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142화 (142/247)

<-- 142 회: 5-28(5권끝) -->

역공逆攻 하려고 하는데.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왼쪽 대퇴부에서 충격과 함께 격통激痛이 일었다.

“크아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리고 말았다.

털퍼덕.

너무 아파, 순간 땅바닥에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한 번 몸을 구른 후, 왼손으로 가격당한 대퇴부를 황황급급히 문질렀다.

스스스슥.

귀에 기가 차다는 강무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겨우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다니.”

날 비웃었다.

발끈해 이를 악물며 눈을 치켜떴다. 강무한을 쳐다보며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르신!”

“일어나서 덤벼라. 내 옷자락이라도 건드리면 내 너를 가르치마. 하지만 내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면 두 번 다시 날 찾아오지 마라. 알겠느냐?”

강무한은 위압적인 목소리로 날 질타했다.

“이익!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지금 한 말. 잊지나 마십시오. 나중에 그런 말한 적이 없다고 딱 시치미를 잡아떼지 마시란 말입니다.”

“오냐. 난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소인배가 아니다.”

강무한은 패기에 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가능한 천천히.’

난 침착하게 움직이려 했다.

권투를 보면 KO를 당한 복서가 급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진짜 냉정하게 시합을 풀어나가는 복서는 KO조차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

그 점을 십분 감안해 나는 최대한 느리게 일어나며, 조금이라도 대퇴부에서 여전히 느껴지는 격통을 가라앉히려했다.

‘절대 방심 따윈!’

진지하게, 전심전력을 다해 노인 강무한을 상대하리라.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

격렬한 검격이 오갔다.

따, 다다당.

심기일전한 나는 강무한을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우욱.’

강무한의 목검과 부딪칠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 내습했다.

있는 힘껏, 혼신의 힘을 다해 검격을 내리침에도 강무한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내 검격을 받아넘겼다.

도리어 목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내가 비틀거렸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처럼 매우 아팠다. 목검에서 이는 진동이 손아귀로, 손목으로, 팔뚝으로 스며들어 찌릿찌릿한 옅은 통증을 느꼈다.

“이야아아아.”

힘찬 기합과 함께 목검으로 강무한의 허리를 베어갔다.

쉬이이잉.

거센 파공이 일며, 내 목검은 초승달의 검로로 치달았다.

강무한은 오른손에 쥔 목검으로 가볍게 내 목검을 내리쳤다.

한데.

‘흐으윽.’

난 하마터면 손에서 목검을 놓을 뻔했다.

가벼운 동작에 가히 천근의 힘이 실린 듯 순간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상념이 일었다.

휘청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피식.

강무한이 그런 나를 보며 비릿하게 입매를 비틀었다. 비웃음이었다.

‘이익!’

화가 났지만 섣불리 덤벼들지 않았다. 받은 충격을 완화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디서.”

그런 내 속내를 읽은 듯 강무한이 쇄도했다. 제자리 멀리 뛰기를 하듯 껑충 뛰었다.

무슨 노인네가 아주 힘이 넘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면전에 다다랐다.

투화화확.

기겁했다.

“우아아아.”

시야에서 강무한과 목검이 춤을 추었다. 어느 방향에서 날 향해 치고 들어올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강무한은 날 중심에 두고 주변을 돌며 검을 내쳤다.

등, 가슴, 허벅지, 발목, 머리 등등.

드러난 모든 부위를 향해 맹격猛擊을 날렸다.

‘어, 어디야.’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속도에서 강무한에게 형편없이 밀렸다.

쉿.

나지막한 파공이 들렸다.

‘우와악.’

머릿속이 텅 빈 듯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우측으로 돌며 양손으로 목검을 단단히 쥐었다.

단숨에 위를 향해 목검을 쳐올렸다.

멈칫.

강무한의 목검이 흔들린다 싶더니 멈췄다. 이내 목검은 내 오른손 손목을 살짝 건드리듯 툭 쳤다.

“크아악.”

난 비명을 질렀다.

손목이 잘려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퍼억.

강무한은 지체 없이, 내 오른발 뒤를 후려쳤다.

“커허억.”

난 힘없이 맨땅에 오른발을 꿇고 말았다.

@

‘이놈 봐라.’

강무한은 심중 의외라는 감정에 흠칫했다.

매서웠다.

중간에 멈칫거려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민호의 검을 가슴에 허용할 뻔했다.

‘고놈.’

검격이 시작된 지 이각 남짓 되었다. 일부러 팔 할의 무위로 맹공격했다.

작금 고려에서 자신의 무위 팔 할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열 손가락에 꼽는다.

그런데 이민호는 버티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상대하는 이민호가 고려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강자라는 말이 된다.

그런 이유로 강무한은 마음 한구석으로 어이없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강무한은 가만히 이민호를 바라보았다.

이민호가 느릿느릿 움직이며 땅바닥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놈! 머리 하나는 참.’

냉정한 녀석이다.

젊은 녀석이 무슨 백전노장인 양 냉정하게 직면한 상황을 풀어가려는 속내가 훤히 눈에 보인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노련하다.

최대한 충격을 완화하며 천천히 일어나 검격을 재개하게겠다는 냉철함이 엿보이는 행동이다.

여는 놈 같으면 부끄러움과 치욕에 얼굴이 벌게져, 이성을 잃고 제 감정에 휘둘릴 것인데.

‘훗.’

강무한은 내심 실소했다.

‘어디.’

이민호가 나름 전력을 다하고 있어, 이민호의 본 실력을 보려했다.

‘네놈의 밑바닥을 한 번 봐야겠다.’

강무한은 눈을 반짝이며 살며시 오른발을 옆으로 젖혔다. 자세를 고치며 가만히 이민호를 주시했다.

@

난 목검을 중단으로 잡으며 양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렸다.

오른발을 앞으로, 왼발을 조금 뒤에 두며 시선은 마주선 강무한에게 고정했다.

살며시 입을 벌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 훅.”

이내 숨을 길게 내쉬며 천천히 발을 놀려 강무한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스윽, 슥.

난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검도 도장에서 검을 배울 때를 생각했다.

‘냉정해라!’

검사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난 검사로서의 첫걸음을 그렇게 배웠다.

‘시선은 적의 움직임을 쫓고, 감각과 신경은 적의 검에 모으며, 공격은 신속하게, 수비는 철저히!…… 공격과 방어는 둘이 아닌 하나! 공격이 곧 방어이고 방어가 곧 공격이다!’

마음속으로 배운 것을 되짚으며 천천히 강무한과의 거리를 줄였다.

강무한은 예의 심현한 눈으로 날 유심히 주시했다.

일순.

쉭.

나직한 소성小聲과 함께 강무한이 움직였다.

빨랐다.

공간을 접어 없애버리듯 불과 한 호흡이 되기도 전에 내 앞에 다다랐다.

강무한의 검이 움직였다.

날렵하게 내 왼쪽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대로 어깨가 타격당할 것 같아, 난 왼쪽으로 비켜섰다.

강무한의 검이 허공을 때라는 것을 힐긋 보자마자, 곧장 손에 쥔 검을 강무한을 향해 내쳤다.

경쾌한 초승달의 검격이 강무한의 목으로 짓쳐들었다.

쉑.

강무한이 내 검에 당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거리가 가까웠고, 강무한의 목검은 허공을 쳤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목검을 휘두른 탓에, 난 마음속으로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흐윽.’

난 헛바람을 삼켰다.

귀에 작은 파공이 들렸다. 무엇인가 왼편에서 내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험해.’

황황급급히 머리를 숙였다.

찰나.

쉬…… 이잇.

나지막이 파공이 들렸다.

숙인 내 뒤통수를 풍압이 스쳐 지나갔다. 풍압에 뒷머리를 덮은 짧은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렸다.

싸늘한 냉기가 뒷골을 당기듯 훑어 내렸다.

일순.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숙인 머리의 위치가 약간만 높았더라면, 꼼짝없이 노인 강무한의 검격에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어떻게?’

진한 의문이 일었다.

분명 강무한의 목검은 내 왼쪽 허공에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목검이 내 얼굴을 향해 쇄도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연속으로 두 번 공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내친 일검에 모든 힘이 실렸을 것이고, 목검이 향하는 진로는 이미 결정되었는데.

공격이 다 끝난 다음 새로운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통롄데. 공격 중간에서 그 경로를 바꾸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심중 의문이 일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길었지만, 시간의 흐름은 잠깐이었다.

망설임 없이.

머릴 숙인 자세 그대로 강무한을 향해 몸을 들이밀 듯이 파고들었다.

목검을 쥔 오른손을 우 하단으로 늘어뜨리며, 검 자루가 부러져라 힘껏 고쳐 쥐었다.

꾸우욱.

오른 손등에서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손목과 팔이 과도한 힘에 경직되듯 다소 쩌릿한 감각이 일었다.

힐긋.

머리를 들어 강무한을 보았다.

“무, 무슨?”

당황하고 말았다.

‘차, 착각이야!’

난 눈에 보이는 놀라운 광경에 나도 모르게 그만 말을 더듬거리고 말았다.

착시 현상이다.

그리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날 향해 강무한의 목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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