇듯 합이 착착 맞게 조총, 활, 조잡할지언정 목창 등 무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허당인 듯 보이던 김씨 아저씨와 투머치토커 돌쇠할아버지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고갯길을 들어서자 신기하게도 돌쇠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니 돌쇠할아버지는 마치 벙어리인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의 행군(?)을 하던 우리는 드디어 산의 협곡 오르막길 끝자락에 당도했다.
잠시 쉬기로 한 우리는 주막에서 만들어온 주먹밥과 죽통에 담긴 물을 먹고 있었다. 그때 돌쇠할아버지가 김씨 아저씨한테 손가락 두개를 펼쳐 수신호를 했다. 김씨 아저씨는 창을 겨드랑이에 끼어놓고 활을 들어 사주를 경계했고 할아버지는 조총에 화약을 붓고 납탄을 장전한 다음 부싯돌과 부싯깃을 꺼내 불을 당길 준비를 했다. 말은 길었지만 김씨 아저씨는 순간에, 돌쇠할아버지도 십초남짓한 시간에 준비가 끝났다.
"좌하풍(左下風), 일백오십보"
활을 들어 경계하던 김씨 아저씨가 나지막히 일렀다. 그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갯길 왼쪽 아래를 쳐다봤는데 그쪽 수풀엔 뭔가 움직임이 있었다. 김씨 아저씨의 말과 동시에 돌쇠할아버지는 불을 당기고 총구를 그쪽으로 향했다.
"쉭"
순간 김씨 아저씨가 화살을 날렸다. 동시에 돌쇠할아버지는 화살이 날아간 방향으로 총구를 돌려 조준하고 있었다. 숨을 두어번 들썩거릴 시간이 지나고 삼십보도 되지 않을 바위옆 수풀에서 호랑이가 튀어 나왔다. 김씨 아저씨는 호랑이에게 다시 화살을 날린 후에 날 가로막으며 창을 곧추세웠다. 그와 동시에 돌쇠할아버지는 조총을 발사했다.
"쉭"
"탕"
김씨 아저씨의 두 다리 사이에 끼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내가 고개를 돌려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었다. 조총소리와 동시에 호랑이는 수풀 사이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반각의 시간이 흘렸다.
"흘흘, 멀리 간 듯 싶다."
"자리를 정리하겠습니다."
김씨 아저씨는 잠시 호랑이가 나타났던 곳을 갔다가 왔는데 화살 1대를 다시 찾아왔다. 아저씨 말로는 위협사격했던 화살은 나무에 박혀있었고, 두번째 쏜 것은 아쉽게도 앞발에 맞았다고 했다.
돌쇠할아버지가 쏜 납탄은 목을 스쳤다나?
돌쇠할아버지 레파토리가 하나 더 늘었다. 내가 직접 호랑이를 보진 못했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김씨 아저씨나 돌쇠할아버지는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분명히 먼저 알았다.
나중에 돌쇠할아버지가 이야기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주위에 들리던 새소리가 멈추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반대방향에서 소리가 죽은것은 산속에서 무서운 존재(호랑이)가 나타나서 작은 동물들이 숨을 죽인 것이라고 했다.
그걸 느낀 돌쇠할아버지가 손가락으로 수신호하고 아저씨는 사주경계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한 후에 위협사격을 가한 것이다. 그 위협사격을 보고 호랑이가 사냥을 단념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