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69화 (169/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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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이건, 일방 통신 수정구다. 저쪽에서 걸어오지 않는 이상, 통화가 어디로 걸리는 지 알 수가 없어.”

    “그렇습니까.”

    첩자들을 왕성의 감옥으로 이송하고 나서야 루아타 공작에게 통신 수정구를 보여준 라트는 그의 대답에 그럴 수도 있다는 듯, 별로 아쉽지 않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수정구가 어느 쪽으로 연결되는지 알아봐야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아쉬움이 있을 리가 없다.

    저들이 첩자라는 것이 정확히 밝혀져 봐야, 오케만 국왕에게 자신은 심문에 재능이 없으니 잡아온 이들은 알아서 심문해달라고 말했다.

    심문에 재능이 없는 것은 맞는 말이고, 관련된 기능도 없었으니까.

    당연히 오케만 국왕은 이를 선뜻 수락했으니 라트가 할 일은 없다.

    그리고 수정구를 통해 이들에게 연락을 하는 쪽이야 대충 누구인지 짐작은 하고 있다.

    ‘트렌세르노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핏빛 그림자에 속한 놈이겠지.’

    이 시기에 파르스에 첩자가 있다면, 당연히 트렌세르노 쪽밖에 없다. 린느탐보프는 사라이와 전쟁 중이고, 핀스크는 당분간 전쟁에 나서지 않을 테니까.

    너무 간단한 정답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제국에서 암살자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나보군. 그래도 그렇지, 내 앞에서까지 모습을 숨기는 건 조금 가소롭다고 생각한다만.”

    “아, 확실히. 나와라.”

    오러 마스터와 동급인 8서클 대마법사님께서 떨어진 별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냥 마나 스캔 한 번 돌려보면 암살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루아타 공작님. 고견은 제국에서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떨어진 별이라고 합니다.”

    라트의 말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떨어진 별이 급히 루아타 공작의 앞으로 나와 인사를 건넨다.

    “떨어진 별? 욕망의 단검의 길드장이 직접 여기에 왔다고?”

    루아타 공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꿈틀거렸다.

    “예. 제가 직접 와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그게 무슨 소린가.”

    떨어진 별은 루아타 공작에게 앞서 라트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트렌세르노가 전략과 전술에 굉장히 능하다는 점, 그렇기에 셀룬의 승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까지.

    “현재 반란군의 군세는 예전 차리친의 70% 정도나 될까 싶다. 반대로 셀룬의 전력은 최고조에 달했지. 이 정도 전력 차이가 남에도 승률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반란군이 셀룬으로 쳐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차리친의 영토에서 싸운다면, 그렇습니다. 이 정도 전력 차가 남에도 제 생각에는 승률은 고작 60% 정도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루아타 공작은 침음을 뱉으며 턱을 매만졌다.

    “물론 제가 직접 돕는다면 승률은 70% 정도 될 수 있겠죠. 그걸 위해서 제가 온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 돕겠다는 거지?”

    “일단, 정면에서 부딪친다면 트렌세르노군의 필패겠지요. 그러니까 아마 트렌세르노는 병사들 사이에서 선동을 일으킬 겁니다.”

    “선동?”

    떨어진 별의 말에 라트는 의문을 가졌다. 선동이라니, 셀룬은 병사들에게 상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으니, 그들의 충성심이 흔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주제로 선동을 하겠다는 건가. 먹고 살기 위해서 병사로 지원한 이들이 과연 이 정도 대우를 받고 있으며, 뛰어난 지휘관도 있고 종전의 전쟁에서도 승리했는데 어떻게 선동을 할 수 있는가.

    “엔스리드 백작님께서도, 그리고 루아타 공작님께서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트렌세르노가 무슨 주제로 선동을 할지.”

    알고 있다? 그 말에 라트는 아, 하고 조그맣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래, 확실히 트렌세르노는 병사들을 선동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과연 신분제를 폐지하고 공평하게 대우받는 나라를 세우겠다고 말한다면 병사들 중 몇 명은 선동당할 수도 있겠군.”

    “그렇습니다.”

    사실 선동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트렌세르노는 진심으로 그런 나라를 건국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모두가 공평한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희생이 필요하다. 그것까지는 병사들에게 알려주지 않겠지.

    “그 선동을 최대한 무마시키는 게 제가 첫 번째로 할 일이죠.”

    병사들이 선동 당한다면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없다. 그것만 막아준다고 해도 일만하고도 오천골드에 달하는 금액은 그다지 아깝지가 않았다.

    “그럼 할 일이 더 있다는 건가?”

    “당연하죠. 두 번째로 제가 할 일은 오늘처럼 상대방의 정보원을 붙잡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쉬운 일이었지만, 앞으로는 조금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겁니다.”

    선동을 무마하고, 선동을 시키기 위해 이쪽으로 잠입한 자를 잡아낸다. 그것이 암살자가 전쟁에서 할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일은 반대로 이쪽에서 적들을 교란시키는 일이겠죠.”

    “가능하겠어?”

    떨어진 별 오직 한 사람이 하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 막중하지 않은가. 라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떨어진 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힘듭니다. 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그럼 어떻게 하려고.”

    “실례지만, 포로로 붙잡은 그림자 까마귀 놈들이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있을 리가 있나. 그림자 까마귀는 브라일이 죽고 나서 그대로 와해되었다. 덕분에 그 고양이 수인년도 죽이지 못하지 않았나.

    “있기는 하다.”

    라트가 고개를 저으려고 했으나, 그보다 루아타 공작의 말이 빨랐다.

    ‘있다고?’

    루아타 공작의 말에 라트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있습니까?”

    “그래. 자네는 전쟁 막바지에 제스맹의 죽음 때문에 빠지지 않았나. 그 이후에 붙잡은 이들이 몇 명 있네.”

    “왜 저에게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림자 까마귀 단원이 포로로 잡혔다면, 그 중 한 명은 케츠의 행방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라트는 조금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루아타 공작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원하는 정보가 뭔지는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해줄 시간이 있기는 했나?”

    아아, 그것도 그렇다. 슬렌베를 점령한 이후에는 워낙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공작과 이야기를 할 시간도 적었다.

    게다가 공작 입장에서는 스승의 죽음 때문에 침울해하고 있는 라트에게 케츠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말하기도 그랬겠지.

    “죄송합니다.”

    이건 라트의 일방적인 잘못이었기에 급히 공작에게 사과를 했다.

    “자네의 기분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네. 사과는 받아주도록 하지.”

    “아무튼 있다는 거군요.”

    공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떨어진 별이 급히 말을 붙였다.

    “그래 있다. 도대체 나를 제외하고는 4명밖에 모르는 그 정보를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아타 공작을 제외하고 4명이라고 함은 오케만 국왕과 미르차르드, 세르먼트, 브로켄 후작인가.

    “영업 비밀입니다.”

    겨우 5명밖에 모르는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떨어진 별은 웃으면서 말을 돌렸다.

    ‘이 정도로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있었어?’

    욕망의 단검은 노르스 대륙에는 기반이 없기 때문에 이쪽 정보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라트가 백작의 작위를 받았다는 걸 알고 있을 때 알아봤어야했다. 생각보다 떨어진 별은 노르스 대륙의 정세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감옥에서 지내고 있지. 그들에게 얻어낼 정보도 없으나, 한 짓이 있으니 그대로 평생 감옥에서 썩힐 생각이었다만.”

    거기까지 말한 루아타 공작은 턱을 쓰다듬던 손을 내리고 팔짱을 꼈다.

    “네가 그들을 언급했다는 건, 그들을 쓰고 싶다는 뜻이렸다?”

    “그렇습니다.”

    그림자 까마귀의 단원은 그들의 죄질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평생 감옥에 가둬놓을 생각이었다.

    런트에서 일어난 그 끔찍한 비극에 그림자 까마귀가 관여했다는 건 정황상 확실한 사실이었으니까.

    “굳이 숙련된 암살자가 있는데, 써먹지 않으면 곤란하죠.”

    암살자 길드가 없는 셀룬이 지금부터 암살자를 키운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니 떨어진 별은 굳이 숙련된 암살자들을 감옥 안에서 썩히지 말고 써먹자고 제안한다.

    “그들이 배신할 확률도 있지 않나.”

    “제가 그런 쪽으로는 일처리가 확실하니,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원하신다면 당장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속죄의 주박을 쓰려고?”

    “속죄의 주박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습니까?”

    떨어진 별의 말에 라트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고, 그 말을 들은 떨어진 별은 당혹스러운 듯이 뒤로 물러섰다.

    “그게 뭔데 그런가.”

    “그게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던 게 말이 튀어나왔기에 라트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속죄의 주박이란 떨어진 별이 가지고 있는 희귀 기능 중 하나로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일단 성공만 한다면 대상자가 시전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박을 세기는 힘이다.

    혹시나 억지로라도 대상자가 시전자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순간, 걸어놓은 주박이 펑, 하고 터진다.

    떨어진 별은 보통 마법 도구를 이용해서 심장에 속죄의 주박을 새겨, 대상자가 자신을 배신하는 순간 죽게 만들지.

    ‘문제는 떨어진 별이 속죄의 주박을 쓸 수 있는 건 비밀이란 말이야.’

    떨어진 별이 속죄의 주박을 사용하는 건 유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감추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그걸 라트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으니 떨어진 별이 기겁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 자가 사용할 수 있는 특이한 힘 중 하나입니다.”

    일단 루아타 공작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라트는 속죄의 주박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상세히 말했다. 그리고 그 주박을 사용하는 건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는 것까지도.

    “어찌 그리 자세히 알고 계십니까.”

    “그걸 내가 너한테 말해줄 필요가 있나? 저번에도 이 말은 했던 것 같은데.”

    그 대답에 떨어진 별은 화풀이가 필요하다는 듯, 발로 땅을 찼다. 라트의 말마따나, 고용주인 라트가 고용인인 떨어진 별의 의문을 해소시켜줄 이유는 없지.

    “뭐,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림자 까마귀 놈들이 배신할 가능성은 적겠군.”

    “네, 뭐 그렇죠.”

    루아타 공작의 말에 떨어진 별은 땅을 차는 것을 그만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속죄의 주박을 걸만한 조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이 주박을 사용하는 게 저로써도 꽤 힘든 일이라서 말입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데려가.”

    조건이 있다는 떨어진 별의 말에 라트는 곧바로 데려가라고 대답했다.

    “바로 그겁니다. 어라? 어떻게 아셨습니까?”

    “숙련된 암살자를 구할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까. 이쪽에 암살자 길드를 세우려면, 인재가 필요하다는 거잖아. 공작님께서도 그 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 그렇지 않습니까?”

    “트렌세르노군과의 전쟁에서 활약해준다면 그 정도는 문제없다.”

    루아타 공작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떨어진 별의 조건을 받아드렸다.

    “그럼 우선은 포로로 잡힌 그림자 까마귀 놈들을 만나야겠군요.”

    “안내해주지. 그곳은 나 정도나 돼야 쉽게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 전에 한 가지.”

    루아타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라트는 급히 떨어진 별을 불렀다.

    “그 놈들한테 케츠라는 수인족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냐고 물어봐줘. 떨어진 별의 방식대로.”

    “알겠습니다.”

    라트의 말에 떨어진 별은 묘하게 웃었다.

    “먼저 가보도록 하지. 자네는 엘리한테 들를 것이니, 딱히 배웅은 안해줘도 되겠지?”

    루아타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아타 공작과 공작부인이 돌아왔기 때문에 엘리는 어지간하면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럴 때 이야기를 나눠야지.

    조금 있으면 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적어질 테니까.

    ============================ 작품 후기 ============================

    와...뉴스가 너무 재미있어서 글을 쓸 시간이 너무 촉박했네요..뉴스..꿀잼..(사실 재미있어야 하면 안 됩니다. 말만 재미있다고 하는 거지, 한숨 밖에 안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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