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301화 (301/307)

제301화

301화

‘나대지 마 심장아’의 효과는 대단했다! ……는 전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멤버들이 머릿속으로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했다.

과거 장 대표의 의견으로 인하여 하게 되었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들, ‘나대지 마 심장아’는 그때 부끄러움을 이겨 내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에르제는 마음을 다잡는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그보다, ‘같은 팀’임을 느끼는 역할이 컸다.

같은 구호를 외치고, 무대에 오르기 전 흥분되는 감정을 공유하고 또 부담을 나누고.

‘단테도, 긴장 풀렸네.’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풀어진 게 눈에 띄었다.

‘노래는 긴장할수록 힘이 들어가서 더 안 되니까.’

춤도 마찬가지고.

에르제는 뚜둑, 목을 풀어 주고는 리프트 위로 올라섰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미국 투어의 첫 콘서트인 만큼 오늘은 각자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걸치고 있다.

검은색 코트 형태의 연미복 느낌이 나는 옷, 유독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의상은 에르제의 것이었다.

“후.”

깊이 차오른 숨을 뱉어 냄과 동시에,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리프트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막혀 있던 무대 바닥이 열리고 하나둘씩, 토트윈의 머리가 무대 위로 보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악!!”

“ToTwin!!!!!!!!!!”

그룹 이름을 유창한 발음으로 부르는 현지 팬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며 등장하던 토트윈은.

둥, 둥, 둥, 둥!

빠르게 깔리는 MR에 손을 내리고 대형에 맞추어 안무를 이행했다.

교차하는 몸과 그사이에 보이는 세밀한 손짓.

― We are back

On stage

MR에서 나오는 에르제의 간드러진 목소리.

그리고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는 에르제의 요염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 Dreams

Are not that far

에르제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혈기가, 조금씩 몸 전체로 덮였다.

관객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더욱 무대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그리고 맹목적인 끌림을 발생시키도록.

혈기는 매료가 그리고 매혹이 되어 눈이건 카메라건 가릴 것 없이 무대 위로 끌어당겼다.

강력한 자석처럼 시선들이 맹렬하게 에르제의 모습을 좇았다.

‘지금!’

그리고 그 시점이 증폭되었을 때.

에르제는 혈기를 더욱 넓게 퍼뜨렸다.

자신에게 걸려 있는 매혹의 힘은 유지한 채, 토트윈의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

“……!?”

뭔가 자신의 몸에 이상한 힘이 깃들었다는 것을 눈치챈 멤버들이 순간 당황했지만, 프로 중에서도 프로인 만큼 노래나 춤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아니, 보다 더욱 화려해졌다.

노래는 더욱 시원하고 청량하게 뽑히는 기분이었고.

춤은 훨씬 격정적이었고 또한 선이 아름답게 살아났다.

머릿속으로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상상하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매혹의 힘 위에, 로드의 힘을 얹었으니. 평소랑은 다를 거다.’

에르제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무대에 집중했다.

관객석에 앉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고양감이, 다시 멤버들에게 깃든다.

끊임없는 순환.

무대와 가수와 관객의 시너지가, 끝없이 순환하고 상승하는 구조가 이루어졌다.

‘내가, 좀 더 버티면 돼.’

에르제는 땀을 비가 오듯이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무대를 소화했다.

다음 곡, 또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에도.

에르제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와, 나 오늘 완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저두여! 힘이 넘쳐여!!”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자식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던 말.

지금이 딱 그랬다.

힘들지만 힘이 든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순적인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오늘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버틸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쉴 때, 옷 갈아입을 때, 복도 걸을 때…… 휴식은 그때 하면 돼.’

다만 혈기를 운용하는 집중력은 한 번이라도 놓지 않는다.

흐트러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게 더 최악이야.’

한 번 몰입이 깨지고 나면, 다음번에 같은 방식으로 몰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완전히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도, 잠시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면.

‘그 이후로 다시 집중하기 어려운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거야.’

경험이 아닌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정신만 붙잡고 있으면…….’

다짐 또 다짐을 하며 에르제가 다음 무대를 위해 산소마스크를 떼어 내는 사이.

“!”

매니저로서의 일만 수행하고 있던 라하임이, 에르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로드.”

“라하임.”

“너무 무리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괜찮아. 버틸 만해.”

라하임의 눈매가 사나워졌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다.

그 또한 에르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리나가 VOD 보면, 길길이 날뛰겠군요.”

“좋아하지 않으려나?”

“팬들은, 좋은 무대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자기 가수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게 최고 우선순위입니다.”

“……그런가.”

그래서 무튜브나 커뮤니티 댓글에 그런 말들이 보였던 건가.

아프지만 말자, 건강 꼭 챙겨라…….

‘그리고 팬들 선물 사이에 끼어 오는 건강식품이랑 운동 기구까지…….’

가수와 팬의 마음이 다르지만 잘 통하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좋은 무대를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가수와, 그 가수가 일단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프지 않아야, 더 오래 활동하고 무대도 오래 볼 수 있으니까요.”

라하임이 씩 웃었다.

“멤버 간 불화 나오면, 팬들끼리 최애캐를 변호하느라 싸우기도 하지만…… 사실, 절대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입니다. 혹여 해체라도 하면 다시는 못 보니까요.”

“……하긴. 이미 해체한 그룹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더라.”

“그러니, 로드께서도 제 행동을 용인해 주시길.”

“?”

에르제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 올리니, 라하임의 손은 이미 그의 어깨에 닿아 있었다.

“잠깐. 너, 이러면……!”

그러나 에르제가 채 말릴 새도 없이, 라하임의 혈기가 에르제에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네 혈기는, 다시 돌아가지 않아. 내가 돌려주는 것도 불가능하고.”

“저는 다시 채우면 됩니다. 제가 무대에 서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덕분에, 죽을 듯이 거칠던 숨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고맙다.”

에르제의 말에 라하임이 어깨를 으쓱 올렸다.

“매니저잖습니까.”

“……그것도 그러네.”

픽 웃은 에르제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고는, 조금 떨어져 있던 토트윈 멤버들과 함께 다음 무대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

* * *

[ 토트윈 첫 콘서트 해외 반응 ]

[ 토트윈 해외 무튜버 반응 모음집 ]

[ 토트윈 콘서트 현지인 인터뷰 모음 ]

첫 콘서트가 끝이 나고, 무튜브에는 이런 영상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다.

조회 수와 댓글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달리고 늘어났다.

― 미국에 사는 사촌이 이번에 토트윈 콘서트 갔다 왔는데, 현장 분위기 미쳤다더라;;;

┖ ㅇㅈ 나도 얘기 들었는데, 난리 났다던데? 토트윈 앵앵앵콜까지 했다고 함 ㅋㅋㅋㅋ

┖ 앵앵앵콜 ㅇㅈㄹㅋㅋㅋ 하여간 이브들 과대포장 오지네

┖ ㄴㄴ진짜임 (기사 링크)

┖ ……? ㅁㅊ 진짜네

― 얘들아…… 군대는 늦게 갈 거지? 응?

┖ 아 맞네…… 군대가 있었네

┖ 이 정도로 국위 선양하고 있으면 면제 주자

┖ ㅅㅂ ㅋㅋㅋ ㅈㄹ도 적당히 하셈

― 콘서트 갔다 온 사람들 죄다 목쉬었다고 함 이유도 모르고 일단 소리 질렀다고 하는데?

┖ 뭔 소리야

┖ 무대가 그만큼 개쩔었다는 이야기지

┖ 아마 첫콘이라 힘 많이 준 듯? 앞으로 공연 몇 번이 더 남았는데, 저 텐션 유지 못 함

성공적으로 아니, 압도적으로 마무리했던 첫 콘서트에 대한 평가는 예상과 다르게 극과 극으로 갈렸다.

물론 미친 수준이었단 것까지는 모두 동의했다.

안단테와 에르제가 고심해서 바꾼 순서와 추가한 것들이 효과적으로 먹혔고, 매혹의 힘까지 발현했기 때문에 ‘별로였다’는 평가가 나올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의견이 나뉜 이유는 하나였는데, 바로 ‘텐션’에 관한 이야기.

발단은, 무대가 끝나고 돌아가는 토트윈의 모습을 찍은 사진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탈진한 상태의 토트윈의 모습이, 걱정과 우려 그리고 불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 애들 힘 너무 많이 들어간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 ㅠㅠ

― 한국에서 할 때나 이렇게 하지;;

― 머기업 회장 아들인 거 숨겼을 때부터 그른 애들인데 뭘 바람ㅋㅋㅋ

┖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실력으로 묻으려고

당연히 민주혁과 관련된 이야기는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고, 그 위로 걱정과 우려가 섞인 것이다.

물론 토트윈의 의도를 알아챈 팬들도 꽤 많았지만 그것이 더 걱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소속사에 애들 무리시키지 말라는 전화가 올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났을 때는.

― 실시간. 토트윈 빌보드 2위까지 재진입

―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 VOD 언제 품!?!?? 맨날 해적질 해야 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토트윈이 의도했던 대로 완전히 실력으로 찍어 눌러 버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혁에 관한 이슈도, 그 외에 관한 일도, 다른 그룹과의 비교질도 모두.

심지어는 텐션 유지 못 한다는 글도 사라지고 없었다.

기사에서는 연일 토트윈의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것과, 그 외 그들의 활동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심지어는, 해외 유명인들이 토트윈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팬’이라는 말까지 하며 파급이 더욱 커졌다.

배우, 가수, 토크쇼의 MC 등등.

그들은 커뮤니티와 SNS에 토트윈과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했고, 또 한국과 다른 나라의 팬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진출하기만 하면 아이돌의 무덤이 되었던 미국 본토에서, 이 정도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들이 없다는 점이 흔히 말하는 ‘국뽕’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10위 밖으로 밀려 나갔던 빌보드 차트에서 2위로 재진입을 한 것도 모자라.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해외 유명인들이, 토트윈과 같이 찍은 사진을 자랑하듯 올린다.

― ㄹㅇ 이게 국위 선양이지

한국, 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나라를 토트윈이 성공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6번째 무대를 마치고, 다음 7번째 공연 사이의 한 달간의 분기점.

원래는 푹 쉬면서 재정비하는 기간이었지만.

“우리, 대표님한테 이거 요청해 보자.”

에르제의 의견에 다들 귀를 쫑긋하며,

“좋아여!!”

“지금이 딱 적기이기는 하네.”

“빌보드 1위, 탈환해야지. 밀어붙이자.”

격하게 동의를 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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