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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304화 (304/307)

제304화

304화

토트윈의 빌보드 차트 1위 소식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전해졌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고, 토트윈 멤버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들은 축하한다는 톡을 무수히 보내왔다.

[ 빌어먹을. ]

에르제는 제이에게 온 톡을 보며 픽 웃었다.

‘혈기를 쓰길 잘했네.’

몸에 부하가 걸릴 정도로 사용했던 혈기는, 이렇게 보답이 되어 돌아왔다.

콘서트에 왔던 사람들에게서 구전과 커뮤니티 글로 전해진 소식, 그리고 VOD 영상으로 인한 결과였다.

영상으로 찍힌 화면에서도 에르제의 혈기는 충분히 먹혔으니 말이다.

“오늘은, 진짜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자.”

“무슨 소리예여! 파티! 파티해여!”

“파티 좋다! 우리끼리라도 해!”

벌써부터 신나서 떠드는 멤버들을 보며 에르제는 기분 좋게 웃었다.

[ 선배, 우리 파티할 건데 올래요?ㅋ ]

[ #@%!#%!#% ]

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욕이 답으로 날아왔다.

[ 욕쟁이는 빌보드 1위 못해요ㅋ ]

에르제는 그렇게 톡을 보내고는 스마트폰을 치웠다.

아직도 일족들에게서 오고 있는 톡 때문에 스마트폰이 진동을 울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답해 줄 여유가 없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멤버들과 함께 온전히 즐기고 싶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에르제가, 자체 컨텐츠용 카메라를 설치하며 말했다.

“자자, 팬들한테 감사 영상부터 찍자. 파티는 그 이후에 하고. 오케이?”

* * *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영상 이후, 토트윈은 그 뒤에 내정되어 있던 토크쇼 또한 무사히 잘 마쳤다.

당연히 주요 주제는 이번에 차지한 1위에 대한 이야기였다.

토크쇼 입장에서는 그 부분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아마 많이 놀랐던 모양이었다.

MC를 맡고 있는 ‘타냐’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내내 흥분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타냐도 우리 팬이라고 했으니.’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빌보드 1위를 했다는 것은 기쁘기 그지없을 테니까.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한국.

이번에는 비공식으로 오지 않았다.

해서, 공항에 모인 인파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자랑했다.

심지어는 한국 팬들만이 아니라 해외의 팬들까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와, 긴장되는데여.”

안단테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도 성격은 여전했다.

에르제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윤치우의 뒤를 따라 팬들 앞으로 나섰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멤버들과 같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겸손해야 한다.

온전히 기쁨을 누리되 거만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2500년, 긴 시간 동안 로드의 자리에 있으며 깨달았던 그 사실을 에르제는 숙소에서 멤버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녀석들 또한 자신의 말을 이해해 줬다.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니까.

그러니, 진심을 다한 감사의 인사가 팬들에게 전해졌으리라.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향후 한국에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팬들에게 인사를 한 후에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가히 팬들보다 더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듯, 엄청나게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그들에게 들이밀어졌다.

“밀지 마세요!”

매니저와 경호 인력들이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그들의 힘을 모두 견딜 수는 없는 노릇.

차라리 질문 몇 개만 빨리 대답하고 넘어가는 편이 나았다.

‘어째, 팬들보다 더 질서가 없네.’

하기야 저쪽은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서 그렇겠지.

이미 장 대표와 함께 기자들의 예상 질문 리스트를 뽑아 대답을 생각해 두기도 했고, 향후 일정에 관해서는 픽스되어 있는 일정들만 얘기해 주면 되었기에 그리 문제는 없었다.

“우선, 팬들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부족했을 때에도, 또 잘하고 있을 때에도 항상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답을 맡은 것은 윤치우였다.

괜히 대답을 하는 인원이 분산되면 경호원분들이 막기 힘들 테니까.

“향후 일정은, 정해진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막 큰일을 끝내고 돌아온 참이라서, 당분간은 휴식 기간을 조금 가질 생각이고요. 그 기간 동안, 아마 은우나 현우……는 솔로곡 활동을 잠깐 할 듯합니다.”

“솔로곡이라면, 저번에 미국에서 활동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까?”

“글쎄요,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예능 출연이나, 다른 방송 계획은 없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이후에도 수십 개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적당히 대답해 줄 것만 대답해 준 윤치우는.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멤버들과 함께 전하고는 기자들을 피해 자리를 떴다.

토트윈이 앞서 가고, 뒤에 기자들이 따라오는 진귀한 광경이 이어졌다.

다행히 경호 인력으로 부른 인원들의 덩치가 상당했기 때문에, 기자들이 끈질기게 달라붙는 일은 없었다.

‘팬들은 어디에 있지?’

에르제는 고개를 들어 기자들의 머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피켓 등을 들고 있는 팬들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따라오고 있었다.

휙휙!

에르제는 그들을 향해 웃어 주며 손을 흔들었다.

앓는 듯한 소리가 그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하하.”

맑은 웃음을 짓는 에르제와, 그를 따라 손을 흔드는 멤버들.

그날 기사 헤드라인 대부분은, 그 사진이 떡 하니 박혀 있었고.

[ 토트윈 빌보드 1위, 모두 팬들 덕분. ]

우호적인 형태의 제목이 대부분이었다.

더 이상, 민주혁에 관한 기사는 올라오지 않았다.

* * *

한국에 돌아온 이후, 미국에 있을 때보다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렀다.

어쩌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휴식을 취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안 돼에!! 벌써 다음 주라니!!”

한국에 돌아온 지 2달이 지난 시점.

태현우는 거실에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다음 주, 태현우의 솔로곡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아예 푹 쉬거나 간간이 예능 출연 정도만 하고 있었는데, 다음 주부터는 태현우 혼자 음악 활동을 하러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가수가 음악 활동을 하면 좋아해야지 왜 슬퍼해.”

에르제가 툭 뱉은 말에 태현우가 흐어어어, 좀비 소리를 냈다.

“다 같이 해야 재미있단 말이야…….”

그 말에 에르제가 피식 웃었다.

“너 아직, 내 솔로곡 성적 못 이긴 거 알지?”

“허!”

태현우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팔짱을 끼고 턱을 추켜올렸다.

“무려 두 달, 그리고 아직도, 빌보드 1위 가수인데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잖아.”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니, 태현우는 그대로 소파 위에 쓰러졌다.

그러고는 엉금엉금 기어 안단테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었다.

“악! 뭐 해여!”

“무릎베개?”

“윽.”

안단테는 질색하며 도망갔고, 태현우는 쓸쓸히 소파에 남겨졌다.

그러더니 곧, 에르제를 보며 눈동자에 불을 활활 일으켰다.

“이번엔 내가 너 잡는다.”

“그래?”

에르제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기 싫어해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치우 형! 쟤 엄청 얄미워졌어!!”

태현우가 손가락으로 에르제를 가리키며 말했지만, 윤치우는 푸하하 웃음만 터뜨리고 말았다.

“어차피 현우는 한국 쪽이고, 은우는 일본으로 간다며. 성적 비교는 의미 없지 않을까?”

“그렇지.”

에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원래 그 또한 한국에서 솔로 활동을 잠시 하려고 했었다.

이후 토트윈이 완전체로 돌아오기 전까지, 꾸준히 외부에 몇몇 멤버들을 노출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국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난 이후, 장 대표에게 한 통의 연락이 날아왔다고 한다.

일본인이지만 무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유토’가, 에르제와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화제성도 충분히 있고 실력도 있었지만 ‘굳이 일본에서 활동을?’이라는 생각에 장 대표가 고민했지만, 그 소식을 에르제에게 전했을 때.

“할게요.”

에르제는 선선히 수락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유토가 작업하고 싶다며 샘플로 보내온 곡들이, 에르제에게 하나같이 익숙한 곡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니었지만, 카테이아 대륙 출신인 에르제에게는 익숙한 풍의 곡이었다.

‘혹시.’

싶은 마음에 에르제는 유토와 함께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얼마 있으면 그와의 첫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윤치우도 에르제에게 물었다.

“이제 곧, 은우도 솔로곡 준비 시작하지?”

“응. 아마 일본 가면 또 한참 못 들어올지도 모르겠네.”

그 말에 민주혁이 에르제의 어깨를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꼭 자주 와야 해.”

“하하, 알았어.”

평소 민주혁의 모습과는 다른 태도에 에르제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유토라는 사람을 만나면, 카테이아 대륙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껏 보지 못한 다른 종족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어깨를 으쓱 올린 에르제는, 곧 만나게 될 유토와의 만남에 기대를 품었다.

다만, 민주혁에게 했던 자주 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는 없었다.

* * *

한국에 머무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에르제는 다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탔다.

아무래도 작곡가 쪽, 그러니까 유토의 작업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는다는 판단에서였다.

멤버들과 눈물(?)의 이별을 한 에르제의 곁에는 라하임이 동행했다.

그리고 라하임이 빠진 자리는, 이윤이 오랜만에 다시 매니저로 복귀했다고.

사실, 원래 따라오기로 한 건 이윤이었지만.

“제가 로드를 따라가는 게 맞습니다.”

라하임이 완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하는데…….

‘매혹의 힘으로 밀어붙인 건 아니겠지.’

에르제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자, 라하임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유토라는 사람이 만든 곡. 그게 익숙하다는 이야기는, 유토가 카테이아 대륙에서 넘어왔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흐음.”

라하임은 신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토가 올린 곡들이 무튜브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해외에서도 주목을 많이 받는 작곡가인 것은 틀림없지만…….”

“틀림없지만, 그 기간이 너무 짧다?”

근 몇 달, 유토가 무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인기를 얻은 기간은 그만큼 짧았다.

“예. 아무래도, 태현우 님과 솔로곡의 성적에 관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충분히 검증된…….”

“아하하.”

에르제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얼굴도 밝히지 않은 싱어송라이터가 그 정도의 주목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충분히 지구에서도 먹힐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건 그렇겠지만.”

“그리고 어차피 성적보다는, 유토가 누구인지, 카테이아 대륙에서 뭘 하던 녀석인지 궁금한 게 더 크고.”

“…….”

가만히 라하임을 보니, 그 또한 성적을 걱정하고 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굳이, 다른 종족을…….”

혹시나 유토라는 이가 에르제에게 위험하지는 않을지, 그것에 대한 우려였다.

“그림자에 플랑도 데려왔으니까, 문제없어.”

“라하임, 걱정 많다.”

에르제의 발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라하임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더 걱정되는군요.”

라하임은 그렇게 말하며 비행기 창문을 바라보았다.

짧은 비행이 끝나고, 일본 땅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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