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228화 (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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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신은 제, 멋대로인 존재, 다. 동시에 제멋, 대로임에도 경외 받는 힘, 을 가진 자이기도 하다.”

    그래 알고 있다. 그래서 의문을 내뱉지 않았나.

    “그, 리고. 그런 존재에게 근접,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인, 간의 재능, 을 한계, 까지 끌어올리고 인간, 이라는 범주에서 성장할 수 있는 한, 계까지 성장시키며, 나아, 가 그 한계를 돌파시키는 힘을 주, 는 것이 바로 그 석, 판이다.”

    신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힘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다.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태어나 군림하는 것이 바로 신이었다.

    그렇기에 월드 세리아에서 신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 누구라도 하더라도 그들의 힘에 결코 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설정에서도 분명하게 명시되어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이 발언은 뭔가. 월드 세리아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설정 자체를 뒤흔드는 발언이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 추측이잖아.”

    그래 결국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지. 체스논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라트는 혀를 찼다.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추측만으로는 아무런 답도 도출할 수 없다.

    “그렇다. 추측이지. 그러나 추측이 없이 오로지 답을 볼 수 있다면, 인간이 이렇게 어리석을 리가 있겠나?”

    체스논은 그런 라트의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읊조리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석, 판이 있는 걸 확인했, 으니 됐다. 나, 는 그걸 얻어야, 겠어.”

    ‘아차!’

    체스논이 뒤로 물러나자, 흑마법사들이 빼곡하게 라트의 앞길을 막아선다.

    체스논과 대화에 정신이 팔려, 지친 흑마법사들이 마력초를 섭취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라트는 입술을 씹었다.

    “모두 나를 지켜라! 죽어도 좋으니 내가 마력을 회복할 때까지 사력을 다해 싸워라!”

    흑마법사들이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 마력을 모아 흑마법을 퍼붓는다.

    “만연하라!”

    “놈은 땅과 나무 그리, 고 물을 손으, 로 만지는 것으로 조, 종할 수 있다. 여기는 땅밖에 없으, 니 땅을 조심, 하여라! 발밑을 항, 상 경계해, 야 한다!”

    그것을 무색의 연금술로 막자, 체스논은 라트의 힘을 미리 조사한 것처럼 주의 사항을 흑마법사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놈의 약, 점은 바람, 이다! 담배 연, 기가 너희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 라.”

    ‘미친!’

    체스논의 말에 흑마법사 몇 명이 강력한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생명의 연금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내가 레이드 당하는 거 같잖아!’

    레이드를 당해야 할 존재인 체스논이 오히려 흑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라트를 레이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당하게 짝이 없다. 그리고 자존심에 금이 생겼다.

    플레이어가 NPC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꼴이라니. 이로써 네 번째가 아닌가.

    처음은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엘리를 지키기 위해서 납치범과 싸울 때였다. 배에 구멍이 하나 났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흑사제놈들과 만났을 때였다. 겁먹어서 어떻게든 숨기 위해서 발악했고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시리아와 싸웠을 때였다. 만복 상태인 흡혈귀의 힘은 두렵기 짝이 없어. 시리아가 만약 그럴 마음이 있었더라면 라트는 분명 그때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다. 이번에는 생명을 위협당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아예 레이드 당하고 있다.

    “후우.”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고, 머리를 차갑게 식힌다. 상처 입은 자존심이 분노를 부르짖고 있지만, 그의 머리는 빙하와 같이 차가워졌다.

    “만연하라!”

    라트가 주문을 읊자 흑마법사들이 약속한 것처럼 일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라트가 무색의 연금술을 펼친 이유는 그들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무색의 연금술로 막혀있는 바위벽에 구멍을 뚫고 그곳으로 내달렸다.

    ‘레이드 당하고 있다면, 이 상황을 역이용해주마.’

    라트가 이름 없는 신의 석판을 가지고 있는 한, 체스논은 분명 라트가 도망치더라도 쫓을 것이다. 흑마법사들에게 쫓으라고 명령을 할 게 틀림없었다.

    “쫓, 아!”

    ‘그렇지.’

    뒤쪽에서 울려 퍼지는 기괴한 목소리에 라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무색의 연금술로 길을 만들고 달렸다.

    여기서 무색의 연금술을 다시 사용해 길을 닫아버린다면 흑마법사들은 쫓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공간을 삭제할 수 있는 흑마법도 있으니 통로가 닫힌다고 하더라도 흑마법사들은 재량껏 살아남아서 라트를 쫓으리라.

    어차피 도망치는 게 아니니 문제는 없다. 라트가 지금 도망치는 척하는 간 사냥을 하기 위한 과정일 뿐.

    “저쪽이다, 계속 달려!”

    일부러 무색의 연금술로 쫓아오는 흑마법사들을 공격하지도 않고, 오히려 속도를 조절해서 그들이 따라올 수 있게끔 했다.

    그렇게 길을 만들고 달리기를 몇 번을 반복하자.

    “크윽.”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산의 꼭대기는 늦은 가을임에도 한겨울처럼 추운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칼바람까지 불고 있었기에 라트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놈이 밖으로 나갔다!”

    “멍청한 놈. 밖은 땅 위에 얼음이 잔뜩 있다는 걸 모른 건가.”

    길을 통해 메아리치는 흑마법사의 말처럼 바깥에는 투명하고 두꺼운 얼음이 빈틈없이 깔려있었다.

    “바람도 심하게 불고 있다. 바람 마법을 사용하던 사람들까지 전부 가세해서 한 번에 처리하자고.”

    “알았다.”

    아아, 확실히 땅 위에는 얼음이 깔려 있어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하지 못한다.

    심지어 이곳에는 나무조차 없다. 물도 없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고 있어 생명의 연금술도 사용하지 못한다.

    연금술사는 바깥으로 나오는 흑마법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더욱 뒤로 물러서 흑마법사들이 모두 밖으로 나올 수 있게끔 유도했다.

    “만연하라.”

    그리고 순간이동을 사용해 몸을 숨기고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속삭이며, 무색의 연금술을 발동했다.

    땅에는 손을 댈 수 없다. 나무도, 물도 없다. 분명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할 껀덕지는 없었다.

    적어도 체스논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얼음이 깨지는 소리잖아. 몇 번 있는 일이야. 그것보다 도망친 놈부터 찾아!”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네놈들의 패착이다.

    체스논이 자신의 힘을 전부 파악한 것은 놀라웠으나, 그는 라트를 주의할 인물이라고 생각했으니 사전에 조사하고, 감시했으리라고 생각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능력을 얻었음에도 지금까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능력이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겠지.

    “쿠웩. 끄르르륵.”

    “어, 얼음이!”

    “모두 공중으로, 억!”

    얼음으로 만들어진 가시가 수없이 치솟아 올라, 그 위에 있던 흑마법사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뒤늦게 반응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만연하라.”

    공중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상관없다. 텔레포트 마법으로 자리에서 벗어나도 문제없어.

    도망친 만큼 더더욱 범위를 넓히면 된다.

    범위를 넓혀서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깡그리 쓸어버려서 벌레처럼 짓밟아주면 그만이니까.

    “만연하라, 만연하라, 만연하라!”

    마나를 전부 소모할 때까지 무색의 연금술을 펼친 라트는 새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수많은 시체가 얼음 꼬챙이 꿰뚫려 지상과 공중을 가리지 않고 매달려있다.

    산채로 얼음에 깔려 짓뭉개진 시체가 즐비해 있다.

    얼음에 몸이 끼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시체가 팽배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그 참상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사냥감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사냥꾼을 사냥하려고 들었던 결말이었다.

    “아직 결말은 아니지.”

    포션을 마심으로 마나를 완전히 회복한 라트는 숨을 안정시키고 무색의 연금술로 얼음을 치운 후, 여기까지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부, 하들은 전, 부, 죽었, 나?”

    드래곤이 있던 곳에 도착하자, 체스논이 약간의 슬픔을 전제로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힘, 을 숨기고 있, 었나?”

    체스논보다는 약하다고 하지만, 그의 부하들 역시 숙련된 흑마법사였다.

    게다가 도론과 함께했던 흑마법사들이 보조 타입의 흑마법사라면 체스논과 함께 있던 흑마법사들은 공격 타입의 흑마법사였다.

    그러니 라트의 능력을 알려준다면 쉽사리 당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런데 라트가 이렇게 빨리 이곳에 돌아왔으니, 그가 힘을 숨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대답해줄 이유는 없는 거 같은데.”

    “시, 시한 사내군.”

    체스논의 목소리가 점점 차갑게 변모하더니 다음 순간 그는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망자의 서늘한 악의가 발밑에서 튀어나와 몸을 기어오르는 착각이 들 정도다.

    “윈드 오브 데스.”

    흑색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자 라트는 눈을 찡그렸다. 윈드 오브 데스, 이 바람을 맞는 자의 체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 마법이다.

    ‘생명의 연금술을 경계하는 건가.’

    윈드 오브 데스는 다수에는 효과가 좋은 마법이었지만, 개인에는 그다지 효과가 좋은 마법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굳이 데스 오브 윈드를 지금 사용했다는 건.’

    어디까지나 생명의 연금술을 경계하기 위함이라고 봐야겠지.

    “밑바닥이 없는 지옥, 무저갱(Bottomless Pit).”

    이번에는 바닥에 흑색 기운이 생겨났다. 흑색의 기운은 멈추지 않고 점점 넓어져 바닥뿐만 아니라 이 공간 전체를 잡아먹는다.

    주변 공간을 마력으로 뒤덮어 바깥과 접촉할 수 없게 만드는 필드 마법이다.

    ‘이래서야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해.’

    그러나 상관없다. 무색의 연금술과 생명의 연금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 검으로 베면 된다.

    그렇게 판단한 라트는 체스논이 마법을 발휘하기도 전에 염동력을 사용해 그의 위로 이동했고, 떨어지는 힘까지 받아 육중한 대검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접촉 금지(Odi et Amo).”

    그러나 대검이 분명 체스논의 몸에 닿았음에도 라트는 그의 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닿았다는 감촉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검이 허공에 멈춘 느낌이다.

    “지랄하고 있네.”

    ‘접촉 금지라니, 8서클 흑마법 중에서도 최상위 마법이잖아.’

    앞서 두 개의 마법은 고작 6~7서클 마법이니 주문을 외우지 않고 사용하는 것도 이해가 됐지만, 어떻게 불안정한 시술로 인해 제대로 9서클에 오르지 못한 리치가 최상위 8서클 마법을 무언으로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이로, 써 너는 나에게 닿, 지 못한, 다.”

    접촉 금지(Odi et Amo)란 생명체는 물론이오, 생명체가 만들어낸 모든 것을 차단하는 마법이다.

    검은 인간, 생명체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렇기에 접촉 금지는 검을 차단한다.

    마법 역시 생명체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힘이었다. 그렇기에 마법 역시 차단할 수 있다.

    “그, 리고 접촉 금지가 끝나, 기 전에 너를 죽이, 겠다.”

    지속 시간은 짧지만, 발동된 시간 안에는 설령 9서클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뚫을 수 없는 흑마법 최강의 방어술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래서 무색의 연금술을 쓰지 못하게 한 건가.’

    무색의 연금술이라면 그에게 닿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색의 연금술은 자연을 다루는 힘이니까.

    그러나 아크 메이지를 넘어선 흑마법사는 그 시도조차도 사전에 차단해버렸다.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았, 나?”

    철두철미하게 약점을 파악해서 상대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런 패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야, 게임에서는 이름 없는 신의 석판을 얻은 적이 없었고 그 덕분에 초반부부터 체스논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혀.”

    나부끼는 바람 사이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무력함을 깨달았냐는 질문에 부정으로 답한다.

    “언데드가 되어, 서도. 그, 럴 수 있, 나 보도록 하지. 내 부하들의 목, 숨값은 비싸, 다. 영원토, 록 끝나지 않을 고통, 속에서 살아, 가게 해주마.”

    “네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야 내 무력함을 시인하겠지만.”

    자신을 언데드로 만들어 영원히 고문하겠다는 무시무시한 선언을 한 체스논 앞에서 라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될 거 같지는 않은데.”

    자신만만한 라트의 모습에 체스논은 불길함을 느끼고 라트를 죽일 마법을 준비하기 사작한다.

    “나는 너의 힘을 이미 예상했었다.”

    접촉 금지 마법을 무언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역시 했었다. 단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놀라웠을 뿐이다.

    “그래, 서?”

    “지금 내 힘으로는 너를 이길 수 없어. 그게 내가 내린 판단이다.”

    제대로 9서클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지만, 반푼이라고 해도 9서클은 9서클이다. 9서클의 상대라면 2차 메인 퀘스트에서 나오는 적 네임드 NPC가 가진 힘이다.

    지금 라트의 힘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어.

    “그것은 아, 주 옳은 판, 단이다. 그런데 어째, 서 너는. 무력함을 시인, 하지 않지?”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지만, 널 이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신의 힘으로 이기지 못할 뿐. 다른 방법을 이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무, 슨, 뜻, 이, 냐!”

    “이런 거지.”

    “죽음의 시(Doom)!”

    라트가 자세를 취하자, 체스논은 재빨리 준비해놓은 마법을 사용했던. 죽음의 시(Doom).

    9서클 흑마법 중 하나로 검은색 빛을 내뿜어 그 빛에 명중한 상대를 반드시 파멸로 몰아놓는, 월드 세라이에서도 흔치 않은 즉사 마법이었다.

    그러나 빛이 라트에게 닿기도 전에 라트는 마치 여기에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렸다.

    ‘다른 능력은 전부 막았어도 염동력은 막지 못했어.’

    그럴 수밖에 없지. 염동력은 이 세계의 이치를 벗어난 힘이었으니까.

    지금에 와서는 염동력을 쓸모없는 희귀 기능이라고 매몰차게 평가했던 과거의 자신이 멍청하다고 느껴졌다.

    “또, 인가!”

    라트가 순간이동을 사용했음을 안 체스논은 재빨리 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기 위해서 마나 스캔을 펼쳤다.

    “설, 마!”

    마나 스캔으로 라트의 위치를 확인한 체스논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바로 그 설마다.”

    이곳은 현재 라트와 체스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악한 마력을 머금은 쇠기둥에 생기를 갈취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건강해 보이는 용이 한 마리 있었다.

    그리고 이 용은 제압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진 게 아니라 쇠기둥의 효과에 의해 계속 자고 있을 뿐이다.

    “그, 만, 둬, 어, 어!”

    대검을 치들어 쇠기둥을 부숴버리자, 리치의 절규가 한껏 허공을 맴돌았다.

    “하, 하. 아무래도 나의 승리, 인가 보군.”

    그러나 쇠기둥을 부쉈음에도 용은 일어나지 않자 체스논이 안심했다는 듯이 웃었다.

    “웃기는 이르지, 리치. 지금 건 쇠기둥을 제거했을 뿐이고 이제 깨울 거다.”

    웃음을 비웃음으로 화답해준 라트는 염동력으로 드래곤의 목 쪽으로 이동한 후.

    「자고 있으면 그냥 뒤통수 한 대 때려서 깨우고 내 이름을 말해. 미쳤으면 역시 뒤통수 한 대 때리고 내 이름을 말하면 정신 차릴 거야.」

    “자메오로스! 애니그마님께서 너를 찾으신다!”

    애니그마가 했던 말대로 대검을 옆으로 눕히고 모든 힘을 다 짜내서 드래곤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소리를 질렀다.

    「아…….」

    그 거대한 입에서 깊은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머리로부터 그의 의사가 들려온다.

    겨우 그것만으로 압도적인 존재감과 힘을 내뿜는다. 인간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영혼에 각인시킨다.

    「잘 잤다.」

    그리고 신을 제외하면 가장 초월적인 존재라고 해도 좋은 용이 내뱉은 첫 마디는 너무나도 태평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새벽 안으로 1부 완결까지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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