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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진실이 아니다. 혹시 했던 것이 맞았다. 누군가가 이민호를 대상으로 펼친 모략이다.
최송이는 내심 안도하며.
‘이참에 이 남자를 확실히 잡아야 해. 지금도 곁에 세 여자가 있는데. 잡지 않으면 앞으로 또 몇이나 곁에 있을지 몰라.’
이민호는 자신의 수중에 넣어 조몰락대려 했다.
그런 한편으로 설사 진짜라면 어쩔 거냐? 라는 속내가 배인 이민호의 말에 화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해도 그것이 그리 화낼 일입니까?
그 말이 가슴에 팍 꽂혔다.
그 사이.
난 침착하게 최송이에게 대꾸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본시 기방이라는 것이 돈을 주고 기녀와 그렇고 그런…… 기녀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정분이 난 이들도 꽤 있지 않습니까? 그게 허물이 되는 것은 아닌 줄로 압니다만.”
“당신!”
최송이는 양손을 가슴 높이로 들며 주먹 쥐었다.
분하다.
최송이의 행동에서 그런 감정이 물씬 풍겼다.
텁.
난 재빨리 최송이의 주먹 쥔 손목을 잡으며 실소했다.
“풉.”
“손. 못 놔요.”
최송이가 날 쳐다보며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빛을 띠었다. 그와 함께 다소 당황하는 속내가 엿보였다.
난 최송이에게 다가서며 살짝 고갤 갸웃거렸다.
“왜일까요? 자존심 때문일까요? 아님 질투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최송이는 언성을 높이며 눈을 치떴다.
“후후…….”
난 나직이 작은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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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밖에서는 연아와 행심이 서로 마주보고 서서 두런두런 대화 중이었다.
“어째 조용한 게 이상하다. 애.”
행심은 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게 좀.”
연아는 말을 흘리며 행심의 시선을 따라 방을 쳐다보았다.
최송이의 성격상 고성이 들리거나 뭔가 우당탕 하는 소리라도 나야 하는데.
지나치게 조용한 것이 영.
행심은 연아를 돌아보았다.
“몰래 들여다볼까?”
충동이 깃든 행심의 물음에 연아는 서둘러 대꾸했다.
“안 돼. 그러다가 아가씨가 불벼락이라도.”
연아는 진한 꺼림의 얼굴빛을 띠었다.
“그렇지.”
행심은 포기하는 기색을 띠며 심중 이는 충동을 지웠다.
바로 그 때.
“꺄아아악.”
방에서 자지러지는 최송이의 고성이 들렸다.
연아와 행심은 깜짝 놀라며 동시에 방을 돌아보았다.
“아가씨!”
행심은 소리쳐 최송이를 부르며 급히 방으로 뛰려 하였다.
“잠깐!”
연아는 머리에 떠오른, 조금 전에 이민호가 한 말이 생각나 멈칫거렸다.
행심은 연아의 짧은 외침에 주춤거리며 돌아보았다.
“왜 그러니?”
“있잖아. 조금 전에.”
연아는 행심을 쳐다보며 이민호가 말한 당부를 입에 올렸다.
행심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 방으로 들어오지 말라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연아는 말하며 다시금 방을 쳐다보았다.
…….
조용했다.
분명 조금 전에 최송이의 자지러지는 고성이 들렸는데.
“에이.”
행심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방으로 돌아서더니, 양손으로 치마를 들어올렸다.
발소리를 죽여 방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연아는 행심의 행동에 눈을 치뜨며 당혹스러운 어투로 불렀다.
“행심아.”
“조용히 있어.”
행심은 연아를 돌아보지 않고 대꾸하며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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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심은 방문에 이르러 몸을 숙였다.
조심조심 소리 나지 않게 손을 놀려 방문의 틈을 벌렸다. 벌린 틈에 얼굴을 갖다 대고는 방안을 훔쳐보았다.
연아는 행심의 행동에 어쩔 줄을 몰랐다.
“재가. 아가씨가 화내시면 어쩌려고.”
걱정되었다.
훔쳐보다가 최송이에게 걸리는 날에는 목숨이 두 개 있어도 부족하다.
최송이의 평소 성격으로 보아 행심은 살아남기 어렵다.
행심은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벌게졌다.
황급히,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으며 뒤돌아섰다. 손을 들어 가슴에 얹고, 조심스레 나지막한 작은 숨을 내쉬었다.
“후,”
살금살금.
행심은 발뒤꿈치를 들고 발가락으로 걸었다.
연아는 행심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
“응?”
영문을 몰라 이상하다는 기색을 띠었다.
“재가 왜 저래?”
연아는 의구심이 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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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는 가까이 다가온 행심에게 물었다.
“너. 왜 그러니?”
“그, 그게.”
행심은 말을 더듬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애가?”
연아가 의아해하는데.
덥석.
행심이 연아의 오른 손목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이리 와 봐.”
“어, 어.”
연아는 행심이 당기는 힘에 끌려갔다.
“왜 이래? 뭘 봐…… 읍, 읍.”
행심은 민첩하게 연아를 향해 돌아서며, 오른손으로 연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
행심은 꺼리며 방을 힐끔거렸다. 시선에서 진한 꺼림이 물씬 풍겼다.
연아는 양손을 들어 행심의 오른손을 뿌리쳤다.
“너어.”
성난 표정을 지었다.
“쉿!”
행심은 오른손 검지를 세워 입술에 댔다.
연아는 행심의 행동에 의구심의 눈빛을 띠었다.
그 사이.
행심이 재빨리 연아의 귀에 얼굴을 갖다 댔다.
소곤소곤.
연아는 행심의 귀엣말에 휘둥그레 눈을 떴다.
못 믿겠다.
연아는 강한 부정의 얼굴빛을 띠었다. 얼굴에 대경이란 감정이 담겼다.
연아는 급히 방으로 고갤 돌렸다.
홱.
머릿속에서 남녀의 그 것(?)이 떠올랐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발그레해졌다. 빠르게 홍조가 떠오르며, 양손을 들어 달아오르는 양 뺨에 댔다.
연아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킥.”
행심은 외마디 낮은 고소를 흘렸다.
시선을 방으로 주는 모습에서 부럽다는 속내가 살며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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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침상에 누워 양손을 뒷머리로 돌렸다.
깍지를 끼고 가만히 천장을 보며, 살며시 몰려오는 나른함을 음미하듯 즐겼다.
왼쪽에는 최송이가 요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모로 돌아누웠다.
힐긋.
고개를 돌려 최송이를 보았다.
‘크크.’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주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내 머리 꼭대기에서 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송이를 향해 돌아누우며 오른손을 최송이의 하체로 뻗었다.
움찔.
최송이가 놀란 기색을 띠더니 몸을 움츠렸다.
난 최송이의 오른쪽 귀에 얼굴을 갖다 대었다.
“당신이 화난 것은 이해하오. 하지만 추문은 최향 그 자가 나와 당신의 혼사를 파토내기위해…… 술책이오. 그러니 앞으로는.”
주의를 주었다.
무턱대고 화난 감정에 움직이지 마라.
서혜, 이세연, 조연은 당신과 만나기 전에, 이번 혼사가 거론되기 전의 인연이다.
당신을 먼저 만났으면, 이전에 혼사가 거론되었더라면, 난 그런 인연들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기타 등등.
최대한 최송이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썼다.
최송이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내 손동작에 연방 몸을 꿈틀꿈틀거리며 더욱 더 움츠렸다.
최송이의 반응에 난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래봐야 넌 여자야.’
세상없는 여자라도 일단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면, 도장을 쾅쾅 찍어 물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면,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남자에게 순종하기 마련이다.
간혹 그것도 안 통하는 여자가 있긴 하지만, 그런 여자는 아주 특별한 부류다.
백만여 명 중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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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새벽 해가 뜨기 전에 강무한의 초옥에 당도하여, 노을이 지는 동안 검을 배웠다.
수월암명류水月暗明流!
강무한이 이은 유파로 뿌리는 발해였다. 발해가 거란에게 멸망하며 많은 발해 유민이 고려로 들어와 정착했다.
그 이동 경로를 따라 수월암명류가 전해졌다.
“발해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각지에는 몇몇 군벌과 연계된 무파가 몇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이은 수월암명류로…… 수면에 비친 달과 수면 아래에 숨어 있는 달, 이렇게 두 달은 각기 밝음과 어둠을 상징한다. 밝음은 생을, 어두움은 죽음을. 또한 허초 속에 실초를 숨기고, 실초에 실초를 더하며, 공격에 이은 또 하나의 공격으로 적을 살상하는…… 수월암명류는 전장에서 탄생하여, 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살검류殺檢流다. 과거에 주로 발해 군벌의 무장들이 익혔던, 전장이란 환경에 특화되어 여타의 검에 비해 살기가 몹시 짙고 강하다.”
내 귀에 들리는 강무한의 목소리에는 강한 긍지와 자부심이 그득 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