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77화 (17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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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인간, 이 미천한 것들이 감히이이!」

    날개가 찢어지자, 원초적은 공포를 자극하는 울음소리가 달빛 아래 처절히 내뱉어진다.

    ‘우선 하나.’

    날개를 찢어, 만티코어가 공중으로 도망칠 상황을 사전에 막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해서는 안 된다.

    만티코어의 날개는 만티코어의 신체 중 가장 연약한 부위다. 그래서 겨우 이 정도 공격만으로 저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아니야.

    사자 가죽도 문제지만, 전갈의 꼬리 역시 날개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단단한 장갑으로 감싸져있다.

    조금 있으면 놈의 움직임을 묶고 있는 모든 게 사라진다.

    “우선 도망쳐!”

    그렇기에 만티코어를 왼쪽 날개를 찢은 일등공신인 겔로그에게 도망치라는 뜻을 전한다.

    “전사들과 드루이드들은 앞으로.”

    그리고 작전에 따라 명령을 내리자, 야만인들은 두 말 하지 않고 그의 말에 따라 앞으로 나섰다.

    작전의 골자는 간단해, 전사대와 드루이드대는 전방에서 시선을 끈다.

    “궁병대, 화살 준비. 공격을 맞춘다는 생각이 아니라 진로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면서 쏴라. 전방에 나서지 못하는 드루이드들과 주술사들은 전방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궁병들은 앞으로 나서 시선을 끄는 이들이 독에 당하지 않게끔 도와준다.

    주술사와 전방에 나설 수 없는 드루이드들은 전사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그들이 다쳤을 때 회복시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라트와 적색 늑대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조금 긴장감이 들었는지, 라트는 마른침을 삼키며 인벤토리 창에서 강화 포션을 마시고, 그 중 몇 개를 적색 늑대에게 건네줬다.

    “뭐야?”

    “신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승시켜주는 물약입니다.”

    “잘 마시지.”

    평상시라면 육신의 힘을 숭배하는 야만인이 이런 포션에 의지할 수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기에 적색 늑대는 바퀴벌레를 본 10대 소녀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군말 없이 포션을 받아마셨다.

    「감히, 감히 내 자랑스러운 날개에 흠집을 내? 죽여주겠노라, 전부 죽여서, 씹어 먹어주겠다.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야금야금 씹어, 복수해주겠노라!」

    ‘복수?’

    적색 늑대는 만티코어가 인육에 맛이 들려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적색 늑대를 슬쩍 바라본다.

    그녀 역시 복수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하다는 듯 라트를 바라보았다.

    “분명 복수라고 했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아마도 후자겠지.’

    야만인의 단점은 무식하다는 점이다. 반대로 야만인의 장점 역시 무식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식하기에 언제든 편한 도시에 들어가 살 수 있음에도 그것을 거부하고 이런 곳에 나앉아 살아간다.

    그들은 무식하기에 발전된 문물을 받아드리지 않고 자신들의 것을 보존하고 숭배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무식하기에 언제나 진실 되고, 올곧아,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야만인들을 의심하는 것이 바보같은 상황이기도 하다.

    ‘복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보니, 분명 사라진 암컷과 관련된 일이겠고.’

    야만인들이 암컷 한 마리를 죽일 수 있었다면 나머지 수컷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까? 개소리다.

    겨우 이 정도 전력으로 만티코어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헛소리도 도가 지나치다.

    ‘그렇다면 역시.’

    추측대로 크룩스 프라시던스가 이곳에 왔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암컷에게 해를 끼친 건 바로 인간이다.

    처음에는 인육에 맛이 들렸던 괴물 한 쌍은 홀로 남겨져 복수에 눈이 멀었다는 슬픈 이야기인가.

    「크오오오오오!」

    “크윽.”

    “귀가 찢어질 것 같아!”

    ‘슬픈 이야기는 개뿔이.’

    아직도 속박에서 완전히 풀려나지 못한 만티코어가 분에 겨워 맹렬히 울부짖자 라트는 귀를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흉포한 기세가 대지를 타고 흐르자, 세삼 괴물과의 격차를 실감한다. 단순히 레벨 차이 때문에 그리 느낀 것은 아니다.

    만티코어의 지능은 인간보다 우수하다. 그런 존재가 느끼고 있는 분노, 원한, 진노, 울분, 격노, 슬픔이 한 곳에 모아 울부짖다니.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이란 말인가. 저 모든 감정을 받아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사실에 몸을 떤다.

    그러나 내 필요에 의해 야만인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물러설 곳은 없다.

    “갑시다.”

    이제 진짜 조금 있으면 생명의 연금술의 지속 시간이 끝난다. 그렇기에 라트는 가자고 말을 했지만.

    “그래, 가야지.”

    괴물에 기세에 질려버렸는지, 적색 늑대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떨지 마시죠. 그 어깨에 부족이 달려있습니다.”

    “너야말로 다리 떨지 마라.”

    “예?”

    다리를 떨고 있다고? 그럴 리가. 라트가 고개를 숙이자, 적색 늑대의 입가에 미소가 번뜩였다.

    “인사 잘한다.”

    설마 족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여인의 입에서 요즘 어린애들도 하지 않을 장난이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애도 아니고. 뭡니까?”

    “나름의 긴장을 풀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까.”

    그렇게 말하면 이쪽에서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적색 늑대의 장난 덕분인지, 조금 전까지 마음 한구석에 머물렀던 두려움이 조금은 희석되었다.

    ‘이러면 고맙다고 해야 되나?’

    아니, 그건 아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스타일 좋은 미인이라지만, 아저씨 개그를 친 건 용납할 수 없다.

    “같이 가!”

    아재 개그를 해줘서 고맙다고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라트는 적색 늑대를 내버려두고 먼저 뛰었다.

    「같잖은 놈들. 뼈째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놈들. 하찮은 것들이 모인다고 해서, 나와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구속에서 풀려난 만티코어가 서서히 야만인 전사대를 향해 다가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최대한 만티코어가 보이지 않을 사각 쪽으로 달린다.

    ‘내가 할 일은.’

    지금부터 라트가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대한 꼬리를 이쪽으로 향하게 만들어 전사대가 독에 당하지 않게 하는 거다.

    정면에서 만티코어를 상대하지 않아도 되니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나와 대적할 수 있다는 알량한 믿음의 값을 치르게 해주마!」

    당장이라도 구토를 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티코어가 가진 가장 강대한 힘이 바로 독이다.

    그것을 정면에서 맞받아쳐야한다. 어지간한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

    “만연하라.”

    전방의 전사들과 만티코어가 격돌하려는 그 순간, 만티코어의 뒤에 당도한 라트가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한다.

    이곳에서 당장 연성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은 바위다. 그러나 바위 쪼가리로는 저 괴물을 막을 수 없어.

    그래 알고 있다. 저런 괴물을 바위로 막겠다니, 드래곤 앞에 사자를 가져다놓는 격이지 않은가.

    그러나 문제는 없다.

    「캬악! 네 노오오옴!」

    수많은 바위들이 거미줄처럼 솟아오른다. 그 하나하나가 마나를 머금고 있어, 평범한 바위보다 강도가 훨씬 뛰어난 상태.

    「겨우 이딴 잔재주로! 나를,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캭!」

    “이쪽을 보면 안 되지.”

    고개를 돌려 라트를 바라보다가, 몸통에 도끼를 얻어맞고, 등에 쏟아지는 주술과 화살 세례가 쏟아지자 분노의 고함을 내지르는 만티코어의 모습에 냉소한다.

    혼자였다면 저 괴물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겠지. 그러나 너의 적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꼬리를 무서워하지 말고, 내리 찍어!”

    야만인 도끼 전사 중에서도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몸소 나서 시퍼런 도끼날로 만티코어의 얼굴을 노린다.

    “전원 발사!”

    푸른 바람의 명령 아래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린다.

    그 화살은 정확히 만티코어의 등이나 얼굴을 노려, 잠깐이나마 괴물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라쉐의 오른팔들은 다리를 잡는다!”

    라쉐의 오른팔, 동물로 드루이드들이 몸을 받쳐 만티코어의 팔을 막아낸다.

    “라쉐의 왼팔! 제일 우선은 다친 전사를 치유한다. 그 다음은 강화 주술이 끊이지 않게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분노를 알려주어라!”

    후방에 있는 주술사들은 전사들에게 라쉐의 축복을 내림과 동시에 다친 전사들을 치료한다.

    그리고 나머지 이들이 공격 주술을 날려 만티코어의 공격을 무산시킨다.

    “만연하라.”

    전갈의 꼬리가 바위로 만들어진 거미줄을 모조리 부수자, 다시 한 번 무색의 연금술로 바위를 연성해 꼬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라트는 곧바로 담배대를 입에 물었다.

    “후우.”

    너의 적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너의 적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이다.

    그것도 보통 인간이 아닌, 자신의 용맹을 증명하기 위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야만인들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만티코어를 막을 수 없다. 분명 조금 있으면 만티코어의 손에 수많은 이들이 쓰러지겠지.

    전방의 야만인 전사들이 전명하게되면 후방에 있는 야만인들은 추풍낙엽과 같이 쓰러질 것이다.

    “으아악!”

    보아라, 벌써 비명을 지르는 이가 생기지 않았나. 이미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라트는 급히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했다.

    “만연하라.”

    재빨리 흙을 연성해 만티코어에게 노려지는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그러자 만티코어의 괴성이 저 하늘 끝에 닿는다.

    「이 버러지 새끼가!」

    꼬리가 번뜩이는 것을 확인한 라트는 급히 대검을 바닥에 꽂고 그 뒤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전갈의 꼬리에서부터 독침들이 쏟아져, 바닥에 떨어지거나 검에 박힌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닥에 꽂힌 독침으로부터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마비가 아니라 그냥 뒤지는 거 아니야?’

    게임에서나 봤지, 실제로 만티코어의 독을 본 것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그래서 만티코어의 독이 이렇게 강력한 독인 줄 상상도 못했다.

    ‘그냥 내장이 녹아내리는 수준이잖아.’

    다행스럽게도 라트의 검은 미스릴로 만든 것이라 녹아내리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잠시 야만인과 만티코어를 시야에 담지 못했다.

    ‘정신 차려.’

    독의 위력에 놀라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만티코어의 공격을 눈에 담아라. 야만인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어디로 이동할지 정확히 예측해야해.

    그렇다면 지금부터 대검 뒤에 숨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이 전장에서 한시라도 눈을 때서는 안 되니까.

    눈으로 보고 생각해라.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로 할 수 있을지.

    ‘여기서부터 진짜다.’

    라트가 해야 할 두 번째 일은 바로 최대한 꼬리의 움직임을 막으면서 야만인들이 피해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이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것이 바로 라트의 진짜 임무.

    ‘마나까지 계산하면, 블랙 크토니움은 자중해야해.’

    블랙 크토니움을 만드는 것도 상당한 마나가 소비된다.

    마나 포션을 마시는 사이에 야만인들이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마나 소비는 최소한으로 해야 하니, 블랙 크토니움을 만드는 건 자제한다.

    ‘게다가 다리는 모를까, 저 꼬리는 블랙 크토니움을 휘두를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광물에 덮어진 꼬리가 휘둘러진다면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오, 야만인이라고 하더라도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만연하라.”

    그렇기에 사용하는 건 무색의 연금술 뿐이다. 만티코어가 날뛰는 것에 맞춰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해 다시금 꼬리의 움직임을 막는다.

    “만연하라.”

    꼬리의 움직임을 봉하면서 만티코어와 야만인들의 루트를 상정해. 그리고 피해가 있을 만한 곳을 미리 예상해라.

    “만연하라.”

    그리고 날아오는 독침을 피하고, 막아라. 모든 것을 내 지배 아래에 두어라. 이 게임을 하면서, 항상 해왔던 일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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