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43화 (14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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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축하드립니다, 희귀 기능 무색의 연금술의 레벨이 10을 달성했습니다. 무색의 연금술 기능이 강화됩니다]

    ‘드디어.’

    루만의 목에서 검을 빼낸 라트는 감격에 가득 차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희귀 기능 중 하나가 레벨 10을 달성했어.’

    무색의 연금술은 생명의 연금술이나, 마르쿨의 검술 그리고 신의 명상법에 비하면 상당히 늦게 배운 희귀 기능이었지만, 사용 빈도는 굉장히 높았으니 가장 먼저 레벨 10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상태창을 열어 무색의 연금술을 급히 확인한다.

    무색의 연금술(Lv 10 + 마력, 지혜) - 필요 기능 : 기초 연금술

    * 자연을 연성할 수 있는 연금술. 현재 가능한 원소 속성 : 목(木), 토(土)

    └ Lv 10 : 연성 범위(小), 마나 강화(小)

    ‘좋아!’

    범위야 그렇게 큰 메리트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마나 강화 어마어마한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마나 강화라는 건 다시 말해 무색의 연금술로 연성한 물체에 마나를 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은 그 효과가 미약하기는 하겠지만, 당장 마나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파괴력의 차이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다. 평범한 나무로는 쇠를 뚫을 수 없겠지만, 마나로 강화한 나무는 쇠를 뚫을 수 있을 정도다.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마나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색의 연금술은 지금보다 더욱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기쁘십니까?”

    바로 그 때 미르차르드의 물음 소리가 들렸다. 아마 미르차르드는 라트가 루만을 죽여서 미소를 짓는다고 착각한 것 같다.

    ‘기쁘냐고?’

    잠시 무색의 연금술 때문에 정신이 팔렸던 라트는 상태창을 끄고 루만을 바라보았다. 한 때 태자였고 임시 국왕이던 남자는 시체가 되어 싸늘히 식어가는 중이었다.

    기쁜가? 그렇게 물어보니 라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기쁘지는 않아. 그렇지만 후회도 들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기쁘진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라트의 대답에 미르차르드는 한숨을 내쉬며 루만과 호르토 공작의 시체를 번갈아본다.

    “하아.”

    “착잡하십니까?”

    무표정으로 내뱉은 한숨.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나, 오히려 수많은 감정이 교차해서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한숨이었다.

    “예, 조금.”

    사실상 켈랑의 종언을 선언했다. 그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한 때 켈랑의 후작이었던 미르차르다. 어찌 착잡하지 않을까. 충성하던 왕국을 제 손으로 멸망시켜버렸는데.

    “그렇지만 착잡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충성은 런트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한 순간 끝을 고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착잡해하지 않도록,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할 뿐.

    “이제 어떻게 할까요?”

    “미르차르드님은 그냥 나가시면 됩니다. 나가시면서 루만과 호르토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절대로 방해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하면 되겠네요.”

    “그럼 문이 열릴 때 시체가 보이지 않게 저 구석으로 치워놓고.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미르차르드님은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저는 먼저 나가있겠습니다.”

    “예? 이 성에 들어올 때처럼 같이 나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이 성에는 같이 들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나갈 때는 아니다. 경화수월은 하루에 한 번 밖에 사용하지 못하니 라트는 정상적으로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

    그 이유를 미르차르드에게 설명하자 그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떻게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저기로 나가려고 하는데요.”

    라트가 창문을 가리키자 미르차르드의 얼굴에 당황이 자리잡았다.

    “이런 곳에서 뛰어 내리시면 금세 들키실 겁니다. 소란이 일어나면 루만과 호르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곧바로 알려질 텐데요?”

    “안 들키고 뛰어내릴 자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말하며 라트는 창밖에 펼쳐진 슬렌베의 전경을 눈으로 확인했다. 전투가 일어나면 안쪽이 망가지기는 하겠지만, 공성전을 벌였을 때와 비교한다면 굉장히 양호하겠지.

    “저기 검은색 지붕이 보이시죠. 동그란 굴뚝이 있는 곳.”

    “예, 보입니다.”

    창문 밖에 보이는 집 중 하나를 가리키자 미르차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뵙죠. 먼저 가보겠습니다.”

    만날 장소를 정한 라트는 주저 없이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창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미르차르드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서 나가기나 할 것이지.’

    손짓으로 어서 방에서 빠져나가라고 알리고 염동력을 잘 조절해서 몸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게끔 한다.

    최대한 병사들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혹여나 그림자가 비출까 조심히 이동한 끝에 간신히 성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봐,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도로 위에 착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정도였다.

    ‘머리 아프다.’

    루만을 죽이면서 희귀 기능 Exp를 얻었다지만, 염동력은 아직도 레벨 2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꽤 장시간 그것도 쉬지 않고 염동력을 사용한 덕분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됐지만.’

    여기까지 빠져나왔으니 안심할 수 있다. 성벽 위에도 병사들이 많이 있었지만, 성과 비교하자면 성벽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그만큼 병사들이 퍼져있었다.

    게다가 숨을 장소도 많고 말이야.

    “기다리셨습니까?”

    라트가 조금 전 약속했던 장소에 도착하자, 때마침 미르차르드도 도착했다.

    “저도 이제 도착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의심 받지 않으려고 천천히 와서 분명 기다리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라트가 어떻게 갑자기 창문 밖으로 이동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에서 빠져나왔는지 궁금할 법도 하건만, 미르차르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충신이야.’

    충신이지, 그럼 충신이고말고. 커뮤니티 내에서 미르차르드가 켈랑을 배신하고 다른 나라에 투항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을 정도로 충성심이 강한 Npc다.

    ‘같은 편으로 만들길 잘했어.’

    미르차르드가 죽었다면 두고두고 후회를 했을 것이다. 당장 미르차르드에게 부탁할 일은 오로지 그밖에 하지 못할 일이기도 했다.

    “현재 저에게 골렘 두 채가 있습니다.”

    메아리치는 밀림에서 사용했던 골렘은 역시나 고장이 났었다. 덕분에 이제 남은 코어형 골렘은 겨우 두 채 뿐. 그 중 하나는 라트의 것이었지만, 나머지 하나는.

    ‘이건 누나 건데.’

    케이네에게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말했었지. 라트는 곤란하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이루크 성에서는 골렘 하나로 소란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지만, 이곳은 다르다.

    이 근처에서 잠을 자고 있을 기사가 몇 명일까. 이 근방을 순찰하고 있는 병사가 몇 명인가.

    슬렌베는 현재 켈랑의 전력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다. 이런 곳에서 골렘 하나가 나타났다고 소란이 크게 일어날 리가 없다.

    골렘 두 채를 전부 사용해도 순식간에 진압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성문을 여는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하아.”

    “왜 그러십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결국 이 두 채의 골렘을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다. 케이네에게 나중에 코어형 골렘을 하나 만들어주기로 결심한 라트는 인벤토리에서 코어를 꺼냈다.

    ‘가능하면 두 골렘을 떨어트리는 게 최고겠지.’

    골렘을 분산시키면 그만큼 빨리 진압되겠지만, 그만큼 시야가 분산될 것이다. 그 틈을 노려서 성문을 뚫는다. 이루크 성 때와 똑같은 작전이지만, 그만큼 확실한 작전이었다.

    “가죠.”

    “예!”

    먼저 자신이 만든 코어형 골렘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라트는 코어를 바닥에 던지고 재빨리 셀룬의 군단이 있는 방향의 성문을 향해 달렸다.

    이렇게 달려가다가 성문 근처에서 케이네가 준 코어형 골렘을 사용하면 된다.

    “쯧.”

    주변의 벽돌을 휘감아 몸체를 이룬 골렘이 소리 없이 울부짖으며 난동을 부리자 곧바로 병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오래 버텨줘라.’

    지금 당장은 괜찮다. 골렘은 일반 병사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수준이 제법 괜찮은 기사나 마법사 정도는 와야 막을 수 있을까?

    그러니 안심하고 어둠을 헤치며 성문 쪽으로 달린다. 골렘에 정신이 팔렸는지 병사들은 이쪽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쪽을 봤음에도 미르차르드가 달려가니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켈랑 내에서 미르차르드를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것도 지금 뿐이다. 이 소란이 일어났으니 조금 있으면 루만 태자와 호르토 공작의 시체도 발견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골렘을 하나 더 던져서 시선을 끌겠지만, 혹시 화살이나 마법이 날아오면 막아주십시오!”

    “충!”

    성벽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라트는 케이네가 건네준 코어형 골렘을 망설이며 던졌다.

    라트가 만든 골렘보다는 못했지만, 이번에도 거대한 골렘이 출현하자 성벽 위의 병사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르차르드님! 저기 골렘이!”

    “비켜라!”

    미르차르드는 자신을 부르는 병사를 지나쳤다. 그건 라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보들.’

    짧게 조소한다.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알지 못한다. 이제 이곳은 바보천치들의 소굴과 같았다.

    루만과 호르토 공작이 죽었으니, 지휘 체계에도 혼란이 일 것이다. 지휘관이 없는 병사들은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무력하다.

    “셀룬군이 이쪽으로 온다! 전원 전투 준비!”

    셀룬의 군단도 슬슬 진격하고 있었다. 전투 준비의 나팔이 울리고 있지만, 성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반응을 할 수가 없겠지.

    국왕과 2인자가 죽었는데, 당장 무슨 반응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많은 귀족들이 남아있지만, 과연 그 누가 용맹하게 나설 수 있을까.

    조금 전 보았던 탐욕스러운 돼지 새끼의 모습을 떠올린 라트는 다시 한 번 조소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라트의 예상과는 달리 그 누구도 이쪽을 공격하지 않는다. 단지 미르차르드의 등장에 환호하는 자들뿐이다.

    미르차르드가 성문으로 다가가는 이유가 셀룬의 군단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다 왔어.’

    이제 성문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굳이 성문을 열 필요가 있을까?’

    성문을 열기 위해서는 성벽으로 올라가야한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더욱 지체되겠지. 어쩌면 성벽 위에 있는 병사 중 라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병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성문으로 돌진하는 건 어떤가. 성문은 열 수 없지만, 길을 만드는 건 할 수 있다.

    ‘애시당초 성을 성문으로 드나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지.’

    거기까지 생각한 라트는 급히 미르차르드를 바라보았다.

    “성벽 위로 올라가지 않고 이대로 성문으로 갑니다!”

    “충!”

    급박한 상황이기에 미르차르드는 의문을 달지 않지 않았다. 그리고 라트를 믿었다. 그가 지금까지 허튼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걸로 끝인가.’

    골렘 두 채가 정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병사들의 반응도 어수선하기 짝이 없어.

    미르차르드를 보고 있는 병사들은 몰라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병사들의 사기는  엉망일 거다.

    안타깝다, 이것이 한 왕국의 종말이라니. 전쟁 전만해도 강대했던 왕국의 종말치고 너무나 허무하지 않나.

    그러나 안타까워한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즉슨, 추락하는 것은 추락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켈랑이 그렇다. 셀틱 국왕은 성군으로써는 유능하나 전쟁에서는 무능하다. 루만 태자는 그런  아버지를 깔보았다.

    그게 씨앗이었다. 그 씨앗이 시간이라는 흙에 덮여, 전쟁이라 불리는 햇빛을 받으며, 음모라는 이름의 물을 머금고, 불화라고 평하는 양분을 먹어치워 마침내.

    “만연하라.”

    싹을 틔우고, 만연하여 자라나, 종극에 이리 되었다.

    그래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없지.

    무색의 연금술로 성문이 아닌 성문 옆의 성벽을 치워버리고, 해자에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그렇게 훗날 역사서 한 페이지에 켈랑이라고 불릴 왕국의 멸망을 고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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