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국기-4화 (4/247)

1시간쯤 지났을까?

흠칫.

난 몸을 미미하게 양쪽으로 움직였다.

“어라?”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강화 콘크리트 천장에서 난데없이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시야에 쩍쩍 나가는 몇몇 실금이 보였다.

“설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붕괴.

머리에 그 상념이 떠오름과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불안이라는 감정이 일어났다.

일하며 종종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한 적이 몇 번 있다.

부실 공사하면 대한민국 아니던가?

공사비에서 항상 삥땅이 일어나는 관계로 마음 한구석이 영 찝찔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용역 직원들 사이에서 나도는 부정적인 소문도 그런 찝찔함에 일조했었다.

그때.

쿠아앙.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났다.

내 앞쪽, 70~80미터 떨어진 곳에서 황소만 한 콘크리트 덩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히이익.”

나는 본능적으로 뒤돌아섰다.

후다다닥.

전력을 다해 뛰었다.

내 상의에 있는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으나 나는 경황이 없어 미처 듣지 못했다.

[문자]전쟁이 터졌단다. 민호야.

[문자]북한군이 인천에 상륙했단다.

준상이와 상면이가 보낸 메시지였지만, 나는 미처 열어 보지 못했다.

후다닥.

터널을 스쳐 지나가며 저만치 앞에 보이는 출입문으로 향했다.

출입문을 열면 우측에 탈의실이 있고, 그곳에 내 소지품을 보관하는 보관함이 있다.

지하 100미터라 밖으로 나가자면 출입문을 지나야 한다. 출입문 너머에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뛰는 내 귀에 천장이 연거푸 무너지는 고음이 들렸다.

콰, 콰아앙.

나는 기겁했다.

‘우아아아아아!’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면 지하 100미터에 함몰된다는 상념에 미친 듯이 발을 놀렸다.

발아!

나 살리도!

그런 심정으로 전심전력을 다해 뛰었다.

출입문을 열자마자 우측에 있는 보관함으로 갔다.

급히 보관함을 열고 가방을 챙기는 한편, 걸어 둔 옷을 손에 쥐었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가려고 하는데.

콰아앙.

뒤에 있는 출입문이 무엇엔가 떠밀려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와 함께 엄청난 압력의 무엇이 날 덮쳤다.

“으아아아아아악!”

본능적으로 난 비명을 질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도가 연상되는 것에 난 휩쓸렸다.

조금 전.

무너지는 천장의 콘크리트 더미 몇 개가 몇 겹의 안전장치를 부수고 가속기를 직격했다.

가속기는 대번에 우그러지며 금이 갔다. 금이 간 틈새로 각종 입자들이 터널로 쏟아졌다.

외부와 밀폐되고 단절된 터널을 입자들이 채우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광속으로 질주하듯 퍼지는 입자는 터널 내를 그득 채우며 어딘가로 분출하고자 하는 강한 압력을 생성시켰다.

압력은 때마침 이민호가 채 닫지 않은 출입문의 틈새로 몰렸다.

출입문이 압력에 쓰러지자, 드러난 공간으로 분출하고자 하는 욕구에 가득 찬, 터널 내를 그득 채운 입자들이 쏟아졌다.

입자가 이민호를 덮치는 것은 삽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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