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35화 (3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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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마르쿨의 검술이라는 초절정 희귀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육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강한 상대를 만나면 검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매번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생명의 연금술의 레벨이 올라가고, 무색의 연금술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 때가 과연 언제 찾아올지 걱정이다.

빌어먹을! 레벨 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연금술을 전투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음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어쩔 수 없나.’

이 게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유저라면 비허가 에디터 없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 몇 가지 정도는 알고 있다.

첫 번째는 업적을 깨서 칭호를 얻는 방법이다. 칭호는 하나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칭호가 적용되는 형식이니까 업적만 딸 수 있다면 굉장히 강해질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어지간한 칭호는 전부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고 나서 딸 수 있다는 거지. 지금 기간에는 아마 직업 업적 밖에 깨지 못할 거다.

그러니까 무색의 연금술을 제외한 모든 연금술 기능을 70렙까지 올려서 위대한 연금술사 칭호를 얻는 거 말고 다른 업적을 얻을 수는 없다.

두 번째 방법은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NPC를 이용해서 쩔을 받는 방법이다. 그러나 주변에 쩔을 해줄 NPC가 없기에 이것도 기각.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남은 방법뿐인데.

“레벨 업도 했으니까, 가능하겠지.”

*****

다음날, 어제와 같이 4인분의 식사를 간신히 우겨넣고 소화제까지 마신 후에야 공작과 독대를 할 수 있었다.

엘리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지, 공작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상세하게 이야기해보라 일렀고, 라트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의 표정에 놀라움이 묻어났다.

“광산 근처에서는 텔레포트 좌표가 꼬이는 마법이 발동돼있었고, 안에 총과 활로 무장한 몬스터가 있었고, 게다가 사람이 있던 흔적이 있었다고?”

“예.”

공작의 물음에 긍정하며 말을 이어, 포레스트 라이언에게 은신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가 있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한 일과 엘리가 위험에 빠져서 방패막을 자청했기에 갑옷이 그 꼴이 났다는 것으로 말을 끝냈다.

“흠. 또다시 딸아이의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 말로는 만 년 동안 감사하다고 해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졌군.”

“제 욕심 때문에 휘말린 겁니다.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그냥 돌아왔어야 했어요.”

“원인을 따지면 내가 우선이다. 엘리에게 널 도와주라고 한 건 나니까.”

라트의 말도 옳다.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귀환 스크롤을 이용해서 공작저로 돌아왔어야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는 몬스터가 철 냄새를 맡고 광산을 점령했다고 생각한 공작에게 있었다.

“하아, 도대체 어떤 놈이.”

이번 사건은 몬스터의 짓이 아니다. 총과 활을 쓰는 몬스터는 물론이오, 포레스트 라이언은 산에서 활동하는 몬스터이기에 어둡고 축축한 광산에 들어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는 켈랑 왕국 짓인 것 같습니다.”

“물증이라도 발견 했나?”

“물증은 없지만, 몬스터가 열을 맞춰서 활과 총을 썼고 포레스트 라이언이 그런 곳에 있다는 건, 몬스터 테이머의 짓이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켈랑 왕국은 국왕의 가신 중에 몬스터 테이머가 있다는 건 공작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 알고 있지.”

“그리고 광산을 무너트릴 목적으로 사료되는 화약을 발견했습니다.”

인벤토리에서 흑색 화약이 가득 담긴 상자를 꺼내 공작에게 보이자, 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몬스터 테이머, 광산을 무너트리려고 했던 흔적,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 좌표를 꼬이게 하는 마법까지.

“후우. 켈랑 쪽으로 정보가 넘어갔을 줄이야.”

이 모든 조건을 부합할 수 있는 왕국은 단 둘. 차리친과 켈랑 뿐이다. 그리고 차리친 왕국은 셀룬과 우방 관계이니, 자연스럽게 이번 사건을 벌인 왕국은 켈랑으로 좁혀졌다.

물론 켈랑도 차리친도 아닌 제 3의 세력이 이런 일을 벌였을 수도 있으나, 감히 왕국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일 세력이 노르스 대륙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더러운 수를 쓸 줄이야.”

물론 전쟁 전에 암약을 통해 상대방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공작은 별다른 분노를 표하지 않았다. 그저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할 뿐.

“상처는 괜찮나?”

“예.”

포션을 들이부은 덕분에 상처는커녕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게다가 엘리의 말대로 먹은 음식들이 전부 몸에 좋은 음식이었는지,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반드시 신전에 찾아가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쳤다는 건 제스맹에게 비밀로 해주겠나? 제스맹이 화를 내면 나라도 무섭거든.”

“제 부주의로 다친 겁니다.”

“아니, 정보가 부족했던 내 쪽 문제일세.”

제스맹에게 별 일 아니라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라트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지만, 공작은 두 번이나 딸의 목숨을 구해준 라트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길드로 돌아가도 좋다. 보상은 나중에 길드로 보내주마. 딸아이의 목숨 값까지 합쳐서.”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Exp가 지급됩니다.]

“알겠습니다.”

엘리의 목숨 값은 필요 없었지만, 그렇다고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면 공작이 화를 낼 것 같았기에 그냥 보상을 받기로 결정하고 공작의 말에 따라 길드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아참.”

문을 나서기 전, 라트는 자신을 부르는 공작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네와 엘리는 무슨 관계지?”

“친구입니다.”

“흐음. 그런가.”

공작이 가보라고 손짓하자, 라트는 곧바로 방을 나섰고, 루아타 공작은 그런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딸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던데.’

라트가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공작은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래, 잘 있었나? 아. 별 건 아니고. 켈랑 왕국이 감히 우리를 건드렸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보답을 해줘야지 않겠나?”

수정구에서 들려오는 긍정적인 대답에 공작은 비릿한 미소를 보였다.

*****

‘뭘 이렇게 많이 보낸 거야?’

이틀 후 공작의 가신이 라트의 방으로 찾아와 조그마한 상자와 큰 상자를 건넸다. 그것을 열어본 라트는 가신과 상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보냈지? 아무리 딸아이의 목숨 값이라지만, 일개 평민에게 이렇게 많은 걸 보내올 필요가 있나?

“보상은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건 너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큰 상자에는 온갖 금은보화가 들어있었지만, 조그마한 상자에 들어있는 새하얀 돌이 라트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다면, 큰 상자에 들어있는 것들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다.

“이거 마력석 맞죠?”

“예, 그렇습니다.”

역시 마력석이었나. 라트는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마력석, 커뮤니티에서는 마력석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부르기 보다는 예비 배터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템.

몬스터에게 얻은 코어 안에 있는 순수한 마력을 뭉친 돌이다. 처음 마력석을 만들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만들어놓으면 마력을 충전해놓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마법사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필수 아이템이자, 무한한 애정을 받는 아이템이다.

큰 상자에는 미스릴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히 희귀한 광물인 유리쇠와 금덩이, 그리고 보석이 담겨 있었다.

“마력석이랑 유리쇠. 그리고 이 정도만 놔두고 나머지는 다시 가져가주세요.”

라트는 큰 상자에 들어있는 것 중 마력석과 유리쇠 그리고 금덩이 몇 개를 챙기고 공작의 가신에게 큰 상자를 다시 돌려줬다.

“예?”

가신은 눈앞에 있는 청년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 재물이라면 평생 호의호식 하면서 보낼 수 있는 돈이다.

평민은 물론, 공작의 가신조차 평생 동안 만져보기 힘든 재물을 성인도 되지 못한 청년이 단호하게 거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공작님이 뭐라고 하시면, 저녁 식사 때 같은 기분이라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공작 가문 사람들은 사람에게 뭘 많이 먹이는 취미라도 있는 건가? 엘리가 배려 없이 음식을 먹인 거나, 루아타 공작이 이만한 보상을 전부 받으라고 보낸 거나, 둘 다 별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알겠습니다.”

혹여나 라트가 보상을 거부한다면, 그냥 가져오라는 공작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에 가신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인사를 남긴 후, 큰 상자를 들고 떠났다.

“안 그래도 마력석이 필요했는데, 잘 됐어.”

가신이 방을 나서자, 라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마력석을 바라보았다.

길드에 돌아오고 이틀 동안, 라트는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했다. 일단 일주일 안에 연금술 기능을 70렙까지 올려 업적을 얻는다. 그러는 김에 현재 구상 중인 무기와 갑옷을 만들 생각이다.

“무기는 그 때 봤던 총검을 내 방식대로 어레인지 하면 될 거 같고.”

설계도를 만든 연금술사는 이론이 부족해서 이걸 못 만든다지만, 라트는 게임 시스템의 가호를 받고 있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 결과 대충 모양과 구동 원리를 생각하면 게임 시스템이 알아서 결과물을 연성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연금술 레벨이 딸리면 연성은커녕, 설계도조차 머리에 떠올릴 수 없었지만.

‘재료랑 기능 레벨만 충분하면 현자의 돌도 만들 수 있을 지도.’

현자의 돌이 황색의 연금술 기능 레벨 몇 때 만들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벨과 재료만 충분하다면 현자의 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굳이 현자의 돌을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무기와 갑옷을 만들고 나서가 중요하지.”

그 일을 위해서 당분간 길드를 떠나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울적해졌지만, 어차피 나중에는 떠나야한다. 미리 예행연습을 해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6개월 정도 걸리겠지?’

실전 경험 덕분에 자신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라트는 강해진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다시 한 번 앞으로의 계획을 차근차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v풍요로운자v님 후원 쿠폰 30장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도 모두모두 감사해요.

음...개인적으로 원고료 쿠폰과 후원 쿠폰을 받을 때 느끼는 기분이 조금 다른데..

원고료 쿠폰 : 힘내서 글쓰세양 글쟁이님!

후원 쿠폰 : 글 써라 이 노예 새끼야!

정도 입니다....이렇게 생각하니 후원 쿠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추천 한 번씩만 눌러주시고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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