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65화 (6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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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는 최양백이 이민호를 넘어뜨리는 것에 의기양양해했다.

“하하하하.”

고개를 들며 대소했다.

최양백은 측근 중의 측근인 최측근으로 가병들을 이끄는 무사장들 중 한 명이다.

곧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차사差使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계로 최양백이 이긴 것은 곧 자신이 이긴 것이나 진배없어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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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과 서윤은 이민호, 해심, 세 가병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두 형제가 이르렀을 때다.

이민호, 해심, 방조, 적두가 바닥에 누워 있는 종칠을 돌보고 있었다.

종칠은 심하게 다쳐 상처가 심했다. 그런 관계로 세 번째 판에는 낄 수 없을 것 같다.

서윤은 이민호를 쳐다보며 성냈다.

“이 무슨 짓이란 말이오. 우리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이런 짓을 어찌 벌릴 수가 있소.”

문책하듯 치고 들어갔다.

“형님.”

서풍은 급히 형 서윤과 이민호 사이에 끼어들었다. 눈에 보이는 이민호가 발끈한 듯 정색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형 서윤을 만류했다.

서윤은 동생 서풍을 돌아보았다.

서풍은 눈을 깜빡이고는 재빨리 말했다.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형님. 지금은 우리 가문의 명예를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서윤은 동생 서풍의 말에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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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선 서윤을 응시하며 내심 씩 웃었다.

‘역시.’

눈치가 보통 빠른 것이 아니다.

서윤이 나선 것을.

나와 서윤이 충돌할까봐 사전에 막으려는 것을 다 이해한다.

해심은 몰라도 세 가병에 관한 것은 서윤이나 서풍, 둘 중 한 사람에게 미리 말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가병은 여주 서가에 속한, 어찌 보면 서가의 인적 재산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해심이 나섰다.

“서 시주.”

해심은 서윤에게 말을 건넸다.

“네, 스님.”

서윤은 해심을 보았다.

“가병들에 관한 것은 명백히 우리 잘못입니다. 일이 이리 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빈청에만 있다 보니 갑갑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몸이나 좀 풀까? 해서 시작하였는데. 그만 일이 이리되고 말았습니다. 그 점 사과드립니다.”

해심은 정중했다.

속해 있는 서천왕사와 여주 서가의 관계가 깊고 특출한 점을 십분 감안한 어조였다.

해심이 정중하게 나오자 서윤은 내심 곤혹스러웠다.

승려라는 신분도 그렇고, 서천왕사와 가문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가능한 좋게 마무리지으려했다.

“아닙니다. 스님. 제가 가병이 다친 것에 그만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서윤과 서풍이 해심과 말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서풍을 쳐다보았다.

“어떻습니까? 일승일패인데. 보다시피 가병 종칠이 마지막 판에는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은…… 대신 참여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서풍은 이민호의 제안에 흠칫하며 다친 종칠을 보았다.

“음.”

서풍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서가의 위신을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대로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일은 엎질러진 물과 같으니, 일단 이기고 볼 일이다.

서풍은 내심 그리 생각했다.

“풍아.”

형 서윤이 불렀다.

서풍은 형을 향해 고갤 돌렸다.

“형님. 종칠은 다쳐 나설 수 없습니다. 이대로 우리 서가가 질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나는 네가 다칠까? 걱정되는 구나. 봐하니 추밀원 부사 댁의 가병들이 보통 거친 것이 아닌 듯 한데.”

“거칠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우리 서가의 가병이 다쳤습니다. 하니, 기필코 이겨야 합니다.”

“흠. 나는 네가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구나. 너와.”

서윤은 말을 흐렸다.

최우의 서녀와 동생 서풍 사이에 혼담이 오가는, 살얼음판을 걷듯 신중해야 하는 시기에 공연히 나서 최우의 심기를 자극하지나 않을까? 내심 염려했다.

“형님이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저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이참에 저를 부사 어른께 보여드리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생각합니다.”

“푸, 풍아.”

서윤은 당혹스러웠다.

나와 해심을 비롯한 가병들은 움찔거렸다.

귀에 들린 서풍의 말은 혼사 제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서풍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씨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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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는 흠칫거리며 앞에 서 있는 한 가병을 보았다. 가병은 정문에서 초哨를 서던 가병들 중 한 사람이었다.

“데려오너라.”

“네, 부사 어른.”

기병은 대답하며 급히 뒤돌아서더니 이내 뛰어갔다.

후다다.

최우는 뛰어가는 가병을 쳐다보며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집사 오상근을 보았다.

“오 집사.”

“네, 나으리.”

“격구 시합을 중지시키게.”

“네?”

오상근은 일순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허.”

“예에. 명하신대로 중지시키겠습니다. 부사 어른.”

오상근은 최우가 언성을 높이자 재빨리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그런 후, 옆으로 돌아서더니 서둘러 격구장 한가운데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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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장 갑주를 걸친 무장이 최우에게 이르러 군례를 올렸다.

“부사 어른.”

“어서 오게 오 낭장.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가?”

최우는 궁금해 물었다.

부친 최충헌이 사람을 보냈다. 평상시와 달라 마음 한구석으로 조금 긴장했다.

낭장 오계능은 팔을 내리며 침착하게 찾아온 용건을 밝혔다.

“합하께서 여주 서가의 형제, 이민호라는 광주 이가의 이와 함께 빨리 오시라 하셨습니다.”

“아, 아버님이 말인가?”

최우는 적잖게 놀랐다.

“네.”

오계능은 당황하는 최우를 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최우의 안색이 흐려졌다.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격구장을 바라보았다. 시야에 이민호와 최양백이 서로 마주서는 광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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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양백을 노려봤다.

“아주 끝장을 보십시다. 네에.”

“큭큭. 승부는 일단 이기고 볼 일이지 않은가?”

최양백은 의기양양했다. 미소를 짓는 것이 자신만만한 모양이다.

“안 봐줍니다.”

“네가 할 말이네. 그리고 자네, 꽤 격구를 하더군.”

“쉰 소리하지 말고 빨랑 시작합시다. 네에.”

난 일부러 성난 척했다.

최양백은 빙그레 웃으며 손에 쥔 격구 채를 빙글 돌렸다.

“기대가 크네.”

“난. 악에 받쳤습니다.”

난 말을 툭 쏘아붙이고는 말머리를 우측으로 돌렸다. 돌아서는데, 집사 오상근이 뛰어와 섰다.

“잠시 격구를 중지하시게.”

최양백은 흠칫하더니 오상근을 쳐다보았다.

“집사 어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대했다.

신분이 최우의 종인 가노라, 중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집사 오상근에게 하대하지 못했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 지방 호족 가문의 사람인 이민호에게 함부로 말을 놓으면 안 되는 최양백이다. 하지만 이민호가 호족 가문의 사람인지 최양백은 명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아울러 남경에서의 일로 감정이 있어 평대 내지는 하대했다.

그런 최양백의 마음 한구석으로 이민호를 자신과 동등한 무사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감정이 숨어들었다.

적의와 거부감이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이민호와 격구 자체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민호가 최우의 집 빈청에 든 후 꾸준히 최양백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 것이 은연중에 결실을 보았다.

난 오상근을 쳐다보며 물었다.

“대체 중단 시키는 이유가 뭡니까?”

내 계획을 오상근이 다가와 파토를 내는 것에 내심 언짢았다.

‘젠장. 잘 되가는데. 코 빠트려도 유분수지. 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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