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202화 (202/247)

<-- 202 회: 8-3 -->

일부러 호기를 부리며 유송절을 힐긋거렸다.

“저 자가 조금 전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송절과 지윤심을 비롯한 몇몇 무장이 고함쳤다.

“잡아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들은 묵이를 잡으려하였다.

난 급히 묵이가 뛰어간 방향을 돌아보았다.

마침 묵은 군병들에게 이르러, 그들 사이를 민첩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서너 명의 군병을 스치며 빠르게 뛰었다.

주변에 서 있는 군병들이 묵이를 쳐다보며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군병들에게 묵이가 잡힐 것 같아, 난 다급했다.

‘썩을!’

급히 손에 쥔 검을 높이 들었다가, 묵이를 향해 움직이려 하는 군병들을 향해 던졌다.

“네 이놈들!”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군병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검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갔다. 삽시간에 거리라는 공간을 지나, 검은 묵이를 향해 움직이는 군병들에게 이르렀다.

푸욱.

검은 군병들 사이에 있는 지면에 깊이 박혔다.

부르르.

검 자루가 양쪽으로 진동하듯 심하게 흔들렸다.

검을 던진 것은 묵이에게 움직이려는 군병들의 발길을 조금이라도 멈추게 하기 위한 의도였다.

검을 던져 군병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 군병들이 뭔 잘못이라고.

한편.

묵이 사력을 다해 뛰며 군병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후다다다.

그 모습에 유송절, 지윤심을 비롯한 무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성을 질렀다.

“뭐들 하느냐?”

“어서 저 놈을 잡아라.”

“놓치지 마라.”

군병들은 다수가 연이어 고성을 지르자 몸을 움찔움찔거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군병들은 어리둥절했다.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군병들은 혼란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그 사이.

“서라.”

“잡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몇몇 군병이 묵을 향해 돌아서며 뛰기 시작했다.

한편.

묵의 제일 뒤에 있는 군병들에게 이르렀다.

다다다.

화급히 뛰는 묵에게서 절박함이란 감정이 절실히 우러났다.

난 묵을 뒤쫓는 몇몇 군병을 향해 소리쳤다.

“멈춰라.”

있는 힘껏 소리친 탓에, 소리는 상당히 컸다.

“자네에에!”

귀에 최향이 내지르는 성난 고성이 들렸다.

내가 묵을 뒤쫓는 군병들을 방해하는 것에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 때.

쓔와아아아아.

공기의 흐름을 가로지르는 영활한 파공이 길게 메아리쳤다.

그와 함께 한 줄기 빛이 연상되는 화살이 공간을 일직선으로 쏘아져나갔다.

화살은 곧장 뛰는 묵이를 향했다.

“안 돼에에!”

그 광경에 난 목청이 터져라 고성을 질렀다.

삽시였다.

화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르러, 단숨에 묵의 우측 견골에 박혔다.

“크와악!”

묵이 비명을 지르며, 뛰던 속도와 화살이 박힌 충격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과당탕.

묵은 지면으로 꼬꾸라지더니, 이내 두어 번 떼굴떼굴 굴렀다.

“묵아아아아!”

난 고함치며 묵이를 향해 뛰었다.

타타탁.

뒤에서 최향의 고성이 들렸다.

“나주 목사를 잡아라.”

뒤이어 무장들이 군병에게 명령하는 외침이 들렸다.

“어서 막아.”

“거기 서시오. 목사.”

“뭐들 하느냐?”

난 뒤에서 들리는 고성과 외침들을 외면했다.

빠르게 묵이를 향해 뛰며, 앞을 막아서는 군병들과 손속을 주고받았다.

“비켜!”

거친 어조로 외치며 험악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2 장

날 행해 막아선 군병이 검을 휘두르고 창을 내질렀다.

쉬, 쉬이잇.

양쪽으로 몸을 거세게 흔들며 오갔다.

군병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권각으로 날 공격한 군병들을 공격했다.

서둘러 군병들을 넘어뜨리며 땅에 꼬꾸라진 묵에게 빨리 가려 하였다.

쾅.

퍼, 퍽.

권각이 군병들을 타격하는 소리가 연거푸 메아리쳤다.

“와악.”

“크아아악.”

군병들은 아프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마구 비명을 질렀다.

너나없이 지면으로 쓰러지고, 지면에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아서는 군병들의 수가 많아, 몸을 빼기가 여의치 않았다.

묵에게 빨리 가야 하는데, 몸을 빼기가 여의치 않았다. 여의치 않았다.

그에 난 마음이 몹시 급해졌다.

꼬꾸라진 묵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꼬꾸라진 그대로 지면에 엎어져 있었다.

군병들은 내 좌우와 앞을 겹겹이 틀어막았다.

손을 놀려, 공격해오는 군병들의 검과 창을 밀치고 쳐냈다.

권각을 놀려 군병들의 가슴과 다리를 비롯, 몸의 각 부위를 가격했다.

정신없이 군병들과 싸우며 묵이를 향한 길을 트려 하였으나 마음과 달리 용이하지 않았다.

“물러나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누군가가 날 향해 말을 몰아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콰두두.

난 흠칫했다.

무의식적으로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진방震方을 돌아보았다.

한 마리 흑마가 내게 근접해 있었다.

코앞이었다.

근육이 울근불근 힘차게 움직이는 말의 앞가슴이 시야에 가득히 들어왔다.

난 소스라쳤다.

“…….”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급히 우측으로 던지듯 몸을 날렸다.

휘이이.

일순간.

쿠웅.

묵직한 충격이 날 덮쳤다.

말의 맹진을 완전히 다 피하지 못했다. 비스듬히 날 치고, 좌측으로 빠져나가는 말이 준 충격에 몸이 팽이처럼 맹렬하게 돌았다.

지면에서 발이 떼어져, 난 공중에 떠 있었다. 그런 내 몸을 들이받은 말에 준 충격은 심대했다.

“아아악.”

나도 모르게 큰 비명을 질렀다.

더럽게 아프다.

아무 것도 몸에 걸치지 않은 나신의 몸으로 천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몸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몸이 한 줌 고운 가루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몸에서 이는 통증이란 이름의 격렬한 아픔은 한순간 내 심신心身을 앗아갔다.

머리는 텅 비어버린 듯 멍했으며, 잠깐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고통이 내 심신을 지배했다.

난 맨땅으로 떨어져 이리저리 하염없이 굴렀다.

떼구루루.

구르는 내 주변에 서 있던 군병들이 재빨리 물러나며, 날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그 사이 내게 뛰어오던 몇몇 무장이, 내가 땅을 구르는 모습에 멈칫거리며 제 자리에 섰다.

내 모습에 굳이 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눈치였다.

유송절과 지윤심은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득의라는 감정이 살며시 드러나는 얼굴로, 맨땅을 구르는 이민호와 안장에 앉아 있는 최향을 번갈아보았다.

최향은 안장에 앉아 느긋하게, 이민호와 그새 말을 세우며 안장에서 지면으로 가볍게 뛰어내리는 사내를 주시했다.

호위장 권호렴을 잃은 이후 새로이 호위장으로 영입한 사내.

조규영.

전 응양군鷹揚軍 천종장군親從將軍으로 집안에 일이 있어 관직에서 물러나 몇 년 전 낙향하였다.

그 인물됨이 비범하고 지닌바 무예가 특출하며 언동과 성정이 여느 사람과 크게 달라, 최충헌을 비롯한 원로 무신들이 꽤나 아꼈다.

행여 형 최우가 조규영을 채갈까? 염려하여 내심 안절부절못하며 공에 공을 들였다.

그야말로 어렵사리 조규영을 자신의 호위장으로 영입하였다.

최향은 눈을 반짝이며 흐뭇해하는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재미있겠어.’

돌아가는 상황이 이민호와 조규영의 일전을 예고하는 터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심중 기대하는 바가 남달랐다.

간만에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생길 것 같아, 최향은 작은 이채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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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양군鷹揚軍은 용호군龍虎軍과 함께 왕을 시위하는 친위군이다.

2군6위로 이루어진 중앙군에서 2군은 바로 응양군과 용호군을 지칭한다.

응양군과 용호군은 왕의 친위군을 양섬함과 동시에 왕실을 시위하는 일종의 경호 부대다.

지척에서 왕을 시위하는 까닭에 6위衛보다 우위에 있으며, 그 성격이 남다르다.

응양군은 병兵 1천여 명, 용호군은 병 2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고 지휘관인 상장군上將軍은 군부전서軍簿典書를 겸직하며, 왕을 섬기는 까닭에 달리 반주班主라 칭한다.

상장군을 필두로 부 지휘관인 대장군, 실질적으로 단위부대인 영領을 지휘하는 장군 각 1명으로 지휘부가 구성되어 있다.

그 아래로 장군을 보좌하는 2 명의 중랑장이 있으며, 중랑장 밑으로 다음과 같은 하급 지휘관들이 있다.

2 명의 낭장郞將, 2 명의 별장別將, 3명의 산원散員, 20 명의 위尉, 40 명의 대정隊正.

중랑장을 필두로 낭장, 별장은 영관급 장교라고 할 수 있으며 산원, 위, 대정은 위관급 장교로 볼 수 있다.

그 중 실질적으로 영을 지휘하는 장군은 달리 천종장군이라 지칭한다.

응양군과 용호군은 왕의 직속으로 오직 왕실의 숙위와 왕의 호위를 전담하는 까닭에 고려 최강의 정예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고려에서 날고뛰는 최고의 무장과 무산들만이 몸담을 수 있어, 사실상 고려 최강의 군사 조직이라 말해도 허언이 아니다.

@

“으음.”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맨땅바닥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욱신거렸다. 비스듬히 말에 받힌 충격이 이 정도인데. 정면에서 말과 부딪쳤더라면…….

‘새, 생각만 해도 끔찍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바로 서려했다. 하지만 충격이 아직 남아 있는 몸은 내 맘과는 달리 비틀거렸다.

“후, 후욱.”

심호흡하여 숨을 골랐다. 필사적으로 몸을 바로하려 하였다.

힐긋.

묵이 쓰려져 있는 곳을 보았다. 시야에 보이는 묵은 땅에 엎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듯 보였다.

‘썩을!’

상황이 열악하다.

뚜벅뚜벅.

누군가가 날 향해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흠칫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내 시야에 한 중년인이 보였다.

서른 후반이나 마흔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은 매우 사나운 기세를 뿜었다.

‘으음.’

나직한 침음을 흘리며 중년인을 주시했다.

위를 향해 사선으로 뻗은 진한 눈썹, 뭉툭한 콧대,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

무언의 시선으로 걸어오는 중년인의 몸을 위아래로 빠르게 훑었다.

건장했다.

여느 사람을 압도하는 체구다.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해 보이는 가슴.

모친이 낳을 때 상당한 산통을 겪었을 것 같다.

‘슈퍼 우량아?’

난 머리에 떠오르는 상념에 그만 웃고 말았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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