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큼지막한 피자와 음료수가 놓였다.
나는 거만한 자세로 앉아 준상이와 상면이에게 크나큰 성은(?)을 베푼다는 것을 밝혔다.
“세상에 생일 맞은 사람이 생일 턱을 내는 게 어디 있냐? 이 개노무 자식들아.”
말하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장난이다.
“어쭈.”
“우리도 생일 때 냈어. 마아!”
조금 찔린다.
두 녀석 생일 때 어거지로 뜯어먹은 죄(?) 아닌 죄가 있다. 길게 끌어 봐야 나만 손해다.
“얼른 내놔 봐.”
손을 내밀며 반드시 챙겨야 할 생일 선물을 언급했다.
“나, 참.”
“호, 본전을 뽑으시겠다!”
준상이와 상면이가 웃으며 각자 호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작은 핸들이 달린 휴대폰 수동 충전기와 외장 메모리.
난 어이가 없어, 준상이와 상면이를 번갈아 보았다.
준상이와 상면이는 계면쩍은 듯 피자와 음료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작 그만!”
난 성난 표정을 지었다.
준상이와 상면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양손에 피자 한 조각과 음료수가 든 컵을 쥐고는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준상이와 상면이는 태연했다.
넌 떠들어라.
우린 먹겠다.
그런 속내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너희들, 진짜 이럴 거야, 응? 이 몸께서 생일을 맞아 크나큰 성은을 베푸시는데, 선물이 이게 뭐야?”
눈짓으로 충전기와 메모리를 가리켰다.
쩝쩝.
쭈우욱.
준상이와 상면이는 천연덕스럽게 먹고 마시며 씹었다.
“뭐어얼.”
“선물받았으면 고맙다고 해, 마!”
“웃기시네.”
난 눈을 부라리며 테이블에 놓인 충천기와 메모리를 힐긋거렸다.
“준상이 너.”
준상이는 손에 든 피자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날 보았다.
“예전에 인간의 조 뭐시긴가 하는 프로에서 전기 없이 사는…… 그때 너 충동구매한 거지. 그동안 쓸데가 없어 처박아 놨다가 나에게 생일 선물로 던져 처리하려는 거잖아. 마아! 그리고 너.”
준상이 왼편에 앉은 상면이를 보았다.
“메모리 안에 뭐 저장해 놨어. 이상한 야동만 잔뜩 넣어 논 거면!”
말을 끊으며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잡아 죽여 버린다!
니들!
준상이는 움칫거리며 내 눈치를 보더니, 옆에 앉은 상면이를 힐끔거렸다.
상면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웃기시네. 그 안에 캠브리지 대백과사전을 비롯해서 내가 그동안 모은 모든 자료가 몽땅 다 들어가 있어. 내 장담하는데, 너! 졸업할 때까지 모든 시험이 아마 올 A+일 테니 이 몸에게 감사나 해. 알겠어?”
“그래. 그렇담 뭐.”
상면이는 넘어가고 준상이를 돌아보았다.
“오준상이 너.”
준상이는 지은 죄(?)가 있는 듯 날 마주 보며 히죽 웃었다.
“친구야, 우리 사이에 선물이 무슨 큰 의미가 있니, 으응? 마음이 중요하지. 안 그러냐, 친구야?”
“허어어얼.”
어이가 없어 웃을 수밖에.
준상이를 노려보았다.
“에라이, 이 화상아.”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민망해하는 준상이를 추궁하는 것은 친구의 도리가 아니다.
두 녀석의 지갑이나 내 지갑이나 얄팍하기는 마찬가지니까. 아니지, 경제적으로 내가 조금 낫나? 암튼 두 녀석 생일에 나도 그리 선물을…… 허, 험. 깊이 따지고 들어가면 나도 무사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