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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303화 (303/307)
  • 제303화

    303화

    윤치우의 아이디어가 한 번에 통과되었던 덕분에, 토트윈은 두 가지 상황을 놓고 고민했다.

    기존의 일정을 유지하면서 2회차의 분량을 녹화할 것인지, 아니면 한 회만 녹화하고 휴식을 좀 더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맡은 것은 윤치우였다.

    “아이디어를 낸 것도 형이니까, 형이 결정해 줘.”

    “그게 맞아.”

    “어떻게 할까여!?”

    “음…….”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진 사람처럼 윤치우는 팔짱을 낀 채 지그시 눈을 감았다.

    멤버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두 편을 찍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건 멤버들의 체력이 받쳐 주어야 할 때.

    윤치우의 시선이 에르제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곧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럼 하나만 하자.”

    “엇, 왜? 나 다 할 수 있는데!”

    “괜찮은 사람도 있겠지만, 안 괜찮은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해.”

    윤치우의 말에 태현우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우리가 맞춰 주어야 하는 건 안 괜찮은 사람 쪽이고. 이 분위기에서 1회만 하자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그건 그래.”

    “그러면 한 회만 촬영하는 거로 하자.”

    에르제는 윤치우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픽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저걸 찍을 때 혈기를 사용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휴식을 하는 편이 더 좋기는 하지.’

    현재 고갈되어 가는 혈기를 채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 에르제에겐 그것이 꽤나 소중한 편이었다.

    언제까지고 라하임에게 의존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연달아 있는 투어 콘서트에서, 너무 많이 소모하긴 했어.’

    혈기는 무한정 생성되는 유용한 힘이었지만, 부족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총량이 0이 되어도 꾸준히 생산이 되지만, 어쨌든 정해진 양만큼을 생산할 뿐이니까.

    생산량보다 소모량이 크면, 당연히 직면할 문제였다.

    ‘그럼 휴식 기간이 1주일가량 더 늘어났으니, 그때 혈기를 회복해 두어야겠어.’

    그리고 에르제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던 같은 시각, 동시에 이번 촬영에 무엇을 할지도 결정이 내려졌다.

    * * *

    첫 편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재미를 집중시키기 위한 작전이 들어가 있었다.

    바로 다른 예능의 유명한 플롯을 따오는 것.

    다만 저작권 침해 같은 소리가 나오지는 않게, 여러 예능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가지고 왔다.

    이번에 촬영하게 된 것은 여러 게임을 진행하는 편.

    몸으로 말해요, 헤드셋을 끼고 입 모양으로만 무엇인지 맞추는 것, 하나씩 그림을 추가해서 최종적으로 마지막 사람이 뭔지 맞추는 것 등등.

    다양한 게임을 30분 분량에 담아냈다.

    그리고 토트윈의 공식 계정에 올라온 이 예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 앜ㅋㅋㅋㅋㅋ 진짜 개웃기네 애들 춤은 잘 추면서 몸은 왜 저리 못 쓰냐곸ㅋㅋㅋ

    ┖ 하 ㅠㅠㅠ 쪼꼬미 단테 몸 쓰는 거 미치겠다 너무 귀여워

    ― 은우 성량 보소;; 헤드셋 뚫고 들어오넼ㅋㅋ 결국 볼륨 더 높임

    ┖ 애들 귀 상하는 거 아니겠지?ㅠㅠ

    ┖ 그 정도는 감안해서 하지 않았을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재밌다 이거 또 나오는 거야?

    ┖ 이거 1화

    인 거 보니까 2화

    도 있나 봄

    ┖ 2화

    는 투어 끝나고 찍을 예정이래 ㅠㅠ 무한 기다림의 시간임

    ― 우리 애들이 진짜 착한 게…… 투어 때문에 엄청 바쁠 텐데도 이거 찍었다고 하더라…… 감동받아서 눈물 나와

    ┖ 아 진짜? 예전에 찍어 둔 거 푼 게 아니고?

    ┖ ㅇㅇ 저거 숙소 보셈

    ┖ 아 그러네 ㄷㄷ;

    우선은 한국 팬들의 반응은 당연히 좋았다.

    투어 중임에도 한국의 팬들을 위해서 이렇게 예능 촬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는 게 퍽 감동적인 모양이었다.

    그것도 어느 TV 프로그램에 나온 것도 아닌 자체 컨텐츠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딱 토트윈이 바랐던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미국 투어를 하는 중이니 한국 팬들에게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니까.

    하지만 추가적인 반전은 이 이후였다.

    소식을 듣고 온 해외 팬들이 무튜브 링크를 여기저기 퍼 나르기 시작한 것이다.

    ― 오, 세상에. 영어 자막까지 달려 있어.

    ― 나는 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워

    심지어는 해외의 유명인들 또한 재미있게 봤다는 코멘트까지 남기며, 영상의 조회 수는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늘어났다.

    10만, 20만, 그리고 50만.

    기존에 있던 다른 자체 컨텐츠 영상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증가 폭이었다.

    어느덧 휴가 기간도 끝이 나고 다음 투어 콘서트 준비를 하는 토트윈에게, 그렇게 점차 ‘전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 * *

    캔자스 그리고 텍사스, 이어서 시카고와 토론토 마지막으로 뉴욕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미국 투어도 마무리를 지었다.

    굉장한 인기를 얻었던 예능 1화

     덕분인지, 아니면 콘서트에 대한 소문이 여기저기 퍼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직 뉴욕 쪽 대관이 이루어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그쪽에서 먼저 콘서트 장소를 바꾸자는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현재 토트윈의 미국 내 인기를 생각해 보았을 때, 좌석 수를 더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던 토트윈은 수락을 했고.

    그렇게 투어의 마지막 콘서트는 수용 인원이 13,000석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이거, 가능해?”

    “다 못 채워도 되니까. 괜찮겠지.”

    당연히 몇 배나 늘어난 좌석 수에 걱정은 되었지만, 애초에 이걸 결정한 것은 상대 쪽.

    다 못 채우지 못했다고 욕을 먹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우려와는 다르게, 13,000석이 매진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존보다 티켓팅할 때 렉이 좀 덜했다,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말이다.

    ‘최대한도로, 남은 혈기를 모두 써서.’

    그리고 에르제는, 그 무대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멤버들에게만 향했던 혈기를 더욱 넓게 퍼뜨려, 무대 전체를 휘감았다.

    관객들은 미친 듯이 호응했고, 떼창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지르는 환호성은, 다시 토트윈이 힘을 내는 데에 충분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언제 다시 경험할지 모르는 진귀한 광경.

    팬과 가수 모두, ‘마지막’에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끄윽, 끅……!!”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대기실, 안단테가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을 정도로.

    토닥토닥, 안단테의 등을 두들기던 에르제의 눈도 조금 붉어져 있었다.

    뭐랄까,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을 때와는 조금 다른 감상이었다.

    아마 기나긴 여정의 끝에 도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끝났다, 라는 기쁨과 동시에 찾아오는 허탈함.

    ‘그래도, 만족스러웠어.’

    혈기를 이렇게 많이 소모했을 정도니,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울지마. 나도 울 것 같단 말이야.”

    태현우가 코를 훌쩍이며 안단테에게 뭐라 했지만, 기어코 안단테는 에르제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흐어어어엉.”

    “콧물 묻어.”

    에르제는 안단테의 얼굴을 밀어내며 코끝을 찡그렸다.

    “패앵!”

    곧바로 코를 푸는 안단테의 모습에 멤버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투어는 끝이 났구나.

    에르제는 바닥이 나버린 혈기에도, 앞으로 바뀔 미래를 생각하며 픽 웃었다.

    그렇게 대기실에서 나와, 뉴욕에 위치한 숙소로 토트윈 전원이 돌아왔다.

    앞으로 1주일 뒤, 토크쇼 하나를 제외하고 나면…… 더 이상 미국에서의 일정은 없었다.

    이제 정말로 한국에 돌아갈 시간만 남은 것이다.

    물론 또 미국으로 가게 될 일들이 많겠지만, 당장은 고향으로 곧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멤버들이 기쁨을 표하고 있었다.

    “으, 빨리 집에 가서 뤼얼 김취, 먹고 싶다.”

    “방금 거의 원어민인 줄?”

    “그치? 뤼월 귐취.”

    민주혁이 태현우의 헛소리에 저렇게 반응을 해 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큽.”

    태현우의 발음에 윤치우도 웃음을 터뜨리고는, 곧바로 큼큼 헛기침과 함께 정색하며 말했다.

    “이제 토크쇼 끝나고 나면 돌아가야 하니까, 나중에 허겁지겁하지 말고 미리 챙겨 둘 거 챙겨 놔. 짐 정리 나중에 하다가 비행기 놓쳐서 국제 미아 되지 말고.”

    “우우우. 벌써 잔소리한다.”

    아래로 향한 태현우의 엄지손가락을 위로 꺾으며 윤치우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잠깐 쉬었다가, 예능 2화

    도 찍어야 해. 다음 건……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회니까 중요도가 높아.”

    “넵.”

    고개를 끄덕이는 멤버들을 보며 윤치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다들 몇 달간 정말 고생 많았어. 각자 잘한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을 텐데, 당분간은 잠깐 잊어 두고 쉬는 데 집중하자. 내일부터 밖에 나갈 사람들은 미리 나한테 말해. 라하임 매니저님한테 말씀드려 둘 테니까.”

    “오, 나! 나 나갈래!”

    태현우가 손을 번쩍 들었으나, 윤치우가 난감한 얼굴로 제지했다.

    “아니 그렇게 바로 말고. 조금 이따가. 취합해야 하니까.”

    “…….”

    시무룩해진 태현우를 보며 윤치우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두 번째 ‘토트윈 온에어’에 관해서 아이디어 더 낼 사람 있으면 말해 주고. 우리 벌써, 조회 수 100만 넘어갔어. 아직도 엄청 빠르게 오르고 있고.”

    좀 부담이 되는 수치에 윤치우도 그렇고 멤버들도 하하,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근데 해외에서 보기에는 이 뻔한 플롯이 꽤 재미있었나 봐.”

    “그걸 우리가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당당한 태현우의 말에 신난 민주혁도 손을 번쩍 들며 동의했다.

    “인정! 우리가 잘나서 그런 거다!”

    “아하하, 그래 그래. 뭐가 됐든 잘되고 있는 게 중요하니까.”

    윤치우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입꼬리를 의식하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슬슬, 결과 나오겠다.”

    투어의 마지막을 마친 감상과 이후 일에 대한 잔소리는 여기까지.

    오늘은, 드디어 지난 결과가 합산되는 날이었다.

    “잘하면 저번 발표 날에 1위 할 줄 알았는데 아직이더라.”

    “오늘은 무조건이에여!”

    안단테의 말에 다들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이제 큰 산은 모두 넘었다.

    미국에서 앨범을 내고, 콜라보를 하고, 토크쇼에 나가고, 투어까지 했던 것 모두.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해외 활동이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토트윈은 하나의 목표만을 보고 있었다.

    바로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

    아직까지 한국에서, 아니 아시아권에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토트윈이 지금까지 2위 자리를 꾸준히 유지한 것만 해도 엄청난 업적이었지만, 여기서 만족할 그들이 아니었다.

    “곡이랑 앨범, 둘 다 되면 좋겠어여.”

    “앨범은 좀 어려울 거고. 단일 곡은 진짜 할 만해.”

    물론 경쟁 상대인 곡이, 현재 무튜브에서까지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한 곡이기는 했지만…….

    지금 토트윈이 쌓아 올린 탑도 그렇게 낮지 않았다.

    “떴다……!”

    윤치우는 주먹을 꾹 쥐고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켰다.

    머리들이 모두 조그만 스마트폰 위로 옹기종기 모였다.

    “빨리! 현기증 나!”

    쿵쿵, 심장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동시에 천천히 윤치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새로 고침과 함께 하얀 화면이 떴다.

    꾸욱, 저도 모르게 자신의 어깨를 잡는 민주혁의 손길이 느껴졌다.

    ‘덩달아 나까지 긴장되네.’

    에르제는 뻐근해 오는 뒷목의 감각을 느끼며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1위의 자리에 위치한, ToT-win이라는 이름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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