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53화 (53/229)
  • 0053 / 0229 ----------------------------------------------

    1부

    “걔네들도 겨울에는 이쪽으로 오지 않아.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아예 소식이 끊길 수도 있어.”

    아, 그런 문제였나. 확실히 이종족이나 야만인이나, 이런 험한 지대에서 살고 있으니 겨울에는 어지간해서는 거처에서 떠나지 않겠지. 그런 거라면 별 문제 없다.

    “전쟁이 끝날 때쯤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되죠?”

    이종족과 안면을 틀 생각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지금 당장은 무리다. 시간이 부족해. 사저를 가르치는 걸 빼먹는다면 충분히 여유롭게 이종족을 만날 수 있겠지만, 스승님의 마지막 부탁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 그렇게 한다면야.”

    라트의 말에 적색 늑대는 머리를 주억거리며 납득했다.

    “오늘 제가 한 일, 그리고 한 말은 전부 철저하게 비밀입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는 게 알려졌다가는 왕국에서 그쪽을 토벌하러 올 수도 있어요.”

    “알았어.”

    전쟁의 전조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지만, 귀족이라면 모를까, 평민들은 아직 전쟁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다.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평민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돈다면?

    왕국은 분명 소문의 원인을 찾아 척결하려고 들 것이다. 적색 늑대도 그 점은 염두해두고 있었기에 라트의 말에 순순히 긍정했다.

    “그대는 자연을 지배하는군.”

    바로 그 때 라트가 보여준 이적에 몰려든 야만인들을 뚫고, 한 노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것은 오래 전에 잊힌 힘인데, 어찌 그대는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지?”

    ‘무색의 연금술을 알고 있는 건가?’

    “우연히 익혔습니다. 저에게 연금술을 가르쳐주신 분께서 이 힘을 알고 계셨거든요.”

    “그런가.”

    “할아범, 지금 애가 쓴 힘이 뭔지 알아?”

    “자세히는 모른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아주 오래 전에 이런 힘을 쓰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헤에.”

    “그 힘은 우리 드루이드들의 시초와 같다. 잠시만 기다려주겠나?”

    라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이용해, 라트의 머리를 살짝 쳤다. 그러자 지팡이가 진동을 일으킨다. 그 모습이 왠지, 자신을 반기는 느낌이었다.

    “지팡이가 울었어?”

    “이게 무슨 일이야. 어머니께서 문명인을 반가워하고 계셔.”

    “저 문명인, 정체가 뭐야?”

    사방에서 라트와 지팡이를 바라보며 시끄러운 소음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적색 늑대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할아범.”

    “위대한 대지의 어머니께서 이 남자를 좋아하신다.”

    “예?”

    “그대의 앞날에 어머니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그게 무슨…….”

    [대지와 드루이드의 신, 어머니 라쉐가 유저가 가지고 있는 희귀 기능 무색의 연금술을 감지하고 축복을 내립니다]

    [라쉐의 축복을 받은 이는 대륙 역사상 단 두 명 뿐 입니다]

    [튜토리얼 기간 중 놀라운 일을 경험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대지모신 라쉐가 그대에게 축복을 내립니다(모든 스탯 + 20)]

    [라쉐의 시선을 느꼈습니다. 하루에 한 번, 희귀 기능 대지의 분노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친, 이게 뭐야.’

    라트가 의문을 묻기도 전에 수많은 알림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유저가 최정상급 드루이드가 된다고 해도 라쉐는 유저에게 미소를 지어줄 뿐, 축복을 받았다는 글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드루이드 뿐 아니라, 다른 직업도 대부분 그랬다.

    그런데 드루이드도 아닌 연금술사인 라트가 라쉐의 축복을 받다니. 프로필을 보자, 레벨이 무려 50까지 올라가있었고 라쉐의 축복 덕분에 모든 스탯이 오른 것을 확인한 라트는 입을 벌렸다.

    “부럽구나, 그리고 안타깝도다. 그대가 드루이드가 되었다면, 위대한 어머니의 뜻을 관철하는 자가 됐을 것인데.”

    ‘성자가 됐을 거라고?’

    성자, 그리고 성녀. 신의 뜻을 관철하는 자들. 어떤 의미에서는 온갖 신의 축복을 받은 용사보다 훨씬 위대한 이들이다.

    용사가 그저 세계를 위협하는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탄생하는 존재라면, 성자와 성녀는 제한적이나마 신과 소통하며 그들의 뜻을 이루는 자다.

    설정 상, 인간이 모시는 다섯 신들은 모두 동등한 관계이나, 그 중 홀리는 사제들의 신으로 인간들 사이에서 주신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홀리를 모시는 이들 중 정점이라 일컬어지는 교황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 신들도 사제들이 모시기는 하나, 주신 취급을 당하는 홀리의 하위 신들이기에 모시는 것뿐이다.

    당연히 홀리가 주신 취급을 당하니, 다른 신들은 교황도 없다. 그래서 홀리를 제외한 나머지 신들의 성자나 성녀가 탄생하게 되면, 그 신이 상징하는 직업의 정점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와, 그냥 드루이드나 할 걸.’

    라쉐가 중립 신이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의 성향일 뿐. 성자나 성녀의 뜻을 무시하는 신은 아니다. 당연히 메인 퀘스트에 참가할 수도 있다.

    운이 좋아서 주술사의 신이자 라쉐와 마찬가지로 중립을 표방하는 미스참의 성녀가 된 유저가 메인 퀘스트를 깨는 방송을 한 적도 있었으니까.

    ‘아니지. 내가 무색의 연금술을 배운 덕분에 라쉐의 축복을 받은 거니까. 드루이드는 개뿔, 그냥 운이 좋았네.’

    결과적으로 그냥 운이 좋았다. 무색의 연금술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라쉐의 축복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무색의 연금술을 배운 덕분에 성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지.

    ‘여기서 드루이드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연금술을 포기하기에는 스승이 지금까지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고생한 것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드루이드가 꽤나 강력한 직업이라고 하지만, 근접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동물로 변신해야한다.

    동물로 변신하면 검을 쓰지 못한다. 희귀 기능인 마르쿨의 검술이나 지금까지 올린 기능 레벨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지. 냉정하게 생각해도 드루이드로 갈아탔을 때의 효율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야만인들 앞에서 축복을 내린 라쉐에게 감사를 표하면 된다.

    겨우 10초 사이에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그것을 정리한 라트는 빠르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판단하고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어머니의 축복을 받아 영광입니다.”

    이곳에는 도끼와 창을 사용하는 야만인들도 있었지만, 드루이드인 야만인도 많을 터.

    그 많은 드루이드를 제치고, 드루이드가 아닌 자신이 라쉐의 축복을 받았으니, 당연히 최대한 정숙하게, 그리고 예의를 갖추고 라쉐의 축복에 감사를 표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야만인들이 라트를 적대할 수도 있으니까.

    “어머니의 축복을 받은 것을 축하하네. 다른 길을 걷는 젊은이여. 그대의 앞날을 어머니께서 보우하시길.”

    “축하해.”

    이들의 대표인 노인과 적색 늑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서 조용한 박수갈채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부러움, 시기, 질투 모든 부정한 감정을 배제하고 위대한 어머니인 라쉐의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순수하게 축하해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평생 신을 모시며 살아가는 사제나 성기사라고 해도, 처음 성자나 성녀가 나타났을 때는 시기에 빠져 감히 이런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고 들었다.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어머니 라쉐를 진심으로 모든 것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그녀의 뜻을 무조건 존중하는, 문명의 이기에 물들지 않은 야만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제나 성기사가 제아무리 신을 모신다고 해도, 신을 존중한다고 해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명에 익숙해진 인간이니까.

    박수가 끝나자, 라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고 그 후 적색 늑대와 몇 가지 이야기를 한 후 귀환 스크롤을 이용해서 적색 늑대 부족에서 빠져나왔다.

    “후우, 하하.”

    로델세나 성으로 귀환한 라트는 뜻밖의 수확 덕분에 웃었다. 레벨도 굉장히 많이 올랐고, 스탯도 보너스로 얻었다. 이렇게 되면, 남은 기간 안에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 터다.

    “메인 퀘스트 초장부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

    메인 퀘스트가 시작됐을 때 유저는 이제 막 레벨 1이 됐을 뿐이다. 귀족이라서, 지휘관으로 전쟁에 참가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레벨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서브 퀘스트를 받아서 1년 동안은 레벨 업에 힘쓰고 그 이후 병사가 되든지, 아니면 흑막을 처리하는 쪽으로 노선을 결정해야한다.

    그러나 라트는 메인 퀘스트가 시작될 때부터, 메인 퀘스트의 흐름에 따라갈 수 있다.

    메인 퀘스트의 흐름이라고 해봤자, 별 건 없다. 그저 전쟁을 종식시키면 그걸로 끝. 다만 그 전쟁에서 자신이 속한 나라, 혹은 자신이 지지하는 나라를 크게 키우면 된다.

    “제일 큰 문제는 진 엔딩인데.”

    도대체 무슨 조건을 달성하고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진 엔딩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다.

    당장 목표는 엘리가 죽는 것을 막는 거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아직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왔네?”

    “뭐야. 네가 왜 여깄어?”

    포탈을 타고 파르스로 귀환하자, 그곳에서 의외의 인물을 마주한 라트는 눈을 깜빡였다.

    “네가 낮에는 포탈을 타고 로델세나 성으로 갔다가, 오후 쯤에 돌아온다고 해서 한 번 와봤어.”

    굴곡진 금색 머릿결, 깨끗한 푸른 눈동자. 오밀조밀한 작은 입술. 그리고 크림 맛이 날 것 같은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엘리자넷 시르 루아타 공녀. 정말 의외의 인물을 만났기에 라트는 어안이 벙벙한 걸 감출 수가 없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아니, 아니야.”

    이름 높으신 공녀님이 친한 척을 해준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래서 라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얌전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세스라, 오랜만.”

    “안녕하십니까.”

    엘리의 수호기사이자, 일전에 라트에게 큰 무례를 범한 세스라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라트의 신분이 평민이기는 하나, 기느투스 후작의 제자인 만큼 그의 신분은 절대로 평민으로 취급할 수 없었다.

    “왜 여기까지 왔어? 길드에서 기다리지 않고.”

    “그냥, 빨리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라니, 멘탈이 갈리는 말이다. 이렇게 예쁜 미소녀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아무리 둔감한 라트라고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억제할 수 없다. 단지, 주변의 시선이 많아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을 뿐이다.

    “너, 그제보다 더 잘생겨진 거 같아. 착각인가?”

    “착각이야.”

    잘생겨졌다니, 어이가 없어서. 이 캐릭터의 외모는 그저 평범할 뿐이다.

    ‘누나도 전에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분명 케이네도 6개월 만에 재회했을 때 그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엘리가 이런 말을 하다니.

    “착각이 아니라, 확실히 예전보다 멋져보이십니다.”

    이번에는 세스라까지 라트에게 아부가 아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자세히 보니까 살짝,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있는 것 같은데. 에이 그녀의 머릿결이 붉어서 착각한 것이겠지.

    그런데 엘리나 케이네야 라트에게 호감이 있으니까, 예의 상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호감도가 거의 없는 세스라까지 이런 말을 한다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힘든데.

    ‘아, 맞다. 매력이 올라갔지. 지랄하네.’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엘릭서를 먹은 덕분에 매력이 조금 올랐고, 라쉐의 축복을 받은 덕분에 또 모든 능력치가 올라서, 그 반동으로 매력이 올랐다.

    매력=외모, 가장 쓸모없는 능력치인 매력이지만, 이성을 꼬실 때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발휘하는 능력치다. 라트는 그제야 세스라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러운 외모 주의 세상.’

    ============================ 작품 후기 ============================

    저를 가두시고 글을 쓰게 만드시려면 하루에 담배 2갑, 그리고 한 끼 식사면 충분 합니다......아, 닭가슴살보다 담배가 더 비싸구나...망..

    그리고 라트의 대사 중에서 제르카 루니아를 자매라고 말한 거 오타에요, 남매로 바꿨어요.

    그리고 하나 더, 이 말은 사실 안 하려고 했습니다. 글쟁이가 작품 후기에서 불평같은 걸 늘어놓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요.

    여자한테 휘둘리는 호구가 된다고 그게 싫다고, 그렇게 쓰지 말라는 서평이 올라와서 서평란을 닫았습니다.

    서평은 그런 글을 쓰는 곳이 아닙니다. 감상평을 쓰는 곳이에요.

    글쟁이한테 자기 취향을 강요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자기가 좋아하는 글 읽고 싶어하는 건 알지만, 그렇게 말하는 게 글쟁이들 입장에서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특히 저같이 뒷끝이 길어서, 차마 코멘란을 제대로 못 쳐다보고 비난 읽고 멘탈 깨져서 글 못쓰면 어떻게 하지? 하는 글쟁이에게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아, 비난과 비평은 다릅니다. 비난에는 멘탈이 깨지지만, 비평은 겸허히 받아드리고 있습니다. 항상 오타 지적해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하고 있어요.

    각설은 여기까지 하고........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선착, 추천 눌러주시는 독자님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즐거운일상님 5장, niellee님 50장 후원 쿠폰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전 오늘 밤에 올릴 글을 쓰러 갑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