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98화 (19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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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조금 있으면 미스트가 점령될 예정입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기동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미르차르드가 후방을 유린하는 순간 전방에 있는 성과 도시를 공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스트를 점령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 전방에 있는 도시는 어느 정도 점령할 수 있었지만.

    ‘제법인데.’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성들은 아직까지 뚫을 수 없었다. 트렌세르노가 병력을 잘 쪼개서 성에 가져다놓았는지 생각보다 반항이 거셌다.

    ‘그것도 잠깐 뿐이야.’

    후방이 점령당한 이상 적은 보급을 얻을 수가 없어서 자멸하게 돼있다.

    더욱이 미르차르드 후작이 보급만 끊은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적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전방은 완전히 고립될 수 있는 상황인데.

    ‘왜 아무런 반응도 없지.’

    어째서 트렌세르노는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는가.

    물론 트렌세르노의 수비만 놓고 보면 훌륭한 편이었다. 미스트가 점령되지 않았더라면 기동전을 펼친 대가를 얻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미스트가 함락되고 후방이 유린당하는 지금에 와서는 일관되게 수비만 하고 있다가는 당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엔스리드 백작. 이쪽에 트렌세르노 군이 몰리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네.」

    세르먼트 후작의 통신에 라트는 지도를 살펴보았다. 현재 세르먼트 후작이 있는 곳은 남쪽, 주인 없는 산맥 근처다.

    그쪽으로 병력이 모인다는 말은.

    “이쪽의 전력이 분산돼있는 틈을 노려 로델세나 성을 노리나려 보군요. 똑같이 보급을 끊을 생각인가 봅니다.”

    그래 그렇게 나왔다, 이건가. 과연 이 공격으로 노리려는 건 무엇일까. 정말로 맞불을 놓으려는 건가. 그게 아니면 시간을 벌려는 걸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맞불을 놓으려고 하는 거라면 막으면 그만이다.

    “혹시 기사단도 보입니까?”

    「아니, 기사단은 보이지 않네. 그렇지만 일반 병사들은 대부분 이쪽으로 모이고 있어.」

    만약 시간을 벌려고 하는 거라면.

    「병력을 로델세나 쪽으로 무를까?」

    “아니요. 제가 로델세나로 가겠습니다. 후작님은 그쪽에 숨어계시다가 적의 병력이 빠져나가면 거길 점령해주세요.”

    시간을 벌 시간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럼 로델세나 성이 위험해지지 않나. 백작에게 있는 병력과 로델세나에 있는 병력을 합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로델세나는 반드시 지킬 테니 제 말에 따라주십시오.”

    「알았네.」

    “저는 이 시간부로 로델세나 성을 지키기 위해서 후방으로 빠지겠습니다. 각 부대의 지휘는 지휘관 분들의 재량에 맡깁니다.”

    그 말에 모두가 세르먼트 후작처럼 자신의 부대를 회군하겠다고 말했지만, 라트는 끝까지 그들을 말렸다.

    여기서 회군하면 트렌세르노가 원하는 그림대로 따라가는 것뿐이라고, 여기가 승부처라는 말로 그들을 말린 라트는 간신히 알았다는 말을 듣고는 눈앞에 보이는 화면을 껐다.

    “으, 눈 아파.”

    지금까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니 정확히는 자는 시간까지 아끼며 모든 부대를 손수 지휘했기에 눈이 아픈 건 당연지사였다.

    마사지로 눈을 피로를 푼다.

    ‘적이 병력을 로델세나 성으로 집중시킨다면, 그만큼 적의 영토에 있는 아군 부대가 기동전을 펼치기는 편할 거야.’

    “그렇지만 로델세나가 뚫리면 말짱도루묵이지.”

    로델세나가 뚫리면 아군의 보급이 끊기게 된다. 그 상황은 무조건 막아야해.

    라트는 곧바로 천막 바깥으로 나와 전군에게 로델세나 성으로 갈 것이라고 알렸다.

    라트 본인의 부대가 기동전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위급한 부대를 지원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이런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도 있었다.

    ‘막아보실까.’

    로델세나 성. 셀룬의 전방에 있는 성이자 라트가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있었던 성이기도 하다.

    성벽도 튼튼한 편이고, 성에 있는 장병들 역시 매년 출몰하는 야만인과 몬스터를 막으며 실전 훈련을 거친 베테랑들이다.

    그 병사들과 함께 성벽을 이용한 농성을 펼친다면 트렌세르노군을 쉽게 막을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분명 성벽을 뚫을 자신이 있으니까 로델세나 성으로 병력을 보내는 거겠지.’

    성벽을 뚫을 자신이 없는데 이쪽으로 병력을 보낼 리가 없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병력을 보낸다고 해도 성벽조차 뚫을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 없이 병력을 희생하는 자살행위일 뿐이다.

    ‘설마 내가 기동전을 포기하고 모든 부대에게 회군하라고 명령을 내릴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겠지. 라트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부정해버렸다. 그렇게 치밀한 전략을 짠 이가 이런 하책을 내놓았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을 못하겠단 말이야.’

    기사단으로는 후방을 유린하는 미르차르드 후작의 부대를 따라잡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개개인이 전신을 가리는 강철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단은 전면전에서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기동성을 떨어진다.

    그런데 어째서 기사단을 보내지 않고 일반 병사 대부분을 이쪽으로 보내는 것인가. 그것이 의문이었다.

    만약 이쪽으로 기사단이 왔다면 라트는 주저하지 않고 전군에게 회군 명령을 내렸을 텐데.

    ‘이해를 못하겠어.’

    “떨어진 별. 명령이 있다.”

    “하명하시죠.”

    “로델세나 성으로 진군하는 적의 규모를 알아 와라.”

    “예이.”

    “백작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떨어진 별이 자리에서 벗어나자마자, 병사 한 명이 천막 안으로 들어와 행군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

    로델세나 성에 도착하자마자, 성의 영주에게 적이 쳐들어올 것임을 알린 라트는 곧바로 떨어진 별에게서 적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받았다.

    “대략 2배 차이인가.”

    “그렇습니다.”

    라트의 부대는 2500명. 로델세나 성에는 약 천 명의 병사가 항시 주둔 중이고 시민들 중 500명 정도는 차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쪽으로 오는 트렌세르노 군의 숫자는 대략 6천을 조금 넘는 정도다.

    “지휘관은?”

    “카르나 후작입니다.”

    떨어진 별의 말에 라트는 살며시 입을 벌렸다. 데모니아 이레네 카르나 후작. 적군의 두 명 뿐인 오러 마스터 중 한 명이자, 노르스 대륙에서는 유일한 여자 오러 마스터가 지휘관이라니.

    “카르나 후작이 지휘관인데 기사는 한 명도 없었어?”

    “예.”

    ‘카르나 후작이 지휘하는데 기사단이 참가하지 않았다고?’

    부단장이 지휘를 하는 부대에 기사가 한 명도 없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기사단 없이 이쪽을 점령할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기사단으로는 전방의 성을 틀어막겠다고?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쫓을 생각인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인가.

    “지휘관도 지휘관이지만, 부대 숫자도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그리고?”

    “정찰 결과, 적은 이곳에서 발리스타를 만들 생각인가 봅니다.”

    “하아.”

    라트의 입에서 한숨이 튀어나왔다.

    로델세나 성은 주인 없는 산맥과 붙어있는 특성 상 주변에 나무가 많은 편이다. 그러니 설계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무를 베어서 발리스타를 만들 수 있어.

    더욱이 발리스타는 공성 병기 중에서도 만들기 쉬운 편이었다. 성벽을 무너트릴 위력은 없지만, 성문을 부술 정도의 위력은 가지고 있지.

    “내 연금술로 최대한 성문을 틀어막고 싸운다고 해도 성문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겠지?”

    “예.”

    ‘골치 아프게 됐는데.’

    파르스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도를 방비할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면 남은 병력은 없다시피 하니까.

    그렇다고 후방에 있는 병사들을 빼자니, 혹시나 핀스크 왕국이 움직일까 두렵다.

    흑마법사들이 언제 변덕을 일으킬지 모르니까.

    “거의 승산이 없다고 봐야겠는데.”

    라트의 지휘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 정도 병력 차이에 성벽의 비호를 받을 수도 없다면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적군에 오러 마스터까지 있으니 라트는 그 오러 마스터를 상대해야한다.

    “내가 시선을 끌면 오러 마스터의 뒤를 잡을 수 있겠어?”

    “그게 가능한 건 단 한 명 밖에 없어요. 아니, 없었습니다. 브라일은 백작님이 직접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떨어진 별의 대답에 라트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러 마스터의 주변에 접근하는 건 단주급 암살자라면 누구든 가능하지만, 뒤를 잡는다면 필연적으로 기척을 들키게 된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러 마스터에게 공격을 가하기 전까지 몰래 접근할 수 있는 암살자는 브라일 뿐이었다.

    “로델세나 성으로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보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어떻게 할까요?”

    “뭐, 어떻게든 되겠지.”

    전황은 불리하기 짝이 없지만, 별로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라트는 심드렁하게 토로했다.

    이에 대한 안배도 확실하게 해놨으니까.

    문제는 그 안배가 시간 안에 도착할까, 아니면 그 전에 로델세나 성이 점령당할 까다.

    “엔스리드 백작님!”

    그러나 로델세나 성의 영주인 쥬라스 자작은 라트와 생각이 달랐나 보다.

    라트가 있던 응접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쥬라스 자작은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적이 쳐들어오는데 어찌 이리 여유로우십니까.”

    “여유롭지 않을 이유는?”

    “예?”

    “우선 흥분부터 가라앉히지. 심호흡부터 하라고.”

    라트의 명령에 쥬라스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뻘겋게 물들었던 자작의 얼굴이 점점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진정됐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유롭지 않을 이유라뇨. 대비를 하셔야죠.”

    “무슨 대비.”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함정을 파고, 본국에 지원 요청을 하는 겁니다.”

    “그건 무리다.”

    라트는 자작에게 본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다만 함정을 파놓는 건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좋은 방법이었다.

    “그럴 수가 그럼 이 병력으로 적을 막아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다. 함정을 파는 건 좋은 방법이야. 적의 숫자가 6천을 조금 웃돈다고 하니까.”

    “적의 숫자가 6천을 웃돈다고요? 바깥에 함정을 파놓고 농성을 한다면 막을 수 없는 규모는 아니긴 합니다만. 아군의 피해도 상당하겠군요.”

    “안타깝게도 수성전은 무리야. 적군이 이곳에서 발리스타를 만들 준비를 한다더군. 적은 무조건 성문을 뚫고 이곳으로 들어올 거다.”

    “그, 그럴 수가! 그럼 당장 본대에 지원 요청을!”

    “그것도 무리다. 현재 본군은 기동전으로 적 영토를 철저하게 유린하고 있다. 이쪽으로 오는 적군도 보급을 받을 수 없어서 필사적일 거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여기서 버티면, 전황은 유리해진다.”

    만약 로델세나를 성공적으로 지킨다면 적의 주력 본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병사를 갉아먹고 동시에 적의 영토를 점령하고 불태워 적군에 피해를 줄 수 있게 된다.

    그리 된다면 라트가 원하는 상황이 나온다.

    지난 번 시니아 성에서 아군의 정예 병력이 몰살당한 수모를 갚음과 동시에 전면전도 가능해진다.

    ‘이 전쟁 역시 최대한 빨리 끝내야 돼.’

    제국 반란 퀘스트가 늦춰진 이상, 왕국 전쟁 퀘스트를 끝내고 제국 반란 퀘스트에도 처음부터 관여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 차리친의 영토를 빨리 흡수하지 못하면 린느탐보프와의 전쟁을 끝낸 사라이 왕국이 차리친의 후방을 치려고 들 거다.

    ‘글란츠 백작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전쟁 중인 나라를 치라는 관습은 없다. 오히려 전쟁 중인 나라를 쳐서 안전하게 영토를 확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린느탐보프는 푸른 대지를 목말라하는 왕국이기도 하기에 분명 트렌세르노의 뒤통수를 칠거다.

    ‘이쪽이랑은 전쟁을 하지 않겠지만.’

    미리 핀스크에 흑마법사의 암수가 드리웠다는 사실을 글란츠 백작에게 알렸으니, 차리친을 친 후에는 셀룬과 협동해서 핀스크 왕국을 치려고 할 거다.

    여기서 사라이는 트렌세르노군을 치는 명분이 생긴다.

    트렌세르노군의 영토를 점령하고 나서, 핀스크 왕국의 흑마법사를 최대한 빨리 토벌하기 위해 셀룬을 도와줬다고 말한다면 이쪽에서는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시라이 왕국을 멸망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셀룬이 노르스 대륙의 2/3를 나머지를 사라이 왕국이 가져가는 게 라트의 계획이었다.

    ‘랜덤 NPC 때문에 꼬였지만.’

    앞으로 최소 2달 정도면 사라이는 린느탐보프를 완전히 점령할 거다.

    켈랑의 경우 셀틱 국왕이 포로로 잡혔고 루만 태자가 죽었기에 끝까지 저항할 수 없었지만, 린느탐보프는 총력을 다하여 저항할 게 분명하니까.

    ‘2달 안에 트렌세르노를 끝장내야 된다.’

    왕국 전쟁이 계시된 지도 벌써 6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2달 안에 트렌세르노를 끝장낸다고 해도 8개월이 지난다.

    그리된다면 제국 반란까지 남은 기간은 아마도 4개월 정도.

    그 4개월 안에 핀스크 왕국을 점령하고 흑마법사 무리를 처단해야만, 왕국 전쟁이 끝나겠지.

    “그렇지만 성벽 없이 시가전에서 두 배가 넘는 수를 물리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자작의 말대로 대비를 해야지. 우선 시가지에 함정을 파는 것부터.”

    “함정만으로는…….”

    “걱정 마라.”

    쥬라스 자작의 말을 끊은 라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든 로델세나를 지킬 생각이니까.”

    로델세나가 뚫리면 라트 역시 곤란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부대를 회군하려고 하는 것을 말리고 홀로 부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온 거니까.

    ‘역시 질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 작품 후기 ============================

    히익...어제 그냥...잠들어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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