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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는 연금술사-3화 (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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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그럼, 보자.”

    메인 퀘스트가 시작될 때까지 앞으로 3년이 남았다. 라트는 그 기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가장 끌리는 건 검술 길드의 수련생으로 들어가 검을 단련하는 것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 캐릭터는 검술에 재능이 없다.

    평범한 사람보다야 낫겠지만, 진짜 괴물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거기에 검술에 필요한 기능은 대부분 있으니, 검은 혼자서 연습하기로 하고, 연금술을 배우러 가는 것이 나았다.

    “차라리 3년 동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좋을지도 몰라.”

    처음에는 당연히 시간 스킵이 안 돼서 당황했으나, 세이브 로드를 할 수 없다면 시간 스킵을 이용한다고 해도 필요한 스킬을 배우지 못해서 고생했을 게 눈에 보였다.

    “여기가 노르스 대륙이니까. 메인 퀘스트는 왕국 전쟁.”

    월드 세리아는 2개의 대륙이 있다. 하나가 셀룬 왕국을 포함해 6개의 왕국이 있는 노르스 대륙이고, 다른 하나는 셰크티 제국을 필두로 3개의 왕국이 있는 카르세이나 대륙이다.

    그리고 캐릭터가 있는 대륙에 따라, 메인 퀘스트가 나뉜다.

    노르스 대륙의 메인 퀘스트는 6개의 왕국이 서로 치고받는 왕국 전쟁을 멈추는 것이 목적이었고, 카르세이나 대륙의 메인 퀘스트는 제국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플레이어가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대륙의 메인 퀘스트에 관여해도 된다.

    더욱이 플러에이가 메인 퀘스트를 간섭하든 안하든, 메인 퀘스트는 확률과 변수를 통해 수 백, 수 천 가지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셰크티 제국에서 일어나는 반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제국이 알아서 반란을 진압하기도 하고 변수를 통해 용사가 등장해서 메인 퀘스트를 끝내기도 한다.

    또한 제국에 흡수돼있던 몇몇 왕국이 다시 부활하기도 하고, 황가의 혈통이 바뀌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는 역시 제국이 붕괴되는 거였다.

    당연하지만, 이런 변화는 메인 퀘스트에 관여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게이머 중 한 명은 제국의 반란을 이용해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50년 안에 세계 정복한 것을 인증하기도 했다.

    “노르스 대륙에서 연금술을 가르쳐줄 사람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라트가 아무리 생산직을 플레이해본 적이 없다고 해도, 그가 이 게임을 해온 시간동안 얻은 정보는 굉장히 많았다.

    “역시, 그 사람이 제일 낫겠지?”

    시작 위치가 셀룬 왕국이다. 셀룬 왕국의 수도에 그가 있을 것이니, 포탈을 이용하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한 라트는 재빨리 포탈 장치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에헤이! 꼬마야, 여기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란다.”

    광장 근처에 있는 포탈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이 라트를 가로막았다. 현재 라트는 거적때기를 입고 있었다. 그냥 봐도, 거지꼴이다. 이런 행색을 하고 포탈 쪽으로 가고 있었으니, 가로막을 만도 했다.

    “돈은 있어요.”

    “푸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포탈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고 하는 소리냐? 너 같은 애는 평생 벌어도 사용하지 못할 액수라고.”

    “너무 그러지 마라. 울면 어쩌려고 그래?”

    경비병들의 비꼼에 라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사 입고 오는 거였는데. 라트는 혀를 차면서 인벤토리를 열어 1골드를 꺼냈다.

    “1골드. 정확하죠?”

    포탈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돈은 한 사람당 1골드다. 그리고 사람이 소지하고 있는 물건을 제외한 짐을 옮기기 위해서는 1kg당 1실버가 필요했다.

    1쿠퍼가 원화로 약 천 원 정도니까, 포탈을 한 번 이용하는데 천만 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어디까지나 같은 대륙일 때의 비용이고. 다른 대륙으로 가기 위해선 두 배의 비용이 필요하다.

    “비켜요.”

    골드를 보여주자마자 경비병들이 욕망 어린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있으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라트는 재빨리 그들을 지나쳐서 포탈을 관리하고 있는 마법사에게 향했다.

    “음? 안녕하세요, 손님.”

    경비병들과 다르게, 마법사는 그를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기준으로 보면 라트가 꼬마처럼 보일 게 분명함에도 깍듯이 예의를 지킨다.

    “안녕하세요. 포탈을 이용하려고 하는데요. 여기 먼저 돈 드릴게요.”

    “음,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라트가 1골드를 건네자 마법사는 골드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진짜 1골드가 맞네요. 이름과 어디로 이동하시려고 하는지, 말씀해주실래요?”

    혹시나 라트가 가짜 골드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라트, 이동하려는 곳은 파르스요.”

    “확인 차 다시 물어볼게요. 셀룬 왕국의 수도 파르스로 가는 게 맞으시죠?”

    “네.”

    “이제 포탈로 입장하시면 되요.”

    마법사는 서류에 라트의 이름과 목적지를 전부 기입한 후에야 라트에게 포탈로 들어가라고 허락해주었다. 게임보다 포탈 이용 절차가 조금 더 복잡했다. 게임에서는 포탈로 들어가서 목적지를 선택하면 됐는데.

    뭐 어때. 포탈을 이용하지 못하면 변방 도시인 로델세나에서 수도인 파르스까지 걸어가야 한다. 게임을 할 때도 여기서 수도까지 가려면 3일은 뛰어야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얼마나 걸릴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포탈로 들어서자, 보이지 않는 벽을 통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셀룬의 수도 파르스의 거리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는 이런 모습이구나.’

    2d 도트로만 보던 거리를 생생하게 보니, 압박감이 다르다고 할까? 느낌이 새롭다고 할까.

    “이름과 온 곳.”

    역시나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가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라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라트, 로델세나.”

    “보자, 시간이. 좋아 가도 된다.”

    라트가 쏟아지는 시선과 함께 포탈에서 멀어졌다. 거지 차림의 소년이 포탈을 타고 왔으니, 시선이 끌릴 만도 하지. 우선 그곳에 가기 전에 옷부터 사서 입어야겠다.

    “미니맵.”

    아직 3d로 보는 거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라트는 미니맵을 열려고 했으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미니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랄하네, 진짜.’

    정보창과 인벤토리를 열 수 있어서, 당연히 미니맵도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라트는 속으로 튜토리얼을 들어야했다고 후회하면서 어떻게든 옷가게를 찾아서 옷을 샀다.

    “옷도 일일이 갈아입어야 돼?”

    장비창이 뜨지 않으니, 옷도 당연히 알아서 갈아입어야한다. 몇몇 게임 시스템을 제외하면 진짜로 월드 세리아의 한 사람으로 생활하는 셈이다.

    대충 치수가 맞는 옷을 구입해서 갈아입지는 않고, 포장한 라트는 곧바로 목욕탕으로 향했다. 옷가게를 찾아 해매면서 슬슬 지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덕분에 목욕탕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목욕까지 끝마치고 새로산 옷을 입으니, 조금 전 거지 소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외모가 괜찮고 특이한 눈을 가진 소년이 나타났다.

    “자, 그럼.”

    이제 이곳에 온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가야지. 길드는 보통 수도에 본부를 두었고, 수도에 비견될 정도로 큰 도시에는 지부를 두었다.

    그 종류도 굉장히 많다. 검사 길드부터, 마법사 길드, 궁수 길드, 심지어 대장장이나 목수 같은 생산직들이 만든 길드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연금술사 길드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곳에 온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왕국보다 제국의 수도에 있는 길드가 규모도 시설도 압도적으로 좋은 것이 상식 아닌가.

    길드에 들어서자, 길드라고하기에는 굉장히 좁은 공간이 펼쳐졌다. 여긴 길드 내부가 아니라, 길드에서 운영하는 상점이다.

    “어서 오세요. 물건을 팔려고 오신 거면 저한테 보여주시고, 원하시는 물건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생산직 길드는 판매를 겸했고, 보통 길드에 가입하려는 사람보다는 물건을 사거나 판매하려고 오는 사람이 많았으니, 착각할만했다.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서 왔는데요.”

    “어머나! 죄송해요.”

    월드 세리아에서 다른 생산직은 몰라도 연금술사는 꽤 천대받는 직업 중 하나니까,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저기, 부모님은 같이 안 왔니?”

    “없어요.”

    “그, 있잖아. 길드에 들어오기 위해선 테스트도 거쳐야하지만, 테스트 후에는 입문비 100골드도 필요한데.”

    카운터를 맡고 있는 여성이 조금 미안하다는 어투로 말했다. 라트에게 그렇게 큰돈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요.”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라트의 인벤토리에는 998 골드하고도 약간의 실버가 코퍼 남아있었다.

    에디터로 1000골드를 넣어놔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길드에 들어가는 건커녕 지금쯤 로델세나 근처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을 거다.

    “아, 부모님께 돈을 받아서 왔나 보구나. 선입금제는 아니니까 일단 넣어두렴. 테스트를 통과해야 길드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분명 앞서 부모님이 없다고 말했지만, 상식적으로 어린 아이가 이런 거금이 있을 리가 없기에 라트가 부모님과 같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여성은 카운터에 있는 탁자에 소년을 앉힌 후, 서류를 꺼내주었다.

    “서류를 작성한 다음에 좀 기다려줄래? 누나는 잠깐 마스터를 불러올게.”

    그렇게 말하고는 여성은 문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마 저 문 안쪽에 길드 시설이 있겠지. 그런데 가게를 멋대로 비워도 되는 건가?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적지만, 재료를 팔거나 도구를 사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은 많을 텐데.

    “내가 알 바 아니지.”

    대충 서류를 전부 적고 나서 5분 쯤 기다렸을까? 여성이 다시 이쪽으로 왔다.

    “어? 벌써 다 적었니?”

    “네.”

    “그럼 그걸 들고 저 문으로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렴.”

    드디어 만날 수 있겠군, 라트는 여성의 말에 따라 서류를 들고 문을 열자, 긴 복도가 펼쳐졌다. 이곳이 진짜 파르스의 연금술사 길드 내부다.

    약품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 냄새는 물약인가? 보통 연금술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게 물약이니까. 여성의 말대로 가장 먼저 보이는 문을 열었다.

    “네가 새로운 지원자냐?”

    그러자 곰방대를 물고 있는 괴팍해 보이는 노인이 라트를 맞이해주었다. 순간 소년의 눈이 약간 빛났다.

    왕국보다 제국의 수도에 있는 길드가 규모도 시설도 압도적으로 좋은 것이 상식이다. 라트가 그 점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셀룬 왕국의 수도에 온 이유는 이 노인에게 연금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안녕…….”

    “인사는 됐고. 서류나 내놔라.”

    인상대로 괴팍한 성격의 노인이었다. 이름만 들어봤지, 게임 내에서는 처음 만나봤기에 그의 성격을 몰랐던 라트는 마음속으로 혀를 차면서 서류를 넘겨주었다.

    “이름은 라트. 16살이라. 흐음, 어리다면 어리고, 늙었다면 늙었군.”

    이름과 나이까지 확인한 노인은 그 즉시 서류를 찢어버렸다. 와, 그래도 성심성의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특기는 무엇인지를 적었는데. 이런 처사는 좀 너무하지 않아?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것은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건 오로지 재능이다. 재능이 없는 놈이 그 나이에 연금술을 배워봐야 포션이나 팔아먹는 쓰레기 같은 새끼나 되겠지.”

    옳은 말이었다. 검사나 궁수같이 몸을 쓰는 이들은 재능이 없다고 해도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 정도 강해질 수 있지만, 마법이나 연금술 같이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은 재능이 없으면 어중간한 실력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난 쓰레기를 키우는데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네 재능을 보여 봐라.”

    “지금요?”

    “그래.”

    그러나 이어지는 노인의 말은 라트의 생각을 벗어난 것이었다. 적어도 며칠 아니, 몇 시간동안 연금술을 가르쳐주고 나서 저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곧바로 재능을 보이라니.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라트가 펼칠 수 있는 연금술은 없었다. 모든 기능을 검술이나 그에 관련된 것에 투자했으니까. 연금술에 관련된 기능이라고 해봐야, 마나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신의 명상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능에 연금술 지식을 넣어놓을 것을. 라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며칠만 날 가르쳐보라고 할까?

    성격을 보아, 이런 말을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은데.

    ‘아!’

    노인이 가지고 있는 담배가 눈에 들어온 라트는 에디터로 만든 커스텀 스킬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담뱃대 좀 빌려주시겠어요?”

    “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담배를 피겠다고?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소리를!”

    “그게 아니라. 제 재능을 보여드리려면 그게 필요해요.”

    “참말이렸다?”

    라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소년에게 담배를 건네주었고, 라트는 노인에게 담뱃대를 받자마자, 입에 물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콜록, 콜록, 웩. 우웩.”

    지구에서야 꼴초라고 불릴 정도로 담배를 폈던 몸이지만, 이 몸은 담배에 익숙하지 않은지 기침이 나왔다. 폐가 오그라드는 고통과 함께 눈물이 나온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소년을 지켜보았다.

    “후우, 후우.”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소년은 다시 한 번 담배를 피웠고,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연기를 뿜을 수 있었다.

    커스텀 스킬

    수명의 연금술 - 담배(랭크 불명, Lv 1) - 초당 마나 50 소모 : 수명(담배를 피우는 행위)을 대가로 발현하는 연금술. 연금술의 기초인 이해, 분해, 합성을 무시하고 무엇이든 연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1. 대가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펴야 인정한다. 담배 연기를 병에 휴대하고 사용할 수는 없다. 또한 연기 연성을 위해서 근처에 손을 가져다 대야한다.

    2. 연성 범위는 연기가 펴져있는 곳뿐이다. 대가인 연기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한정한다.

    3. 연성을 하지 않았다면, 두세 번 더 연기를 내뿜어서 연성 범위를 넓힐 수 있다.

    4. 연성한 물체는 담배 연기를 계속 뿜어도, 무한히 유지하지 못한다. 연금술을 펼친 후 새롭게 내뿜은 담배 연기는 또 다른 대가로 취급한다.

    4. 단 하나의 물체(고체가 아닌 액체나 기체라도 서로 이어져 있다면 한 개의 물체로 취급)만 연성할 수 있다.

    5. 월드 세리아의 과학 기술을 넘어서는 것을 연성할 수는 없으며 희귀 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정보를 직접 확인해야 연성할 수 있다. 또한 연금술로 만들어진 병기들은 그 구조를 알아야 연성이 가능하다.

    6. 연성한 물체의 지속시간은 담배 연기가 완전히 사라질 때쯤, 혹은 사용자의 마나가 고갈될 때다. 다만, 고체가 아닌 기체나 액체는 현실에 관여한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Ex 물을 연성했다면 바닥에 흡수된 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바닥에 흡수되지 않은 물은 사라진다)

    커스텀 스킬로 만든 스킬은 담배 연기만을 대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그가 달지 않은 제한들이 즐비해있었다. 게다가 이런 제한이 있는데도 랭크가 불명이라고 적혀있는 괴악한 스킬이었다.

    그 당시 담배를 태우고 있어서 이런 스킬을 만들었지.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커스텀 스킬도 검술 스킬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으로 담배가 도움이 됐네.’

    만약 그 때 담배를 피고 있지 않았으면, 노인에게 보여줄 연금술이 없어서 쫓겨났을 것이다. 입에서 내뿜어진 담배 연기에 손을 가져다댄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연성할 수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나열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월드 세리아에 있는 전설급 장비도 구현할 수 있는지 살폈으나, 역시나 아예 목록에 존재하지 않았다. 설명대로 직접 정보를 확인해야 구현할 수 있는 모양이다.

    담배 연기가 사라질 때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라트는 우선 책상을 연성하기로 했다.

    그 순간 손에서 불똥이 튀는가 싶더니, 놀랍게도 담배 연기가 사라지고, 책상이 나타났다.

    “되긴 되네.”

    내가 만들어놓고도 어이없는 스킬이라서 과연 성공할까, 의문이었는데. 확실히 책상이 만들어지기는 했다. 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연성된 책상과 라트를 바라본다.

    “하하하하하!”

    그러기를 4초, 마나가 다했기에 책상이 사라져버렸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던 노인은 호쾌하게 웃어버리면서 라트에게 다가와 담뱃대를 빼앗아 들었다.

    “꼬마야, 이걸 다른 사람한테 보여준 적이 있느냐?”

    “아니요.”

    있을 리가 없지. 라트의 대답에 노인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살고 있는 곳은?”

    “고아에요.”

    저기 찢겨있는 서류에 전부 적혀있는 사실이었으나, 라트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의 대답에 노인은 더욱 만족스럽다는 듯 입 꼬리를 찢었다.

    “합격인가요?”

    노인의 반응을 보니 물어볼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보았다.

    “합격? 그래, 엄밀히 말하면 합격이지.”

    “그럼 입문비를.”

    “넣어라. 너는 내 길드의 수련생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 고아인 네가 그런 돈을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받을 생각도 없다. 중요한 것은 네 재능이 뛰어나다는 거지!”

    노인은 흥분 때문인지, 몸을 떨면서 소년의 어깨를 잡았다.

    “축하한다, 꼬마야. 너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연금술사(아크알케미스트)’의 칭호를 받은 내 두 번째 제자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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