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128화 (128/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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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장

멋진 야경과 밤하늘을 배경으로 솟구친 5명의 흑의인.

야경과 밤하늘과는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주어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야에 들어온 5명의 흑의인은 상, 하의 모두 시커먼 흑의를 착용했다.

머리에는 동일한 시커먼 두건을 썼다.

나. 나쁜 놈이요.

그렇게 무언으로 말하는 복색이었다. 등에 검을 맨 것이 아무래도 자객 같았다.

5명의 흑의인이 어떻게 난간에서 솟구쳐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선의로 날 찾아온 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난 조건반사적으로 앉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양손으로 탁자를 잡았다.

일순간.

휘이이이.

난, 난간에 내려서는 5명의 흑의인에게 탁자를 집어 던졌다.

그 사이.

“누구냐?”

“아버님.”

두 호위 무사가 다급히 소리치며 허리춤에 찬 검을 빼들었다.

촤, 촹.

검이 검집을 빠져나오는 낮은 울림이 연거푸 울렸다.

두 호위 무사는 손아귀에 검을 잡고는,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자개에게 바짝 다가갔다.

묵은 그새 재빨리 뒤돌아서며 계단으로 뛰었다.

“자객이야아아아. 자객에에에.”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1층과 2층에서 한창 술을 퍼마시고 있는 가병들에게 이민호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것을 묵은 알리려했다.

과연 가병들이 묵의 말을 들을지…….

한편.

우당탕탕.

탁자가 난간 바닥으로 떨어지며 좌충우돌하듯 튀었다.

내가 탁자를 던진 것은 불의의 기습이나 마찬가지라, 5명의 흑의인은 잠깐 멈칫했다.

유일하게 밖으로 드러난 5명의 흑의인의 눈동자에서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당황이라는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죽여.”

“서둘러.”

5명의 흑의인은 죽이겠다는 살심을 품은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등에서 검을 빼들며 3층으로 난입했다.

당혹스럽다.

‘어……?’

날 공격해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죄다 이자개에게 향했다. 목표가 내가 아닌 이자개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뭐랄까?

서운하면서도 화가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두 호위 무사는 자신들의 뒤로 이자개를 밀어내고, 임전의 자새를 갖췄다.

5명의 흑의인과 두 호위 무사는 이내 교전에 들어갔다.

채, 채, 챙.

검들이 서로 부딪치는 울림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난 고개를 돌려,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의자를 들었다.

휘이이.

5명의 흑의인 중 뒤쪽에 있는 두 흑의인에게 의자를 던졌다.

내 쪽으로 두 흑의인을 유인하여, 두 호위 무사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의자는 내 뜻에 충실했다. 삽시간에 허공을 지나 두 흑의인에게 향했다.

“흑.”

두 흑의인은 흠칫거리며 재빨리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 때문에 의자는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두 흑의인은 날 돌아보며 성난 외침을 질렀다.

“이 놈.”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대뜸 날 향해 뛰어왔다.

난 뛰어오는 두 흑의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왼쪽 허리춤에 찬 소검을 뽑을까? 생각했지만 맨손일 때 내가 가장 강한 터라, 검을 뽑지 않았다.

스포츠에 가까운 현대 검도로는 사람을 죽일 목적이 두드러진 고려 시대의 검을 상대하기 버겁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기회가 되면.’

전부터 인명 살상용 검술을 배워야겠다고 마음 한구석으로 생각해왔다.

두 흑의인은 삽시에 내 면전에 이르렀다.

일절 말이 없었다.

다짜고짜 수중에 쥔 검을 내찌르고 휘둘러왔다. 두 줄기 파공과 함께 두 자루 검이 내 가슴과 우측 옆구리를 노렸다.

난 좌측으로 돌았다.

빙글.

오른손으로 검을 내찌른 흑의인의 오른 손목을 낚아챘다.

우두둑.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낮은 소리가 울렸다.

“끄아아아악.”

내게 손목이 잡힌 흑의인이 비명을 질렀다.

“어딜.”

난 왼손으로 흑의인의 우측 겨드랑이를 가격했다.

여느 사람과 엄청 차이 나는 내 주먹이 정확하게 겨드랑이를 때렸다.

“아아아아악.”

흑의인은 거듭 비명을 지르며, 충격과 아픔에 잔떨림을 흘렸다.

그 사이.

좌측에서 다른 흑의인이 날 향해 돌아섰다.

난 발을 들어 겨드랑이를 때린 흑의인을 밀듯 걷어찼다.

차인 흑의인은 좌측에 있는 동료, 다른 흑의인에게 밀렸다. 두 흑의인은 서로 엉키더니 바닥으로 넘어졌다.

콰, 콰당탕.

그와 함께.

“멈춰라.”

세 흑의인 중 우측에 서 있는 흑의인이 날 돌아보았다.

살기에 젖은 성난 눈초리로 두 동료를 쓰러뜨린 날 죽일 듯 노려보았다.

흑의인은 곧 날 향해 뛰어왔다.

한편.

채앵. 챙.

이자개의 두 호위 무사가 검으로 상대하는 두 흑의인의 검을 밀쳤다.

세 흑의인을 내가 맡게 되자 한결 여유 있는 동작으로 두 흑의인을 원활하게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새 묵은 2층으로 내려간 듯 3층에서 종적을 감췄다.

난 쓰러뜨린 두 흑의인에게 잽싸게 이동했다.

두 흑의인에게 다다르자마자 발로 걷어찼다. 별로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변한 내 몸을 감안하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차례대로 찬, 두 흑의인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우와아아악.”

날 향해 뛰어오던 흑의인은 그 광경에 깜짝 놀랐다.

“흐윽.”

당황이란 감정이 진하게 밴 목소리로 놀란 음성을 내뱉었다.

시야에 두 동료가 자신ㅇ게 날아와 순간 어쩔 줄을 몰랐다.

흑의인은 꽤 실전 경험이 풍부한 듯 급히 우로 움직여, 내가 찬 두 흑의인을 피했다.

두 흑의인은 바닥으로 떨어져다.

우당탕탕.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이 꽤 센 모양이다.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난 그 사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로 움직여 두 흑의인을 피한 흑의인에게 달려갔다.

타닥.

흑의인 날 보더니 수중에 쥔 검 자루를 고쳐 잡았다. 날 향해 마주 뛰며 우렁찬 외침을 내뱉었다.

“죽어라.”

거리가 가까워지며, 공격 반경에 내가 들어가자마자 흑의인이 검을 휘둘렀다.

쉭.

내 시점에서 보면 우 하단으로 이어지는 사선의 검격이었다.

게처럼 오른쪽으로 발을 크게 내딛으며 눈을 반짝였다. 머릿속에서 내가 알바 하던 검도 도장이 떠올랐다.

총무와 청소 및 장비 관리 등.

다수의 일을 맡았던 알바 중에 사범이 몇몇 고단자에게 팁을 가르쳐 주던 것을 엿들은 적이 있다.

“검은 거리라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깁니다. 거리라는 공간이 없으면 검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러니 항상 검을 찌르거나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세요. 아시겠죠.”

사범의 말을 염두에 두었다.

난 흑의인이 가슴으로 파고들며 좌로 돌아섰다.

오른손으로 검을 쥔 흑의인의 오른 손목을 잡으며 왼손을 들었다.

나와 흑의인은 두 이二자처럼 서로 겹쳐졌다.

왼손 팔꿈치로 뒤에 서 있는 흑의인의 좌측 가슴을 때렸다.

퍼, 퍽.

팔꿈치에 실린 힘이 센 탓에 흑의인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난 왼발로 흑의인의 왼 발가락들을 힘껏 밟았다. 발톱에 힘이 실리도록 신경 썼다.

“우아아아악.”

흑의인은 연거푸 비명을 질렀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씨익.

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불의의 순간에 성인 남자의 체중이 실린 발에 발톱이 밟혀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과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것이다.

밟히는 순간 머리가 아찔하며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감당하기 벅찬 아픔에 저절로 입에서 커다란 비명이 나온다.

난 양손을 들어 뒤에 서 있는 흑의인의 얼굴을 잡았다. 상체를 숙이며 흑의인의 머리를 좌측 어깨너머에서 끌어당겼다.

휘이익.

흑의인은 힘없이 내 의도에 따라 돌았다.

유도의 업어치기와 유사한 동작으로 흑의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콰아앙.

흑의인의 몸이 바닥을 강하게 때렸다.

“크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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