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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67화 (16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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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성수 50병, 전부 다해서 100골드입니다.”

    고작 축복을 건 물을 병당 2골드나 받아먹다니. 이래서 신전 서비스업은 엉망이라니까. 라트는 한숨을 내쉬면서 골드를 지불했다.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주세요.”

    다시는 이용 안해. 사제의 웃는 얼굴에 라트는 당장 침이라도 뱉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유혹을 어떻게든 뿌리치고 신전 밖으로 나온다.

    이것으로 신전에서 볼 일도 전부 봤다. 신들이 부탁한 일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지만, 결국 들어줄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래도 하필 드래곤이라니.’

    설마 이렇게 빨리 드래곤과 마주쳐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시간제한이 없다지만, 적어도 제국 반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주인 없는 산맥의 드래곤을 찾아야 한다.

    ‘드래곤 이름이 자메오로스라고 했던가?’

    알고 있다면 알고 있는 드래곤이고, 모르고 있다면 모르고 있는 드래곤이다.

    라트가 월드 세리아를 플레이 하면서 드래곤을 찾아가는 경우는 단 세 가지 뿐이었다.

    드래곤을 이길 자신이 있던가, 그게 아니면 드래곤을 굴복시킬 자신이 있던가, 그것도 아니면 화려하게 자살할 때나 찾았다.

    ‘다른 놈들은 드래곤에게 관심이 많았지.’

    정확히는 드래곤 나이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월드 세리아에는 딱히 직업이라는 것이 없기에 공인 에디터를 이용해도 드래곤 나이트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드래곤에 관심을 가졌고 드래곤 나이트가 되는 방법을 철저히 파헤쳤지만, 라트는 예외였다.

    ‘다른 놈들이 드래곤 나이트가 되려고 했던 건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잖아. 무슨 중 2병도 아니고.’

    굳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으면 용사를 하면 된다. 용사의 경우 공인 에디터를 이용해서 용사의 핏줄이라는 희귀 기능을 넣으면 되니까.

    에디터를 사용하기 싫으면 캐릭터를 몇 차례 만들고, 지우고를 반복하면 된다. 용사의 핏줄 희귀 기능은 랜덤하게 플레이어의 캐릭터에게 주워지니까.

    “자메오로스라.”

    그래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노르스 대륙에 레어를 틀고 있는 드래곤은 대략 50마리 정도 된다. 그 중 주인 없는 산맥에 레어를 두고 있는 드래곤의 숫자는 10마리.

    그 중에서도 자메오로스는 성룡급을 넘어, 고룡급에 도달한 드래곤이었다.

    “성룡급이면 어떻게 해보겠다만.”

    고룡급 드래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라니. 지금 상황에서는 목숨을 걸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어서옵셔!”

    “하나 주세요.”

    신전 밖을 빠져나와 길드로 돌아가던 중, 돼지고기 꼬치구이 집을 발견한 라트는 돈을 지불하고 양념이 잘 벤 꼬치를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다른 귀족이 봤다면 귀족이 이런 곳에서 음식을 먹다니, 경망스럽다고 타박할지도 모르겠지만, 라트는 이런 음식이 좋았다.

    잘 구워진 고기를 한 입 가득 베어 물자,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 냉정해진다.

    ‘그래 뭐, 당장 마주칠 것도 아니니까.’

    주인 없는 산맥으로 가기는 하겠지만, 그 때 그 드래곤을 굳이 만나러 갈 이유도 없다. 제국 반란 퀘스트를 끝내고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고 나서 가면 그만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게임이라면 저장 파일이 있으니 괜찮겠지만, 한 번 죽으면 끝인 지금 상황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 저번에 얻었던 칭호도 안 살펴봤네.’

    멸망의 불을 지피는 자(모든 스탯 + 5, 귀족을 상대로 공격력 증가)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없다(모든 스탯 + 15, 왕족or황족을 상대로 공격력 증가)

    ‘나쁘진 않아.’

    프로필 창을 열어 칭호를 확인한 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이나, 왕족 나아가 황족을 상대로 공격력이 증가하는 옵션은 왕국 전쟁 퀘스트에서 나쁘지 않은 옵션이었다.

    이름 : 라트

    나이 : 20세

    칭호 : 에메랄드에 다가선 자(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 + 10)외 5개

    레벨 : Lv 117

    경험치 : 26%

    근력 : 6/10, 건강 : 5/10, 민첩 : 5/10, 마력 : 10/10, 지혜 : 10/10, 매력 : 5/10, 행운 : 10/10, 신성 : ?

    스탯(남은 포인트 : 82)

    근력 : 20 + 170(+9), 건강 : 19 + 160, 민첩 : 15 + 155, 마력 : 112 + 120, 지혜 : 100 + 120, 매력 : 5 + 70 신성 : 9

    영향력

    바이올런 : 10/10, 넥스 : 8/10, 아르카나 : 0/10, 홀리 : 0/10, 애니그마 : 10/10

    일반 기능

    양손검(Lv 96 + 근력, 민첩)

    한손검(Lv 89 + 근력, 민첩)

    관찰력(Lv 84 + 지혜, 행운)

    날카로운 직감(Lv +74 + 지혜, 민첩)

    고른 호흡(Lv 82 + 건강)

    속도 상승(Lv 80 + 민첩)

    담배 갈아 넣기(Lv 67 + 민첩)

    연금술 지식(Lv 191 + 지혜)

    기초 연금술(Lv 169 + 마력, 지혜)

    적색의 연금술(Lv 135 + 마력, 지혜)

    백색의 연금술(Lv 129 + 마력, 지혜)

    흑색의 연금술(Lv 111 + 마력, 지혜)

    황색의 연금술(Lv 153 + 마력, 지혜)

    희귀 기능

    마르쿨의 검술(Lv 9 + 근력, 민첩)  - 필요 기능 : 양손검 or 한손검

    * 공격적인 검술의 끝으로 알려진 검술로 방어를 하는 기술이 거의 없기에 실전된 검술입니다.

    신의 명상법(Lv 9 + 마력, 지혜) - 필요 기능 : 무無

    * 신들의 명상법으로 숨을 쉬는 것만으로 마력이 서서히 회복됩니다. 올바른 자세를 통해 명상을 하면 빠른 속도로 마력이 찹니다.

    무색의 연금술(Lv 10 + 마력, 지혜) - 필요 기능 : 기초 연금술

    * 자연을 연성할 수 있는 연금술. 현재 가능한 원소 속성 : 목(木), 토(土), 수(水), 빙(氷)

    └ Lv 10 : 연성 범위(小), 마나 강화(小)

    미르차르드 검술(Lv 1 + 근력, 민첩) - 필요 기능 : 한손검

    * 미르차르드 가문이 수 백년을 투자했음에도 완성되지 않았던 방어적인 검술. 현재는 니콜라벨리라는 천재의 손에 의해 완전히 완전해졌다고 평가받는다.

    염동력(Lv 1) - 필요 기능 : 무無

    * 물건을 들어 올린다거나, 대상을 밀어낼 수 있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희귀 기능. 마력은 소모되지 않지만, 정신력은 소모 됩니다.

    초기화(에디터 패널티)

    * 세이브 로드를 할 수 없으며, 한 번 죽으면 캐릭터의 모든 데이터가 삭제됩니다.

    커스텀 스킬

    수명의 연금술 - 담배(랭크 불명, Lv 9) - 초당 마나 60 소모 : 수명(담배를 피우는 행위)을 대가로 발현하는 연금술. 연금술의 기초인 이해, 분해, 합성을 무시하고 무엇이든 연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어서 프로필 전체를 확인한 라트는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켈랑과의 전쟁 덕분에 레벨은 물론이오, 기능 레벨도 상승했다.

    ‘문제는.’

    아직도 10레벨에 도달한 희귀 기능은 무색의 연금술뿐이라는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신의 명상법이 10레벨에 도달하지 않는 건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연금술 지식이 완벽에 도달하려고 하는 건 조금 희망적인데.”

    그것 하나는 굉장히 희망적인 상황이었다. 연금술 지식이 완벽에 도달하면 이론적으로 현자의 돌을 만들 수 있는 지식까지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현자의 돌을 만들려면 황색의 연금술 기능이 완벽에 도달해야겠지만.

    “아, 나 카드팩도 안 깠지?”

    생각해보니 호르토 공작을 죽이고 얻은 카드팩이 아직까지 인벤토리에 머물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제스맹의 죽음과 엘리와 케이네 문제 그리고 논공행상에 차리친의 반란군까지.

    ‘정신이 없었지.’

    정신이 없을 만도 했다. 라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인벤토리에서 카드팩을 꺼내려다가, 이내 그 행동을 그만두었다.

    길드에 돌아가서 까야지. 이런 길거리에서 카드팩을 까면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될 게 분명했다.

    “왔니? 어라, 누나 건 어디있어?”

    “하아?”

    길드로 돌아와 2층으로 올라가자, 케이네가 라트를 반갑게 맞이해주려다가 뜬금없이 자기께 어디 있냐고 묻는다.

    “무슨 소리야?”

    케이네가 라트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적도 없는데. 뭘 주라고 저렇게 손을 내미는 것인가.

    “누나 꼬치는?”

    케이네가 기대에 찬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자 라트는 살며시 식은땀을 흘렸다. 생각해보니 케이네도 귀족답지 않게 길거리 음식을 굉장히 좋아했었지.

    최근에 후작이 된 이후 굉장히 바빠지는 바람에 산책을 하러 갈 시간도 없다면서 불평하던 케이네의 모습을 떠올린다.

    ‘냄새로 알아차린 건가!’

    당연하지만, 꼬치는 길드에 돌아오기 전에 전부 먹었다. 그러니 케이네는 라트가 꼬치구이를 먹었다는 걸 냄새로 알아차렸다는 소리다.

    “설마, 없어? 라트 혼자 먹고 온 거야?”

    기대에 찼던 시선이 조금씩 슬픔으로 바뀌어간다. 풀이 죽은 강아지마냥, 힘없이 고개를 떨어트리는 케이네를 바라본 라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옷 갈아입기 전에 마주쳐서 다행이야.’

    “기다려 사올게.”

    “정말?! 그, 그렇지만 라트도 피곤하잖아. 귀찮으면 그냥 쉬어도 돼.”

    라트의 말에 반색하던 케이네가 이내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국까지 갔다 왔던 라트이니, 그가 분명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배려를 해주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풀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쉬겠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있나.

    “그거 사오는 게 뭐가 대수라고.”

    사랑하는 누나를 위해서 잠깐 수고를 하는 게 뭐가 귀찮겠는가. 게다가 전쟁에 비하면 이 정도 일은 아무런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미르차르드님은 돌아오셨어?”

    “응. 리오스랑 같이 정원 쪽에 있을 거야.”

    돼지고기 꼬치를 사러 갈 때는 떨어진 별과 함께 가면서 그에게 파르스의 지리를 알려주면서, 혹시나 파르스에 첩자가 있는지도 살펴보기로 결심한 라트는 케이네의 대답에 그럼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원으로 향했다.

    “저 왔습니다. 어? 에스페는요?”

    정원으로 나온 라트는 미르차르드가 리오스를 가르치고 있는 풍경 중, 항상 있던 사람 중 한 명인 에스페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모르겠네. 오늘은 보이지 않더군. 리오스는 알고 있니?”

    “으응. 리오스도 몰라. 갑자기 사라져버렸어.”

    갑자기 사라지다니.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는데. 잠시 고민하던 라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명색이 숲의 현자라고 불리는 여자다. 분명 개인적인 일이 몇 가지 있겠지.

    “뭐, 바쁜 일이 있나보죠. 저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세요.”

    리오스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있는 에스페가 리오스를 내버려두고 말도 없이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별일 아니겠지.’

    며칠 후면 알아서 돌아올 것이다.

    “떨어진 별.”

    “부르셨나요?”

    리오스와 미르차르드가 다시금 훈련에 집중하자, 라트는 나지막이 떨어진 별을 불렀고, 역시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디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미르차르드라면 그의 기척을 잡아낼 수 있겠지만, 라트는 아니었다.

    “따라와.”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즉시, 밖으로 나가려다가 힐끗 리오스를 바라보았다. 오러 연공법은 익히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미르차르드님.”

    “하명하십시오.”

    “이걸 리오스에게 가르쳐주시겠습니까?”

    라트가 인벤토리에서 전쟁의 울림 연공서를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 내용을 살파본 미르차르드의 얼굴이 조금 떨려왔다.

    “이건 오러 연공법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상급 아니, 최상급이군요. 자, 잠깐 이건! 이걸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역시 바이올런의 종속이라서 그런지, 이것이 바이올런이 가지고 있는 최상위 연공법 중 하나인 전쟁의 울림이라는 걸 알아차린 미르차르드는 입을 벌리고, 몸을 떨면서 라트를 바라보았다.

    “사정이 좀 있습니다. 후작님처럼 된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리오스에게 잘 가르쳐주고, 다시 돌려주세요.”

    “충!”

    사정이 있다는 말에 미르차르드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였고, 라트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이쪽으로 다가온 리오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정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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