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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38화 (3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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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누나, 나 아파.”

    스탯 차이를 생각하면 아플 리가 없지만,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케이네의 애정이 담긴 주먹이라서 그럴까. 라트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눈을 찡그렸다.

    “당연히 아파야지. 아프라고 때린 거니까.”

    우와, 가차 없네 이 누나.

    “도대체 6개월 동안 어딜 갔다가 온 거야. 도중에 연락 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거 아니야.”

    “시간이 없었어.”

    “변명하지 마.”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시간이 없었다. 뱀 머리 동상도 그렇고, 나머지 아홉 개의 엘릭서도 그렇고 전부 도시와는 동 떨어진 장소에 있었기에 급히 이동하느라 바빴으니까.

    “변명 아니야. 진짜 바빴어.”

    자리에서 일어난 라트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뭘 했기에 그렇게 바빴는데.”

    어떻게 한다. 케이네에게 모리아의 계시를 받았다고 둘러댔으니 엘릭서를 찾았다고 해도, 그녀는 라트에게 길드 마스터를 하라는 소리를 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10개의 엘릭서를 발견했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식적으로 자신 같이 엘릭서가 어디있는지 전부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6개월이면, 엘릭서 한 개를 발견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었으니까.

    “저번에 엘리랑 광산에 갔을 때, 지도를 발견했거든. 지도에 남겨진 문구로 봐서, 엘릭서가 숨겨진 것 같아서 찾으러 갔어.”

    그래서 대충 둘러대기로 결정했다. 교묘하게,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긴다.

    “에, 엘릭서!?”

    뼛속까지 연금술사인 케이네는 엘릭서를 찾으러 갔다는 말에 깜짝 놀라서, 분노를 지웠다.

    “그래서 찾았어?”

    “응. 찾아서 마셨는데.”

    “에에! 그걸 아깝게 왜 마셔!”

    왜 마시냐니, 당연히 그게 마시고 강해지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마셨을 뿐이다. 그러나 케이네가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라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가 치트리니타스 학파라지만, 알베도 학파의 최종 목적지가 궁금할만도 하지.’

    라트와는 달리, 케이네는 연금술사다운 연금술사다. 연구를 중시하고, 연금술의 끝을 보는 것을 원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다른 학파의 종착점은 흥미로운 물건일 것이다.

    “우우,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만들 수 있으니까, 나중에 보여줄게.”

    “에? 지, 진짜! 엘릭서 만들 수 있어?”

    “재료는 파악했어. 6개월 정도 걸리겠지만, 만들 수는 있을 거야.”

    “우와~”

    “그게 정말이야!”

    케이네 뿐 아니라, 루샤도 깜짝 놀라서 라트를 바라보았다. 엘릭서가 무엇인가, 부르는 게 값인 전설의 포션이 아니던가. 그 엘릭서를 만들 수 있다면, 길드가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된다면 카운터를 맡고 있는 루샤의 월급도 자연스레 올라가겠지. 이런 걸 인터넷에서 개이득이라고 하던가?

    “만들 수는 있어. 좀 희귀한 재료가 필요할 뿐이지. 그리고 길드 상점에 엘릭서를 팔 생각은 없어. 그러다가 내가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아, 그러네.”

    엘릭서를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라니. 이 소문이 퍼진다면 알베도 학파의 연금술사는 물론이오, 다른 왕실. 어쩌면 제국에서 라트를 납치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수도 있다.

    너무 놀라서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던 루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엘릭서를 만들려면 무슨 재료가 필요한데?”

    “길드 창고에 없는 재료만 따지면 달빛을 머금은 잎하고 먼지 꽃. 그리고 더스트 워터랑 불타는 나무. 아, 온천수도 필요해.”

    “온천수를 제외하고는 하나 같이 희귀한 재료잖아. 루샤 언니, 이건 언니가 못 구하는 재료지?”

    “응. 후작님이 직접 나서면 모를까. 내가 나서서 구하기는 힘든 물건이야”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샤는 케이네의 물음에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온천수 정도는 구할 수 있지만, 나머지 재료는 굉장히 희귀한 재료였다.

    저 재료를 모두 구하는데 드는 돈만 생각해도, 약 이천 골드는 소모될 터.

    “그럼 스승님께 말씀드려보자. 엘릭서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하면 빨리 재료를 구해 와서 만들어보라고 하실 거야.”

    “그렇게 해야겠네.”

    지금은 전쟁 준비로 바쁘다지만, 제스맹 기느투스라는 연금술사는 케이네와 닮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케이네가 제스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야겠지.

    라트가 엘릭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당장 만들라고 말할 스승님이다.

    “스승님은 4번 공방에 계시니까……. 아, 누나는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라트는 스승님께 인사드리고 엘릭서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있다고 말씀드려.”

    “어디 가는데?”

    같이 가는 게 아니라, 혼자 가라니?

    “라트가 돌아오면 엘리한테 알려준다고 약속했거든.”

    아, 그런가. 묘하게 친해진 두 사람의 사이를 기억해낸 라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착한 케이네 누나도 배를 때렸을 정돈데, 성격이 강해보이는 엘리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할까?

    ‘와 조금 무섭네.’

    이제는 체력이 늘어났으니 마법사나 연금술사에게 얻어맞아도 생명의 위기를 경험하지는 않겠지만, 왠지 정신적으로 혹사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보고 싶었어.”

    공작저에 가기 전, 케이네는 라트를 껴안았다. 2년 전에는 키가 작아서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는데, 지금은 케이네의 가슴이 라트의 가슴을 짓누르는 형태다.

    “나도.”

    이게 더 위험한 거 같지만! 감동적인 재회의 현장에서 케이네를 밀어낼 수 없었기에 라트는 얌전히 케이네를 껴안았다. 한참동안 라트를 껴안고 있던 케이네는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그럼 다녀올게.”

    케이네는 화사한 미소를 짓더니, 길드 밖을 나가버렸다. 소름 돋을 정도로 부드러운 입술이다. 기습적인 뽀뽀에 라트는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손으로 볼을 문질렀다.

    “다녀와.”

    이미 케이네가 문을 나선지 오래임에도, 속삭이듯이 그녀에게 인사를 전한다.

    “케이네의 마음도 모자라서, 공녀님까지 꼬신 바람둥이.”

    “아니거든!”

    내가 꼬신 거 아니거든. 알아서 꼬인 거거든! 물론 키스는 내가 먼저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고!

    “아, 그러세요?”

    라트의 강한 부정에 루샤는 눈을 흘기더니, 케이네가 떨어트린 제품을 줍기 시작했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설마 저걸 저대로 내버려두고 공작저로 갈 줄은 몰랐다.

    “도와줄게.”

    “됐으니까, 빨리 후작님께 인사드리러 가.”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도와줄게.”

    루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도와 케이네가 떨어트린 제품을 주워서 진열대에 놓고 나서야 라트는 2층에 있는 제스맹의 4번째 공방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왔느냐.”

    제자가 6개월 만에 돌아왔음에도 후작은 그저 반갑다는 듯, 그를 맞이해줬을 뿐. 케이네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이 정도 연세를 드시고 케이네처럼 호들갑을 떨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라트는 제스맹의 주변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순수한 철을 자루에 담고 있는 인형을 바라보았다.

    “취향은 여전하시네요. 그러니까 장가를 못 가시는 겁니다.”

    “시끄럽다, 이놈아.”

    여전히 매니악한 취향이 담긴 인형이다. 라트는 한숨을 내쉬었고, 제스맹은 눈을 찌푸렸다. 6개월 만에 본 제자가 처음한다는 소리가 잔소리라서 기분이 나빠졌나보다.

    ‘많이 초췌해지셨어.’

    인형에게서 시선을 땐 라트는 제스맹의 얼굴을 보고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 준비 때문에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초췌해보였다.

    전부 내 탓이다. 내가 없었더라면, 스승은 전쟁을 위해 이렇게 분주히 움직이지 않았을 거다. 평소처럼 연금술 연구에 집중하셨겠지.

    “그리고 뭐 좀 잘 챙겨 드세요. 얼굴이 반쪽이 나셨어요.”

    그런 생각이 들자, 죄책감이 가득차서 자신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나 아직 정정하다. 이 몸이 바로 두 대륙에서 유일하게.”

    “네, 네. 두 대륙에서 유일하게 대연금술사 칭호를 받은 대단한 연금술사님이시죠.”

    “그래, 잘 아는구나.”

    자신이 할 말을 가로챈 제자를 보고, 제스맹은 화를 내기 보다는 피식 웃어버렸다. 예전이라면 장난삼아서 호통이라도 쳤을 텐데, 그럴 기운조차 없다는 건가.

    제자가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순수한 철을 연성하고 있는 제스맹을 보고 라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떠난 성과는 얻었느냐?”

    “엘릭서를 찾았습니다.”

    “그래, 음? 뭐?”

    라트가 무엇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는지 모르고, 그저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에 그렇게 하라고 했던 제스맹에게 있어서 지금 라트가 한 발언은 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지금, 지금 뭐라고 했느냐.”

    엘릭서라니, 알베도 학파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가. 제스맹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면서 제자에게 어서 다시 말하라보라고 다그쳤다.

    “엘릭서를 찾았다고요. 마셔버렸지만.”

    “에잉, 이것아. 아깝게 그걸 왜 마시냐. 나한테 보여줬으면 제조 방법을 알아냈을 건데.”

    아깝다, 제자가 엘릭서를 마신 게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제자가 엘릭서를 마셨다는데는 불만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보여줬다면 제조 방법을 알아내서 엘릭서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더욱 많은 엘릭서를 만들어서 제자에게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제자의 목표는 누구에게도 이길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연금술사다. 그런 그에게 엘릭서는 천운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제조 방법은 알아냈습니다.”

    “정말이냐?”

    제자가 엘릭서의 제조법을 알아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던 제스맹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제자가 스승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그가 엘릭서의 제조 방법을 알아냈다면, 그런 것이다.

    “아니, 물어볼 필요도 없겠구나. 혹시 만들어서 내게 보여줄 생각은 없느냐? 나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구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사저에게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고요. 아, 대신 보여만 드리고 제가 마실 겁니다.”

    물론 만든 엘릭서는 제자에게 줄 생각이었다. 단지, 엘릭서를 알베도 학파의 종착점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제스맹은 전쟁 준비 때문에 잠시 봉인해놨던 연구열이 오랜만에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건 상관없다. 그냥 보여만 주면 된다.”

    “엘릭서를 만드는데 6개월 정도 걸려요. 그리고 재료도 좀 많이 필요하고요.”

    라트가 엘릭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열거하자, 제스맹은 혀를 찼다. 몇 가지 재료는 길드 창고에 있지만, 중요한 재료는 길드 창고에도 없는 희귀한 재료다.

    “루샤가 구할 수 없는 재료구나.”

    알베도 학파 연금술사들이 많은 길드의 창고라고해도 라트가 지금 말한 재료가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곤란하구만. 그런 재료들은 어디서 구한다.”

    “스승님도 방법이 없으신가요?”

    “내가 사용하는 상회에서는 그런 희귀 재료를 취급하지 않을 거다. 그런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이런, 제스맹이라면 어떻게든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작품 후기 ============================

    노예가 일을 합니다.......불쌍하게 여기시고 추천 좀...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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