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55화 (5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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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목표가 도망친다, 잡아라!”

사람들을 피해서 지붕 위로 올라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암살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는지, 암살자들이 하나 둘씩 대놓고 지붕 위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수도 근방에는 나무 집이 없다. 외각 지역의 판자촌이면 모를까, 이곳은 전부 벽돌집만 있을 뿐이다.

‘무색의 연금술은 당장 사용할 수 없고, 마력탄은 제외.’

엘리가 죽는 것을 막고 싶을 뿐, 그것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마력탄을 쏘면 분명 인명피해가 생길 게 분명했다.

물론 귀족, 그것도 루아타 공작의 후계자를 구하기 위해서 평민이 희생된 것뿐이니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겠지만. 라트의 윤리 상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었다.

아직도 윤리 타령이라니, 라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는가, 20년이 넘게 교육 받아온 도덕관이 겨우 3년 만에 사라질 리가 없지.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극한의 상황에 몰린 것도 아니었으니, 더욱 그랬다.

“저것들이.”

엘리는 지붕 위로 서서히 올라오는 암살자들을 보고 이를 갈았다. 그러나 겨우 그 뿐, 마법을 써서 공격을 하는 일은 벌이지 않는다. 마법을 쓴다면 암살자 한 두명은 죽일 수 있겠지.

그러나 스테미너가 약한 마법사는 마법을 남발하면 순식간에 지치고 만다. 스테미너가 떨어지면 라트에게 짐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착하다, 착해. 참을 줄도 알고.”

“나 어린 애 아니거든!”

신중한 엘리의 행동에 라트는 기특한 마음이 들어서 담배를 입에 문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손길에 애정이 깃든 것을 아는지, 엘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죽을 상황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 멋진데?”

암살자 한 명이 휘파람을 불자,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죽긴 누가 죽어. 아, 너희가 죽는다고? 그건 맞는 말이기는 해.”

웃기지 말라고, 개새끼들아. 엘리는 내가 구할 거니까. 죽는 건 엘리가 아니라, 엘리의 목숨을 노린 너희들이다.

“어린놈이 말이 많구나!”

뒤쪽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기습이라고 하는 건가? 다가오는 그림자에 라트는 희미하게 미소를 그린다. 나름대로 불의의 기습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이미 네가 다가오는 건 알고 있었다.

“으억!”

“순! 이 새끼가!”

방아쇠를 당겨, 대검에 마력을 불어넣고 폭발의 추진력을 이용해서, 횡을 그린다. 등뒤에서 다가오던 암살자를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게, 두 동강 내버렸다.

암살자가 라트의 공격을 단검으로 막으려고 했으나, 무려 마력이 깃든 대검이다. 평범한 단검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동료가 죽자, 암살자들이 라트를 노려보기 시작했으나, 그의 기세에 함부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아직은 괜찮아.’

관찰력을 이용해 암살자들을 살펴본다. 이중에 오러를 다루는 이는 없다. 숨어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저 불시에 엘리를 죽이고 도망치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놈이 없다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담배 냄새나도 조금 참아.”

담배를 입에 문 채, 엘리를 한 손으로 안아든 라트는 지붕 위를 뛰기 시작했다.

“잡아!”

분명 한바탕 싸울 기세를 보이던 라트가 허무하게 도망쳐버리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암살자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안 무거워?”

‘애는 지금 내 근력 스탯이 몇이나 되는지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현재 라트의 근력 스탯은 도합 145, 아이템의 효과와 포션 버프까지 합쳐지면 무려 180에 달한다. 아담한 체구의 엘리가 무겁게 느껴질 리가 없는 수치다.

“전혀. 그러는 너는 왜 그렇게 태평하냐?”

“날 죽이려고 하는 놈들이야, 어릴 적에 많이 봤으니까. 최근에는 이런 일이 없어서 방심하고 있었어.”

“아하.”

왕을 제외하면 셀룬 왕국의 최고 권력자인 공작의 무남독녀다. 당연히 어릴 적부터 이런 저런 일을 많이 겪었겠지. 그러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태평할 수 있는 거구나.

“그리고 라트가 구해주러 왔으니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거 참 고맙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베리어는 써놨어. 헤이스트도 걸어줄까?”

“어.”

자신을 믿어주는 엘리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라트는 팔찌에 연금술을 사용해, 미스릴 갑옷으로 변형시켰다.

“이, 이게 뭐야?”

팔찌 형태에서 갑옷으로 변하는 장비라니.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엘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중에!”

그러나 대답을 해줄 시간은 없다. 엘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단검을 쳐내느라 정신이 없다. 라트의 발목을 노리는 단검도 있었지만, 그건 가볍게 무시했다.

미스릴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고 있다. 무려 오러가 담긴 검도 몇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갑옷인데, 평범한 단도 따위로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중에 말해줄게.”

“응.”

쏟아지는 단검 세례에 그제야 조금 무서움을 느꼈는지, 엘리는 라트의 품속으로 더더욱 파고들었다. 아무리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해도,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단검 세례를 열심히 막으면서, 다음 지붕을 향해 뛰었다. 공작저까지 거리는 어느 정도 되지? 세스라는 어떻게 됐을까? 공작저에 이 소식이 알려졌을까?

그리고 이 불길한 예감은 무엇인가.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엘리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었으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같은 미소녀가 이런 행동을 취하니 너무나도 귀여웠다.

‘아 젠장, 엄청 귀엽네.’

지킬 수밖에 없잖아. 이런 예쁜 여자가, 자신의 재능도 꽂 피우지 못하고 죽는 건 안타까워. 그리고 나와 친한 사람이 죽게 내버려둘 거 같아?

‘절대로 그럴 수 없지.’

“어설퍼서 하품밖에 안 나와, 이 새끼들아!”

뜨거워진 대검이 거친 연기를 내뿜으며 암살자의 팔을 베어버렸다. 이어지는 공격을 팔로 막으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어 생명의 연금술을 사용해 조그마한 폭발을 일으켜 머리를 터트린다.

어설프다, 너무나도 어설펐다. 내가 지금까지 싸워왔던 야만인들에 비하면, 너희는 너무나도 어설퍼. 그런데 이 불길한 예감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길하게 하는가.

“하아!”

라트의 기합 소리와 함께 앞길을 가로막는 암살자들이 갈려나간다. 휘몰아치는 피분수를 통과하고 계속해서 달린다.

“저 새끼 정체가 뭐야? 저런 게 있다는 말을 전혀 못 들었다고!”

“이익! 빨리 쫓아, 안 그러면 전부 죽을 줄 알아!”

베어, 막아, 무시해. 어디까지나 최우선은 엘리다. 라트야 미스릴 갑옷의 보호를 받고 있다지만, 그녀는 베리어 마법 말고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단검을 처내야한다.

“잡았……!”

단검 때문에 조금 방심했나, 라트는 엘리를 노리고 뛰어드는 암살자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생명의 연금술을 사용하면 되기는 하지만, 불길한 예감 때문에라도 최대한 마력을 아껴놓고 싶었는데.

“꿰뚫어라, 무채색의 창.”

그 때, 엘리가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견이라도 한 듯, 무속성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어떻게? 루아타 공작의 주특기는 화염 속성이고, 그건 엘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무채색의 창이라니, 무려 무속성 마법 중 3서클에 달하는 마법이 아닌가. 아니 이런 의문을 가질 시간이 없다. 이건 나중에, 여기서 살아남고 나서 물어봐도 된다.

“저기 암살자들이 공녀님을 노린다! 잡아!”

“충!”

공작저에 가까워지자 경비병들이 일사분란하게 화살을 쏴서, 암살자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나이스, 세스라.”

경비병들이 이렇게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세스라가 경비병들에게 당장 공녀님을 지키라고 닦달한 것이 틀림없었다.

“큭.”

“부단주님 실패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화살 때문에 라트에게 접근하기는커녕 단검을 날리는 것도 힘들어졌다. 몇몇 암살자들을 단검을 쳐내기에 바빴고, 몇몇은 실력이 부족하여 화살에 맞아 지붕 위에서 떨어진다.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전부 해산. 집합지에서 모일 준비하고, 뒤는 전 단주님께 맡긴다.”

“하!”

점점 멀어져가는 라트를 바라보던 암살자는, 입술을 씹더니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도망가 봐라. 그 앞에 거대한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왜 멈춰?”

공작저에서 겨우 5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라트가 걸음을 멈추자 엘리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라트를 바라보았다. 암살자들이 쫓아오지 않자, 지붕 위에서 내려온 지도 오래다.

앞에 있는 것은 한가하게 새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노인뿐. 그런데 어째서 달리는 걸 멈추는 것일까. 언제 암살자들이 다시 쫓아올지 모르는데.

“후우.”

라트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귀가 멀어서, 소란 소리를 듣지 못하고 한가하게 새에게 모이를 주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길함이 경각에 달했다.

노인은 귀가 멀었다고 쳐도, 새도 이 소란을 알지 못할까? 그럴 리가 없지. 이 소란 소리에 분명 날아올라,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의 주변에 있는 새들은 그저 그가 주는 모이를 먹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다.

“엘리.”

공작저까지는 500m. 그리고 앞에 있는 상대는 자신의 관찰력으로도 가늠을 할 수 없는 상대라. 역시, 어중이떠중이만 보낸 게 아니었다. 라트는 살며시 엘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응? 이제 같이 뛰자고?”

“아니. 이상하지 않아? 이 소란에 새들이 도망을 안치고 있잖아.”

암살자들이 도망치고, 경비병들은 그들을 쫓는다. 시끄러운 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고,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 소리가 섞여 아비규환을 이끈다. 그런데 조용했다. 오로지 이곳만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세상과 동떨어진 듯이.

“어?”

라트의 말에 엘리도 그제야 눈치를 챈 듯이 경계어린 눈빛으로 노인을 쳐다본다. 그 시선에도 노인은 한가롭게 새에게 모이를 주고 있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오만인가? 그게 아니면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어찌됐든 저 노인이 지금 방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기회는 지금 뿐이다.

“나, 믿지?”

“믿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 들려오자, 라트는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공작저까지 남은 거리는 500m. 이쪽으로 오고 있는 공작의 가신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베리어 강도를 최대로 끌어올려.”

라트의 말에 의심도 하지 않고 엘리는 베리어 마법에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담배 연기에 손을 가져다댄다.

다시 한 번, 생명의 연금술이 발현된다. 그가 생명의 연금술로 만든 것은 한 그루의 나무였다.

‘나무가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

“만연하라.”

이어서 무색의 연금술을 사용하자, 나무에서 손이 생겨나더니 엘리를 움켜쥐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새 한 마리가 이쪽을 향해 맹렬히 날아온다. 노리는 것은 공작저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나무 기둥이었다.

“큭.”

아직까지 마력이 깃들어있는 대검을 들어올려, 그것을 막았다. 받아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막는 것이 고작이다.

‘역시 평범한 새가 아니었어.’

언뜻 보면 평범한 새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은 고도로 훈련된 새들이다. 라트의 검에 돌진이 가로막힌 새는 바닥에 쓰러지는 척 하더니, 다시금 노인에게로 돌아갔다.

“훌륭하군. 킹을 그런 식으로 보내줄 줄이야. 외통수인줄 알았건만.”

새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던 노인이 외로이 박수를 치면서 라트에게 칭찬을 건넸다.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새를 사용하는 암살자라.

‘빌어먹을.’

딱 한 명, 이 키워드에 부합하는 암살자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 암살자는 지금 라트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할 자였다.

“그림자 까마귀의 전 단주가 행차하실 줄이야. 현 단주가 아닌 걸 감사하게 여겨야하나?”

돌연, 노인이 기색을 바꾼다. 조금 전까지는 인자함을 품고 있던 얼굴에 싸늘함이 가득 묻어난다.

“어떻게 그것을 알았느냐?”

노쇠한 암살자가 싸늘하게 물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눌러주신 독자분들 그리고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일상님 5장, niellee님 200장(님은 그만 줘도 될 거 가타요), 궁시롱님 20장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전전화에 잘못 해석될 문장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고쳤어요. 그리고 스킬에 대해서 물어보신 분이 계시는데, 연성한 것이 사라지는 건 생명의 연금술입니다. 무색의 연금술은 어....대작 중 하나인 하가렌(강철의 연금술사)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루 담배 2갑은...어...제 멘탈줄과 같습니다. 이거 없으면 저 글 못써요(진지) 금연을 권장하시는 분들은 저에게 연중을 때리라는 말과 같습니다.

하루에 담배 2갑과 닭가슴살과 치킨이라니.........그게 가능하면 하루에 3~4편 씩 쓸 수 있을 듯...

참고로 저 말보루 레드 피니까 보내주실 분들은 읍읍..! 아닙니다, 농담이에요. 택배로 담배를 보내는 건 불법입니다, 여러분. 법에 준수하는 착한 어른이가 됩시다.

그리고...많은 분들이 원하시고..많은 분들이 안 원하시는 야설이 곧 찾아옵니다. 신난다,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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