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40화 (40/229)
  • 0040 / 0229 ----------------------------------------------

    1부

    “와, 여기가 경매장이구나.”

    잠시 후, 마차를 타고 파르스 외각 지역에 잇는 경매장에 도착하자 케이네는 입을 벌리고 주변을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 와봐?”

    “응. 이런 곳에 올 바에야 공방에서 연구를 하는 게 더 좋으니까.”

    하긴, 연금술 학도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아마 스승님도 경매장을 이용할 때는 프로보스트를 대리로 보내고, 자신은 공방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왜 따라온 건데.”

    “그거야, 당연히.”

    케이네는 손가락을 펴서 라트를 가리켰다.

    “6개월 동안 못본 라트를 계속 눈에 담아두기 위해서?”

    “왜 의문형이야.”

    “그럴 수도 있지. 헤헤헤.”

    아니,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케이네의 얼척이 없는 행동에 라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저렇게 좋은지. 생각해보니까 마차에서도 계속 웃고 있었지?

    ‘설마 이 누나도 날 좋아하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거다. 라트는 곧바로 생각을 부정했다. 케이네가 느끼는 건 어디까지나 가족의 정일 것이다.

    물론 키스 사건이 걸리기는 했지만, 설마 그런 상황에서 키스를 했는데 사랑에 빠지는 삼류 로맨스 판타지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야 하겠는가.

    “안녕하십니까.”

    경매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계속 서성거리고 있자 경매장 직원처럼 보이는 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경매장 세리아에 처음 오셨다면 간단한 절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응? 절차는 듣는 게 좋지 않아?”

    “경매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그래?

    들어사 알고만 있을까, 실제로 경매장을 이용해본 것이 수 백 아니, 수 천 번은 된다. 물론 게임 속에서만 이용해봤지만, 게임이나 지금이나 다를 건 없겠지.

    “그러십니까? 그러면 경매장을 처음 이용하신다면 등록을 하셔야합니다. 안내해드릴까요?”

    “대리로 온 사람은요?”

    “다른 분의 대리로 경매장에 오신 거라면 증표를 보여주시면 됩니다.”

    증표라. 라트는 피식 웃어버리고 안내인에게 눈짓으로 케이네를 가리켰다. 자신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이곳 파르스에서 케이네를 모르는 이는 없다.

    기느투스 후작의 첫 번째 제자이자, 그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은 가볍지 않으니까.

    “아. 혹시 케이네뤼카흐 폰 글란츠님이십니까?”

    라트가 자신만만하게 케이네를 가리켰기에 그녀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던 안내인은 이내 그녀가 누군지 깨달았다. 은발에 황금색 눈동자라는 조합은 굉장히 찾아보기 힘든 조합이니까.

    “네. 맞아요.”

    “그럼 기느투스 후작님의 대리로 오신 거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vip룸으로 모시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스승은 경매장 vip 등급인가보다. 라트는 한숨을 내쉬면서 안내인을 따라갔다. vvip라면 그만한 대접을 받을 신분 밖에 얻을 수 없지만, vip는 경매장에 돈을 많이 썼다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등급이다.

    문제는, 경매장에 무지막지한 액수를 쏟아야 된다는 거지.

    “스승님이 경매장 vip셨구나. 누나는 전혀 몰랐어.”

    안내인을 따라 경매장 안으로 들어선 케이네는 자신을 앞서고 있는 라트에게 슬쩍 다가가, 그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연금술 연구를 하시면서 구입했을 재료를 생각해봐. 경매장도 상당히 이용하셨을 걸?”

    “하긴.”

    스승의 탐구욕은 끝이 없다. 오죽하면 왕국의 지원을 받아서 현자의 돌을 만들어봤을까. 정렬적인 탐구욕을 가진 연금술사는 어떤 의미로는 마법사보다 무섭다.

    구멍이 난 장독대에 물을 쏟듯 돈이 나가는데, 정작 실력이 있으면 그 정도 돈은 연금술로 충당할 수 있는 게 연금술사니까. 연금술로 돈을 벌어서 재료를 구하고, 탐구에 열중한다.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학자만큼 무서운 이가 얼마나 있을까.

    “누나도 나중에는 스승님처럼 경매장 vip가 될 걸? 아니지, 스승님의 후계자가 되면 누나가 vip 등급까지 가져오는 거잖아.”

    “그러려나?”

    케이네는 라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도 돈만 있다면 희귀한 재료가 필요한 연금술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충만했기 때문이다.

    이러니까 다른 생산직에 비해서 연금술사가 인기가 없지. 돈을 벌면 뭐해, 다른 생산직처럼 돈을 저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해야하는데.

    제스맹의 제자가 됐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의 제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라트도 그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

    “경매장 안은 이렇게 생겼구나.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되는 거야?”

    “우린 거기 앉을 필요 없어.”

    “잘 알고 계시는 군요. 부디 이쪽으로 오시길.”

    안내인은 여러 사람들이 좁은 책상에 앉아있는 독서실 같은 곳을 지나 경매장 안쪽에 있는 큰 방으로 라트와 케이네를 안내했다.

    “우와, 엄청 큰 방이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이네와 달리, 게임 상에서는 vip 룸에 몇 번 들어와본 적이 있던 라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드실 게 필요하시다면 이쪽에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경매장을 이용하시는 방법은.”

    “알고 있으니까, 가보셔도 되요.”

    “네, 그럼 부디 원하시는 물품을 찾으시길.”

    안내인이 문을 닫자,

    “이게 경매장을 이용하는 수정구야?”

    “어.”

    “어떻게 쓰는 건데?”

    “이렇게. 펜으로 수정구를 터치하면 마법이 작동돼.”

    라트가 펜으로 수정구를 터치하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이제 여기서 왼쪽에 있는 빈 공간에 원하는 물품의 이름을 입력하면 됐는데. 타자가 없으니까 아마, 펜으로 직접 쓰면 되겠지.

    “그리고 여기에 펜으로 원하는 물품을 쓰면.”

    시험 삼아서 불타는 나무라고 적자, 예상대로 불타는 나무 경매 목록이 나왔다.

    ‘마침 경매가 하나 있네.’

    잘 됐다. 불타는 나무의 수량이 5그루나 되지만, 스승님께서 물량은 넉넉히 사오라고 했으니 딱히 문제는 없을 터다.

    “두 대륙에 올라와있는 모든 물품과 남은 경매 시간, 그리고 시작 가격과 지금 경매 가격을 알려줘. 그리고 이렇게 입찰 버튼을 누르면, 입찰하는 거야. 나머지는 보통 경매랑 비슷해.”

    “헤에. 신기하네.”

    “수정구가 딱 4개 있으니까, 누나는 더스트 워터랑 달빛을 머금은 잎을 찾아봐. 난 불타는 나무랑 먼지 꽃을 찾을게.”

    “알았어.”

    라트의 부탁에 케이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정구 2개를 터치해서 경매장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런데 아까 거기는 뭐고, vip 룸은 뭐야? 차이점은 또 뭐고.”

    “거긴 일반 방이야. 방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차이점은 일단 먹을 거. 일반 방에서 뭘 먹으려면 돈을 내야 돼. 당연히 외부 음식을 가져올 수 없고.”

    나름대로 유저의 편의와 사행성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이런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시설이라지만, 설정 상 어떻게 이런 경매장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명확히 써있다.

    분명 경매장을 유지하기 위해, 경매 비용의 15%는 수수료로 때가고 경매장 내에서 먹을 것을 판매해서 운영비용을 충당한다고 했었지.

    “그리고 일반 방은 수정구가 하나 뿐이야. 한 번에 여러 가지 경매에 참가하기에는 불편하지.”

    “그렇구나.”

    필요한 물건이 많은데 수정구가 하나 밖에 없어서, 수정구 하나로 필요한 물건들은 전부 입찰하고 있다가 까닥 잘못해서 입찰 시간이 늦어서 물품을 빼앗기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래서 vip룸이 편하다니까.

    “그럼 vip가 되는 조건은 뭔데?”

    문제는 그 vip가 되는 조건이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어렵다는 거지.

    “최소 5만 골드는 경매장에 꼬라박은 호갱님.”

    라트의 대답에 케이네는 풉, 하고 웃어버렸다.

    “우와~ 라트 지금 스승님을 호갱님으로 취급한 거야?”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부정하지 못해서 슬퍼.”

    5만 골드, 그 정도 돈이라면 어지간한 도시를 감쌀 수 있는 성벽을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그렇기에 케이네는 부정할 수 없어서 슬펐다.

    정확히는 지금은 몰라도, 미래의 나는 경매장에 그 정도 돈을 쓸 수도 있다는 점이 슬펐다.

    “라트, 이거 봐. 더스트 워터가 싼 가격에 올라왔어. 그것도 즉시 구매야.”

    경매장은 두 가지 방식으로 물품이 올라온다. 하나는 경매를 통해 물건의 값어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거고, 다른 하나는 급전을 얻기 위해 즉시 구매로 올리는 거다.

    “그럼 구매하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수량이 10병이나 돼.”

    “그냥 사. 누나도 엘릭서 만들어보고 싶잖아.”

    “그렇기는 한데, 우리 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 스승님 돈이 나가는 거잖아. 왠지 양심에 찔려.”

    “스승님이 재료는 될 수 있으면 많이 사오라고 하셨어.”

    “아, 그래? 그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바로 구매.”

    하긴, 스승님도 엘릭서를 만들어보고 싶으실 테지. 그런 생각이 들자 케이네는 종전까지 느끼던 양심의 가책을 너무나 간단하게 지워버리고 더스트 워터를 즉시 구매해버렸다.

    “하아.”

    “왜 갑자기 한숨을 쉬어?”

    그리고는 돌연 한숨을 내뱉었다.

    “순식간에 천 골드를 써버려서, 허무해졌어.”

    “천 골드 가지고 뭘.”

    재료를 넉넉하게 사기로 했으니, 당초 예상 중이던 2천 골드가 아니라 5천 골드는 그냥 나갈 터다. 물론 엘릭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포션이고.

    그럼 생명의 연금술로 엘릭서를 만들면 되지 않냐고? 물론 그런 생각을 했고, 실제로 사용해봤따.

    그러나 엘릭서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생명의 연금술의 지속 시간이 끝날 때까지였다. 생명의 연금술로 엘릭서를 만들고, 마시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0초 남짓.

    10초 남짓한 시간에 스탯 10에서 20을 올릴 바에야 그냥 다른 방법으로 전투에 이용하는 게 훨씬 났다.

    “천 골드면 누나가 이때까지 연성한 작품들을 전부 팔아야 나올 돈이란 말이야.”

    “그건 누나가 돈이 안 되는 것도 연성하니까 그렇지. 마음먹고 순수한 철을 연성하면, 한 달이면 벌 수 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실력있는 연금술사가 마음먹고 한 달 내내, 잠자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아끼면서 순수한 철을 만들어서 제국이나 왕국에 팔면, 천 골드 정도는 만질 수 있다.

    그 정도로 순수한 철은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없어서 못 파는 재료다. 순수한 철을 만들 수 있는 치트리니타스 학파의 연금술사는 손에 꼽으니까.

    그래서 실력있는 연금술사는 돈을 벌기가 쉬웠다. 문제는 그만큼 돈을 쓰기도 쉬운 직업이라는 거지.

    아, 물론 철 값을 고려하자면 순수한 수입은 천 골드가 안 되겠지만.

    “아참, 라트. 스승님께 돈은 받아 왔어?”

    “스승님이 자기 명의로 달아놓으면 된다고 하셨어. vip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봐.”

    두 대륙에 있는 대부분의 트레저 헌터들이 구한 물품이 올라오는 경매장이었지만, 현재 라트가 구하는 재료들은 경쟁이 붙을 정도로 희귀한 재료였다.

    그러나 자기 돈이 나가는 게 아니었기에 라트는 최대한 빨리 경매에서 낙찰 받을 수 있게 현재 입찰가를 팍팍 올렸다.

    “먼지 꽃은 구했고.”

    ‘스승님은 경매장에 얼마나 쓰셨을까?’

    먼지 꽃에 천 골드, 그리고 더스트 워터에 천 골드. 케이네의 말대로 허무하게 2천 골드라는 거금이 사라졌다.

    배틀 알케미스트가 아닌 순수한 연금술사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서 재료를 얻는 걸까? 문뜩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경매가 우선이었다.

    “달빛은 머금은 잎도 구매했어.”

    1시간 후, 수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달빛을 머금은 잎을 구매한 케이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건 불타는 나무 뿐이다.

    ============================ 작품 후기 ============================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후...미진님 10장, 닉네임비공개님 20장, 짓굿은 악마님 1장, 동선님 10장, art_ok님 10장 evilady님 1장, dhk0897님 10장, 캌시오르님 20장, 사과주스님 2장, sikarus님 50장....마지막으로 niellee님 150장....일하다 죽으라고요? 아니 이게 아니라..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비축분도 없이 하루에 2~4편을 올리는 건 꽤 고된 일이에요. 머리가 터질 거 같긴 합니다.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내일 낮에도 한 편 더 올릴 거고, 당분간 이 페이스를 지속하고 싶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핫산처럼 글을 쓴다고 해도,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여러분들이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저도 이번 글은 어떻게든 완결을 내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이번 글까지 연중하면...제가 프로 작가가 아닌 일개 글쟁이라고 해도 좀 아니, 많이 부끄러울 거 같아요......

    아무튼...모두들 한 마음이 되셔서 일해라 노예야...일해라..핫산...하시는 거..잘 봤고요..네..잘..봤..ㅂㄷㅂㄷ...습니다....노예..일할게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