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121화 (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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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케이네가 울다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던 라트는 기절하듯 잠에 들어버린 그녀를 들어 올려 침대에 곱게 눕혔다.

    잠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유유히 방밖으로 빠져나오고 나서.

    “후우.”

    인벤토리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걸린 시간은 아주 잠깐. 입 밖으로 새하얀 연기를 내뱉은 라트는 젖어있는 상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복도에 걸린 창문을 바라보았다.

    ‘누나를 울렸다, 이거지.’

    타인이 라트의 생각을 보고 있다면 분명 라트를 시스콘이라고 부르며 손가락질 했을 거다.

    그러나 그렇게 불려도 상관없다. 손가락질 당하면 어떤가.

    라트에게 있어 케이네는 그만큼 소중했으니까. 단순히 가족이라고만 정의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단순히 가족이라고만 생각했으면 케이네에게 소리를 지른 날,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지는 않았을 거다.

    키스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모를 정도로, 어린 아이는 아니다.

    현재 이 신체의 나이는 20살이나, 살아온 날을 전부 합친다면 현재 라트의 나이는 20대 후반이었다.

    그렇지만, 20대 후반이라면 아직은 어린 나이다. 순수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나이. 그래서 라트는 현재 자신의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케이네를 취하고 싶냐 물어보면, 라트는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다른 남자의 곁으로 가는 걸 볼 수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게다가 루만 태자와 케츠를 놓친 것이 너무나도 분했기에 정신이 어지로운 것도 한몫했다.

    “하아아.”

    그렇기에 담배를 물었다. 이 순간만큼은 담배를 태우는데 집중하기에 잡생각이 종적을 감추니까.

    파이프 담배를 빨며, 연기를 내뱉던 게 어언 한 시간쯤 지났을까.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병사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연회가 열린 모양이다.

    ‘내려갈까?’

    담배도 슬슬 태웠으니, 이제 잡생각을 지우기 위해서는 다른 집중할 거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려가 봐야 부담스러운 시선에 둘러싸이겠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내려가려고 했던 마음이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엘리는.’

    숨겨왔던 붉은색의 실을 자신의 눈에게만 보이게 조종한다. 모습을 드러낸 붉은 실은 연회가 열리고 있는 곳으로 이어졌다.

    연회가 벌어지고 있는 걸 자세히 살펴보니, 라트와 케이네를 제외한 다른 귀족들 모두 연회에 참여해,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과도한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는 중은 아니었지만, 런트를 함락했다는 흥분을 식힐 정도로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연회에 귀족이 빠질 리가 있나.”

    왕과 귀족을 주축으로 하는 신분제 시대에 귀족이 연회에 참여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들은 병사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한다.

    그건 저런 연회에서도 마찬가지. 귀족이 참여하지 않으면 저런 규모의 연회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그럼 엘리를 보는 것도 글렀고.”

    귀족까지 저 아래에 있다면, 내려간 순간 붙잡여서 강제로 자리에 앉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라트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이럴 땐 카드깡이지. 아 그전에 칭호부터.”

    인벤토리에서 랜덤팩을 꺼내기 전에 우선 이번에 얻은 칭호부터 살펴보자고 생각한 라트는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 칭호를 확인했다.

    오우거 슬레이어(근력 + (5/20))

    죽음에게 죽음을(민첩 + 20, 하루에 한 번 20초 지속 가능한 경화수월 사용을 할 수 있음)

    “괜찮네.”

    오우거 슬레이어 칭호는 성장하는 칭호로 처음 얻었을 때는 근력 5를 올려주고 그 다음부터는 오우거를 열 마리씩 잡을 때마다 근력 1을 올려준다.

    “올릴 수 있는 스탯이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보단 못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의 경우 처음 칭호를 얻었을 때 올 스탯 30을 올려주고 그 다음 용을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올 스탯 10을 올려준다.

    거기다가 칭호에 스킬까지 달려있으며 성장 제한도 없는 슈퍼 레어 칭호다.

    다만, 파티가 아닌 단신으로 용을 잡아야만 주는 칭호로 슈퍼 레어 칭호답게 얻기도 어려웠다.

    월드 세리아에서 단신으로 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가 강해졌다면, 그 게임은 이미 끝난 게임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로 캐릭터가 강해졌으면 올 스탯 30을 얻자고 용을 죽일 필요도 없다. 그냥 재미로 죽이는 것뿐이다.

    용을 죽일 바에야, 차라리 용을 굴복시켜서 그 힘을 이용하는 게 훨씬 나으니까.

    “그리고 죽음에게 죽음의 칭호는.”

    라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건 어마어마한 칭호다. 스킬이 달려있는 레어 칭호 중 하나. 지금 이 시기에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칭호다.

    “역시 직접 죽이길 잘했어.”

    미르차르드에게 막타를 양보했다면 이 칭호는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하루마다 사용할 수 있는 희귀 기능이 2개로 늘었다.

    하나는 라쉐의 축복을 이용한 대지의 분노. 그리고 다른 하나가 죽음에게 죽음을 칭호를 이용한 경화수월이었다.

    경화수월은 암살자를 목표로 하는 플레이어라면 얻어야하는 1순위 희귀 기능 중 하나다.

    ‘기본적인 은신하고는 궤가 다르지.’

    경화수월은 오러 마스터라고 해도 공격 직전까지는 숨어있었는지 알아챌 수 없는 기능이었다.

    그나마 약점이 있다면 공격 직전에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과 한 번 사용하면 10초 안에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정도.

    “기습할 때나 도망 다닐 때 편하겠네.”

    굉장한 희귀 기능이기는 하지만, 라트가 전문적인 암살자도 아니고 지속 시간도 20초밖에 되지 않으니 제대로 활용하는 건 무리였다.

    뭐, 이 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그리 생각하며 이번에는 인벤토리를 열어 랜덤 기능팩과 랜덤 희귀 기능팩을 꺼냈다.

    “우선 그냥 기능팩부터. 무엇이 나올까요.”

    유O왕 카드팩처럼 생긴 포장을 찢자, 밝은 빛이 일더니 한순간에 사라졌다.

    [침술 기능을 획득하셨습니다]

    빛이 사라지자마자, 눈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뭔가 조촐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기능 하나를 공짜로 얻을 수 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침술이라.”

    현대 의학에서 침술은 그다지 좋은 취급을 받지는 않지만, 월드 세라아에서 침술은 상당히 명성 높은 의술이었다.

    신법이 외상에 효과가 좋다면, 침술은 내상에 효과가 좋다.

    마나가 뒤틀린 마법사나 오러가 꼬인 오러 마스터가 침술이 선행하는 온기리드 왕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왔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흔히 있는 이야기다.

    “아, 그 책이 있었지.”

    케이네가 엘릭서를 만들겠다고 길길이 날뛰며 경매장에서 백색의 연금술과 관련된 책을 모조리 사들였을 때, 잘못 산 책도 분명 침술과 관련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침술 기능이 생기겠지, 싶었는데 책을 읽어도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찾았다.”

    인벤토리에 연금술 재료가 수북이 쌓여있는 덕분에 한참이나 인벤토리를 뒤적거린 라트는 간신히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침술이 있는 상태에서 이걸 읽으면 기능 경험치가 오르겠지.”

    [기능 ‘강화 침술’의 기본 조건인 기능 ‘침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화 침술 기능을 획득하셨습니다]

    “엥? 이거 강화 침술 책이었어?”

    설마 이 책이 경매장에 나돌아 다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케이네가 잠들어있을 방을 바라보았다.

    강화 침술은 온기리드 왕국 내의 무사들만이 사용하는 침술로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주는 침술이다.

    ‘강화 침술이 완벽에 도달하면 스탯에 최대 100%까지 올라갔었지.’

    다만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기도 하고 하루에 2번 이상 사용하면 기절하고 만다.

    그래도 강화 침술이 지속되는 동안은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기절 상태도 빠지지 않으니 강자와 싸울 때는 굉장히 유용한 기능 중 하나였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희귀 기능에 준하는 기능을 뽑으라면 top5에는 들지 못하지만, top10에는 무조건 들어가는 기능이니까.

    그만큼 입수하기도 어려운 기능 중 하나인데, 케이네는 어떻게 이 책을 경매장에서 구입한 건가.

    “운 개쩌네. 하긴 지금 내 운 재능을 생각하면 이건 놀랍지도 않다.”

    현재 라트의 운은 10/10으로 인간으로써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운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했다.

    “운 덕분에 내가 망캐에서 축캐가 되가는 중인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운 재능이 캐릭터의 행운을 조정한다고 하지만, 그 행운은 어디까지나 전투나 퀘스트 때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변수가 일어나게 해줄 뿐이다.

    시답잖은 생각을 마치고 파이프 담배를 인벤토리에 넣은 라트는 남은 랜덤팩 하나를 바라보았다.

    ‘랜덤 기능팩이야, 많이 봤었으니까 별 감흥이 없다지만. 이건 틀려.’

    랜덤 기능팩은 월드 세리아를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이 봤기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필요한 기능이 나왔다지만, 이건 정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였을 뿐이다.

    그러나 랜덤 희귀 기능팩이라니, 이런 건 한 번도 얻은 적 없고 커뮤니티에서도 관련된 글을 본 적이 없다.

    ‘이것도 스탯 포인트가 필요한 건 아니겠지?’

    이름 : 라트

    나이 : 20세

    칭호 : 에메랄드에 다가선 자(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 + 10)외 3개

    레벨 : Lv 101

    Hp : 6590

    Mp : 14000(+1000)

    경험치 : 0%

    근력 : 6/10, 건강 : 5/10, 민첩 : 5/10, 마력 : 10/10, 지혜 : 10/10, 매력 : 5/10, 행운 : 10/10, 신성 : ?

    스탯(남은 포인트 : 80)

    근력 : 20 + 155(+9), 건강 : 19 + 140, 민첩 : 15 + 155, 마력 : 112 + 100, 지혜 : 100 + 100, 매력 : 5 + 50 신성 : 11

    몬스터 300마리, 그리고 오우거와 그레이트 웜 마지막으로 브라일까지 처리한 덕분인지 라트의 레벨은 100을 돌파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스탯 포인트는 겨우 80, 희귀 기능을 배우기에는 정확히 20 스탯이 부족하다.

    “일단 아이템 설명부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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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칭 : 희귀 기능 랜덤팩  등급 : -

    형태 : 특이  특수 효과 : -

    인챈트 : -  내구도 : 100%

    랜덤한 희귀 기능을 얻을 수 있는 팩. 희귀 기능을 배우는데 스탯 포인트가 소모되지 않으며, 사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희귀 기능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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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이다.”

    스탯 포인트가 들어가지 않는 것도 다행이었지만, 사용할 수 없는 희귀 기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했다.

    희귀 기능들은 대부분 하위 기능들을 배우고 있어야 배울 수 있다. 몇 개는 기능 레벨까지 따진다.

    극소수기는 하지만, 기능의 레벨이 완벽에 도달해야 배울 수 있는 희귀 기능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사용할 수 있는 희귀 기능이 나온다는 것도 굉장히 좋았다.

    “설마 또 검술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문제는 현재 라트가 사용할 수 있는 희귀 기능 중 배우지 않은 희귀 기능은 신의 명상법 같이 필요 기능이 없는 희귀 기능이나, 무색의 연금술 중 아직 배우지 않은 원소 속성. 그리고 검술뿐이다.

    ‘여기서 검술이 더 늘어나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검술은 공격적인 검술인 마르쿨의 검술과 방어적인 검술인 미르차르드 검술이면 충분하다.

    여기서 검술 희귀 기능이 더 추가되어봐야, 레벨 업을 시키는데 부담이 될 뿐. 아마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겠지.

    지금 가지고 있는 검술보다 더 좋은 검술을 뽑으려면 적어도 검술과 관련된 기능들이 완벽에 도달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검술 기능이 완벽에 도달한다고 쳐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검술보다 더 좋은 희귀 기능 검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에라, 모르겠다.”

    ‘스탯 포인트를 소모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희귀 기능을 얻을 수 있는 게 어디야.’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자, 라트는 고개를 저으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는 랜덤 희귀 기능팩을 개봉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오후쯤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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