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119화 (119/247)

<-- 119 회: 5-7 -->

@

콰, 콰, 쾅.

도끼로 나무를 내리치는 소리가 쉼 없이 울렸다.

난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애초 묵이와 함께 움직이던 가병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빨리! 빨리!”

답답히 가병들에게 뛰어가, 한 가병이 손에서 도끼를 뺏어들었다.

“이리 줘 봐.”

“어, 나리.”

가병은 당황했다.

난 가병을 돌아보았다.

“멀찍이 가 있어.”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손에 쥔 도끼를 머리 높이 들어 이내 내리쳤다.

쿠아앙.

내가 내리친 도끼는 나무에 칭칭 감긴 덩굴을 단숨에 잘랐다.

나무가 요동치듯 뒤흔들렸다.

난 옆으로 돌아서며 눈에 보이는 한 나무로 뛰어갔다.

후다닥.

이르러 다시 도끼를 들어 나무에 엉기성기 묶여 있는 덩굴을 내리쳤다.

잠시 뒤.

흔들흔들.

나무들이 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고갤 돌려 좌우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다들 피해라. 어서 피하라고.”

주위에 있는 가병들은 내가 소리치자 멈칫멈칫거렸다.

“어서 피하라니깐.”

내가 재차 소리치자 가병들이 대답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네에.”

“예.”

난 흩어지는 가병들을 힐긋 쳐다본 후, 앞쪽으로 돌아서며 다시 뛰었다.

앞쪽에 다다라 손에 쥔 도끼를 마구 휘둘렀다.

콰, 콰, 콰앙.

나무들이 움찔움찔거리더니 일순간.

쿠, 쿠르르릉.

쏟아지듯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측으로 돌아서며 왼쪽으로 손에 쥔 도끼를 집어던졌다.

전력을 다해 뛰었다.

내가 딛는 나무들이 크게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쏟아지려하였다.

‘어서.’

난 마음이 매우 급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우측 강가와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며 가까워졌다.

10미터쯤 남았을까?

순간.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이 울리더니 나무더미가 일시에 무너졌다.

내 발밑에 있던 나무들이 불쑥불쑥 튀어 오르고, 솟구쳤다. 들쭉날쭉 불규칙하게 위를 내찌르는 듯한 나무들의 피해, 난 막 들썩이려는 한 나무를 힘껏 밟았다.

다리에 체중을 실으며 하늘을 향해 후우울 뛰어올랐다.

휘이익.

난 부풀어 오르는 호선을 그리며 강가로 다가갔다.

그 사이.

나무더미는 무너졌다. 흐르는 강물에 쓸려 앞으로, 앞으로 흘러갔다.

난 강가에 다다르며 뒤돌아섰다.

“휴우.”

눈에 보이는 쓸려 내려가는 나무더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무더미를 형성하던 아름드리 굵은 나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수면 위로 솟구치기를 반복하며 흘러갔다.

상판은 어느새 줄이 끊어져, 다른 나무들과 함께 뒤섞였다.

나무들은 유속에 힘입어, 흐르는 강물을 따라 홀수선이 강바닥에 닿아 있는 두 배로 향했다.

쿠, 쿠, 쿠앙.

나무들이 두 배를 때리는 육중한 소리가 메아리쳤다.

두 배는 나무들이 때린 충격에 서서히 선체가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끼, 끼이익.

음침한 낮은 소리가 울렸다.

그리 오래지 않아 두 배는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삽시에 수면을 때렸다. 그와 함께 수면이 사방으로 밀려나가며 큰 파도가 일었다.

나무들은 계속 흘러갔다.

뒤쪽에 있는 28척의 배에 탄 왜구들은 그 광경에 기겁했다.

“으아아아악.”

“피, 피해에에.”

“안 돼에에.”

왜구들은 겁에 질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나무들은 수면 위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부딪칠 경우 선체가 받을 충격이 심대할 것이다.

구멍이 뻥뻥 뚫리거나, 선체가 옆으로 기울거나, 기타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배에 탄 왜구들은 황황급급히 사방으로 돌아서며 삽시간에 흩어졌다.

“으아아아아.”

“비켜.”

다들 배에서 탈출하려하였다.

@

쿠, 쿠아아앙.

우레와 같은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여강에 떠 있던 28척의 배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최후를 맞았다.

선체 옆에 구멍이 뚫려,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강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로인해 수면이 크게 사방으로 밀려나갔다.

처버엉.

쉴 새 없이 선체를 때린 나무들이 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몇몇 척의 배가 빙그르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

그 후, 조타 능력을 상실한 듯 흐르는 여강의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배는 여강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수면과 배의 갑판 난간이 거의 수평이 되었다. 출렁출렁거리는 물살이 간간이 난간을 넘어 배안으로 넘쳐흘렀다.

배에서 탈출한 왜구들이 흩어져 양쪽 강변을 향해 헤엄쳤다.

그들에게서 살고 싶다는 강한 생존 요구와 다급함이 진하게 풍겼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수면에 둥둥 떠 있는 수많은 기름통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흥건했다.

불길은 기름을 발판으로 하늘을 찌를 듯 크게 일어나 여강의 수면을 말 그대로 불바다로 만들었다.

28척의 배는 화마에 당해 불타오르며, 하늘 높이 검은 연기들을 피워 올렸다.

상당한 수의 왜구들이 수면의 기름을 먹어치우며 기세를 더하는 화마에 그만 당하고 말았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자맥질에 경험이 풍부한 몇몇 왜구들은 머리와 상체를 숙여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수면 아래에서 사지를 놀리며 숨이 가빠지면 간혹 몇 번 기름이 드물게 둥둥 뜬 수면으로 머리를 내밀어 크게 두어 번 심호흡했다.

그런 다음 다시 수면 아래로 몸을 숙여, 수중을 헤엄쳤다.

영리했다.

비록 호흡이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화마에 당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나,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수면에 둥둥 떠 있는 나무들이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이리저리 오가는 터라, 불운한 몇몇 왜구들은 화마가 아닌 나무에 당해 수면 아래로 사라지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가 좌우에서 석포와 화전들이 지속적으로 불타고 있는 28척의 배와 헤엄치는 왜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죽이겠다!

그런 살의가 진하게 풍기는 맹공猛攻이었다.

너희들을 단 한 사람도 남김없이 죽이겠다!

이민호가 지휘하는 1,400여 명의 가병은 그런 의지를 공격을 통해 표출하고 있었다.

@

한편.

여강 좌측 강가에 한 척의 작은 단주가 닿았다.

휘, 휘익.

단주에서는 다카요시와 이토 그리고 5명의 요시미츠 가의 하급 부장이 내렸다.

그들 7명은 강가에서 뒤돌아서며 눈에 보이는 광경에 암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こんなことが.”

“信じられない.”

그들은 눈에 보이는 광경을 받아들 수가 없었다.

부지불식간에 당면한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마음을 담은 말을 너나없이 내뱉었다.

다카요시는 상체를 숙이며 양손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양손을 힘껏 주먹 쥐며 분노 어린 외침을 내질렀다.

자신의 모든 것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본국이라 할 수 있는 타이라노 번으로 돌아가 봤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었건만 결과는 대패라 다카요시는 절망이라는 감정에, 절로 이른 분노라는 다른 감정에, 창졸간에 심신心身을 다 빼앗기고 말았다.

냉정한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절망과 분노라는 두 감정에,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다카요시는 치를 떨며 가슴 깊이 한탄했다.

‘이렇게 분할 수가!’

다카요시가  몇몇 감정에 광분하는 사이.

이토와 5명의 하급 무장은 놀란 기색을 띠며 다카요시를 쳐다보았다.

“다카요시 사마.”

“별안간 왜 그러십니까?”

이토와 5명의 하급 무장, 그들 6명은 다카요시를 응시하며 다소 당황했다.

다카요시는 머리와 상체를 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아.”

온 세상이 떠나가라 절망과 분노라는 두 감정에 젖은 고성을 내질렀다.

모든 것을 다 잃어, 가진 것이 겨우 목숨 밖에 없는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린 아득함이 다카요시를 서서히 집어삼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