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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섭과 이웅에게 군병 3천의 긴급 소집과 함께 1천여 명의 군병으로 하여금 나주목 영내를 외부와 단절시키라 명했다.
“예에에.”
“나, 나리.”
오용섭과 이웅은 몹시 당황하고 놀란 기색을 띠었다.
나무목을 외부와 단절시켜라!
그 명은 그 누구도 들고나지 못하게 하란 말이다. 게다가 3천여 명의 군병을 모두 소집하라 하였다.
딱히 3천여 군병을 모두 소집할만한 일이 현재 없다.
아무 이유 없이 3처여 군병을 소집한다는 것 자체가 진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뭐하고 서 있나? 지금 당장 움직여!”
난 고성을 지르며 오용섭과 이웅을 거칠게 다그쳤다.
“예, 예에에.”
“알겠습니다.”
오용섭과 이웅이 대답하고는 황급히 옆으로 돌아섰다.
다다다.
난 뛰어가는 두 사람을 일별한 후, 무장들을 돌아보았다.
“맹우, 변재일.”
“예, 나리.”
대답과 함께 무장들 사이에 서 있던 맹우와 변제일이 내게 뛰어왔다.
타닥.
난 뛰어오는 맹우와 변재일을 가만히 주시했다.
주형이 슬금슬금 내 왼쪽 뒤로 걸어와 섰다.
조심, 조심.
주변 돌아가는 상황을 살폈다.
죄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무거웠다. 군사에 관한 말이 빠르게 오가고, 급히 뛰어가는 무장들의 표정과 모습이 심상치 않다.
주형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경직하며 불안해했다.
그 사이.
내 앞에 맹우와 변재일이 이르렀다.
“찾으셨습니까? 나리.”
맹우와 변제일은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난 두 사람에게 아무 말하지 않고, 최송이와 서혜를 바라보았다.
찌릿.
매서운 눈초리라 그런지 아니면 나와 시선이 마주쳐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와 시선이 마주친 최송이와 서혜는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심중 찔리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아래로 숙였다.
시선을 피하려는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둘 다 지은 죄가 있으니 아마 속으로 뜨끔할 것이다.
“맹우, 변재일.”
“네.”
“예.”
맹우와 변재일이 동시에 대답하며 날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 의구심이 떠올랐다.
내가 자신들을 왜 불렀는지 은연중에 궁금해하는 기색을 띠었다.
최송이와 서혜를 응시한 채 맹우와 변재일에게 명령했다.
“큰 마님과 둘째 마님을 거처에 연금해라!”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위가 싸해졌다.
다들 입을 벙긋거리며 망연자실했다. 할 말을 잃고 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염없이 날 쳐다보는 이들의 시선에서 자신들이 뭘 잘못 들었나? 라는 의문이 스며 나왔다.
…….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일순.
스, 스으윽.
주변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최송이와 서혜에게 돌아갔다.
다들 최송이와 서혜를 바라보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무슨 일인지 아는 자도 있었고, 영문을 몰라 하는 자도 있었다.
최송이와 서혜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두 여인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한 당혹감을 얼굴에 띄우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붕어마냥 눈을 껌뻑껌뻑거렸다.
연방 주변 눈치를 살피는 것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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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우와 변재일은 주저했다.
“뭐들 하고 있는 것이야!”
난 고함쳐 두 사람을 다그쳤다.
“네, 네에. 나리.”
“알겠습니다.”
맹우와 변재일이 화들짝거리며 급히 대답했다.
최송이와 서혜는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소리쳤다.
“대체 이러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상공! 저희에게 어찌 이러세요?”
난 최송이와 서혜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그걸 몰라 말하는 것인가?”
쩌렁쩌렁한 외침을 내질렀다.
최송이와 서혜는 주춤거렸다.
시녀들과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은 매우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다들 날 바라보았다.
“내가 없는데. 누가 마음대로 배를 띄워!”
노성을 터트렸다.
최송이와 서혜는 움찔움찔거렸다. 두 여인의 얼굴빛이 급격히 흐려졌다.
난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최송이와 서혜를 질타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그 배들을 건조하기 위해, 선부들을 양성하기 위해 흘린 피땀이 얼만데!”
성난 외침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최송이, 서혜,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의 얼굴에 겁이라는 감정이 나타났다.
“여기 있는 자들 중 누가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배를 내준단 말인가!”
머리꼭지가 돌기 직전이다.
엄연히 내 소유다.
내가 온갖 노력을 들여 간신히 마련한 선단이고 선부들이다.
그 누구도 배와 선부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들어간 재물도 재물이지만 내가 그야말로 개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치솟는다.
최송이가 말하고 나섰다.
“상공. 저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런 저를 연금시키시다니요.”
억울하다.
최송이는 그런 심중을 담아 내게 항의했다.
“닥치지 못해!”
난 최송이를 향해 화난 목소리로 질책했다.
최송이는 내가 평소와 달라 그런지 척 봐도 머리끝까지 성난 모습이라 그런지 움칫거렸다.
그런 최송이를 성난 기세로 질타했다.
“내가 모르는 줄 알아. 당신이 나섰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줄 아냐고?”
눈썹을 밀어 올리며, 당장이라도 최송이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송이는 그런 내 모습에 몸을 움츠리며 시선을 비스듬히 숙였다.
난 옆에 서 있는 서혜를 쳐다보았다.
서혜는 몸을 가늘게 떨며, 양손을 말아 주먹 쥐었다.
바르르.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것에 충격 받은 모양이다.
서혜는 입술을 질끈 깨무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고함쳤다.
“네에에. 제가 오라버니에게 배를 내줬어요, 그게 뭐 어땠어요? 처남매부지간인데. 그게 그리 큰 잘못인가요?”
뻔뻔하다고나 할까? 대차다고 해야 할까?
서혜는 역으로 언성을 높이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다.
사내 같은 성정도 성정이지만, 웬만한 남자 못지않은 기질에 힘입은 바 큰 반발이었다.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나와 서혜를 번갈아보았다.
이제 어떻게 돌아갈지, 다들 궁금하다는 기색을 띠었다. 은연중에 다들 나와 서혜의 눈치를 보았다.
한편.
“흐, 흠.”
맹우와 변재일은 그 사이 최송이와 서혜에게 이르러 헛기침했다.
난처하다.
맹우와 변재일은 그런 속내를 내비쳤다.
서혜의 당찬 언동에 둘 다 멈칫거리며 주저하는 기색을 띠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최송이와 서혜는 내 부인들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서열이라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가만히 봐하니 맹우와 변재일이 최송이와 서혜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 싶다. 게다가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의 이목들도 신경 쓰인다.
지금은 내가 밀려서는 안 될 것 같다.
최송이와 서혜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로 인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무래도 가르쳐줘야 할 것 같아, 난 최송이와 서혜에게 걸어갔다.
저벅저벅.
일말의 감정도 보이지 않는 무심하게 굳은 얼굴, 죽일 듯 매섭게 노려보는 시선, 의도적으로 흘리는 강한 살기.
서혜를 향해 걸어가는 날,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이 지켜보았다.
“나리가 엄청 화나셨어.”
“이크.”
“아무래도 둘째 마님이 오늘 크게 경을 치실 것 같은데.”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은 조심스레 수군거렸다.
그 사이.
난 서혜의 면전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섰다.
서혜가 날 빤히 쳐다보았다.
비단 서혜만이 아니었다. 옆에 서 있는 최송이도, 시녀들도, 무장들도, 모두 다 나를 보았다.
나는 거리낌 없이 오른손을 높이 들어, 순간 서혜의 뺨을 갈겼다.
짜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서혜의 고개가 우측으로 돌아갔다.
뺨을 때린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간 탓에 대번에 서혜의 머리가 풀어져 흘러내렸다.
고개가 돌아간 서혜의 입가가 터져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주룩.
서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홱.
날 향해 고개를 돌리며 표독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날. 왜 때리는 거예요?
그렇게 묻는 성난 서혜의 시선.
“그 배가 당신 것이오? 그 배를 건조하는데, 선부들을 육성하는 데 당신이 한 것이 무엇이오?”
“…….”
내 물음에 서혜는 아무 말 못했다.
바르르.
가늘게 몸을 떨며 매서운 눈초리로 날 마주보았다.
난 고성을 질렀다.
“내가 그 배와 선부들을 마련하느라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는지 모르는 것이오? 얼마나 많은 재물이 들어갔는지 아느냔 말이오? 누가 당신 마음대로 그 배를 내주라 하였소.”
서혜를 노려보았다.
서혜는 지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남매부지간이에요.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군령장까지 당신 멋대로 쓰고, 내 관인의 인장까지 당신 맘대로 찍은 것이오?”
“…….”
서혜는 뭐라 말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난 싸늘한 시선으로 서혜를 노려봤다.
“당신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도 나에게 뭐라 할 사람은 없소…… 그런데 처남?”
날 마주보는 서혜의 눈빛이 흔들렸다.
천천히 서혜의 왼쪽 귀에 내 얼굴을 갖다 대었다.
“돌아오기만 하라고 그래. 돌아오는 즉시 죽. 여. 버. 릴. 테. 니. 깐.”
살의를 머금은 나지막한 목소리.
서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 당신!”
난 얼굴을 떼며 엄중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서혜만 들을 수 있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처 연금은 잠시야. 내 분명히 말하지. 조만간 당신 목은 참형장 바닥을 뒹굴게 될 거야. 왜냐고? 내가 당신을 죽. 여. 버. 릴. 거. 니. 깐.”
널 죽이겠다!
내 의중에 순간 서혜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백지장이 생각날 정도로 하얗게 급변했다.
부르르
몸의 떨림이 거세졌다
서혜의 얼굴이 귀신을 보듯 사색으로 돌변했다.
풀썩.
다리에서 힘이 풀린 듯 맨땅에 주저앉았다.
난 서혜를 내려다보며 격한 살의의 눈빛을 띠었다.
“마님.”
“마님.”
뒤에 서 있는 서혜의 시비 달래와 분이가 소리쳤다.
달래와 분이는 급히 주저앉은 서혜의 곁으로 다가섰다. 내 눈치를 보지 않았다.
난 달래와 분이가 서혜를 부축하는 것을 보고 옆으로 돌아섰다.
맹우와 변재일.
두 놈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수하는 필요 없어.”
엄중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나리.”
다시금 옆으로 돌아서며 신경질적인 어조로 머리를 드는 맹우와 변재일에게 명령했다.
“연금해.”
“예에에.”
걸어가는 내 귀에 맹우와 변재일의 외침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