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239화 (239/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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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장

선의문을 향해 최향과 측근들이 말을 내달렸다.

그들의 뒤쪽에서 응양군의 무장과 이백여 명 남짓의 병사가 따라붙었다.

응양군 장군 이만립은 상장군 지윤심, 대장군 최준문, 장군 유송절과 함께 최향을 호종하였다.

콰두두두.

느닷없는 기습으로 장래 행렬의 이들 대부분이 죽었다.

혼전 중에 최준문, 지윤심, 유송절 등은 최우선적으로 최향을 피신시켰다.

“어찌!”

최향은 분노를 가득히 담아 외치며 뒤돌아보았다.

“와아아아아.”

저 멀리서 이민호와 3천여 군병이 달려오고 있었다.

빨리 선의문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위급하고 위급한 상황에 최향을 비롯한 이들은 마음이 몹시 조급했다.

최향은 앞쪽에 있는 선의문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으드득.

선의문과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선의문은 세 길 높이로 보였다.

“준문.”

최향은 말을 내달리며 우측을 돌아봤다.

“네. 합하.”

“이게 다 어찌 된 일인가? 지금쯤이면 나주에서 박개광이 이끄는 군사들과 싸우고 있어야 할 놈이 어떻게 개경에 나타날 수가 있단 말인가? 어어엉!”

최향은 격한 표정을 지었다.

최준문은 최향을 쳐다보았다.

“송절이 우려한대로 박개광과의 회전을 피하고…… 배로 벽란도를 거쳐 개경으로 온 듯 합니다.”

“이익!”

최향은 분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애초 유송절이 이민호가 배로 개경으로 올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지윤심이 유송절의 우려에 개경에는 응양군, 신호위, 홍위위, 금오위의 4개 군이 있음을 입에 올리며, 그 힘이라면 불과 3천에 불과한 이민호의 군세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말했다.

그에 최향은 전라도와 벽란도를 잇는 해로를 주시하라 유송절에게 말해두었다.

그런 연유로 천우위와 감문위를 나주에 보내면, 죽은 최충헌의 가병 중 절반을 배속시켰다.

“송절!”

최향은 말을 달리며 왼쪽을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 합하. 아직 수군에…… 그 자가 이리 빨리 움직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제 불찰입니다.”

유송절은 말을 몰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아직 최향은 모든 권력을 손에 쥐지 못했다. 하여, 서둘러 최충헌의 장래를 치르고 황실로부터 최충헌의 후계자로 인정받으려 했다.

그에 장래를 서둘렀다.

그런데 그 사이 이민호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충헌의 권력이 아직 최향에게 이양되지 않는 터라, 수군에 아직 최향의 명이 먹혀들지 않는 상태다.

그런 이유로 이민호의 이동에 관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다.

수군을 장악하지 못한 천려일실.

만사를 챙겼으나 하나를 챙기지 못해 당한 급습이었다.

유송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돌아봤다. 돌아보는 시선에서 분하다는 감정이 진하게 우러났다.

뿌드득.

유송절은 이를 갈며 격한 눈빛을 띠었다.

‘이민호!’

판단 착오였다.

이민호가 배로 개경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박개광이 이끄는 혼성군과 나주에서 회전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높다 여겼다.

이민호가 배로 개경으로 오는 것은 가능성이 적다하여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 비중을 두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어 뼈아픈 충격과 피해를 안겨주었다.

그 사이.

“합하. 어서 선의문으로 가셔야 합니다.”

최향의 등 뒤에서 지윤심이 소리쳤다.

“알겠네.”

최향은 지윤심을 힐긋 돌아본 후, 그새 거리가 줄어든 선의문을 바라보았다.

“하앗.”

발로 달리는 말의 배를 찼다.

히힝.

말은 최향의 뜻을 알아챈 듯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두두두두.

@

전력을 다해 쫓지 않았다. 최향의 죽음은 불변이다. 그 누구도 최향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모종의 책략이 이미 진행 중이니.

난 왼손에 고삐를 쥐고 말을 달리며 좌우에 있는 오용섭과 이웅에게 소리쳤다.

“절대 놓쳐서는 안 돼. 알겠지?”

“예에에. 나리. 심려하지 마십시오.”

“선의문 방향을 제외한 세 방향은 철저히 틀어막았습니다.”

오용섭과 이웅의 대답에 난 재차 물었다.

“황궁으로 간 해심과 무승들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어?”

“네.”

내 뒤에서 황곤이 대답했다.

“아셈.”

“예, 주군.”

황곤과 나란히 말을 달리는 백아셈의 대답이 귀에 들렸다.

“선의문…….”

“이미 전했습니다. 주군.”

“좋아. 전군!”

난 오롯이 몸을 세우며 좌우를 돌아보았다.

“안익진雁翼陳!”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모양으로 전열을 갖추라 명했다.

“예에에에.”

오용섭과 이웅이 뒤돌아보며 재차 외쳤다.

“안익진!”

“안익진!”

오용섭과 이웅의 외침에 뒤따르는 군병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좌우가 앞으로 뻗어나가듯 길게 뻗었고, 중심은 꺼지듯 안쪽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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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문에 이른 최향은 안장에 앉아 머리를 높이 들었다.

“문을 열어라.”

굳게 닫힌 성문 위 누각에 서 있는 중랑장 정방영이 머리를 숙였다.

“누구냐?”

평상시 같으면 건방지다하여 목을 베거나 사지 중 하나를 잘라버렸을 건방진 말투에 최향은 험상스런 인상을 지었다.

“이!”

“합하.”

“지금은 속히 선의문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최준문과 지윤심이 최향에게 말하는 사이, 유송절이 뒤돌아보았다.

“이 장군.”

“네.”

신호위 장군 이만립이 머리를 살짝 숙였다 들었다.

유송절과는 같은 장군 직급이지만, 유송절이 최향의 최측근임을 감안하면 자신의 윗사람으로 대할 수밖에.

“어서 성문을 열라 하시오.”

“예.”

이만립은 대답하며 발로 탄 말의 배를 찼다.

“하.”

말은 천천히 성문으로 다가갔다.

이만립은 고개를 들어 누각을 보았다.

“난 신호위 대장군 이만립이다. 위에 있는 자는 누구냐?”

“예, 대장군. 중랑장 정방영입니다.”

유송절은 정방영과 대화를 주고받는 이만립을 쳐다보며 답답하다는 얼굴빛을 띠었다.

“이 장군!”

언성을 높여 급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그 사이.

최향을 포함한,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 이만립과 정방영을 번갈아보았다.

다들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보았다.

힐끔힐끔.

이민호와 3천여 명의 군병이 바짝 다가오고 있어, 초조란 감정이 그들의 얼굴 그득히 떠올랐다.

“빨리.”

“장군.”

대부분 이만립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일부는 누각을 올려다보았다.

“중랑장. 당장 성문을 여시오. 당장!”

매우 급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외침들이었다.

최향은 뒤돌아보았다.

콰두두두.

이민호와 3천여 군병이 호호탕탕한 기세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거리 약 7, 80여 장.

말을 타고 달리는 중이니 곧 다다를 것이다.

최향의 얼굴이 하얗게 급변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라, 고개를 돌려 누각을 올려다보았다.

“당장 성문 열어. 열란 말이야!”

최향은 매우 다급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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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장 정방영은 성루에서 내려다보며 고함쳤다.

“기다리십시오.”

“정 중랑장.”

이만립이 고함쳤다.

“…….”

중랑장 정방영은 입을 다물고 성루에서 물러섰다.

이만립은 곤혹스러워하며 연방 정방영을 불렀다.

“중랑장, 중랑장.”

최준문과 유송절 역시 이만립처럼 누각을 올려다보며 정방영을 애타게 불렀다.

“어서 성문을 열게.”

“정 중랑장. 성문을 열어라. 열란 말이다.”

지윤심은 말머리를 돌려 뒤에 모여 있는 이백여 명의 병사를 쳐다보았다.

“진형을 갖춰라. 원진이다. 원진을 갖춰라.”

병사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지윤심의 말에 따라 원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지윤심은 최준문과 유송절을 돌아보았다.

“준문. 송절. 합하를 성문 쪽으로 모시게.”

최향의 안전이 최우선인지라 가장 안전한 성문 쪽으로 피신시키라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상장군.”

“네.”

최준문과 유송절은 대답하며 급히 최향에게 다가가 청했다.

“합하. 곧 성문이 열릴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안쪽으로 속히 가시지요.”

최준문과 유송절은 최향을 안심시키며 안전한 성문으로의 이동을 입에 올렸다.

“이익!”

최향은 매우 성난 인상을 지으며 말에서 내렸다.

말을 타고 있으면 주변에 서 있는 병사들보다 위치가 높아지게 된다. 자칫 활을 쏠 경우, 아주 좋은 표적이 될 수 있기에 도보로 성문으로 이동해야 한다.

최향은 따라 최준문과 유송절이 말에서 내렸다. 이만립과 소수의 무장들 그리고 지윤심도 말에서 내렸다.

지윤심은 주변에 서 있는 소수의 무장을 돌아보며 고함쳤다.

“자네들은 흩어져 병사들을 지휘하게.”

“네.”

“예.”

무장들은 대답하며 불안한 기색을 띠었다.

힐끔힐끔.

다들 누각을 돌아보았다.

지윤심은 그들의 속내를 읽고는 안심시키려했다.

“걱정하지 말게. 곧 성문이 열릴 것이니. 잠시만 막으면 될 것이네.”

“예에.”

무장들은 대답하며, 지윤심의 명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원진을 형성하는 병사들에게 뛰어가, 이르자마자 병사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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