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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침을 먹는 와중에 경매장에서 낙찰 받았던 재료가 오자, 라트는 황급히 그것을 받았다. 수련생들이 보기에 하나 같이 희귀한 재료를 길드 창고에 보관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어디에 보관해둘 생각이냐고? 당연히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창고인 인벤토리에 보관할 생각이다.
“먼지 꽃 6개, 더스트 워터 10병, 달빛을 머금은 잎 4개 그리고 불타는 나무 5개. 배달한 물품의 수량은 확실한가요?”
“네.”
“그럼 여기, 매우 만족란에 체크해주세요.”
AS기사도 아니고. 라트는 쓰게 웃으며, 배달원이 말한 대로 매우 만족란에 체크했다. 그래 이 사람도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이 정도는 돕고 살아야지.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배달원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받은 재료를 전부 인벤토리에 넣은 후, 황급히 제르카가 숙박하고 있는 여관으로 걸어갔다. 오후 중에 리젠 존을 찾아야하니, 한시가 급했다.
“아,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마침 여관 1층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던 제르카와 루니아는 라트가 여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불타는 나무 3그루요.”
나무 3그루라고 하니까 굉장히 커 보이지만, 사실 불타는 나무는 굉장히 작은 편이다. 총 길이가 30cm도 안 되는 조그마한 나무는 불길을 머금고 뜨겁게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와우, 확실하네요. 후우.”
희귀한 재료를 손에 넣었다는 기쁨도 잠시, 이제 재료는 갖춰졌으니 황녀의 생일 선물을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제르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식사라도?”
“아니요, 먹고 왔습니다.”
“그러시구나.”
아침을 먹다 말았지만,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기에 라트는 제르카의 제안을 정중히 사양했다.
“혹시 나중에 제 장신구가 필요하면 찾아오세요. 서비스 해드릴게요.”
빈말이었다. 제르카의 장신구는 기사나 검사 혹은 궁수같은 이들에게나 필요했지, 마법사나 연금술사 같이 마력과 지혜가 필요한 직업에게는 쓸모가 없었으니까.
“진짜요? 빈말 아니죠?”
그러나 처음부터 제르카의 장신구를 탐내고 있던 라트는 그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재차 물었다.
“혹시 누구한테 선물이라도 하시게요?”
“뭐, 그런 거죠.”
당장은 자신이 배틀 알케미스트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라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르카의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이이서 알고 있는 검사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라고 말하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면 제가 전문이죠. 꼭 찾아와주세요.”
이번에는 빈말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제르카와 인연을 성공적으로 인연을 만드는데 성공하자 기분이 좋았지만, 미소는 짓지 않았다. 미소를 지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실례.”
“잠시만요. 케이네님한테 이것 좀 전해주실래요?”
조용히 아침을 먹고 있던 루니아가 종이를 내밀었다. 편지인가? 어제 경매장에서 식사를 할 때 케이네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었지. 그 모양새를 기억해보니, 케이네가 루니아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죠.”
개인적인 일로 장신구가 필요한가보다. 그렇게 생각한 라트는 루니아의 편지를 인벤토리에 넣고 길을 나섰다.
“아, 왜 자꾸 뭘 까먹은 거 같지.”
이제 리젠 존을 찾으러 로델리아로 가면 된다. 리젠 존을 찾은 후, 혹여나 시간이 된다면 거기 있는 몹을 몇 마리 잡아보고, 시간이 안 된다면 길드로 돌아와서 케이네에게 연금술을 가르쳐주면서 라트 본인의 연금술 기능 레벨을 올리면 됐다.
그래 겨우 그것뿐인데, 도대체 이 위화감은 무엇인가. 왠지 지금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아, 몰라.”
평소라면 이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곧바로 깨달았을 수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라트는 지금 슬픔을 잊기 위해서 일부러 바쁘게 돌아다니는 중이었기 때문에 위화감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포탈로 향했다.
*****
로델세나 성, 주인 없는 산맥에서 몬스터가 내려올 때를 대비해서 방어용으로 지어진 요새였다.
요새치고는 민간인도 꽤 모여살고 포탈이 있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이곳에 포탈이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몬스터가 내려올 때 빠르게 지원 병력과 물자를 보내기 위해서다.
라트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성벽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다가오니, 확실히 날씨가 쌀쌀하다.
그러나 다시금 로델세나 성벽의 보고 있노라니, 왠지 가슴이 벅차올라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1년 전, 갑자기 이곳에 떨어져서 당황하고 있을 때 봤던 광경과 거의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근처에 판잣집이 좀 더 생겼다는 거?
로델세나 성의 성벽에는 화려한 사자머리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이 무늬는 전쟁 통에 여러 가지 플래그에 의해 부서지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플래그를 분쇄해서 사자머리 무늬를 지켜낸다면, 전쟁 중에도 지워지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아, 로델세나 성의 명실상부한 상징이 되기도 한다.
“어디 보자.”
물론 라트가 이 사자머리 무늬를 보고 있는 건 그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도트가 아닌 월드 세리아가 현실로 구현된 모습을 보고 있기에 생각보다 지리를 외우고 있는 것이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 라트가 찾고자하는 야만인 리젠 존은 사자머리 무늬에서 대각선으로 쭉 가면 보인다.
‘설마 그냥 직선으로 걸어가면 되는데 길을 잃겠어?’
물론 어느 정도나 가야하는지, 거리 감각도 잘 모르겠다. 2d 도트 게임일 때와 달리, 아, 물론 게임일 때도 미친 듯이 넓은 맵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넓었다.
노르스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려면 도대체 몇 년이나 걸릴까?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의문을 해소할 시간은 없었다.
“이쪽으로 가면 되겠지.”
사자머리 무늬를 등에 지고 오른쪽 대각선으로 직선. 이대로 가다보면 주인 없는 산맥과 셀룬 왕국의 영지가 겹쳐진 영역이 있다.
‘거기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지.’
주인 없는 산맥은 수많은 이종족과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 환경에서 사람이 살기는 불가능하지만, 경계와 경계 사이의 산맥에는 야만인들이 5개의 부족을 이루고 모여살고 있었다.
야만인. 메인 퀘스트 때는 전혀 관련 없고 등장도 하지 않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하는 서브 퀘스트가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었다.
메인 퀘스트를 끝내고 유저가 야만인을 만나면, 유저는 네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도망치는 것이다. 그들은 평생을 주인 없는 산맥의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보냈다. 그래서 각 부족의 왕들은 부족 내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됐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막 메인 퀘스트를 깬 유저 입장에서 야만인 부족의 왕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 번째는 야만인과 친해지는 거다. 그들이 아무리 야만스럽다고 해도, 사람인만큼 그들을 죽이는 것을 언짢아하는 유저에게 주워지는 선택지였다.
세 번째는 군대를 몰고 와서 야만인을 몰살시키는 것이다. 왕국의 입장 상 야만인은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주인 없는 산맥의 몬스터를 쫓아내주기도 하지만, 근방의 농지를 약탈하는 해충이기도 했다.
네 번째는 야만인 왕과 결투를 하는 것이다. 가장 강한 이가 왕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야만인이니 왕과 싸워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 부족의 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야만인의 왕이 되고, 모든 부족을 통솔한 후 왕국을 차례차례 무너트리고 야만인 제국을 세울 수 있는 선택지도 있을 정도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당연히 야만인의 왕이 되어, 왕국을 전복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네 번째 선택지는 제외였다. 라트는 어지간하면 두 번째 선택지인 야만인과 친해다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햇다.
“여기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이고.”
숲이 보이기 시작하자, 라트는 침을 삼키고 숲으로 들어섰다. 이 안에 야만인 리젠 존이 존재한다.
‘빠르게 리젠 존을 발견하면, 몇 마리 잡아봐야겠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 라트가 야만인과 친해지는 게 가장 무난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면서 어째서 야만인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가.
본디 월드 세리아는 몬스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 몬스터가 죽으면 그대로 죽게 설정해놨다.
그래서 레벨에 맞는 몬스터가 살고 있는 둥지를 찾아, 그들을 죽이며 레벨 업을 해도 둥지 내에 있는 몬스터를 전부 죽이면 다시는 재생성 되지 않았다.
굉장히 사실적인 설정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해서, 불편한 설정이기도 했다. 메인 퀘스트를 깨느라 레벨 업이 급한 유저가 언제 자기 레벨에 맞는 몬스터 둥지를 찾아서 그들을 죽이고 있겠는가.
그래서 제작사 측에서 만든 것이 바로 리젠 존이다. 리젠 존에서 나오는 몹들은 아무런 인간관계도 없고, 그저 유저를 적대한다. 그리고 리젠 존 안에 있는 몬스터를 죽여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몹이 재생성된다.
리젠 존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유저의 빠른 레벨 업을 위해, 유저의 편의성을 봐준 사낭터였다. 물론 하룻동안 리젠되는 몬스터의 개체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사냥을 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해도 어딘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과연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도 리젠 존이 존재하는 가다.
“있겠지?”
있을 거야, 있어야만 한다. 리젠 존이 없다면 레벨 업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케이네에게 연금술을 가르쳐야하는 입장 상, 던전을 찾아다닌다고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승이 마지막 부탁이라고 했으니, 만약 리젠 존이 없다면 레벨 업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케이네를 가르칠 생각도 있었다.
슬슬 소리 없는 숲의 한복판, 셀룬 왕국의 영역과 주인 없는 산맥의 영역이 겹치는 경계에 도달할 시간이다. 라트는 과연 리젠 존이 있을지, 긴장되는 마음에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 더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 야만인스럽게 모피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자, 우선 야만인처럼 생긴 녀석들은 발견했다. 다음 문제는 저것들이 몹인지, 아니면 진짜 야만인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구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크흠.”
라트는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노출시켰다. 눈빛을 붉게 물들이며 공격을 하면 몬스터, 위협을 내보이며 경계를 하긴 하지만, 곧바로 경계하지 않고 우선 대화를 시도한다면 야만인이었다.
“크와아악!”
그리고 라트가 발견한 야만인은 전자에 속하는 몹이었다. 말이 아닌 괴성을 내뱉으며 곧바로 손도끼를 들어 올린 야만인들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더니, 라트 쪽으로 거칠게 돌진해온다.
“됐어!”
그들의 모습을 본 라트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것들은 야만인이 아닌 몹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경험치 덩어리라고. 이걸로 레벨 업을 하면서 케이네에게 연금술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됐다.
왼손에 착용 중인 팔찌에 연금술을 시전하자, 팔찌가 점점 라트의 몸을 뒤덮음과 동시에 갑옷으로 변했다. 액체 금속으로 만든 갑옷이기에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활동성도 다른 갑옷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을 꺼낼까?’
아니, 야만인들이 달려오는 속도로 보아 검을 꺼내고 있다가는 한 대 얻어맞을 것이다.
미스릴 갑옷을 입고 있으니 한 대 얻어맞는다고 hp가 많이 까이지는 않겠지만, 굳이 몹한테 한 대 얻어 맞아줄 필요는 없다.
‘우선 달려오는 걸 막아야겠다.’
검이 없어도 충분하다. 이곳은 숲, 나무가 지천에 널려있는 곳이지 않은가.
“만연하라.”
“크악!”
“크르르르!”
지상을 뚫고 나타난 나무뿌리가 라트에게 달려오던 야만인들을 휘감았다. 그러자 야만인들은 몸이 답답한지 발버둥을 치면서 라트에게 송곳니를 들이민다.
이성이 있는 자라면 인지하지 못할 일을 당했기에 당황했을 거다. 그러나 저것들은 그저, 라트에게 적의를 보이고 있을 뿐.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본능 뿐인 존재다. 사람에게 이성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인가.
“그냥 짐승이지.”
라트는 인벤토리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대검을 꺼내서 나무 뿌리에 휘겸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짐승, 몬스터의 목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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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진님 10장, pelina님 20장 dhk0897님 10장, sikarus님...200..장...niellee님...500...장.....정말...개같..아니 아니..감사합니다.
와 조아라에서 돈으로 이렇게 갑지..ㄹ..아닙니다..아니에요.
지금 제가 입원실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계속 글을 쓰다가는 허리가 박살 날 거 같아, 4편을 일단 올립니다. 내일 한 편 올릴게요.
집에서는 꽤 비싼 의지를 사용해서 허리 아픈 줄 모르고 글썼는데...와 죽을 거 같아...
앞으로는 후원 쿠폰 주셔도 연참 안해요, 안해, 안해, 안해, 안해!
독자 여러분, 비축분 없이 하루에 5편 쓰는 건 미친 짓이에요 멘탈이 안좋아. 죽을 거 같아 으아아ㅏ아아아아앙 빼ㅑ애ㅑ애애애애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