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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54화 (15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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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저거 잡아먹는 자잖아!’

    에클레 프시&에클레 사조 - 잡아먹는 자. 저 쌍검 중 조금 더 긴 녀석이 불을 흡수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 검. 조금 더 짧은 녀석이 어둠을 흡수할 수 있는 검이다.

    두 개가 한 세트인 무기로 개개는 전설급 무기라고 평가받지만, 두 무기가 합쳐 신화급 아이템에 당당히 발을 올리고 있는 무기였다.

    ‘나이스!’

    소드 엠프레스나, 웨폰 엠페러 수준의 무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대박이다.

    ‘잡아먹는 자를 한 번에 보게 될 줄이야.’

    보통 잡아먹는 자는 같이 있는 게 아니라 떨어져있기 마련이라, 한 쪽을 얻으면 다른 한 쪽을 얻기 전까지는 전설급 무기 성능 밖에 발휘하지 못해서, 계륵과 같은 무기인데. 두 검이 한 곳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하, 그것은!”

    “주는 거라면 모를까. 그저 보기만 할 뿐이라면, 이 검을 보여주는 게 맞다 생각해서 말이야.”

    라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이 떨리는 걸 어떻게든 무마시키며 오케만 국왕에게 다가간다.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하게.”

    국왕의 말에 라트는 주체 없이 손을 들어 올려 쌍검을 매만지면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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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칭 : 에클레 프시

    등급 : 전설 Or 신화

    형태 : 검 Or 쌍검

    특수 효과 : 태양을 먹는 자, ?

    인챈트 : -  내구도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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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칭 : 에클레 사조

    등급 : 전설 Or 신화

    형태 : 검 Or 쌍검

    특수 효과 : 달을 먹는 자, ?

    인챈트 : -  내구도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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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잡아먹는 자다.’

    이 두 검의 효과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에클레 프시는 불을 흡수한 후 방출할 수 있고 에클레 시조는 어둠을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매우 간단한 효과. 신화급 아이템이라고 하기에는 손색이 있다.

    그러나 두 검이 합쳐지면, 그 힘은 배가 아니라 제곱이 된다. 8서클 마법사 중에서도 화염계 마법을 마스터 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흑염을 내뿜을 수 있다.

    겨우 그것만으로 신화급 아이템. 아니, 그런 효과가 있기에 신화급 아이템인 것이다.

    “이제 됐습니다, 전하.”

    “허허, 정말로 이걸로 끝인가? 달라고 하면 고민을 좀 해볼 수도 있네만.”

    “괜찮사옵니다.”

    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 생명의 연금술로 만들면 그만이니까. 물론 만들 때마다 불과 어둠을 흡수해야하는 귀찮음이 따르겠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에클레 프시를 여러 개 만들 수 있다면 메테오 같이 화염과 물리 데미지가 같이 들어오는 마법이 아닌 이상 화염계 마법은 전부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걸로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얻었어.’

    라트가 엘리의 연인이라고 하나 평민이다. 그렇기에 그의 취급은 그렇게 좋지 않아. 셀룬이라면 모를까, 제국으로 건너가면 공녀의 연인이라고 해서 대우해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귀족 자리를 얻었으니, 앞으로 평민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거다. 제국으로 간다고 해도, 셀룬을 크게 키워놓는다면 라트를 무시할 자는 없겠지.

    그래서 사실, 귀족 자리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런 무기까지 볼 수 있다니. 실로 만족스러웠다.

    그렇지 않아도 라트가 셀룬에 있는 이상, 셀룬의 비밀 창고는 털 수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조금 아쉬웠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렸다.

    “그렇게 말한다면, 더 뭐라 할 수도 없군.”

    라트가 사양을 하자, 오케만 국왕은 웃으면서 옆에 있던 시종에게 쌍검을 맡겼다.

    “그럼, 티타임을 좀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그 이후에는 별 것 없었다. 오케만 국왕이 자리에 앉자 시종들이 곧바로 테이블 위에 차와 주전부리를 올렸고, 서로 차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끝.

    에스페가 이 주전부리를 좋아할 것 같아서 라트가 조금만 주전부리를 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오케만 국왕이 껄껄 웃으며 굉장히 많은 과자를 라트에게 줬고.

    길드로 돌아와 그것을 보여주자 에스페가 좋아 죽으려고 했다는 후일담이 있지만, 결국 평화로운 이야기였다.

    그 다음날, 논공행상의 일정이 4일 후로 잡히자마자 엘리와 케이네에게 끌려온 라트는 죽을상으로 그녀들을 보고 있었다.

    “이걸로 좋지 않아?”

    “조용히 하고 있어. 임명식인데, 아무렇게나 입고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맞아. 자, 이것도 입어보렴.”

    현재 라트는 파르스의 옷가게에 와있었다. 그것도 그냥 옷가게가 아니라 귀족들 중에서도 상류층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옷가게다.

    ‘도대체 옷만 몇 시간 째 고르는 거야.’

    분명 아침을 먹고 옷을 고르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점심을 먹고도 한참이 지났으니, 이젠 도대체 몇 시간이 지났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맥이 빠질 지경이다.

    ‘미르차르드, 이 배신자.’

    어차피 미르차르드도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한 라트는 그에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었지만.

    ‘저는 제 영지에서 가져온 옷이 있습니다.’

    미르차르드가 웬일로 라트의 옆에 있겠다고 하지 않고 땀을 흘리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궁색한 변명을 알았어야 했다. 그 때는 단순히 엘리와 케이네가 눈치를 줘서 빠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거야. 분명해.’

    탈의실에 들어가자, 직원들의 손에 의해 케이네가 준 옷으로 갈아입혀지는 와중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도대체 몇 번째로 갈아입는 옷이지? 벌써 두 자리는 가볍게 넘기고 세 자리 때로 진입한 것 같다.

    “다 됐습니다, 손님.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직원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 스탯 상승시켜주는 엘릭서 덕분에 매력이 상당히 올랐으니까.

    엘리와 케이네는 눈에 콩깍지가 씐 덕분에 잘 모르겠지만, 현재 라트의 외모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어릴 적에는 주관적으로 보나, 객관적으로 보나 잘 생긴 얼굴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누군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한 외모다. 길을 걷다보면 열 명의 여성 중 다섯 명은 반드시 라트의 외모를 한 번 확인해볼 정도로.

    ‘이래서 매력을 안 올리려고 했던 건데!’

    정말이지, 쓸모없는 능력치다. 전투 능력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저 외모만 올려주는 능력이라니.

    물론 외모뿐만 아니라 화술도 올려주지만, 화술이 상승되지 않더라도 결국 얼굴이 잘생겨지면 화술도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다.

    얼굴이 못 생긴 놈이 말을 해봐야 보통은 귀담아듣지 않지만, 얼굴이 잘 생긴 놈이 말을 하면 보통은 귀담아듣기 마련이다.

    게다가 얼굴이 못 생긴 놈이 말을 잘하면 짜증나는 놈이지만, 말을 잘하는데 얼굴도 잘 생기면 금상천화다.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지구도, 이 세계도 더러운 외모지상주의에 찌든 곳이다. 그런 평가를 내린 라트는 탈의실의 문을 열고 케이네와 엘리 앞에 섰다.

    ”언니, 저건 너무 칙칙하지 않아요?”

    “응, 조금 칙칙해보이지? 라트 눈이 하얀색이라 어울릴 줄 알았는데, 피부 톤 때문인가?”

    “자, 다음은 이거.”

    ‘제발 좀 살려주라.’

    가게 주인은 라트의 마음을 모르는지, 함박웃음을 피우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전시되어있는 옷이 부족하면, 옷은 아직 남아있다면서 계속해서 창고에 있는 옷을 가져왔다.

    무려 공녀, 차기 공작님의 방문이다. 거기에 명예 후작이라고는 하지만, 차기 후작님까지 방문하셨으니 당연히 웃어야지. 그렇지만 가게 주인이 좋아 죽으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좋아 죽겠지. 입어보고 있는 옷은 전부 사는 중이니까.’

    이미 입은 옷인데 내버려둘 수는 없다면서, 두고두고 입자는 취지 아래 엘리와 케이네가 라트가 입은 옷을 전부 구매하고 있는 중이니 좋을 수밖에 없을 거다.

    오늘이 이 근래 가게 매출의 최고점을 찍는 날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직원의 손길에 의해 옷을 갈아입은 라트가 탈의실에서 나오자.

    “저거 괜찮은 거 같은데?”

    “그렇죠?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이번에는 불평이 아닌 찬사가 쏟아졌다.

    ‘아까거랑 뭐가 다른 거야 도대체.’

    조금 전 입었던 옷이 검은색 턱시도 같은 디자인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지 망토가 추가되고 여러 가지 무늬가 하얀색으로 수놓아져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여자들은 이 차이가 굉장히 심하다고 느끼겠지만, 라트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구입한 옷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옷은 이걸로 하는 거야?”

    “응.”

    ‘드디어 끝났다.’

    몇 시간에 걸친 쇼핑이 끝나자 라트는 당장이라도 만세삼창이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럼 이제 장신구 사러 가야지.”

    “라트꺼 사러 가는 김에 사는 김에 언니 것도 좀 사면 어때요? 언니도 임명식 가셔야 되잖아요.”

    “음, 그럴까?”

    아직 쇼핑이 끝나지 않았다는 두 여자의 선언에 라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

    3일 후 아침, 라트는 피곤한 얼굴로 익숙하지 않은 방에서 일어났다.

    ‘설마 3일 내내 끌려 다닐 줄이야.’

    죽는 줄 알았다.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장신구는 그렇게 많은 거야. 결국 그 날은 장신구를 고르지 못해서, 장신구를 사는데도 또 하루를 잡아먹었다.

    그래도 장신구만 사면 끝날 줄 알았는데, 신발과 장갑을 산다고 또 하루를 소모했다.

    그 다음에는 임명식 예법을 배운다고 하루를 소모했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논공행상의 아침 날이다. 다시는 두 여성과 함께 쇼핑을 나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한 라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침하셨습니까? 슬슬 일어나지 않으시면 공녀님께서 경을 치실 거빈다.”

    “일어났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라트는 일어났다고 대답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수도에 있는 루아타 공작의 사저다. 여기서 잔 이유는 하나다. 치장을 해야 하니, 엘리가 케이네와 라트에게 이곳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

    ‘공작부인께서도 자고 가라고 성화셨지.’

    어젯밤, 내일을 위해 사위와 케이네의 치장을 맡겠다며 호들갑을 떨던 루아타 공작부인을 떠올린 라트는 담배를 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도 잘 이해해주셨으니까.’

    공작부인은 어젯밤 시종들과 함께 파르스로 왔다. 케이네를 보자마자, 그녀의의 손을 쓰다듬으며 라트와 엘리를 잘 부탁한다고 말해주었지. 아마 엘리나 루아타 공작에게 사정을 들은 모양이다.

    “영웅호색이라지만, 너무 많은 부인은 안 된다?”

    그래, 분명 그런 충고 아닌 당부까지 했었지. 왠지 그 말을 떠올리자 담배를 피고 싶다는 욕구가 상승했다.

    생각해보니까 요 3일간 담배를 한 번도 물지 못했다.

    전쟁같은 특수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쇼핑 중에는 엘리와 케이네에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중했었고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버렸다.

    심지어 어제는 예법을 배운다고, 밤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바빴었다. 예법은 도대체 왜 그렇게 복잡한 건지.

    그냥 무릎꿇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국왕의 말에 무슨무슨 대답을 해야하는 것도 모자라, 라트의 자세가 1cm라도 틀리면 안 된다면서 밤까지 호통과 함께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잠깐의 유해 시간이 지나고, 시종들이 절제된 행동으로 라트의 방에 들어왔다. 그녀들의 손에 들린 옷과 장신구 그리고 몇몇 치장 도구를 바라보자, 요 며칠 간의 기억이 떠올라 두려움에 젖는다.

    “목욕 시중을 들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목욕 시중이라니, 절대로 사양이다. 이 세계로 오기 전에는 목욕탕에서 때밀이의 손에 자주 몸을 맡겼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건 때밀이가 남자였으니까 그랬던 거고!’

    여자 시중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뇨, 아니요. 됐습니다. 명령이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명령이라며,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엄포를 내린 라트는 시종들을 내버려두고 홀로 방에 딸린 욕실에 들어갔다.

    “일단, 씻자.”

    논공행상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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