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63화 (6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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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처한 방조와 적두를 향해 말을 몰며 해심을 힐긋 돌아보았다.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나와 연마한 마상 무예가 조금 빛을 발하는 눈치다. 연마한 기간이 짧아 진정한 무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본래의 기마술에 마상 무예의 기마술이 접목되어 말을 움직이는 것이 능수능란했다.

땡중 해심은 김인준은 상대로 밀리지 않는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난 시선을 바로 하며 서가의 가병들을 보았다.

방조와 적두가 위기에 처해, 안장에 앉은 채 비틀거렸다. 그 여파로 말 역시 불안해했다.

‘빨리.’

머뭇거렸다간 둘 다 최우의 가병에게 당할 것 같다.

종칠을 쓰러뜨린 최우의 가병이 그새 가세해 2:3의 상황이 되었다.

방조와 적두는 불안해하며 다소 겁먹은 속내를 드러냈다.

최우의 세 가병은 방조와 적두를 맴돌며 쉴 새 없이 격구 채로 공격했다.

방보와 적두는 중앙에 몰려, 궁지에 몰린 생쥐마냥 방어에 급급했다.

“핫.”

난 기합을 내지르며 탄 말을 재촉했다.

두두두.

탄 말은 빠르게 방조와 적두를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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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 서풍 형제는 격구장에 들어서며 눈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 눈을 치떴다.

“형님.”

서풍은 목소리를 높이며 우측에 서 있는 형 서윤을 돌아보았다.

“대관절.”

서윤은 불쾌감이 밴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자신의 가문 서가의 두 가병이 최우의 세 가병에게 에워싸여 궁지에 몰렸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광경이라, 보기에 절로 화가 치밀었다. 적어도 양광도에서는 그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가문의 가병들이다.

그런데 최우의 가병에게 맥을 추지 못했다.

“형님. 저기를 보십시오.”

서윤은 옆에 선 동생 서풍이 손을 들어 이민호를 가리키는 것에 흠칫했다.

시야에 질풍인 양 거침없이 말을 내달리는 이민호가 보였다.

이민호가 탄 말은 삽시간에 최우의 가병들에게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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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웅,

격구 채가 공기를 가르며 정면에서 움직이던 한 가병의 우측 옆구리를 때렸다.

퍽.

강렬한 외마디 소리와 함께 가병은 비명을 지르며 안장에서 굴러 떨어졌다.

“크아악.”

가병은 맨땅으로 떨어지며 두어 번 굴렀다.

남은 두 최우의 가병은 동료가 이민호에게 당하는 것을 보곤 성난 표정을 지었다.

“이익.”

두 가병은 재빨리 이민호를 향해 말머리를 돌리며 격구 채를 높이 쳐들었다.

“이럇.”

두 가병이 탄 말을 채근했다. 말들은 이민호를 향해 쇄도했다.

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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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가오는 두 가병을 보고, 고삐를 왼쪽으로 당겼다. 그러자 탄 말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우의 두 가병은 날 중앙 한 점에 두고, 각기 해방亥方과 인방寅方에서 치고 들어왔다.

난 해방에서 달려오는 한 가병의 우측으로 말을 몰며 상체를 넙죽 숙였다.

동시에 오른손에 쥔 격구 채를 힘껏 움켜잡아, 인정사정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가병의 배를 향해 휘둘렀다.

부아아악.

매우 사나운 파공과 풍압이 일었다. 내 격구 채는 휘어지며 가병을 가격했다.

파각.

격구 채가 실린 힘과 때린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졌다. 2/3쯤 되는 상단 부분이 다수의 파편과 함께 지면으로 떨어졌다.

가격당한 가병은 세찬 비명을 지르며 안장에서 맨땅으로 나가떨어졌다.

“크아아아악.”

격구 채가 부러질 정도로 실린 힘이 강했다.

그 힘이 주는 충격과 아픔은 가병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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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두두.

최양백이 놓친 이민호를 뒤쫓았다.

“허억.”

눈에 들어오는 가병이 숫제 안장에서 공중으로 날아가는 광경에 최양백은 자실自失했다.

얼마나 힘이 세면 사람이 안장에서 뒤로 날아가 버릴까?

최양백은 등골이 절로 서늘해지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민호는 겉으로 보기에는 호리호리했다.

그리 힘을 쓸 것 같지가 않은데. 막상 힘을 쓰는 것은 보니 가히 만부부당萬夫不當이라, 심중 꺼리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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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한 가병이 말머리를 우측으로 돌리며 내게 다가왔다.

난 꺼리는 바가 없어 마주 말을 달렸다.

가병과 나는 한일자의 경로를 그리며 마주나갔다. 그대로 경로가 일어질 경우 정면으로 부닥친다.

그렇게 되면 안장에 난 나나 가병이나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고 부상을 입을 것이다.

탄 두 마리 말은 두 번 다시 달릴 수 없을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이다.

‘누가 먼저 피하는지 보자.’

난 눈을 부릅떴다.

배짱 싸움이다.

누가 먼저 말머리를 돌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먼저 겁을 먹고 말머리를 돌리는 자가 공격받을 것이다.

“하아.”

난 기합을 지르며 양발로 말의 배를 차, 달려 나가는 속도를 높였다.

탄 말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콰두두두.

말의 발굽이 지면을 깊게 파고들었다.

난 맞은편에서 오는 가병을 노려보았다.

마주보는 가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꺼리는 얼굴빛을 띠는 것이 꽤 동요하는 눈치다.

내가 이대로 달린다면 피할 것 같아, 일부러 험악한 인상을 쓰며 살벌한 고성을 질렀다.

“죽. 인. 다 아아아.”

가병은 내 고성에 몸을 움츠렸다.

짜식이.

확실히 겁먹었다.

‘어쭈.’

평소 강하게 훈련 받은 모양이다.

겁먹었음에도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지 손에 쥔 격구 채를 머리 높이 들었다.

격구 채를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한 눈에 다 보인다.

“이야아아아아.”

겁을 떨치려는 듯, 스스로를 고취하려고 하는 듯 가병은 제법 힘찬 기합을 질렀다.

그 사이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며 나와 가병은 매우 가까워졌다.

가병은 말머리를 내 우측으로 틀며 격구 채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일순.

쉬이이이.

내 턱을 향해 격구 채가 밑에서 치솟았다.

활처럼 큰 호선을 그리는 격구 채가 흘리는 파공이 제법 세찼다. 여느 사람이라면 당할 경우 턱이 아작날 것이 틀림없다.

그 사이.

난 재빨리 안장에서 늘어뜨려진 발받침에서 왼발을 빼며, 받침을 밟은 오른발에 체중을 실었다.

벌떡.

안장에서 일어나며 왼발을 뒤돌려 찼다. 기슭 엄厂자의 자세였다.

내 왼발이 가병의 가슴을 강타했다. 그러자 둔중한 울림과 함께.

“끄아아악.”

기병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상자 방匚자 형태의 자세로, 삽시간에 말 엉덩이를 스쳤다.

과당탕.

가병은 곧 딱딱한 지면으로 떨어지며 떼굴떼굴 굴렀다.

난 안장에 다시 앉으며, 말의 몸에 착 붙인 왼발에 힘주었다.

허벅지와 종아리로 그새 3미터쯤 더 달린 말을 우측으로 돌렸다. 말은 내 의도를 알아채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시야에 날 향해 말을 몰아오는 최양백이 보였다.

씩.

난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

‘여기서 이기면 너무 싱겁게 끝나는데.’

걱정된다.

격구의 목적은 최양백과 김인준이 이끄는 최우의 가병들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만하지 않은 무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리고, 최양백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대로 이겨버린다면.’

관계 개선이 물 건너간다.

‘쩝.’

난 입맛을 다시며 적당히 최양백에게 당해줄 타이밍을 잡으려했다.

3 장

최양백이 지근에 이르렀다.

손에 쥔 격구 채를 좌 상단 높이 들었다. 곧 내 가슴을 향해 격추 채를 내리쳤다.

쉬이이.

우 하단으로 이어지는 사선의 공격이었다.

격구 채가 부러져 난 빈 손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최양백이 휘두른 격구 채에 맞아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아, 난 급히 몸을 왼쪽으로 젖혔다.

그와 함께 왼손으로 말고삐를 단단히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안장 앞부분에 있는 불룩한 혹 같은 것을 쥐었다. 동시에 왼발을 발받침에 끼우며 체중을 실었다.

고삐를 당긴 탓에 내가 탄 말은 머리를 깊이 숙였다. 난 말의 좌측에 한일자로 착 달라붙었다.

그 사이.

최양백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탄 말의 우측을 스쳐 지나갔다.

붕.

격구 채는 텅 빈 안장을 쓸듯이 스쳤다. 불과 2, 3초 사이에 벌어진 엇갈림이었다.

최양백은 말이 달리는 중이라 즉각 멈추지 못했다. 4미터 남짓 더 달린 후 말을 우측으로 돌리며 날 보았다.

난 그새 재빨리 몸을 바로 하며 말의 배를 찼다. 3미터쯤 더 말을 달린 후, 말머리를 우측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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