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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51화 (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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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일주일 후, 라트는 여전히 아침과 오후에는 사냥, 그리고 저녁에는 케이네에게 연금술을 가르쳐주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중간 중간 엘릭서에 마력을 불어넣고, 엘리와 만나는 일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50레벨에 다다른 덕에 이제는 65레벨 몹도 학살하듯이 잡으면서 레벨 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억!”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야만인 몹의 목에 대검을 박아 넣은 후 다른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인다. 오늘 목표 사냥감은 전부 채웠지만, 시간이 조금 남아있다.

    ‘시간은 금이라고, 친구.’

    어느 게임에서 등장하는 고블린이 한 말이 심히 와닿는다. 그래 시간은 금이다. 남은 시간을 중히 써야지. 그러던 중, 마침 태평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야만인 무리가 눈에 보였다.

    ‘뭐지?’

    곧바로 마력탄을 쓰려고 했지만, 날카로운 직감이 저 무리에게 직접 다가가야 한다고 알린다. 왜?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몹 무리인데. 어째서 직감이 저 무리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알리는 걸까.

    ‘혹시.’

    날은 슬슬 추워지기 시작해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나, 야만인 몹이 아닌, 야만인 NPC들이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여기까지 나온 게 아닐까?

    야만인 몹을 죽이는 건 괜찮다. 이 몹들은 그저 유저의 레벨 업을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니까. 그러나 야만인 NPC를 죽였다가, 야만인 부족과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그건 조금 곤란했다.

    ‘다가가보면 알겠지.’

    사실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다. 다가가서, 눈빛을 붉게 만들고 자신에게 달려든다면, 그냥 죽이면 된다. 반대로 진짜로 야만인 NPC인 경우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됐다.

    라트는 잠시 검을 내리고 서서히 야만인 무리에게 다가섰다.

    “누구냐!”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 몇몇 야만인들이 창을 들어서 라트에게 겨눴다.

    ‘확정이군. 야만인 NPC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이들이 야만인 몹이 아니라 NPC다.. 날카로운 직감 기능에 찬사를 보내면서 라트는 싸울 의지가 없다는 듯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갑옷을 팔찌 모양으로 되돌렸다.

    “지나가던 사람. 싸울 생각은 없어.”

    괜히 야만인을 건드렸다가, 한 부족의 족장이 직접 나서는 날에는 리젠 존에 들어가는 걸 포기해야한다. 야만인 족장의 레벨은 대략 160, 오러 마스터는 아니지만, 오러 로얄 쯤은 되는 레벨이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요 며칠, 이쪽에서 난리는 피우던 게 너인가?”

    부정할 필요가 없기에 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정 상 리젠 존에 있는 야만인 몹들과 야만인 NPC들은 적대적인 관계였기 때문이다. 야만인 몹들을 죽였다고 하면, 오히려 고마워하겠지.

    “창을 내려라.”

    무리 중 대표로 보이는 이가 다른 야만인들에게 창을 내리라고 지시한다.

    “족장님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신다. 따라와 줄 수 있나?”

    그러더니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고 라트에게 말을 꺼냈다.

    ‘족장이 보고 싶어 한다고?’

    라트는 잠시 셀룬 왕국 근처에 있는 야만인 족장과 만나는 것에 생길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 했다.

    “그러지.”

    고민을 짧았다. 야만인 족장과 친분을 만들어둬서 나쁠 건 없다. 물론 그들을 이용해서 왕국들을 전복시킬 생각은 없지만, 야만인과 친해지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잘만 이용하면, 주인 없는 산맥에 있는 이종족과 교류도 나눌 수 있다.

    ‘어차피 오늘 목표치는 채웠으니까.’

    예비로 귀환 스크롤을 사뒀으니 야만인 부족에 방문했다가, 귀환 스크롤을 쓰면 로델세나 성으로 이동할 수 있을 터. 길드로 돌아가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겠지만, 케이네에게 연금술을 가르칠 시간은 충분했다.

    “다행이군. 강제로 끌고 갈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솔직한 감상을 내뱉은 야만인은 라트에게 이쪽으로 손짓했다. 이리로 오라고 하는 건가?

    “그쪽 족장이 나를 왜 보고 싶어하는 거지?”

    “우리의 적을 처리해준 자를 보고 싶어 하신다.”

    흐음, 이런 이벤트가 있었던가? 커뮤니티에서도 그리고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이벤트인데.

    ‘아, 하기야.’

    야만인 리젠 존은 그다지 인기가 있는 리젠 존이 아니다. 레벨 40짜리가 들어갔다가, 잘못해서 레벨 60짜리 몹을 만나면 비명횡사를 당하는 곳이다.

    그럴 바에야 그냥 40 레벨에 적정한 다른 리젠 존을 찾아가고 말지. 라트도 야만인 리젠 존이 로델세나 성 근처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만 아니었다면 다른 리젠 존을 찾으러 갔을 것이다.

    “오, 담배를 이렇게 피는 군.”

    야만인 무리에 합류하게 된 라트가 담배를 태우자, 주변에 있는 야만인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라트를 바라보았다.

    야만인들도 담배를 태우기는 하지만, 그들은 파이프 담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좁고 밀폐된 방에서 담뱃잎을 태워서 나온 연기를 들이 마시는 방식으로 흡연을 한다.

    말이 좋아서 흡연이지. 사실 상 야만인들은 담배를 즐기게 위해서 피는 게 아니라,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피는 게 대다수다. 물론 개중에는 담배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마도 파이프 담배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야만인도 그런 부류겠지.

    “하나 만들어줄까?”

    “그, 그래줄 수 있나?”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연하라.”

    근처에 있는 나무에 손을 대고, 무색의 연금술을 이용해서 파이프 담배를 만들어서, 야만인에게 넘겨주었다.

    “그, 그대는 검을 다루는 드루이드인가?”

    그 모습을 본 야만인들이 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드루이드라.’

    자연의 축복을 받는 드루이드라면 라트처럼 나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드루이드라고 해도, 이렇게 세밀한 조종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그저, 자연의 분노를 표현하는 이들에 불과하니까. 자연을 마음대로 연성하는 라트와는 격이 다르다.

    “아니, 나는 연금술사다.”

    “연금술사? 신기한 직업이군.”

    야만인들은 연금술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들은 창과 도끼 그리고 활을 다루며, 주술사와 드루이드라는 전용 직업이 있다. 당연하지만, 모시는 신도 인간과 다르다.

    물론 창과 도끼를 다루는 이들은 바이올런스를 따르고, 활을 다루는 이들은 넥스를 찬양하나 주술사와 드루이드는 각자 모시는 신이 있었다.

    ‘야만인들의 신.’

    이 세계에는 수많은 신이 있다. 그 중 야만인들의 신은 중립을 표방한다.

    그리고 신전에서 모시는 신인 홀리를 필두로 인간들 사이에서 유명한 다섯 신은 선을 상징하고, 흑마법사, 그리고 암살자들이 이들이 모시는 신은 악을 상징한다.

    야만인과 친해지면, 중립을 표방하는 신의 축복을 받아 주술사와 드루이드가 될 수 있었지만, 라트는 딱히 그것에 관심이 없었다.

    “나, 나도 하나 만들어주게.”

    “나도 부탁함세.”

    결과적으로 합류한 무리에 있는 야만인들에게 파이프 담배를 하나씩 만들어준 라트는 대략 1시간 정도 걸어 야만인 부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셀룬 왕국 근처에 있는 야만인 부족이구나.’

    게임 상에서야 몇 번 봤지만, 실제로 보니까, 뭐라고 할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산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아직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았음에도 주변은 눈으로 뒤덮여있다. 나무로 만든 울타리는 굉장히 오랜 세월을 견뎌냈는지, 너덜너덜하기 그지없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자,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움막을 보고 라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곳에서 자면 춥지 않을까?

    침대가 있다고 하지만, 지구와는 차원이 다른 딱딱한 침대에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며칠이던가. 그런 걸 생각하면, 과연 저런 움막에서 사람이 잠을 잘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푸른 바람, 이 자가 그 자인가?”

    “맞다, 날카로운 깃털이여. 먼저 가서 족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겠는가?”

    “그렇게 하지.”

    문을 지키고 있던 야만인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딱 봐도 가장 커 보이는 움막으로 향한다.

    ‘푸른 바람이라.’

    야만인들의 이름은 아메리카 원주민, 흔히 말하는 인디언의 작명법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점은 딱히 관심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덕분에 그냥 그렇다는 것만 알고 있다.

    무리에게 문을 지키라는 신호를 남긴 푸른 바람은 라트를 이끌고 천천히 커다란 움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이프 담배를 선물로 줘서 그런지, 그는 라트를 굉장히 우호적으로 대하는 중이다.

    “야만인 부족을 처음 본 감상은 어떤가.”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해.”

    “푸하하하하!”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박장대소를 하던 푸른 바람은 끅끅 거리면서 간신히 웃음을 멈추더니,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맞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신기한 일이지.”

    그러더니, 조금 전까지 웃는 이는 어디가고, 정색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핀다.

    “매년 겨울마다 몬스터들이 먹잇감을 찾기 위해서 주인 없는 산맥에서 내려온다. 그 때마다 수많은 이들이 죽지. 거기다가 식량은 항상 부족하지.”

    “겨울동안 힘들겠네.”

    “그래, 맞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거기 있는 야만인들도 겨울에는 우리 부족을 습격하거든.”

    아, 과연. 족장이 보고 라트를 보고 싶은 이유는 겨울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적들을 처리해줬기 때문인가? 그래봐야 리젠 존에 있는 야만인들은 하룻밤 사이에 다시 재생성되는데.

    “족장님, 그냥 움막에 계시면.”

    “손님이 초대에 응해주셨는데, 당연히 내가 직접 나와야지.”

    거대한 움막 근처에 도착했을 때쯤, 소란이 들려왔다. 날카로운 깃털이라고 불린 야만인이 한사코, 움막 안에 있는 이를 말렸지만, 그 아니, 그녀는 결국 움막의 입구를 거두고 라트의 앞에 섰다.

    “네가 우리의 적을 처리해준 손님이야?”

    ‘미친. 왜 저렇게 커?’

    이 야만인 부족의 족장이 여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정 일러스트 집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라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크다? 라트의 생각은 조금 틀렸다. 키는 라트보다 조금 작았고, 근육으로 단련돼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보기 흉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미가 넘치는 미인의 표본이다.

    그럼 도대체 어디가 큰 걸까? 라트의 눈빛을 따라가니,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 도착한다. 그녀의 가슴에 열린 과실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처음 본 순간 자연스럽게 수박이 연상될 정도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에 있는 야만인들을 처리한 걸 묻는 거면, 맞아.”

    잠시 멍을 때리고 있던 라트는 푸른 바람이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자 간신히 대답을 꺼냈다.

    ‘저런 가슴은 야동에서나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자연산이 아니라 의느님의 힘을 빌려야만 저런 가슴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슴도 크지만, 몸을 단련한 덕분인지 그 거대한 가슴은 조금도 처지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중이다.

    “적색 늑대의 이름으로 널 환영하지.”

    붉은색 머리, 갈색 눈동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야만인 여인은 그 매력적인 외모보다 훨씬 매력적인 거대한 가슴을 흔들면서 라트를 환영해주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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