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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37화 (3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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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두 명의 남자가 셀룬 왕국과 주인 없는 산맥의 경계를 이루는 어두운 산 속에 있는 동굴을 해매고 있다.

    한 명은 이런 일을 몇 번 경험해봤는지,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 명은 어둠이 두려운지 겁먹은 표정으로 횃불에 의지한 채, 주변을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다.

    “아이고, 이 새끼. 귀신이 그렇게 무서우면 엄마 젖좀 더 먹고 와라.”

    “귀,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라. 몬스터가 나타날까봐 그렇죠.”

    변명을 늘어놓는 부하를 보고,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좁은 동굴에 몬스터가 어떻게 살겠는가. 식량도 없고, 물도 없는데. 차라리 함정이 무섭다고 말하면 이해가 가겠다.

    “그나저나 형님, 여기가 확실합니까?”

    “그래 이놈아. 이 지도가 확실하다면, 우린 이제 부자다.”

    부하의 말에 남자는 며칠 전 유적에서 발견한 지도를 꺼내서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지도에 그려진 동굴이 바로 이곳이라고 남자는 확신하는 중이었다.

    “엘릭서라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군 그래.”

    유적에 쓰여 있는 고대 문자를 해석한 결과 지도에 그려진 장소에 있는 것은 엘릭서가 분명했다. 엘릭서를 얻을 수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들자 남자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다시 품속에 넣었다.

    엘릭서를 찾은 후, 입을 싹 닫고 이 지도를 다시 팔아먹을 생각이었다. 지도의 판매자는 보물이 있는지 없는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속아서 산 새끼가 문제지, 판 사람이 문제겠는가.

    “그 포션이 그렇게 비쌉니까?”

    “멍청한 새끼. 엘릭서는 보통 포션이 아니야.”

    남자는 쯧쯧, 혀를 차면서 횃불을 들고 있는 남성을 못미더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흐르는 금덩어리, 현대의 연금술사들은 만들 수 없는 잊힌 신비라고 불리는 기적의 물약. 귀족들한테 부르는 게 값인 포션이라고.”

    “역시 형님, 모르는 게 없으십니다.”

    “이 정도는 업계 상식이야 임마. 어디 가서 이 짓으로 벌어먹고 싶으면 공부 좀 해!”

    “에이 제가 있을 곳은 형님 곁이죠.”

    멍청한 부하이기는 했지만, 아부의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남자는 부하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면서 횃불의 빛에 유지하며 동굴을 걸었다.

    “형님, 저기 보십쇼.”

    이윽고, 부하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가 손으로 가리킨 쪽에 있는 조그마한 상자를 본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저 상자다.’

    본능적으로 저것이 보물이 담긴 상자라는 걸 알아차린 남자는 욕망이 꿈틀거림을 느꼈지만, 달려가려고 하는 부하를 제지했다.

    “기다려라, 함정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야.”

    우선 함정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다. 보통 이런 보물이 있는 곳에는 함정이 있기 마련이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상자 쪽으로 다가가서, 주변에 함정이 있는지를 살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남자의 생각과는 달리, 아무리 살펴봐도 함정이 없다. 문뜩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남자는 그 불길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부하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이 안에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줄 물건이 있는 겁니까?”

    “그래, 어서 열어보자고.”

    기대에 젖어 상자를 연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탐욕이 흐르던 표정은 어느 사이에 공허하게 변했고, 이내 실망과 분노로 얼룩진다.

    “젠장, 젠장, 젠장!”

    이게 뭔가, 분명 엘릭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상자 안에는 조그마한 금덩이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정도 금덩이라면 3달치 생활비를 벌 수 있기는 했지만, 엘릭서와 비교하자면 그 값어치는 굴러다니는 돌과 다름없었다.

    “혀, 형님? 이게 도대체.”

    이곳에 엘릭서가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만큼, 부하가 실망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본다.

    “아니야. 이, 이딴 금덩이 하나만 있을 지도가 아니었다고! 너도 그 문자를 봤잖아!”

    “제가 어떻게 고대 문자를 읽습니까. 정신 좀 차리십쇼.”

    답지 않게 냉정한 부하의 반응에 남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어떤 새끼가 먼저 엘릭서를 찾고 간 것이 틀림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지도는 자신에게 있지 않은가? 지도가 없다면 이런 동굴을 발견할 수 없을 터.

    “일단 이 금이라도 챙길까요?”

    “시발, 닥치고 있어!”

    남자는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부하에게 일갈을 날린 후 주변을 살펴보았다. 누군가 엘릭서를 가져갔다면 분명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을 것이다.

    “야, 여기 이거 봐라.”

    잠시 후, 사람이 다녀간 흔적을 발견한 남자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하를 불렀다.

    “조금 전에 이곳에 사람이 다녀갔었나 보다.”

    “에에? 어떻게요!”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러니까 이 새끼를 찾아서 실토하게 만들어야지.”

    끝 모를 부를 안겨줬을 엘릭서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남자는 이를 갈면서 이어지는 흔적을 찾으려고 했으나, 아무리 살펴봐도 사람이 동굴을 나간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시발 새끼가! 어디로, 어디로 간 거야!”

    “혀, 형님 위 좀 보십쇼!”

    “미, 친.”

    부하의 말에 따라 위를 본 남자는 분노를 잠시 뒤로 미루고, 공포를 느꼈다. 동굴 천장이 열리고, 그 위에서 불길이 내뿜어지는 광경을 봤는데, 어찌 무섭지 않을까.

    그것이 두 트레저 헌터가 이승에서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

    [10개의 엘릭서를 발견하셨습니다]

    [그 어떤 트레저 헌터도 이룩하지 못한 업적입니다.]

    [튜토리얼 기간 중 놀라운 업적을 이룩하셨습니다. 칭호 ‘엘릭서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 엘릭서 사냥꾼(근력, 건강, 민첩 스탯 + 5)]

    “좋았어.”

    6개월 안에 10개의 엘릭서를 모두 발견하고 칭호까지 얻은 라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셀룬 왕국 근처에 엘릭서가 잠든 동굴에는 함정이 있었지만, 그 정도 함정은 생명의 연금술로 돌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을 뻔했지.”

    장난삼아서 엘릭서 대신 금덩이를 넣은 후, 상자를 열자마자 또 다른 함정이 발동했기에 급히 귀환 스크롤을 찢었던 라트는 손에 들고 있는 엘릭서를 바라보았다.

    “마셔야지.”

    이걸로 스탯을 올려주는 엘릭서를 10개 째 마시는 셈이다.

    [레드가드 엘릭서를 마셨습니다. 힘이 15, 건강이 15 증가합니다]

    [레드가드 엘릭서의 재료를 파악했습니다. 연금술 지식 기능 레벨이 25, 기초 연금술 기능 레벨이 10, 백색의 연금술 기능 레벨이 5 증가합니다]

    [레드가드 엘릭서를 제조하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라트

    나이 : 17세

    칭호 : 에메랄드에 다가선 자(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 + 10)외 1개

    레벨 : Lv 35

    Hp : 2180

    Mp : 6120

    경험치 : 0%

    재능

    근력 : 6/10, 건강 : 5/10, 민첩 : 5/10, 마력 : 10/10, 지혜 : 10/10, 매력 : 5/10, 행운 : 10/10

    스탯(남은 포인트 : 62)

    근력 : 13 + 75, 건강 : 12 + 70, 민첩 : 5 + 55, 마력 : 106 + 30, 지혜 : 50 + 30, 매력 : 5 + 10

    영향력

    바이올런 : 10/10, 넥스 : 8/10, 아르카나 : 0/10, 홀리 : 0/10, 애니그마 : 10/10

    일반 기능

    양손검(Lv 24 + 근력, 민첩)

    한손검(Lv 26 + 근력, 민첩)

    관찰력(Lv 18 + 지혜, 행운)

    날카로운 직감(Lv 12 + 지혜, 민첩)

    고른 호흡(Lv 23 + 건강)

    속도 상승(Lv 21 + 민첩)

    연금술 지식(Lv 104 + 지혜)

    기초 연금술(Lv 94 + 마력, 지혜)

    적색의 연금술(Lv 51 + 마력, 지혜)

    백색의 연금술(Lv 88 + 마력, 지혜)

    흑색의 연금술(Lv 54 + 마력, 지혜)

    황색의 연금술(Lv 67 + 마력, 지혜)

    희귀 기능

    마르쿨의 검술(Lv 5 + 근력, 민첩)  - 필요 기능 : 양손검 or 한손검

    * 공격적인 검술의 끝으로 알려진 검술로 방어를 하는 기술이 거의 없기에 실전된 검술입니다.

    신의 명상법(Lv 7 + 마력, 지혜) - 필요 기능 : 무無

    * 신들의 명상법으로 숨을 쉬는 것만으로 마력이 서서히 회복됩니다. 올바른 자세를 통해 명상을 하면 빠른 속도로 마력이 찹니다.

    무색의 연금술(Lv 7 + 마력, 지혜) - 필요 기능 : 기초 연금술

    * 자연을 연성할 수 있는 연금술. 현재 가능한 원소 속성 : 목(木)

    초기화(에디터 패널티)

    * 세이브 로드를 할 수 없으며, 한 번 죽으면 캐릭터의 모든 데이터가 삭제됩니다.

    커스텀 스킬

    수명의 연금술 - 담배(랭크 불명, Lv 4) - 초당 마나 60 소모 : 수명(담배를 피우는 행위)을 대가로 발현하는 연금술. 연금술의 기초인 이해, 분해, 합성을 무시하고 무엇이든 연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스탯이 무시무시하게 올라가있는 프로필 창을 보고 라트는 웃음을 터트렸다. 매력이 10이나 오른 까닭은 모든 스탯을 10 올려주는 엘릭서를 마셨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6개월 간 몬스터를 잡으면서 레벨이 꽤 많이 올랐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투 덕분에 몇몇 기능의 레벨이 올랐다. 직감 기능은 날카로운 직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을 정도다.

    그 중에서 단연 독보적으로 레벨이 오른 기능은 연금술 지식과 기초 연금술, 그리고 백색의 연금술 기능이었다.

    백색의 연금술 레벨이 상당히 많이 오른 덕분에 이제 재료만 있다면 엘릭서를 만들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연금술 레벨이 낮은 탓인지 엘릭서를 한 번에 하나 밖에 만들지 못하는 것과 만들 수 만드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래도 엘릭서가 만들기 위해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점이 위로가 됐다. 엘릭서를 만들려면 그저, 모든 재료를 넣고 6개월 동안 숙성시키면 된다.

    그 숙성 기간 동안 알맞은 시간대에 알맞은 장소에서마력을 불어 넣어야 했지만, 그 정도 고생을 해서 스탯을 올릴 수 있는 엘릭서를 만들 수 있다면 이득이다.

    “이제 검도 제대로 쓸 수 있게 됐으니까, 슬슬 돌아갈까.”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대검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근력도 낮았기에 만든 총검을 제대로 다룰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근력도 충분히 높아졌고, 양손검 기능도 많이 올라간 덕분에 이제는 무리 없이 총검을 다룰 수 있게 됐다. 마르쿨의 검술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돌아가야겠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엘릭서 사냥의 끝을 고한 라트는 근처에 있는 포탈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포탈을 이용하려고 하자, 경비병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라트는 왠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2년 전,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는 거지는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라면서 경비원들이 무시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경비원들이 알아서 예의를 표하는 중이다. 물론 로델세나의 포탈을 맡고 있는 경비원들의 인성이 덜 된 것뿐일 수도 있겠지만.

    “어서오세요 고객님.”

    “라트, 파르스.”

    빨리 길드로 돌아가서 여독을 풀고 싶다는 마음에 라트는 이름과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1골드를 꺼내 마법사에게 줬다.

    “확인 차 다시 물어볼게요. 셀룬 왕국의 수도 파르스로 가는 게 맞으시죠?”

    “네.”

    정해진 레파토리에 따라 질문을 한 마법사는 서류에 무언가를 적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입장하셔도 되요.”

    포탈로 들어서자 전혀 익숙해질 수 없는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셀룬의 수도 파르스의 거리에 도착했다. 무려 6개월 만에 도착한 거리는 여전히 활기찼지만, 몇몇 사람들은 다가올 전쟁을 알고 있는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름과 온, 제스맹님의 제자셨군요. 죄송합니다. 그냥 가셔도 됩니다.”

    역시나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가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라트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했지만, 그는 라트의 오른 팔목에 있는 팔찌를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래서 정치인이 권력을 좋아하는 구나.’

    힘을 가지고 있으면 이렇듯,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물론 스승의 위세를 등에 업은 것 뿐이지만, 겨우 그 뿐임에도 포탈을 담당하고 있는 마법사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수고하세요.”

    포탈에서 빠져나온 라트는 곧바로 연금술사 길드로 향했다. 6개월 내내 길드에 들리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으니 분명 케이네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거다.

    “어서오세, 라트!?”

    “안녕, 오랜만.”

    길드 상점의 카운터를 맡고 있던 루샤는 6개월이나 보이지 않던 라트가 갑자기 등장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에 두 번 놀랐다.

    “도대체 어디 갔다가.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라 당장!”

    “라트!”

    타이밍 좋게 전시할 물품을 들고 길드 상점으로 내려왔던 케이네는 들고 있던 물건을 와르르 쏟아버렸다. 물건 중에 깨질 물건이 없어서 망정이지, 유리 같은 게 섞여있었다면 분명 깨졌을 것이다.

    케이네가 은색 머릿결을 찰랑이며 라트에게 뛰어온다.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바닥에 쏟은 물건을 밟았지만, 그녀는 그런 것까지 신경쓸 수 없었다.

    인사도 없이 사라져버린 동생을 껴안기 위해서 저렇게 달려오리라고 생각한 라트는 두 팔을 벌렸다.

    “쿠억.”

    분명 케이네가 껴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라트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무릎을 꿇었다. 복부가 아프다.

    “왜 연락도 한 번 없었어!”

    껴안기 위해서? 그럴 리가 있나. 케이네는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서, 6개월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 동생에게 당연하다는 듯, 응징의 철퇴를 날렸다.

    라트는 어이없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어 케이네를 보았다가, 그녀의 기세에 밀려 곧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세상에 재회의 인사로 포옹을 받는 게 아니라, 배빵을 맞을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 작품 후기 ============================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후우..나미나미 2장, 내일이없는오늘님 10장, 트루엘님 2장, 미진님 10장, 놓지마정신줄!님 50장, 황제참치님 10장, 엘섀도우 10장, 짓굿은악마님 1장, niellee님 50장, HighMax님 30장.....일해라 노예야...감..사...합..부들...니다...

    입원실이 슬슬 지루해져서 오늘은 1편만 쓰고 피시방 가서 게임할 각이다, 싶었는데....일해라 노예야..해주셔서..감..부들부들...사합니다...

    추천 한 번씩 눌러주시고..저는...부들...여러분의 일해라 노예야 성원에 힘입어...부들부들...내일 낮에...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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