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232화 (23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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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이 지났다.

개경에 있는 혹두가 벽란도에 있는 부향과 주형을 거쳐 내게 정보를 속속 보내왔다.

“나리. 최향이 장악한 신호위神虎衛, 흥위위興威衛, 금오위金吾衛, 천우위千牛衛, 감문위監門衛 중 천우위와 감문위를 나주로 급파하였다. 합니다.…… 서양헌이 아들과 딸의 죽음에 분노해 최향과 손잡았다고 합니다. 천우위, 감문위의 군세에 합류할 가능성이…….”

앉은 서탁 너머에 서 있는 주형이 전하는 정보에, 난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침음을 흘렸다.

‘으음.’

내가 알기로는 천우위는 왕을 시종하는 의장대儀仗隊다.

천우위는 상령常領이라 부르는 육상 전용의 의장 부대와 해령海領이란 해상 전용의 두 의장부대로 이루어져 있다.

총 병력 수는 2천여 명.

감문위는 도성 내외의 여러 문을 지키는 수문군으로 6위에서 가장 질이 떨어진다.

6위에 속한 다른 군에 비해 노병이나 군적에 이름만 올린 환자들 등.

그 성격이 일종의 예비군이고 총 병력 수는 1천여 명에 불과하다.

‘천우위와 감문위를 합치면 약 3천여 명. 거기에 서양헌이 이끌 것이 뻔한 2천여 명이 더해지면 총 병력 수는 5천.’

내가 운용하는 군병의 수는 3천.

수적으로는 열세이지만 질적으로 따져보면 꿀릴 것이 없다.

‘최향.’

눈을 반짝였다.

무슨 속셈일까?

질적으로 떨어진 천우위와 감문위로 날 공격하는 것에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끙.’

서양헌이 이끌 것이 뻔한 양광도 호족 연합군이 내 휘하의 군병들과 동일한 노궁이나 석포로 무장했을 가능성이 있어다.

‘마음에 걸려.’

앉은 서탁을 향해 시선을 숙였다.

잠시 생각한 후, 시선을 바로 하며 서 있는 주형을 응시했다.

“가서 모두 다 모이라. 전해라.”

“예에에. 나리.”

주형이 대답하며 뒤돌아섰다.

쏜살 같이 방문을 향해 뛰어가는 주형을 바라보며 천천히 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스윽.

마음이 좀 그렇다.

서양헌과 이리 될 것을 각오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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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방 내부에 오용섭, 이웅을 비롯한 무장들이 모였다.

다들 큼지막한 원탁에 빙 둘러섰다.

원탁에는 양광도와 전라도를 비롯한 인근 지역이 상세히 표시된 지도가 놓여 있었다.

난 왼편에 서 있는 주형을 돌아봤다.

“설명해줘.”

눈짓으로 서 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예에.”

주형은 주눅이 든 듯 조심스레 대답하며 상체를 숙였다.

오른손 검지로 지도에 표기된 몇몇 곳을 가리키며, 둘러서 있는 무장들을 돌아봤다.

“…… 현재…… 앞으로 닷새면 당도할 겁니다. 그러니.”

주형은 대책이 필요함을 말했다.

원탁에 서 있는 이들의 안색은 어두웠다.

죄다 부담스러워했다.

상대는 서양헌이 이끄는 양광도 호족 연합군 2천과 천우위, 감문위 혼성 병력 3천이다.

총 병력 5천.

무장들은 중앙군이 꺼려지는 기색을 띠었다.

난 무장들을 향해 버럭 고함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

고함에 둘러선 무장들이 깜짝 놀라, 날 쳐다보았다.

난 일일이 한 명씩 마주보며 성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위기는 아니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나리. 명을 내려주십시오.”

오용섭과 이웅이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의기소침한 이들의 사기를 북돋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 덕에 둘러선 이들의 얼굴빛이 한결 밝았다.

“내가 지시한 대로 너흰 하기만 하면 돼.”

단칼에 무 자르듯 명쾌한 목소리로 말하며 바른편을 돌아봤다.

서 있는 유사 문한성이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급히 시선을 낮췄다.

“나주목의 사람들을 소개시키라는 명령은 어떻게 됐어?”

내 물음에 문한성은 서둘러 대답했다.

“예, 모두 멀찍이 소개시켰습니다.”

“좋아. 나주목에는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은 남아 있으면 안 되니깐. 다시 한 번 확인해.”

“예,”

문한성은 대답하며 머리를 숙였다.

사람들을 소개시키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서풍, 서혜, 최송이를 참형시키는 것을 사람들이 보았으니, 협조는 꽤 무난하게 이루어졌을 터다. 하지만 만에 하나를 모른다.

확인이 필요하다.

난 좌측 네 번째에 서 있는 황곤을 보았다. 정찰을 비롯한 일련의 일은 모두 황곤이 전담한다.

“황곤.”

“예, 나리.”

황곤이 날 보았다.

“그들은 얼마나 와 있지?”

“네, 엿새 거립니다.”

“정탐선은 꾸준히 띄우고 있겠지?”

“네. 매 반 시진마다 배를 띄우고 있습니다. 한데.”

황곤이 말을 흐렸다.

“뭐야?”

난 다그쳤다.

“하고 싶은 말은 망설이지 말고 해.”

“네. 그것이 접근해오는 속도가 예상 외로 빠릅니다.”

“그래.”

“예, 저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황곤은 조심스레 사견을 밝혔다.

쩔레쩔레.

난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들은 내버려둬.”

“하지만 나리.”

황곤이 다시 말하려했다.

난 왼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황곤의 입을 막았다. 그와 함께 주형을 돌아보았다.

“주…… 끄응. 형아.”

“네, 네에. 나리.”

주형이 내 눈치를 보며 급히 대답했다.

“지금 오고 있는…… 흘려.”

“아, 네에.”

주형이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아, 난 눈을 치켜떴다.

“똑바로 해. 만약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말을 끊으며 서늘한 눈빛을 띠었다.

“나, 나리.”

주형이 말을 더듬거렸다.

미덥지 않아,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똑바로. 알겠지.”

“예. 예에에.”

주형이 머리를 숙였다.

“만약에 일이 틀어지면,”

죽일 듯 노려보았다.

주형은 내 시선에 움찔거리며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불안해 조금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빨리 그들이 나주에 당도하게만 해. 알겠지.”

“네에에. 나리.”

주형이 대답하며 머리를 힐끔 들었다.

‘아무래도 불안해.’

시선을 돌려 황곤을 보았다.

“황곤.”

“예, 나리.”

황곤이 대답하며 날 보았다.

난 눈짓으로 주형을 가리켰다.

“힘들겠지만 도와줘.”

“알겠습니다. 나리.”

황곤이 내 눈치를 읽은 듯 주형을 쳐다보았다.

주형은 황곤의 시선에 몸을 쭈뼛거렸다.

그 사이.

“나 영감.”

원탁 너머, 맞은편에 서 있는 나식을 바라보았다.

“예, 나리.”

나 영감이 간결하게 대답하며 마주보았다.

“출항 준비는 어떻게 됐어?”

“모두 다 끝났습니다. 나리. 지금 당장이라도 출항할 수 있습니다.”

“확실하겠지.”

“믿어주십시오. 제 목을 걸라면 걸겠습니다.”

나 영감은 자신만만했다.

그 모습에 미소 지었다.

싱긋.

다소 마음이 놓인다.

“역시 나 영감이야.”

말하며 원탁에 둘러선 무장들을 흘겨봤다.

니들도 나 영감만큼만 해.

그런 속내를 담은 내 시선에 둘러선 무장들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썩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난 고함쳤다.

“다들 나가서 내가 말한 것을…… 면밀히 다시 한 번 살펴봐. 수틀리면 그냥.”

험악하게 인상 썼다.

“예에에.”

무장들이 머릴 깊이 숙이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망할 놈들.’

기화가 되면 빡 세게 굴려야 할 것 같다.

둘러선 무장들이 머리를 바로 들었다.

무장들은 뒤돌아서더니, 눈에 보이는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지켜보는 내 귀에 주형이 돌아서는 기척이 들렸다.

힐끗.

주형을 흘낏거리며 목소리를 깔았다.

“주형아.”

“네, 네에.”

막 발을 떼려던 주형이 깜짝 놀라며 날 뒤돌아봤다.

말없이 왼손을 들어 앞뒤로 움직였다.

까닥까닥.

가까이 다가와.

내 손사랫짓에 주형이 불안한 얼굴빛을 띠며 주춤거렸다.

주형은 날 꺼렸다.

마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리 와 봐.”

“아, 네에.”

주형은 조심스레 내게 다가와 섰다.

돌아서며 주형의 어깨에 왼손을 척 걸쳤다.

“주형아.”

“예, 나, 나리.”

“너 말이다.”

“네.”

“이름 바꿔라.”

“예에에.”

주형이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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