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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90화 (9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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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이루크 성의 공략은 너무나도 손쉽게 끝나버렸다. 기병대와 함께 선봉에 선 루아타 공작이 마법을 이용해 쿠룬 백작을 포함한 중요 인물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덕분이었다.

    그 여파에 휩쓸리는 바람에 골렘의 코어도 박살이 나고 말았다. 여기저기 금이 간 것을 구슬을 바라본다.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면 복원도 불가능하다.

    ‘골렘 하나로 이루크 성을 공략한 거면, 싸게 먹힌 셈이지만.’

    골렘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돈은 약 500골드. 그것도 굉장히 싸게 잡은 편이고, 경매장에서 재료를 구매하면 최소 2배까지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골렘이야 스승님의 돈을 써서 만든 것이지만, 앞으로 만들 골렘까지 스승님의 돈을 써서 만들 수는 없다. 그 돈은 조금만 더 있으면 케이네의 것이 되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돈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쟁에서는 병사나 귀족을 잡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돈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 골렘이 내가 처음 만든 골렘이라서 그런 거겠지.

    [이루크 성을 공략하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하셨습니다. 위대한 활약에 경험치와 골드가 지급됩니다]

    [단 하루 만에 이루크 성을 공략하셨습니다. 추가적인 경험치와 골드가 지급됩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이루크 성을 정복했으니 만족하도록 하자. 중요 인물들이 모두 죽었기에 남은 병사들은 항복을 외쳤다. 덕분에 죽은 이는 별로 없었다.

    아마도 이곳에 도착한 병사들이 사람을 죽인 수를 전부 더해도, 골렘과 화재를 더한다면 라트가 죽인 숫자보다 적을 거다.

    “수고했다.”

    난공불낙이라고 하기에는 허무하게 뚫려버린 성 안에서 공작은 라트에게 수고를 전한다. 확실하게 고안한 작전을 성공시켰다. 이쪽의 손실은 미미한 채로 겨우 하루 만에 이루크 성을 정복했다.

    이번 전장의 일등공신은 라트라는데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더 이상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에게 훈장이 돌아가는 건 이미 결정됐다고 말할 정도로 굉장한 활약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라트는 자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적절할 때 도착해준 공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작이 늦게 왔더라면 쿠룬 백작과 6서클에 이른 마법사를 동시에 상대해야할지도 몰랐으니까.

    오러 익스퍼드를 상대로 일대일이라면 모를까, 6서클 마법사까지 함께 상대하게 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나 있을까.

    “자네의 활약은 내 직접 국왕폐하께 알리겠다고 약속하지.”

    다른 이도 아닌 공작이 직접 국왕에게 알린다면, 라트의 활약은 거짓 없이 보고가 되겠지. 그러나 감사는 하지 않았다. 공작의 입장 상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니까.

    라트가 엘리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의 공적을 확실히 알려야한다.

    그리고 엘리에게 어울리는 남자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기도 했다.

    “겨우 하루 만에 이루크 성을 함락할 줄이야. 존경스러울 정도다.”

    “사위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푸하하하하하!”

    라트의 대답에 공작은 한동안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의 등을 때렸다. 미스릴 갑옷은 팔찌로 되돌린 지 오래지만, 공작은 마법사라서 그런지 아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옳은 말이다. 나의 사위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 아니,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공을 세워야한다.”

    이곳은 제국이 아니다. 일개 평민이 귀족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공을 세워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수많은 전공을 세웠다고 해도 영지는 주워지지 않는다. 제스맹과 같은 명예 귀족 밖에 되지 못해.

    어쩔 수 없다, 땅이 넓은 제국과 다르게 왕국은 땅이 좁으니까. 그렇지만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서 영토가 넓어진다면 또 모를 일이지.

    “그래야, 우리의 목적이 성공할 수 있을 터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개 평민과 셀룬 왕국의 귀족 중에서도 정점에 오른 남자는 서로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친우의, 스승을 꿈을 이뤄주겠다는 목적. 그렇기에 공작은 라트가 더더욱 활약하고, 전공을 세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건 라트도 마찬가지다.

    “피곤할 터이니, 쉬도록 하라.”

    라트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공작의 곁에 서있던 그의 가신 중 하나가 라트의 어깨를 잡았다.

    “제법이십니다, 은공.”

    그 주인공은 공작의 가신이 된 지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막내인 남자였다.

    “제법이라니, 말조심해라 이놈아. 이건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수석 마법사가 눈을 부라리자, 라트의 어깨에서 살며시 손을 땐 가신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은공.”

    그 와중에 다른 가신들도 라트의 주위에 몰려와 말을 꺼낸다. 그 정도로 라트의 활약이 굉장하기도 했고, 그들도 꿈을 꾸고 있다고 현실을 체감하고 싶은 거겠지.

    설마 진짜로 이루크 성을 하루 만에 점령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이 놈들이. 피곤하신 분 잡아두지 말고, 뒷정리나 해라!”

    그러나 그들이 현실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해도, 당장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당장 포로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해야하며 성 안에 있는 재보들을 확인하고, 정리해야한다. 그리고 이번 전장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려야하는 보고서도 작성해야한다.

    전장에서 이긴 것은 좋지만, 그만큼 할 일이 산더미다. 다행인 점은 그것이 고통보다는 즐거움을 동반하는 일거리라는 점인가?

    “네이,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수석 마법사님.”

    수석 마법사의 고함에 가신들은 각자 할 일을 찾아서 자리를 떠났다.

    “크흠. 못난 꼴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아래 있는 이들이 못난 꼴을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수석 마법사는 라트에게 사과를 남기고 그도 할 일을 찾아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 멀리서, 엘리와 세스라의 모습이 보인다. 항시 루아타 공작의 옆자리에 있던 엘리지만, 공작이 급하게 성으로 달려온 까닭에 뒤늦게 이곳에 도착한 모양이다.

    엘리와 만나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라트는 이번에는 후방 부대가 성으로 들어오자, 그 부대에 섞여서 말을 타고 천천히 오고 있는 케이네에게 다가갔다.

    “사저.”

    “사저가 아니라, 누나.”

    여전히 케이네는사저라고 부르면, 그다지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눈을 부릅뜨면서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는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따.

    “그거 부서졌구나?”

    “어? 응.”

    케이네는 아직까지 인벤토리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 코어를 바라보았다. 그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섞여있다.

    “처음 만든 골렘이잖아. 애착이 있는 작품 아니었어?”

    케이네는 라트의 손에 있는 것이 그가 처음 만든 코어형 골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건 그녀에게 연금술을 가르쳐주면서 만든 코어형 골렘이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골렘 하나로 이루크 성을 함락했으니까. 싸게 먹힌 셈이지.”

    노력과 수고를 빼고, 단순히 돈으로 계산하자면 500~1000골드로 성 하나를 함락했으니까. 굉장히 싸게 먹힌 셈이다.

    “그래도……. 복구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역시 아쉽지?”

    같은 연금술사이기에 케이네는 라트의 손에 있는 게 다시는 고칠 수 없다는 걸 파악했다. 아무리 라트라고 해도, 나아가 스승님이라고 해도 저정도로 망가진 코어형 골렘은 고칠 수 없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제스맹에게서 연금술을 배운 지 어연 4년. 그토록 좋아하지 않았던 연금술에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첫 작품이 부서진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라트의 표정에서 씁쓸함이 느껴지자, 케이네는 별 말 없이 그런 라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할 거야?”

    침묵을 깬 건 케이네였다. 이런 일이라면, 혼자서 적진에 침투하는 일을 말하는 건가? 이런 작전을 계속할 리가 없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맞아떨어져, 운이 좋아서 쉽게 성공한 거지. 다음에도 이런 행운이 따르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계속 앞에 나설 거냐고.”

    라트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케이네는 확실한 뜻을 담아 다시 한 번 라트에게 물음을 던졌다.

    “응.”

    “라트 정도면, 나처럼 뒤에서 있어도 되잖아. 그런데 왜 굳이 앞에 서려고 하는 거야?”

    “나를 위해서. 그리고 스승님을 위해서.”

    확고한 대답에 한숨이 튀어나왔다. 케이네는 연금술사답지 않은 아름다운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인상을 쓴다. 그 모습조차도 아름다워 순간 병사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라트가 그들을 노려보자 병사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마냥 걸어갔다.

    “하아. 코어형 골렘은 몇 채나 남았어?”

    “이제 2채 남았어.”

    “자.”

    케이네는 안장에 걸려있던 가죽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라트에게 던져주었다. 어둠을 가르고 무언가가 날아오자, 그게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못하고 우선 받고본 라트는 이내 케이네가 무엇을 주었는지 깨닫고 눈을 떤다.

    “누나, 이건…….”

    “누나가 처음 만든 거야.”

    코어형 골렘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로 만들 줄이야. 그나저나 처음 만든 코어형 골렘을 그냥 주겠다고? 스승과 같이 정상적인 연금술사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는 라트보다 훨씬,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할 테넫.

    “감사는 됐으니까, 나중에 돌려줘. 반드시. 알았지?”

    아.

    케이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라트는 마음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전쟁 중이다, 코어형 골렘은 상당한 전력이 된다. 그러니까 전쟁 중에는 코어형 골렘을 돌려줄 수 없어. 그렇다는 뜻은 바로.

    “약속할게.”

    전쟁이 끝날 때 돌려주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약속이라는 단어를 결코 내뱉어서는 안 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그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약속한 거야. 나중에, 이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돌려줘야해.”

    현명하지 않은가. 자신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곧바로 이런 식으로 우회해서 살아서 돌아오라는 뜻을 전할 줄이야.

    “반드시 돌려줄게.”

    ============================ 작품 후기 ============================

    어제 조금만 자고 글써야지, 라고 결심하고 25시간이나 자버린 멍청한 글쟁이에게 마음껏 욕을 하세요.........정말 죄송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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