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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4개월이 훌쩍 지났다. 일주일 정도면 지금 고안 중인 무기와 갑옷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무기와 갑옷을 만드는 도중 이래저래 욕심이 생겨서 옵션이 더 붙은 결과, 시간을 너무 소비하고 말았다.
‘이 정도면 평생 쓸 무기와 갑옷이니까.’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걸렸지만, 4개월 내내 공방에 틀어박혀있게 만든 결과물을 보고 내심 만족했다. 검은 이런저런 옵션을 넣는 바람에 무려 라트의 2/3 만큼 달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검 손잡이 안쪽에 빈 공간을 만들었고 이 안 쪽에 정제한 마력석을 넣을 생각이다.
마력석도 그냥 마력석이 아니라, 불과 얼음 속성을 정제해서 갈아 낄 때마다 속성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탄창에서 얻은 아이디어였고, 덕분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만족스럽다.
광산에서 발견한 총검 설계도에선 칼날 안쪽에 있는 총구는 마력을 불어넣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액체 금속 덕분에 연금술을 이용해서 칼날을 두 부분으로 쪼개고 탄환을 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실탄도 아니고, 마력으로 만들어진 탄환을 쏘는 거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아마 3서클 마법에 육박하겠지.
“검도 검이지만, 갑옷도 문제였어.”
처음에는 미스릴을 이용해서 갑옷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항상 갑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자, 미스릴을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서 갑옷으로 만들었다.
평소에는 팔찌 형태로 라트의 왼손에 착용돼있으나, 연금술을 사용하면 라트의 온 몸을 뒤덮는 갑옷으로 변하게끔 설정했다.
이런 물건을 만들었으니 4개월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가능하면 인챈트까지 하고 싶었지만. 이제 메인 퀘스트가 시작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1년하고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오늘 당장 떠나야겠는데.”
남은 1년 동안은 던전이나, 야만인들을 상대하면서 전투에 도움이 되는 기능 레벨을 올릴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6개월 안에 빨리 강해지기 위한 3번째 방법을 실행해야한다.
“지도는 찾아놨고.”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여행자 세트와 먹을거리도 모두 챙겨놨으니, 남은 건 오늘 떠난다고 말하는 거뿐이다. 제스맹이라면, 라트가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도 흔쾌히 허락해줄 거다.
“좋아.”
스승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은 라트는 제스맹의 공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번에는 라트의 예상대로 일이 풀려서, 스승은 군말하지 않고 그가 여행을 떠나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케이네는 길드 지부로 출장, 엘리는 잠시 공작의 영지로 돌아갔기 때문에 사정상 만날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훌쩍 떠난 게 아쉽기는 했지만, 어쩌겠어. 시간이 부족한데.
“여기 돈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며칠 후, 포탈을 이용해서 린느탐보프 왕국의 구석진 성으로 이동한 후, 마차를 타고 국경 근처에 있는 마을에 도착한 라트는 마부에게 수고비로 3실버를 지급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와, 오랜 만에 본다.”
실제로 본 게 아니라 2d 도트로 본 것뿐이지만, 약 1년 하고도 6개월 만에 이 마을을 본 라트는 새로운 감회가 느껴졌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일을 하러 나갔는지, 마을 안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여행객인가?”
“예.”
“이런 외지에 여행을 오다니. 별 신기한 사람일세.”
한산한 마을을 혼자서 유유자적 돌아다니던 노인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라트를 바라보았다.
“어르신, 이 근처에 뱀 머리 동상이 있다는데 혹시 아시나요?”
“자네도 보물을 찾으러 왔나?”
노인은 적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라트를 노려보았다.
린느탐보프 왕국의 끝자락에 있는 푼 마을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다. 푼 마을 근처 숲에 있는 뱀 머리 동상의 비밀을 풀면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다.
‘보물이라, 확실히 보물이기는 하지.’
“아니요, 거기서 마력이 느껴진다고 하기에 한 번 둘러보려고요.”
라트는 피식 웃어버렸다. 여기서 괜히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말해서 구구절절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미 수 백 번이나 봤던 문구니까.
“아, 복장을 보니 마법사님이었군요.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현재 라트의 복장은 간단한 로브 차림이고 무기도 인벤토리에 넣어놨으니, 마법사라고 착각할 만도 했다.
“버릇없는 모험가 놈들이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뱀 머리 동상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 덕분에 많은 모험가들이 마을을 찾아왔지만, 그들은 뱀 머리 동상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화풀이로 숲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보물을 노리는 모험가 말고도 뱀 머리 동상에서 마력이 느껴진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곳을 찾는 마법사들도 많았다. 모험가는 적대하지만, 별다른 소란을 일으키지 않은 마법사는 적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럴 수도 있죠. 동상의 위치가 어디 쪽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트는 지금 자신의 복장이 마법사처럼 보인다는 것에 안도하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상황이 모니터 속에 비치는 게임이라면 노인의 안내 없이도 뱀 머리 동상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저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노인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 방향을 살펴본 라트는 노인에게 실버 한 닢을 내밀었다.
“아이고, 저는 괜찮습니다.”
“맨 입으로 감사하다고 할 수는 없죠. 어서 받으세요.”
“그럼 사양치 않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노인은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실버를 받았다. 1실버, 아직까지 골드가 꽤 많이 남아있는 라트에게는 별 거 아닌 돈이지만, 이런 시골에 사는 노인에게는 굉장히 큰돈이다.
“그럼, 저는 이만.”
노인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넨 라트는 재빨리 숲쪽으로 들어갔다.
‘정상적인 게임이었다면 이 시간대에 여기에 올 수는 없었겠지?’
튜토리얼 기간 중에 움직일 수 있어서 이런 꼼수를 사용할 수 있는 거다. 튜토리얼 기간을 스킵할 수 없게 된 것에 감사하도록 하자.
아마 튜토리얼 기간을 스킵했다면, 최소한 5년 정도는 이곳에 오지 못했겠지.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면 다른 나라에 함부로 갈 수 없으니까. 정말 당연한 일이지만, 왕국 전쟁이 일어나면 포탈을 통해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튜토리얼 기간 중에 레벨 업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게 여겨야지. 이 숲에는 위험한 선공 몬스터가 상당 수 존재했기에 레벨 1이었다면 절대로 혼자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숲 속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몬스터들이 라트를 발견하고 이빨을 보였다.
‘오크 세 마리, 리프 플라워 두 마리라.’
하급, 레벨에 따라 중하급까지 쳐줄 수 있는 몬스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라트는 미소를 지었다. 딱히 위협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았기에 담배조차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이 숲이니까.
“만연하라.”
무색의 연금술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다섯 머리의 몬스터를 정리하고 더욱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 근처에 있을 건데?”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온 라트는 2D 도트와는 전혀 다른 경치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분명 이쯤 왔으면 뱀 머리 동상이 보여야하는데, 왜 보이지 않는 거지?
“이쪽? 아니면 저쪽?”
아무리 봐도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는 숲속이었고 거기에 더해 몬스터가 계속해서 출연했기 때문에 방향 감각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숲을 헤매게 된지 2시간이 지났을까?
“여기 있었네.”
간신히 목표물인 뱀 머리 동상을 찾은 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뱀 머리 동상의 비밀은 간단하다. 마을에 전해지는 전설에는 뱀 머리를 죽이면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중의적인 표현이 가득한 내용만이 담겨있었지만, 사실은 이빨을 부러트려서 눈에 꽂으면 된다.
“읏샤.”
이빨을 잘라, 눈에 박아 넣자 뱀 머리 동상에서 기괴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동상이 거대한 입을 벌렸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조그마한 상자였다.
“이제 하나.”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조그마한 녹색 포션이 들어있었다.
[한 개의 엘릭서를 발견하셨습니다]
“좋았어.”
엘릭서, 그것도 병을 회복시켜준다거나, 체력을 모두 회복시켜주는 엘릭서가 아니라 스탯을 올려주는 엘릭서다. 이런 엘릭서만 찾아서 마시는 게 세 번재로 빨리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럼 곧바로 마셔보실까.”
[그린 프로즌 엘릭서를 마셨습니다. 건강이 5, 민첩이 15 증가합니다]
[그린 프로즌 엘릭서의 재료를 파악했습니다. 연금술 지식 기능 레벨이 15, 기초 연금술 기능 레벨이 10, 백색의 연금술 기능 레벨이 5 증가합니다]
[백색의 연금술 기능 레벨이 부족하여 그린 프로즌 엘릭서를 제조하실 수 없습니다]
엘릭서를 마시자마자 눈앞에 나타난 알림창을 보고 라트는 미소를 지었다. 뱀 머리 동상 전설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엘릭서는 엘릭서 중에서 가장 찾기 쉬웠다.
“가장 찾기 쉽고, 가장 효과가 안 좋은 엘릭서지.”
다른 엘릭서는 이것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 라트는 다른 엘릭서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 3주로 잡고 있었다. 대신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효과가 좋은 엘릭서다.
어지간한 엘릭서의 위치를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 6개월 안에 10개 정도는 찾을 수 있을 터다.
라트가 찾으려는 10개의 엘릭서를 제외한다면 노르스 대륙에 있는 엘릭서는 체력을 회복시켜주거나, 병을 치료해주는 엘릭서였다. 그게 아니면 주인 없는 산맥에 있는 엘릭서던가.
카르세이나 대륙에는 스탯을 올려주는 엘릭서가 더 있겠지만, 지금 카르세이나 대륙으로 갔다가 그쪽 메인 퀘스트와 연관되버리면 골치가 아팠으니, 일단 보류.
‘엘릭서를 만들려면. 백색의 연금술 기능도 올려놔야겠네.’
엘릭서는 알베도 학파의 종착점인 포션이다. 그런 포션을 만들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겠지만, 일단 백색의 연금술 기능 레벨을 올려놓으면 만들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엘릭서를 만드는데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공짜로 스탯을 올릴 수 있으니까.
“다음은 어디로 갈까.”
6개월 안에 남은 9개의 엘릭서를 모두 찾아야한다. 그리고 남은 1년 동안은 몬스터를 잡으면서 마르쿨의 검술과 생명의 연금술과 무색의 연금술의 레벨을 올리면서 동시에 황색의 연금술에 집중한다고 한다면, 시간이 촉박하다.
“인형은 몰라도, 골렘은 만들어놓으면 편하니까.”
직접 조종하는 인형은 근접 전투를 지향하는 배틀 알케미스트에게는 알맞지 않은 도구지만, 알아서 명령을 수행하는 골렘은 배틀 알케미스테에게 알맞은 병기였다.
우선 최대한 멀리 있는 엘릭서부터 찾고, 그 다음 내륙 지방에 있는 엘릭서를 찾고나서 마지막에 셀랑 왕국 근처에 있는 엘릭서를 찾기로 하자.
머릿속으로 이동할 루트를 그린 라트는 무려 30골드를 주고 구입한 귀환 스크롤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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