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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47화 (4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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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라트는 몸을 뒤로 돌려 야만인들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리젠 존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게, 그리고 로델세나 성에서 멀어지지 않게 주의하고 또 주의하면서.

    그리고 마력탄을 발사한지 1분이 지났을 때, 몸을 돌려서 야만인들을 주시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오러를 사용하는 야만인은 어지간하면 노리지 않는 게 좋다. 물론 그걸 바란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침착하게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긴 후 마력탄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확인하지 않고 미련없이 몸을 돌려서 도망쳤다.

    1분 동안 도망치고, 등을 돌려서 마력탄을 발사하고, 다시 1분 동안 도망친다. 상대가 이성이 있는 존재라면 진즉 라트를 쫓아다니는 걸 포기했을 소모적인 추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적들은 이성이 없었고, 그렇기에 옆에 있는 자가 죽는다고 해도, 멈추지 않고 아니, 더욱 사납게 라트의 뒤를 쫓는다. 그렇게 10분이 지나자, 라트는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대충 9마리 정도 남았나.’

    마리, 짐승의 숫자를 세는 단위. 인간처럼 생긴 자들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단위다. 그러나 이성이 없고 본능뿐인 존재는 짐승과도 다름이 없었고, 그렇기에 라트는 그들을 세는데 마리라는 단위를 사용했다.

    남은 야만인 숫자는 대장을 포함해서 9명. 8명 정도야 무색의 연금술을 이용해서 죽이는 게 가능했다. 라트는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고, 몹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크어어어!”

    드디어 라트의 모습이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그들의 분노서린 포효가 귓가를 찔렀다. 그렇게 도망쳤으니 화가 날만도 하지. 라트는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어쩌나? 기왕 나랑 가까워졌는데 그 중 8마리는 내 근처에도 못 와보고 죽겠네.

    이곳은 숲이다. 나무가 지천에 솟아있는 장소다. 이런 장소라면, 라트의 능력을 모르는 이상 그 누구라도 불시의 습격을 당할 수밖에 없다.

    “만연하라.”

    무색의 연금술의 범위를 늘려, 범위 내에 모든 야만인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마나가 많이 소모되겠지만, 상관없어. 위험할 때 생명의 연금술을 쓸 마나만 남겨놓으면 그만이다.

    환상을 통해, 나무의 모양을 마음대로 바꾼다. 오러를 사용하는 야만인을 제외하고, 그 뒤에 있는 야만인들의 다리를 묶어서 1열로 들어올린 후 그 뒤에 날카로운 기둥을 만들어 그들의 머리를 한 번에 관통할 수 있게.

    ‘야만인 꼬치구이라.’

    왠지 모양새가 꼬치구이를 연상하게 만들었지만, 자신이 생각해봐도 인기가 없는 품목일 거 같았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다지 아니, 될 수 있는 한 먹고 싶지 않은 상표다.

    [93000÷375=?]

    ‘248.’

    간단한 미니 게임에 성공하자, 나무와 풀이 라트가 생각한대로 움직여 8마리의 야만인의 발을 묶고 그들을 들어올리더니 날카로운 기둥 하나가, 야만인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이제 남은 야만인은 라트가 원하던 대로 오직 하나 뿐.

    그리고 그 하나가 라트의 앞에 섰다.

    남자는 자인이 원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에 미소를 지었고, 야만인은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이 불안하지도 않은지 도끼에 오러를 불어넣으면서 라트를 바라보며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크르르르.”

    잘 됐어.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기 전에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다. 이론이 맞는다면 이 검은 오러를 다루는 이들의 무기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일 뿐, 아직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검증해봐야지, 연금술사답게. 이론만 정립하지 않고, 실제로 실험해보자고. 슬슬 마력이 고갈날 시기인 탄창을 빼고,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탄창을 갈아 넣는다.

    그 와중에 지금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이,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과 사저한테 옮았나.’

    순수한 연금술사를 지향하는 제스맹과 케이네의 곁에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어떤가. 가족같은 사람을 닮아가는 것에 불만은 없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쑤셔오는 마음을 부여잡은 라트는 연금술을 사용해서 대검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리고 갑옷의 형태를 바꿨다. 조금 전까지는 고작 몸만 가리고 있었을 뿐인 미스릴 갑옷은 점점 넓게 퍼져 라트의 전신, 그리고 머리까지 휘감는다.

    미스릴의 두께는 얇기 그지없지만, 일반적인 강철 혹은 순수한 철을 이용해 제조한 철이라고 해도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는 갑옷이다.

    말은 필요 없다, 야만인은 라트를 노려보다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서슬 퍼런 오러가 그의 도끼에 묻어난다.

    ‘장난이 아닌데.’

    그의 위협적인 모습에 압도되어 잠시 몸을 떤다. 그러나 겨우 그뿐. 이곳에 와서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죽지 직전까지 몰리고,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런데 저 모습이 위협적이라고 해서 겁먹을까 보냐.

    혹시나 위험한 상황을 대비해서 인벤토리에서 담배를 꺼내든 라트는 야만인의 도끼를 받아칠 생각으로 검을 올려 베면서. 대검의 날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총구가 나와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폭발 소리와 함께 검은 폭발 덕분에 추진력이라도 얻은 듯, 라트의 근력에 힘입어 더욱 강하게 도끼를 받아쳤다.

    그리고 쇠붙이와 쇠붙이가 충돌해서 날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공간을 지배했다. 충격을 받은 오러와 마나가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고,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도끼와 대검이 충돌하고 그 때마다 힘을 잃은 마나가 불똥처럼 튀어간다. 그리고 공방을 나누면 나눌수록 남자의 미소는 더더욱 짙어졌다.

    ‘실험 성공.’

    일반적인 무기는 오러를 머금은 날과 충돌하는 순간 베일 수밖에 없다. 미스릴이라면 막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조금씩 금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트의 대검은 확실하게 도끼를 맞서고 있었다. 미스릴로 만든 무기라지만, 흠집도 나지 않고 확실하게 오러를 머금은 도끼를 막고 있는 중이었다.

    미스릴, 신성한 은이라고 불리는 이 희귀한 광물은 마력을 잘 머금을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력탄을 대검 내부에서 폭발시켜서, 불꽃의 마력을 인위적으로 머금게 하고 오러와 맞서는 것이다.

    오러 마스터라면 모를까, 익스퍼드 정도라면 이 검으로 맞서 싸울 수 있을 터. 이 검으로 오러를 커버하다가, 차츰 레벨을 올려서 오러 마스터 경지에 들어서면 된다.

    마나와 오러는 동시에 다룰 수 없는 성질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npc들에게 한정되는 사항일 뿐. 유저인 라트는 그 제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웃었다. 아니, 광소했다. 광산에 자리를 잡고 있었을 빌어먹을 연금술사 새끼 때문에 고블린한테 죽을 뻔했지만, 그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오러 사용의 제한을 풀기 전까지, 오러에 대응할 수 있는 이런 훌륭한 무기의 뼈대를 줬는데,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남자 새끼라면 껴안고 싶을 정도로, 여자라면 뽀뽀를 해주고 싶을 정도다.

    “크어어어!”

    야만인은 공방을 주고 받는 것을 그만두고, 라트의 검을 받아내더니 힘을 줘서 라트의 대검을 누르기 시작했다.

    '야만인 주제에 머리 쓰기는.'

    무려 레벨이 20~30 정도 차이나는 몹이다.

    아무리 라트가 엘릭서를 먹고 스탯을 뻥튀기 했다지만, 순수한 힘에서는 이 몹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상대방은 도끼를 두 손으로 쥐고 있고, 라트는 한 손으로 대검을 쥐고 있으니.

    힘의 차이는 역력하다. 머리가 좋은 건가, 그게 아니면 본능이 시킨 걸까. 아마 후자겠지.

    “지랄하고 있네.”

    확실히 자신이 쥐고 있는 대검이 밀려나고 있지만,  라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 6개월 간 놀았던 게 아니다. 근접 전투에서 어떻게 싸워할지는 이미 숙지했어.

    대검을 비틀어 상대방을 시야를 가리고 연금술로 왼손에 쥐고 있는 파이프 담배의 길이를 늘인다. 속은 나무로 돼있다지만, 무려 미스릴로 코팅한 담배다. 이걸로 사람의 머리를 힘껏 때린다면, 뒷말은 할 필요도 없겠지.

    “컥!”

    대검으로 시야를 가렸기에 야만인은 불시에 관자놀이에서 느껴지는 소리에 단발마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관자놀이를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흉기에 그것도 불시에 맞았으니 이해할만 했다.

    “힘만 좋은 새끼.”

    라트는 침을 내뱉으며 오른손목을 쓰다듬었다. 대검을 들고 있던 손목이 욱신거린다. 와 잠깐 힘싸움을 했다고 손목이 아플 정도라니.

    다른 건 몰라도 힘 하나 만큼은 60대 레벨 몬스터에 걸 맞는 놈이다.

    “실험 결과도 좋았으니, 곱게 죽여줄게.”

    검을 들어올려, 머리를 붙잡고 덜덜 떨고 있는 야만인의 심장에 박아 넣는다. 잠시 그의 붉은색 눈동자의 동공이 커지더니, 빛이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붉은색 눈동자도 사라졌다.

    “하아.”

    지천에 널린 야만인들의 시체를 바라본다. 이 정도 시체라면 시체가 썩으면서 숲 안에서 전염병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뭐, 그래봐야 내일 다시 몹이 리젠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시체였다.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돌아갈까.”

    아니면 조금 더 몹들을 잡고갈까. 60레벨 대 몹도 여유롭게 잡을 수 있는 걸 확인했다. 아마 무리를 한다면 70레벨 대 몹들도 사냥할 수 있을 거다. 80레벨 몹이라면 또 모르지.

    이 리젠 존에 있는 80레벨 대 야만인은 주술사나 드루이드니까. 마법사보다는 아니지만, 주술사나 드루이드를 상대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돌아가자.”

    잠시 몹을 좀 더 잡아서 레벨을 올리는 쪽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얌전히 몸을 돌려서 로델세나 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저를 가르쳐야 하는 첫 날이다.

    게임 시스템의 가호를 받고 있을 뿐인 라트가 과연 케이네를 가르칠 수 있을지는 의문. 일단 케이네가 힘들어하는 연금술을 보여주면서, 그녀를 가르치는데 어떤 에로사항이 있는지 알아내야했다.

    사람을 가르치는데는 재주가 없지만, 스승의 마지막 부탁이니만큼 1년 동안 철저하게 케이네를 가르칠 생각이다.

    ============================ 작품 후기 ============================

    낮부터 머리, 특히 뒤통수 쪽이 심하게 아파서 오늘은 쉴까 하다가 어떻게든 한 편 쓰고 먼저 자러가봅니다....자고 일어나서 한 두편 정도 더 올려 볼게요..

    그러니까 저 무리하게 좀 하지 마여......괴로피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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