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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296화 (296/307)

제296화

296화

에르제의 예상대로, 최초 정보 제공자는 서은우였다.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D.D.의 새로운 멤버임을 밝히며 운을 뗐다.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소문들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문종원은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입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문종원 또한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처음 민주혁과 안병인의 연관 관계를 헤집던 그 기자, 하필 문종원이 당시 그의 부사수였던 것이다.

해서 어느 정도 갈피를 잡고 있던 그에게, 서은우의 정보는 더욱 확실하게 와 닿은 모양이었다.

에르제는 축 늘어진 문종원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인간의 탐욕이란.”

그게 밝혀지면 어떤 꼴이 될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차없이 대중들에게 팔아넘겼다.

“차라리, 진실은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면 화도 안 날 텐데.”

그게 기자다운 일이라 여기는 사명이라면, 자신도 뭐라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저 탐욕에 의한 움직임이었고 그 결과라면, 충분히 자신이 한 행동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후우.”

어쩌면 정신이 망가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는 에르제의 분노가 가라앉지는 않았다.

“너무, 참았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그는, 천천히 발을 들어 올려 문종원의 손 위에 얹었다.

꾸욱, 짓누르는 힘에 문종원의 손뼈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정신을 잃은 탓에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아마 깨고 나면 자신의 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깨닫겠지.

다시는 기사를 쓸 수 없도록, 잘근잘근 손을 부숴 놓은 에르제는 다음 타깃을 위해 몸을 돌렸다.

시작부터 이 정도의 스케일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날 죽이는 건 그렇고.’

에르제는 창가에 서서 입술을 깨물었다.

‘적어도, 연예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만들 필요는 있겠지.’

그냥 앞으로는 자신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도록.

에르제는 먹구름이 낀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다.

* * *

낄낄 웃는 웃음소리가 혼자 있는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서은우는 기사들을 보며 어깨를 흔들었다.

“꼴 좋네.”

그러니까, 자신이 돌아왔을 때 잘했어야지.

한때 같은 연습생 동료였으며 데뷔 조였지만, 서은우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나도 속인 거잖아.”

그치? 그렇게 생각하며 서은우는 다시금 웃었다. 지금쯤 에르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너무나도 상상이 되는…….

“어.”

서은우는 자신의 앞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침을 삼켜 넘겼다.

“뭐야, 왜 여기에 진짜 있지.”

“서은우.”

에르제였다. 그것도, 자신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화가 난 듯한 얼굴.

“아…….”

묘한 쾌감이 자리했다.

그래, 자신이 벌인 일이라는 거.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알아주길 바라고 벌인 일이다.

이렇게 찾아와서 자신을 망가뜨린다면, 동시에 에르제 또한 망가질 테니까.

‘내가 잘될 필요 없어. 저 X끼만, 끌어내리면 돼.’

“푸하하하!!”

서은우는 크게 웃었다.

예상대로 움직여 줘서, 이렇게 자신을 찾아와서, 뻔해서 좋았다.

“어때 내 선물이 마음에 들어?”

“……내가 분명, 쥐 죽은 듯이 살라고 했을 텐데.”

“아아, 그러게 말이야.”

서은우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대꾸했다. 비아냥이 섞인 목소리였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내가 쥐는 아니라서.”

“……말장난하려고 온 건 아닌데.”

“나도 마찬가지야.”

서은우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뭐?”

되레 당당한 태도에 에르제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떠올랐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나한테 해 보라고.”

“……무슨 꿍꿍이야?”

“그런 거 없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를 했을 뿐. 가진 패가 그것뿐이라 아쉽네. 게다가 이미 써 버렸고.”

“…….”

에르제의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라.’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지는 못할 것이다.

‘기억을 읽어도 알지 못하게끔 준비를 한 행동이니 말이야.’

“뭐 해?”

서은우는 바닥을 탁탁 구르며 그를 재촉했다.

“왜 망설이지? 두려워? 뭐가 두려울까? 내가 함정이라도 팠을까 봐서?”

서은우는 두 팔을 벌렸다.

“그렇게 걱정되면 기억이라도 읽어 보든가?”

“……하.”

에르제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누가 봐도 함정이 있다는 듯한 모습인데, 기억을 읽어 보라고?”

“그래. 기억을 읽어 보면 함정이 뭔지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그것마저도, 함정의 일부인가?”

그러나 서은우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에르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쯧.’

서은우는 속으로 혀를 차며 눈동자를 굴렸다.

‘물 거면 빨리빨리 물지, 더럽게 시간 끄네.’

“민주혁 말이야. 아주 신나게 대중들한테 쥐어 터지고 있던데.”

꿈틀, 도발에 걸린 에르제의 눈썹이 움직였다. 불쾌한 감정이 그의 얼굴에 드러난다.

“이번엔 다른 기자한테 접근해 볼까? 분명히 음, 안병인은 사실 기억이 없었어요~ 저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닙니다~. 이제야 저희를 버리고 떠났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언플할 게 뻔한데. 한 번 뒤집어 줘?”

“너.”

에르제가 한발 다가오자 서은우도 이에 맞춰 한발 다가섰다.

“나 뭐. 말했잖아. 가만히 둘 생각이냐고. 멈춰야 하지 않겠어?”

까득, 이를 깨무는 에르제의 모습에 서은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넘어오는 듯해서였다.

살살 꾈 필요가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도발을 할걸.

“아니면, 이번엔 다른 멤버로 타깃을 잡아 볼까? 누가 있을까. 아! 태현우는 어때?”

빙글빙글 웃는 서은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줄 알았던 태현우가, 사실은 입양아였고. 고아원에서 매번 애들을 패서 쫓겨났다든가.”

“그걸,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서…….”

“이야 아직도 뭐 모르네.”

서은우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지금 시점에서 터지는 기사는, 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 어그로가 끌리는지 끌리지 않는지가 중요한 거지.”

민주혁에 관한 구설수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지금, 태현우에 관한 기사가 터진다면?

그게 거짓임을 알아도 분명 물고 늘어질 거다.

“거짓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100배의 진실이 필요하다 하더라고.”

“애초에 고아원에 다닌 전적이 없는데, 진실은 무슨 진실이…….”

“그래? 고아원에 다닌 적이 없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건데?”

“…….”

“그거야. 바로 그거. 하나를 증명하려면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하거든.”

어떻게든 화를 눌러 참는 에르제의 모습에 서은우는 도취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고고한 척, 도도한 척 굴더니.

‘아, 짜릿해.’

서은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대로 자신이 원하는 클라이맥스로 가게 된다면 최선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에르제가 자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만 만들어도 절반은 성공이란 뜻이었다.

“음. 문종원 기자는 이미 당했을 테니까, 다른 기자한테 한 번 연락을 해 볼까나. 지금 시점에 토트윈에 관련된 정보라면 아주 신이 나서 물 텐데.”

덥석.

그리고 그제야 에르제가 서은우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반쯤 떠오른 그의 발이 허공에서 대롱대롱 앞뒤로 흔들렸다.

“죽이게? 할 수 있으면 해 봐. 병X아.”

그럼에도 당당한 서은우의 목소리에, 에르제는 실소를 지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다.”

“……? 뭘 기다려.”

“네 뻔한 수작을 확인해야 했거든.”

“뻔한 수작……?”

그러나 에르제는 서은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손가락을 들어 그 앞에 혈기를 뭉쳤다.

이윽고 총알처럼 쏘아진 혈기가 세 장소를 꿰뚫었다.

하나는 곰 인형의 몸을, 하나는 책 사이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노트북 상단을.

‘어…….’

그리고 서은우는 박살 난 노트북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걸, 알아챘다고? 어떻게……?’

분명 자신의 기억을 읽더라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그는 카메라와 도청기의 설치를, 같은 멤버인 KAL에게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D.D.는 에르제의 선배질에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서은우는 그 틈을 노렸다.

그리고 당사자로서 그들과 유대감을 만든 서은우는, KAL에게 카메라와 녹음기 설치를 해 달라 이야기했다.

‘심지어, 다른 이유도 아니고…… 내가 노래와 춤 연습할 때 필요하다고.’

나도 모르는 각도에서 찍히는 것을 알고 싶다고 말하고 설치해 달라 부탁했던 건데.

그래서 자신 또한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건데…….

분명히 혈탄에 맞을 때 들려왔던 소리는 기계 장치가 부서졌을 때와 같았다.

“내가 네 저급한 수작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서은우는 여전히 멱살을 붙잡힌 채 눈을 꽉 감았다.

‘아아, 진짜 X 됐네.’

자신의 기억을 읽으면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고.

기억을 읽지 않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 그걸 뿌려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두 계획 모두 망했다.

“어떻게 알았지?”

서은우는 천천히 눈을 뜨며 그에게 물었고.

“네 편은 어디에도 없어.”

에르제는 KAL에게 온 코코아톡을 보여 주었다.

“정확한 위치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

[ 그…… 선배님. SR이 저한테 조금 이상한 부탁을 하기는 했는데, 알려 드리는 편이 좋을까요? ]

[ 뭐든 말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그…… 자기 노래와 춤추는 각도를 여러 곳에서 비교하고 싶다며 저한테 카메라와 녹음기 설치를 부탁했는데, 뭔가 아무래도 이상해서요. ]

저 코코아톡을 주고받은 것이 불과 1시간 전.

그리고 KAL이 자신이 숨겨 둔 것의 위치를 말해 준 게 5분 전이었다.

‘어쩐지…… 중간중간 핸드폰을 확인하더라니.’

“……하.”

더 이상 대악마의 힘이 없는 자신에게 있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빌어먹을 밀고자 X끼가.

험악해지는 서은우의 얼굴을 보며 에르제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는 여전히, 남을 깎아서 자신을 올리는구나.”

에르제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영혼 전이도 그래서 생긴 스킬일지도 모르겠군. 그것 또한 남을 잡아먹는 스킬이었으니.”

“네가 뭔데 내 생각을 판단하고…….”

“아니, 판단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야.”

에르제는 심호흡을 하곤 멱살을 풀고 그를 내려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와서.”

“……그래, 차라리 죽여라.”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그냥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의욕도 다 떨어졌고.

애초에 빌어먹을 에르제의 몸 안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계속해서 에르제를 자극한 것도.

죽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기 싫어.’

서은우는 텅 빈 동공으로 에르제를 바라보았고.

“갱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잘살았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내 눈에는 나타나지 않으면 더 좋고.”

에르제는 서은우의 이마를 꽉 붙잡았다.

“아악……!!”

곧 자포자기한 서은우의 머릿속은, 에르제가 뿜어내는 혈기에 의해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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