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76화 (176/229)
  • 0176 / 0229 ----------------------------------------------

    1부

    ‘주술사 15명에 드루이드 8명. 야만 궁수 22명, 야만 전사 39명이라.’

    그 이외에도 싸울 수 있는 야만인은 몇 명 더 있었지만, 최소한 전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이 정도다.

    “이게 전부야?”

    생각보다 싸울 수 있는 이들의 수가 적었지만, 일단 불평을 삼키고 묻는다.

    “아이들을 구하려다가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라트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만티코어가 이곳을 노리고 있었으니, 희생자가 없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약 90명 정도인가.”

    라트와 겔로그 그리고 적색 늑대와 푸른 바람을 합친다면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90명 정도.

    ‘상태 이상 면역 포션은 30개 정도.’

    상태 이상 면역 포션을 더 만든다고 해도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포션을 줄 수는 없다. 재료도 부족할 것이고, 포션을 만드는데 시간도 부족하다.

    ‘전방에 나설 수 있는 야만 전사들에게만 포션을 준다고 치면.’

    만티코어의 독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건 라트와 겔로그 그리고 적색 늑대를 포함한 야만 전사들이니, 당연히 그들에게 포션을 먼저 지급해야한다.

    ‘그럼 상태 이상 면역 포션을 대략 20개 정도는 더 만들어야 한다는 소린데.’

    그 정도라면 밤까지는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거다.

    “재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야?”

    “불어오는 북풍. 앞으로 나오도록.”

    적색 늑대의 명령에 주술사 중에서도 가장 관록이 있어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자가 필요한 재료가 있다고 하니, 구해다줘라.”

    “어머니 라쉐의 축복을 받은 이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그러니까, 필요한 재료가.”

    라트가 상태 이상 면역 포션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언급하자, 불어오는 북풍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 있는 재료입니다. 그런데 양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다른 건 몰라도 서리가 낀 눈꽃은 20개 필요합니다.”

    나머지 재료는 인벤토리에 어느 정도 있지만, 상태 이상 면역 포션에서 가장 마지막에 넣어야하는 서리가 낀 눈꽃은 하나도 없는 상태다.

    “서리가 낀 눈꽃이라면 그 정도 있을 겁니다. 따라오십시오.”

    주술사가 다행스럽게도 서리가 낀 눈꽃이 스무 개 정도 있다고 말하자, 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를 따랐다.

    “여기가 주술사들을 위한 창고 천막입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마음껏 쓰십시오.”

    라쉐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인가? 대지모신 라쉐를 따르는 주술사는 라트에게 한없는 친절을 베풀었다.

    “감사합니다.”

    친절에 감사를 표한 라트는 재빨리 연성진을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비커를 꺼내고는 포션 제조 작업에 들어갔다.

    ‘만티코어의 레벨은 대략 300.’

    게임 시스템 덕분에 알아서 몸이 알아서 포션을 제조하는 사이, 만티코어의 전력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거기에 사자 가죽이 두꺼워서 몸통을 꿰뚫는 건 불가능하고.’

    레벨 차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만티코어의 몸을 꿰뚫는 건 어렵다.

    ‘그리고 공중 이동도 가능해서, 어지간히 까다롭지.’

    날개 때문에 수틀리면 하늘로 도망칠 수도 있는 놈이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공략해야할 곳은 바로 날개.

    ‘그리고 가장 요주의 해야 할 곳은 꼬리지.’

    만티코어는 공격 하나하나가 위험한 몬스터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할 곳은 전갈의 꼬리가 내뿜는 독이었다.

    조금만 스쳐도 바로 중독 상태에 빠져 죽기 직전까지 피해를 입다가 결국 마비 상태에 빠져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그러니 날개를 공략해서 움직임을 묶은 후 다음으로 공략해야할 곳은 꼬리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친다.’

    몸통에는 피해를 줄 수 없으니 날개를 뜯어 움직임을 막고, 꼬리를 잘라내 반항할 수 없게 만든 후에 머리를 치는 것이 만티코어를 공략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공평함의 검은…….’

    그건 마지막 카드다. 마나 소모가 극심하기도 하고, 당장 만티코어와 라트의 체력 차이도 감안해야한다면 공평함의 검을 쓰는 상황은 정말 최후의 최후에나 사용해야한다.

    머릿속에 수많은 작전을 생각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포션을 만든다.

    포션을 만드는 사이에 많은 이들이 라트를 찾아왔지만, 집중하는 모습에 그 누구도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노을이 나타날 무렵 간신히 상태 이상 면역 포션을 스무 개 만들 수 있었다.

    “드디어 나왔네.”

    라트가 천막 밖으로 나오자 적색 늑대가 손을 흔들었다.

    “준비가 끝났나봐?”

    “저는 그렇습니다. 그쪽은요?”

    “우리도 끝났어.”

    적색 늑대가 보란 듯이 앞쪽에 눈짓을 하자, 수많은 전사들이 분장을 마치고 활과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작전은 있어?”

    “포션을 제조하면서 몇 가지 작전을 생각하긴 했습니다. 일단 전방에 설 전사들한테 앞으로 나오라고 해주십시오.”

    “전방에 설 전사들, 전원 앞으로 나온다!”

    적색 늑대의 명령에 따라 전사들이 앞으로 나오자, 라트는 흰색 액체가 들어있는 약병을 그들에게 나눠줬다.

    “이게 뭐야?”

    적색 늑대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약병을 흔들며 물었다.

    “상태 이상 면역 포션입니다.”

    반대로 이 포션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겔로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라트를 바라보며, 적색 늑대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상태 이상 면역 포션? 이게?”

    상태 이상 면역 포션이 무슨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지, 적색 늑대는 다시금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바라본다.

    “알베도 학파에서도 이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지금까지 이 포션을 만들고 계셨던 겁니까?”

    “그래.”

    겔로그는 이 포션이 얼마나 대단한 포션이고, 얼마나 만들기 까다로운지 알고 있기에 라트의 긍정에 마른침을 삼켰다.

    “족장님. 저한테 명령권을 주시겠습니까?”

    “아아, 그래야지. 지금부터 우리를 지휘할 사람은 이 남자다. 어머니 라쉐의 축복을 받은 자이니, 불만은 없겠지?”

    적색 늑대의 말에 야만인들 중 그 누구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라쉐의 축복 버프가 이렇게 대단한 것이다.

    아마 다른 야만인 부족에 간다고 해도 드루이드나 주술사 중 한 명이 라트가 라쉐의 축복을 받은 자임을 알아차리면, 우호적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작전을 설명하지. 우선 지금 받은 포션을 마신다면 일정 시간 동안 만티코어의 독이 통하지 않게 된다.”

    그 말에 모든 야만인들이 놀랍다는 듯이 감탄을 한다.

    “단 지속 시간은 10분뿐. 10분이 지나면 만티코어의 독이 체내에서 활성화 되니까, 최대한 만티코어의 독에 중독되지 않게 조심하고, 독에 당했다싶으면 바로 마셔라.”

    “포션을 마신 자는 어떻게 합니까.”

    “최대한 싸우다가 10분이 지나겠다 싶을 때 후방으로 빠진다.”

    그 말에 조금 불만을 느낀 야만인들이 손을 들어올렸다.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영광스럽게 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너희의 용기와 명예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다른 동료들이 너희를 구하려다가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알아서 빠지라는 거다.”

    만티코어와 싸우는 상황에서 독에 중독 당해서 쓰러진 동료를 구할 수 있는 여유는 없다.

    다른 야만인이 자신의 동료를 구하려다가 역으로 당하게 되면 혼란이 일어난다. 그래서 뒤로 빠지라는 거다.

    “또 불만이 있나? 없으면 계속 이야기하지. 먼저 내가 만티코어의 발을 묶을 거다. 그럼 가장 먼저 노리는 건 놈의 날개다.”

    차근차근 작전을 설명해주는 사이에 태양이 완전히 저물고 달이 떠올랐다.

    그리고 밤이 되자, 바로 근처에서 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왔나보네.”

    만티코어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증거다.

    “목책 밖에서 싸워야하는 건 알고 있겠지?”

    적색 늑대의 물음에 라트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목책 안에서 만티코어를 상대하다가는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니 목책의 비호는 포기해야해.

    “드루이드 중에서 변신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과 전사대가 가장 앞에 있고 궁수들은 그 뒤에. 나머지 드루이드와 주술사는 가장 뒤에서 버프를 준다.”

    주술사의 스킬들은 마법사와 사제를 반반 섞었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사제만큼은 아니지만, 주술사도 상당한 버프와 힐을 사용할 수 있다.

    “횃불을 들어라!”

    그 말에 야만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횃불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라트의 명령에 따라 진형을 짜고, 목책 밖으로 향한다.

    “숨어 있다가 만티코어의 틈을 노릴 수 있겠어?”

    “무기가 좋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단검으로는 무리입니다.”

    “때가 되면 내가 무기를 던져준다면, 가능해?”

    “그렇다면 가능합니다. 그럼 먼저 숨어있겠습니다.”

    겔로그는 곧바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선두에 서는 것은 라트와 적색 늑대.

    “무섭지 않아? 괜히 우리 때문에…….”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

    “만티코어를 죽인다면, 엘프의 행방도 최선을 다해서 찾아보고 차리친까지 안내해주는 겁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지.”

    적색 늑대가 만족스러운 대답과 함께 스산함이 바람을 타고 온 몸을 휘감았다.

    “저, 저기!”

    한 야만인이 앞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어둠 속에서 고고하게 군림하는 괴물이 있었다.

    인간의 말로는 감히 형용할 수 없는 머리. 사자의 몸통. 매의 날개. 전갈의 꼬리.

    지구에서 그 어떤 전설에서조차 죽음을 맞이했다는 묘사가 없기에 공포의 존재로 자리잡은 포식자가 있었다.

    「먹잇감이 제발로 걸어왔구나.」

    쇠를 긁는 것과 같은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책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밤만 되면 목책 밖을 서성이며 인간을 잡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전원 전투 준비! 화살을 걸어라!”

    그리 말하며 담뱃대에 불을 붙인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저 놈의 발을 묶는 거다.

    입 속에 담배 연기를 가득 머금고 뱉는다. 염동력을 이용해 그 연기를 만티코어 쪽으로 보낸다.

    그리고 만들어내는 것은 우선 이 세계에서 가장 무겁다고 알려진 광물인 블랙 크토니움.

    그것을 만들어내 놈의 네 발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 아직 놈에게는 저항할 수 있는 날개와 꼬리가 있다.

    “후우.”

    그렇기에 다시금 생명의 연금술을 사용해 놈의 머리 위에 그물을 만들었다.

    「감히 그물 따위로 나를 막겠다고!」

    맞는 말이다. 평범한 그물 따위로는 만티코어를 막을 수 없지.

    그러니까 놈이 제대로 저항할 수 없게, 놈을 옭아맬 수 있는 그물을 만들었다.

    ‘미스릴로 만든 그물이니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겠지.’

    “지금이다! 궁병대, 놈의 오른쪽 날개에 화살을 쏴라. 전사들도 창을 던져!”

    그리말하며, 라트 역시 생명의 연금술로 드락시나를 만들어, 염동력을 이용해 만티코어의 오른쪽 날개에 던졌다.

    쏟아지는 화살과 창이 날개에 명중한다. 개중 몇 개는 튕겨져 나갔지만, 몇 개는 날개를 뚫었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생명의 연금술의 지속 시간은 앞으로 고작 해봐야 10초 내외. 아직 한 쪽 날개가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저 한 쪽 날개도 조금 있으면 찢어질 거니까.

    “겔로그!”

    그 외침에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암살자가 눈을 빛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라트는 재빨리 생명의 연금술로 잡아먹는 자를 만들어 염동력을 사용해 그의 앞으로 이동시켰다.

    “찢어버려.”

    그 명령을 충실이 이행해 쌍검이 어둠을 교차하자, 괴물이 울부짖었다.

    ============================ 작품 후기 ============================

    금요일에 예비군을 다녀왔습니다. 비가 내리는데 훈련을 시키더라고요. 덕분에 감기가 걸려서어제 연재는 그냥 쉬었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