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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미츠 다카요시는 이토의 보고에 격노했다.
“뭐랏!”
“죄송합니다. 다카요시 사마. 놈들이 아무래도 저희들이 200여 명의 료닌을 강변에…… 미리 예견한 듯 합니다.”
“이익!”
다카요시는 돌아서며 전방을 보았다.
상당한 거리 밖에 있는 나무 무더기가 보였다. 위에 무엇을 깔았는지 다수의 고려군이 쭈욱 도열해 있었다.
정연해 보이는 모습이라, 머릿속에서 공격이 쉽지 않다는 상념이 일었다.
‘다시.’
다카요시는 좌우 강변을 돌아보았다.
다시금 료닌들을 상륙시킬까?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피해가 우려되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고려군이 이미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이내 생각을 지웠다.
다카요시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무 무더기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 사이.
이토는 다카요시의 신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사견을 밝혔다.
“다카요시 사마. 두어 척의 배를 잃을 각오를 하고 돌진시켜 저 나무 무더기를 단숨에 무너뜨려, 백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으음.”
다카요시는 이토의 말에 낮은 신음을 흘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질끈.
결딴을 내려야 한다.
다시 한 번 료닌들을 강변에 상륙시키던가? 아니면 이토의 말대로 두어 척의 배를 잃을 각오를 하고, 나머지 배들이 자나갈 수 있는 길을 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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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호흡의 짧은 시간이 지났을까?
다카요시는 이토를 돌아보았다.
“よし!”
이토는 다카요시의 결심이 서린 짧은 외침에 흠칫했다.
“다카요시 사마.”
“두 척의 배를 나무 더미로 보내라. 그 전에 두 척의 배에 실린 것은 모두 다른 배로 옮겨라. 그리고 가능한 최대한의 료닌들을 두 척의 배에 태워라. 나무 더미에 두 척의 배가 부딪치며 길을 냄과 동시에 료닌들로 하여금 나무 더미에 내려, 서 있는 고려군을 모두 몰살시키라고 해라.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말라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다카요시 사마.”
이토는 대답하며 머리를 숙였다. 귀에 성난 다카요시의 외침이 들렸다.
“단 한 놈도 다! 이토! 저기에 서 있는 고려군은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말란 말이다.”
다카요시는 말하며 옆으로 돌아섰다.
오른손을 어깨와 평행하게 들어, 이민호가 서 있는 나무 더미를 검지로 가리켰다.
그 모습에서 진득진득한 살심이 물씬 묻어났다.
다 죽여 버리겠어!
다카요시는 이글거리는 용암처럼 가슴속에서 들끓는 분노를 그대로 말로서 내뱉었다.
이토는 움찔하며, 이는 서늘함에 할 말을 잃었다.
‘흑.’
섬기는 주군, 요시미츠 가의 가주 다카요시가 격한 분노를 토로하는 것이 심상치 않아, 절로 경각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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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묵이가 챙겨다준 예의 서가에서 얻은 활을 왼손에 들고 정면을 보았다.
“나리!”
뒤쪽에서 묵이 놀라 크게 소리쳤다.
“알고 있어. 마아아아! 니가 맡은 일에나 신경 써.”
돌아보지 않고 버럭 고함쳤다.
“네에에에에에.”
묵이 마주 목청을 돋워 고함쳤다.
피식.
난 웃으며 노인 나식을 돌아보았다. 석포가 핵심이라 부쩍 신경이 쓰였다.
“나 영감.”
내가 소리치자 노인 나식이 빠르게 대꾸했다. 왜 자신을 부르는지 아는 터라, 요점만 외쳤다.
“일다경하고도 일각은 견딜 겁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나리.”
“수고했어.”
“별말씀을요.”
노인 나식이 날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약속한대로 대해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니면 시간을 더 연장하는 솜씨를 보여 기분이 좋다는 건지.
뭐 때문에 기분이 좋아 웃는지는 잘 모르겠다.
난 고개를 바로 하며 생각했다.
‘좋아. 적어도 40분은 견디겠군.’
눈을 반짝였다.
차 한 잔을 다 마실 정도라면 대략 20 내지 25분쯤 걸린다. 일각은 통상 15분으로 치니. 얼추 단순 계산하면 40분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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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아앗.
두 척의 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물살을 갈랐다. 강폭이 좁아들자 두 척의 배는 앞뒤로 나란히 위치를 잡았다.
뚫을 곤丨자 형상이었다.
난 왼손에 활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옆구리에 찬 전통에서 화살을 하나 끄집어냈다.
시위에 화살을 걸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꽁지깃을 쥐었다.
추우우우욱.
시위가 둥근 원형이 되도록 힘껏 잡아당겼다. 한쪽 눈을 감으며 감각을 모두 화살촉에 모았다.
왼손 검지를 살며시 곧게 치켜세우며 내가 노리는 목표점에 두었다.
제일 앞에서 나무더미를 향해 쾌속하게 다가오는 배의 돛.
내가 화살을 날리는 것이 공격 신호라, 내키는 대로 시위를 놓을 수는 없다.
비록 눈대중이지만 배와 나무 더미 사이의 거리를 재야한다. 사거리를 확보한 후에 공격해야, 공격이 제대로 먹히기 때문이다.
신중한 눈빛을 띠며 다가오는 배를 유심히 주시했다.
‘조금만 더. 조금.’
배는 한껏 돛을 펴고 바람을 받으며, 수면을 반으로 갈랐다.
팔八자 형태로 하얀 물보라가 일며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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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로 맨 앞에서 움직이는 배가 들어왔다.
툭.
난 가볍게 화살을 놓았다.
여느 활시위를 압도하는 탄성이 화살을 사선으로 날려 보냈다.
씨위이이이이잉.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배를 향해 빛살처럼 뻗어나갔다.
이내 완만한 곡선을 그리더니, 창졸간에 나무더미와 배 사이에 있는 거리라는 이름의 공간을 스쳐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화살은 배에 다다라 돛을 꿰뚫었다.
“공…… 격!”
석포를 맡은 백인장 정상모는 그 광경에 소리치며, 석포를 운용하는 가병들을 둘러보았다.
…….
가병들은 말없이, 묵묵히 석포를 조작했다.
이미 며 번씩 조작해 본 경험이 있는 터라, 손길이 능수능란했다.
술동이 주둥이를 틀어막은, 마개 역할을 하는 천 뭉치에 불을 붙였다.
이미 준비를 다 한 터라 석포에 실린 술동이를 날리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휘휘휘휘휙.
술동이가 배를 향해 날아가며 긴 파공을 흘렸다. 아울러 무지개가 생각나는 다수의 포물선을 그렸다.
모든 술동이가 배에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수십여 개의 술동이 중 약 70%에 이르는 술동이가 배에 떨어졌다.
나머지는 수면으로 떨어져 둥둥 이리저리 떠다녔다.
배에 떨어진 술동이들은 산산이 부서지며 주변으로 부서진 파편들을 흩날렸다.
그와 함께 동이에 담긴 기름이 갑판으로 쏟아져, 날릴 때 붙인 천 뭉치의 불길이 이내 기름에 옮아 붙었다.
화르르르.
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 반경 1미터의 공간을 한 입에 집어삼켰다.
그 사이.
최소 15개에서 23개에 이르는 술동이가 다시금 배에 떨어졌다.
그로인해 인 불길은 곧장 화염으로 바뀌었다.
다수의 화염은 배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화마라는 힘을 불러일으켰다.
나무더미에 배가 닿자마자 뛰어내리기 위해 갑판에 모여 있던 70여 명의 료닌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화마라는 재앙에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악.”
“크아악.”
비명이 그칠 새가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료닌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들이었다.
화염이 몸을 다 뒤덮은 자가 있는 가 하면, 막 몸에 불이 붙은 자도 있었으며,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무조건 바닥에 누워 몸을 구르는 자도 있었다.
구르는 자는 바닥이 기름범벅임을 미처 알지 못한 듯, 순식간에 잿더미로 화했다.
한편.
슈슈슈슈슈슉.
하늘에서 비 오듯이 불화살들이 낙하했다. 불화살, 화전火箭들은 배 곳곳에 박혔다.
파파파파파팍.
석포와 화전으로 인해 맨 앞에서 움직이던 배는 활활 타올랐다.
검은 연기들이 여강의 하늘로 줄기차게 피어올랐다.
“끄아아악.”
“아악.”
배에서 몸에 불이 붙은 료닌들이 여강으로 몸을 날리거니, 뛰어내렸다.
첨벙첨벙.
료닌들로 여강의 수면에서 크고 작은 물줄기가 치솟았다.
활활.
맨 앞에서 움직이던 배는 순식간에 불에 타, 서서히 여강으로 허물어지듯 홀수선吃水線이 가라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